레드 콤플렉스를 향해 마주선 못난이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8 26일(토)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정윤석 감독 | 주인공 권용만, 장성건, 박정근

진행 뮤지션 김간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의 못난이들은 시끄러운 선율과 괴기한 가사를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역설한다. 120분의 러닝타임이 끝난 후, 묘하게도 이 못난이들의 이상한 설득에 납득되었다. 못난이들은 인디토크에서도 찌질 거리면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아주 유쾌한 '아무말대잔치'를 선사했다.






김간지: 안녕하세요. 오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김간지라고 합니다. 왜 진행하게 됐는지 의아할 수 있는데요, 일단 저는 ‘밤섬해적단’의 원년멤버에요. 그리고 감독님이 밤섬해적단이 아는 친구들 중에서 그나마 제가 TV에 많이 나왔으니까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웃음) 박정근 씨는 박사모 집회로 인해 차가 막혀서 조금 늦는다고 합니다. 제가 토크 진행하는 게 처음이여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는데 일단 시작과 동시에 진행자가 간단하게 관람평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고요. 뭐...이런 영화도 하나쯤은 있어야 대한민국 영화계가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장성건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성건: 저는 영화를 잘 몰라서요. 이런 건 감독님이 대답하면 될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감독님은 영화 발전에 별로 관심 없지 않나요?



정윤석 감독: 네, 발전에 별로 관심 없습니다.



김간지: 그러면 왜 이렇게 만드신 거예요? 좀 보기 쉽게 만들지 않고. 영상이 반짝반짝 거리면서 변하고, 소리들도 막 이상한데.



정윤석 감독: 아, 그게 제가 예술병에 걸려서...



김간지: 그렇죠. 그 말을 듣고 싶었어요.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예술적이라고 느꼈어요.(웃음) 이게 장난인지 아닌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강정마을은 어떤 이유로 간 거예요?



권용만: 비행기 값 준다고 그래서...(웃음) 지금까지 갔던 집회, 시위 다 솔직히 잘 모르는데 돈 준다고 하더라고요.



김간지: 제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밤섬해적단은 사회에 왜 이렇게 불만이 많냐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다른 공연장도 많은데 왜 집회 현장들만 찾아가나요?



장성건: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저희를 찾아주는 곳이 보통 집회 현장 같은 곳이었어요. 밤섬해적단이 막 의식 있는 그런 밴드인줄 아는데 절대 아니에요.(웃음)



김간지: 본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진짜 의식 있는 친구들이에요. 제가 인터넷에서 10년 넘게 봤는데, 나름 의식 있어요. 



정윤석 감독: 간지 씨가 인정한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웃음)



김간지: 이게 GV의 힘이라니까요? 제가 지금 여기 있는 분들에게 입증을 한 거예요.(웃음) 이제 화제를 조금 돌려서, 제가 2011년 초에 밤섬해적단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걸 들었어요. 정윤석 감독님이 밤섬해적단 친구들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뭘 찍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저 사람은 얼마나 할 짓이 없기에 밤섬해적단을 따라다닐까’라는 생각을 했고요.(웃음)



권용만: 초기에 제가 똑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진짜로 화냈어요. 감독을 존중해달라면서 ‘내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야’라고요.(웃음)





김간지: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에 대한 평론가들 평이 진짜 좋아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해외 반응은 어떤가요?



정윤석: 일단 해외 관객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잘 몰라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펑크를 문화적으로 오래 듣고 자랐기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덕분에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 투표 3위까지 올라갔습니다. 한국에서 GV를 하다보면 주인공들한테 자꾸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요. 영화 촬영 단계에서도 음악잡지, 패션잡지에서 이런 질문들이 진짜 많았어요. 근데 외국에서 인터뷰 할 때는 밤섬해적단이 왜 이런 음악을 하는지,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앞으로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에 대해서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주인공들에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김간지: 제가 알기로는 장성건 씨가 어렸을 때 블랙메탈에 심취해서 ‘폐허’로 앨범을 냈는데 이게 북유럽 메탈 잡지에서 굉장히 높은 평을 받았죠. ‘분단국가에서 태어난 중학생이 전쟁의 아픔을 노래한 진짜 메탈이다’ 이런 평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권용만: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도 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해외 관객들이 보기에 ‘와 이건 진짜다. 분단국가에서 진짜 잡혀가고, 진짜 감옥도 가고.’(웃음)



김간지: 사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웬만해선 감옥 갈 기회가 없어요.(웃음)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에 북한이라는 소재가 없었다면 보통의 코미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해외 관객들이 보기에는 북한이라는 소재가 개입된 순간 그냥 게임 끝나는 거죠. 진짜 리얼 다큐멘터리.(웃음) 지금 막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다녀온 박정근 씨가 도착했습니다.



박정근: 늦어서 죄송합니다. 박정근입니다. 태극기 집회에 휘말려서 의도치 않게 늦게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 다녀온 사람입니다. 그래도 감옥에 다녀온 이후 가족들이랑 진짜 친해졌어요. 이제 명절 때 잔소리도 안하고 좋더라고요.(웃음)



김간지: 처음에 박정근 씨가 사건에 휘말렸다는 이야기 듣고서 밤섬해적단 친구들이 웃길려고 만든 노래 가사인 줄 알았어요.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저희 모두 진짜 패닉이었어요. 우리가 잘못을 한 걸까? 근데 아무리 따져 봐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관객: 밤섬해적단 말고도 펑키한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가 많을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떻게 이 밴드를 주목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윤석 감독: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목적보다는 밤섬해적단의 음악에 대한 관심 때문에 찾아갔어요. 너무 전위적이었고 레드 콤플렉스를 유쾌하게,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게 정말 신선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단순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아티스트라고 느꼈어요.



김간지: 저는 그 부분이 오해라고 생각해요.(웃음)



정윤석 감독: 그게 오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근데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이 ‘왜 밤섬해적단 친구들은 이렇게 살지?’에요. 사는 게 즐거워 보이잖아요. 제 주변은 다 예술병 걸리고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 차있는데, 모이면 서로 헐뜯기만 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가만히 보면 밤섬해적단 친구들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궁금해서 찍다가 어느 순간 친구가 되고, 그 다음에는 영화 완성시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완성은 해야겠고... 그러다가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어요.(웃음)





관객: 개인적으로 권용만 씨가 쓴 시가 나온 클립이 제일 좋았어요. 아직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작품들은 어디서 찾아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용만: 저는 사실 그게 왜 시인지도 잘 모르겠고... 갑자기 보내달라고 해서 그냥 가사들을 보내줬는데... 버려진 가사들을 막 보낸 거거든요. 제가 왜 시인이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 싫어하고...(웃음) 그리고 시들은 ‘실천문학’ 찾아보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윤석 감독: 이런 모습이 권용만 씨의 매력이 아닌가...(웃음)



김간지: 이러한 부분은 저도 권용만 씨를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이제 대화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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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범자들한줄 관람평


이지윤 | 언론, 눈물 나는 블랙 코미디

박범수 | 공고한 언론탄압의 역사 10년, 그에 맞선 투쟁은 현재 진행형

조휴연 | 기록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잘못을 찾아가는 끈질긴 추적의 기록이라면 더더욱 소중하다.

최대한 | 작은 균열이 '표현의 자유'로 이어질 수 있기를

이가영 | 언론 장악의 시작,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김신 | 날 것의 카메라, 집요한 직업정신으로 얽어낸 역사의 포승줄

남선우 | 부을 눈, 막힐 기, 차려야 할 정신을 위한 찬물 준비 필수





 <공범자들> 리뷰: 언론 장악의 시작, 끝나지 않은 투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 점령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보도 후 여론이 확산되자 MB정부는 큰 타격을 받는다. 언론이 문제를 부풀렸다고 판단한 정권은 배후에서 언론 장악을 주도한다. KBS의 구성원들은 정권 인사를 막기 위해 투쟁하지만 KBS이사회는 해임 결정 당일 경찰을 투입한다. 무력을 행사하는 권력 하에 기자, PD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2년후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취재 보도한 MBC에도 권력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언론장악의 주범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공범자들이 공영방송의 수뇌부로 자리잡았다. 정치와 공공정책을 분석하고 팩트만을 전달하는 시사프로그램은 폐지되었다. 대신 정권을 옹호하고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새로 편성되었다. 방송사에서는 살벌한 분위기가 흘렀고 방송 검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 반격

파업에는 타협이 없다고 한다. 파업이란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목소리를 내는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MBC는 파업에 참여한 기자, PD, 아나운서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내쫓기 시작한다. 당신들 아니더라도 일할 사람 많다는 충고를 하며 그들의 노력을 조롱한다. 수년간 일해온 구성원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윗선들의 가치관은 곧 MBC의 경영철학의 바탕이 되었다.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언론인들은 선택을 빙자한 침묵을 강요 받았다. 타협 할 수 없는 조건을 들이밀며 선택해보라는 제안에 그들은 공범자들에게 되묻는다. “제게 선택권이 있긴 합니까?” 





- 기레기

<공범자들>은 언론의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생명을 기만하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오보를 은폐하려 했다. 현장 취재기자의 보고를 묵인하고 정권의 가이드라인만을 따라 보도했다. 방송사 내부에서 탐사보도팀의 존재와 역할은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언론을 회복시킬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취재하러 간 기자는 시민들의 질타를 받는다. 공영방송사 취재 차량과 카메라를 보자마자 시민들은 격양된 목소리로 철수하라 소리친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아무리 진실을 숨기려 해도 국민들은 정확히 알고있습니다. 언론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을 모두가 느끼고있어요”





<공범자들>의 한 장면인 과거 MBC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투쟁중인 언론인들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1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간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부당한 현실에 징계와 해고 통보를 받은 언론인들의 이름이 엔딩크레딧으로 올라간다. 한 명 한 명 그 이름을 보려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엔딩크레딧이 아주 천천히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다 읽어내지 못했다. 지금도 침묵을 깨고 사실을 전하려다 제작현장에서 쫓겨난 기자와 PD들이 많다. 무너진 언론을 회복시키는 건 시간도 돈도 아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다. 부패한 언론의 제일 큰 타격을 받게 될 대상은 바로 평범한 우리들이다.


관객 중 한 사람으로서 나는 언론 탄압 10년 동안 수 많은 언론인들이 침묵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겠다. <공범자들>은 역사 속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지금도 투쟁하고 있을 그들에게 드라마 '미생' 속 대사를 인용해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요. 화려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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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박하게 뿌리내린 사랑의 풍경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 단편3: 이 사랑을 구해줘'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29일(토) 오후 5 상영 후

참석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전광진 배우, <모모> 장윤주 감독, 차지원 배우

진행 김도훈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유난히 척박하게 뿌리 내린 사랑이 있다. 경계에 서있는 연인을 바라보는 불안한 마음을 담아낸 <새벽은 짧다>, 서로를 상처 입히는 사랑을 그만두고자 선택한 이별의 방식을 보여준 <이것은 픽션일 뿐이다>, 도망치듯 이별을 하고 버스에 올라타는 남자의 모습을 비추는 <환승>, 사랑하는 이가 함께였던 과거를 돌아보며 다시 지구로 향하는 과정을 연출한 <오버로드>, 연인과의 소망을 비로소 이루게 되는 모습을 담아낸 <연지>, 고양이 모모를 둘러싸고 벌어진 세 여성의 일상을 보여주는 <모모>. 토요일 오후, 여섯 개의 사랑에 대한 상영이 종료된 후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김도훈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이하 진행): 작품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감독님들께 여쭤보고 싶다.



<모모> 장윤주 감독: 작년 여름 이맘 때 '서울프라이드영화제'의 기획 프로그램이 있었다. 감독들을 모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찍는, 2개월 정도의 프로그램이었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개발했다. 캣맘 이야기에서 시작을 했다. 구조된 고양이가 돌아가며 맡겨지는 과정을 통해 커플들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다가 방향을 틀어서 지금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진행: 그때도 퀴어 영화의 형식을 갖춘 시나리오였나?



<모모> 장윤주 감독: 그렇다. 고양이를 구조한 사람들이 레즈비언 커플이고, 그 커플이 주변의 레즈비언 커플들을 연령별로 나눠서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고양이를 매개로 그들의 진정한 삶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내용을 단편에 담으려다보니 쉽지가 않았다. 좀 더 관심이 있는 부분으로 깎아내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새벽은 짧다>는 졸업 영화로 한 학기 동안 준비한 영화다. 그러다 서울프라이드영화제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시놉시스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좀 급하게 써서 내게 되었다. 애초부터 시나리오 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예전에 혼자 살던 동네가 모텔 근처였다. 아침에 일찍 어딘가를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어떤 남성이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려보였는데 그 분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나이가 많은 분이 뒤늦게 나왔다. 둘이 같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바로 헤어지더라.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았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을까. 그 일화를 가지고 디벨롭을 하기 시작했다.



진행: 서울프라이드영화제는 한국에서 퀴어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거의 유일하게 시나리오를 디벨롭할 기회를 주고 제작지원을 해주는 곳이다. 어떤 식으로 지원을 했고, 어떻게 함께 모여서 시나리오를 디벨롭하는지 듣고 싶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다른 제작지원과의 차이점은 시나리오 단계가 꼭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시놉시스 단계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 당해 폐막작으로 상영되기 때문에 제작기간은 짧지만 영화는 무조건 완성되는 프로세스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게 작년이 처음이었고 장윤주 감독님과 저를 포함한 다섯 감독이 영화를 찍었다. 매주 주말마다 모여서 시나리오를 계속 디벨롭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있었다.



진행: 캐스팅 과정에 대한 이야기 또한 들어보고 싶다.



<모모> 장윤주 감독: 영화에 세 명의 캐릭터가 나온다. 세 명의 캐릭터에 대해 명확한 그림보다는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느낌을 오디션 공고에 냈더니 차지원 배우를 비롯한 배우들이 작품에 지원해주었다. 세 배우 다 실제 맡은 역할과 다른 역할로 지원했다. 차지원 배우는 고양이를 두고 갈등하는 역할에 지원했다. 실제 차지원 배우가 가지고 있는 당찬 면이 캐릭터와 맞긴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다른 면을 봤다. 세 사람의 조합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결정했다기 보단 묶음으로 결정했다. 세 배우의 조합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한꺼번에 결정하게 되었다.



<모모> 차지원 배우: 아무래도 단편영화다 보니까 감정선이 많이 보이는 역할로 지원을 하게 된다.(웃음) 시나리오를 디벨롭하는 중이라 조금 변할 수도 있다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셨다. 오디션을 볼 때 세 캐릭터의 대본을 다 리딩했다.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지 몰라서 감독님을 믿겠다고 했다.(웃음) 리딩을 하기 전엔 ‘아름’이란 캐릭터가 쿨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막상 다가가보니까 조금 소심해지고 예민해지고 미안한 감정이 들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것 같아 움츠러들었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두 배우의 외양이 나이 차가 많이 나 보이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리고 너무 잘생기지 않은 분.(웃음) 조각처럼 잘생긴, 현실 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에서 전광진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약간 겁먹은 듯한, 움츠려있는 듯한 느낌이 나 좋았다. 배우들과 오디션을 볼 때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평소 퀴어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기도 했다. 놀랍게도 퀴어 영화에 지원을 했으면서 차별적인 말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분들과는 같이 작업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오디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드러난 전광진 배우의 가치관도 마음에 들었다.



<새벽은 짧다> 전광진 배우: 퀴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여태까지 연기를 해온 모습과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민호’와 비슷한 것 같아서 역할에 지원하게 되었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처음 모인 날부터 대화를 많이 했다.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영재’ 역할을 한 류경수 배우와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캐스팅이 되고 나서 첫 리딩 때 셋이 술을 굉장히 많이 먹었다.(웃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진행: 퀴어 영화는 단편의 경우에도 배우를 캐스팅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전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퀴어 영화에 배우를 캐스팅할 때 느끼는 어려움 같은 것들이 아직도 있는가?



<모모> 장윤주 감독: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돌아와서 만든 작품이 <모모>다. 작년에 필름메이커스에 공고를 올렸을 때 굉장히 많은 분들이 지원했다. <연애담>(2016)이나 <아가씨>(2016)의 성공으로 문이 조금 열리지 않았나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모모>는 노출 등의 장면이 없는 영화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던 점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퀴어에 대해서 의논을 했고 역할에 지원을 한 분들이 모두 퀴어임을 알고 왔다 생각한다. 오히려 배우 분들이 자신을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좀 더 도전해볼 수 있는 역할에 목이 말라있지 않은가 싶었다. 하지만 10년 전에 <모모>를 만들겠다고 했다면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새벽은 짧다>는 초고부터 베드신이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베드신을 넣을 것이지만 노출은 상반신만 할 것이고 키스를 하는 장면은 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그런 내용을 다 말씀드렸다. 시나리오를 읽고 못하겠다고 한 분들도 있었다. 그래도 좋은 배우 분들이 많이 지원해주셨다. 노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시는데 키스의 여부가 좀 중요하더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진행: 성소수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배우들에게 어떤 도전인지 궁금하다.



<모모> 차지원 배우: 민감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성별과 상관없이 같은 사랑 이야기이지 않나. 벤쿠버에서 자랐는데, 예전에 그곳에서 레즈비언을 괴롭히는 역할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웃음) 



진행: <모모>는 남성 두 명과 여성 한 명, 여성 두 명과 남성 한 명으로 성별을 바꿔 배치를 해도 크게 바뀌지 않는 결을 가진 영화다. 과거에는 인물들을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에 집어넣는 영화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굳이 인물들이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되는, 일상적인 그림들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모모> 장윤주 감독: <모모> 이전의 캣맘 이야기를 할 때도 밥 먹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우리들의 일상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랐다. 어떤 분들이 촬영장에 와서 영화가 너무 심심하다고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심심한 영화야. 일부러 그렇게 만들고 있어.”라고 말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찍었다.



진행: 반면 <새벽은 짧다>는 여전히 커밍아웃하지 못한, 그리고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갇혀있는 캐릭터의 갈등을 담아낸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이 영화를 찍고 일 년 정도 지났다. 얼마 전 이 기획전 상영 소식을 듣고 생각을 좀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작품을 왜 찍었을까, 고민을 했는데 너무 뒤늦은 고민인 것 같다.(웃음) 동성을 좋아하는 것과 이성을 좋아하는 것은 같은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이 현실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 감정을 가진 인물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분명히 다른 부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이성애자의 사랑과 동성애자의 사랑이 같다고만 이야기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 맥락을 지워버리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며 그런 이야기를 하되 조금 더 빗겨나간 인물을 담아내고 싶었다. 민호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인물은 지금까지 많은 퀴어 영화가 다뤘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사람의 감정은 어떨까 더 생각을 많이 했다.



관객: <새벽은 짧다>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졸업 영화제 때 상영을 했고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그때 베드신이 나온 영화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충격을 받은 분들은 있었다. 그때 같은 섹션에 상영되었던 영화 중 하나가 대가족이 나오는 영화였다.(웃음)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나오는 영화였고 배우 분들이 다 와서 영화를 봤다. 뒤풀이 중에 그 작품을 연출한 감독님으로부터 배우들이 많이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웃음)



진행: 퀴어 영화 속에서의 섹스신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노골적인지, 꼭 그 섹스신이 필요했던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모모> 장윤주 감독: 요즘 많은 레즈비언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된다. 사실 섹스신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내가 섹스신을 연출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으로 보게 되더라. 감독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그것이 관음적으로 느껴질 때의 어떤 불쾌감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을 모르겠는 때가 있다. 관객으로는 호불호를 말할 수 있지만, 내가 감독으로 영화를 만들어 놨는데 나도 몰랐던 그런 부분이 드러나면 어떡하나,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 건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좋다와 나쁘다로 나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취향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올바름으로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도 있다. 굉장히 수위가 높은 영화를 아무 불편함 없이 볼 때도 있다. 기준을 모르겠다는 것이 그런 점이다.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새벽을 짧다>를 준비하면서 한국 퀴어 단편영화를 많이 찾아 봤다. 수위가 상당히 높아서 애정신의 정도로 경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런 장면들이 많더라. 그래서 오히려 더 차용하고 싶지 않았다. 배우들의 신체를 전시하는 베드신은 너무나 최악이기 때문에 캐스팅 할 때부터 그에 대해 명확히 말을 했다. 퀴어 영화의 장르적 관습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다.



관객: 촬영기간, 그리고 촬영 중 힘들었던 부분이 궁금하다. 그리고 단편영화의 매력은 뭘까?



<모모> 장윤주 감독: 이틀 동안 새벽까지 찍었다. 마지막 장면을 찍었을 때가 새벽 5시 정도였다.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어려웠다. 또 단편이지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기도 했다.



<모모> 차지원 배우: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도 장편보다 짧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다. 그래도 어떤 감정들은 단편으로 연출될 때 매력이 배가 된다. 조금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매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4회차였는데 비가 와서 5회차를 찍었던 것 같다. 분량이 짧음에도 촬영 회차가 많은 이유는 영화가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여름밤이 짧은데 전부 밤에 돌아다니는 내용을 찍다보니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단편영화의 매력이라 한다면 아무래도 메시지가 뚜렷한 점인 것 같다.



<새벽은 짧다> 전광진 배우: 전혀 힘든 게 없었다.(웃음) 단편영화 현장은 재밌다.





진행: 영화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제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불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만들고 싶었는데 마땅히 좋은 제목이 생각 안 나서 이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다. 새벽이라는 시간에 의미를 둔 이유는 경계에 서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밤도 낮도 아닌 시간대에 헤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니까. 또 영재에게 짧게 느껴지는 새벽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모모> 장윤주 감독: 처음에는 ‘Do you take this cat?’으로 제목을 정했다. 외국에서 상대방과 결혼을 하겠냐는 의미로 ‘Do you take this man?’이라 물어보지 않나. 고양이를 기르는 게 그 정도의 무게를 둔 것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고양이도 그 관계에서는 거의 파트너와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 그런데 발음하기가 어렵더라.(웃음) 그래서 그냥 부르기 쉽고 좀 더 귀여운 제목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모모>만 떠올랐다. 스태프들도 <모모>가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제목을 <모모>로 바꿨다.



관객: <새벽은 짧다> 속 인물을 정체성 때문에 고민을 하는 캐릭터로 그려내고 싶었는지, 아니면 양성애자라는 정체성은 확고하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새벽은 짧다> 전광진 배우: 애매했다. 다른 장면은 괜찮았는데 마지막 장면은 내면의 기준을 정해놔야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금 말씀하신 걸로 따지면 후자인 것 같다. 조금 더 이성애자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영재가 주인공이고 영재가 민호를 보고 불안해해야하니까 반대 지점에 있으려 노력했다. 처음에 촬영할 때는 정확히 정해놓지 않았다. 그 애매함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고 마지막 버스정류장 장면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거의 마음이 떠난 것으로 연기했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사실 양성애자라는 단어를 생각하진 않았다. ‘Questionary’란 말이 있지 않나. 잘 모르는 입장이지만 그 선을 넘어가지 않으려 하는,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감정으로 생각했다.



진행: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모모> 장윤주 감독: 늘 걱정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웃음) 당장은 성소수자의 부모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조사하고 있다. 캣맘 이야기처럼 어떻게 발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모모> 차지원 배우: 최근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연기를 계속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계속 해야겠더라.(웃음) 방금도 미팅을 하고 왔고 또 단편을 찍기로 한 게 있어서 준비를 할 것 같다.



<새벽은 짧다> 김승주 감독: 영화를 만드는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 건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이후,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무기력해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최근에 이렇게 다른 영화를 상영하게 될 기회가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나니까 ‘조금 더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영화를 찍는다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젠더와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벽은 짧다> 전광진 배우: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다.






척박한 땅에 뿌리내린 사랑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라난다. 그것은 꽃이나 열매를 피워낼 수도 있고, 그대로 건조하게 말라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뿌리내릴 사랑들은 모두 소중한 것이기에, 자라나는 방식과 관계없이 보호받고 보장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그것이 가능해질 때야 비로소 훗날의 사랑들이 척박하지 않게, 다양한 방식으로 뿌리내리고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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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캉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 단편2: 다섯 번째 계절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29일(토) 오후 2 상영 후

참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이태경 배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바캉스> 이현주 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기획전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의 두 번째 섹션, ‘다섯 번째 계절들’. 퀴어 영화라는 범주를 달지 않아도 웰메이드 영화라는 데에 고개를 끄덕일만한 극영화 네 편이 모였다. 진행을 맡은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와 기발한 소재와 영상미가 돋보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정지윤 감독, 이태경 배우, 잔잔한 여운이 감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장영선 감독 그리고 유쾌한 가족이야기 <바캉스>의 이현주 감독이 함께했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진행): 감독님과 배우님도 오늘 함께 영화를 봤다. 어땠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몇 번을 봐도 똑같은 장면에서 웃음이 난다. 아쉬운 부분은 더더욱 아쉬운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저도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함께 상영한 다른 작품들도 재미있게 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오랜만에 내 영화를 봤다. 다른 작품들도 재밌었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바캉스>는 부모님의 집에서 찍은 영화다. 이 영화가 부모님이 내가 영화를 한다는 것을 본 첫 작업이었다. 여전히 잘 풀리지 않았던 부분, 고민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보기 괴로웠다.



진행: 이현주 감독의 경우 부모님이 사는 집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과수원도 부모님이 직접 운영하는 거라 들었다. 그 장소를 영화적 공간으로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했다. 과수원이 애초에 설정되어있긴 했지만, 원래는 두 여성 커플이 아니라 결혼을 앞둔 남녀 커플의 이야기였다. 코미디적 요소를 추가하다가 캐릭터가 바뀐 것이다. 그래서 절대로 부모님 댁에서 찍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서울 근교에서부터 여러 군데 장소를 물색해봤는데, 결국 제작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웃음)



진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인상 깊게 봤다. 주인공 ‘진태’가 마흔다섯의 중년 남성이고 곧 결혼을 앞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설정되어있다. 그런 캐릭터 설정의 배경이 궁금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실제로 그럴 수 있나 의문이 들 수 있을법한 인물 설정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규범적으로 행동하게끔 여겨지는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택했고, 그 중에서도 승리자들의 이야기로만 구성된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것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야기가 더욱 명확해지지 않을까 했다.



진행: 나체를 본다는 설정을 하게 된 의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아닐 것이라고 계속 외면해왔던 게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는 설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갑자기 나체로 인물이 등장한다면 관객들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행: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두 주인공이 각기 다른 곳에서 동시에 화장을 하는 클로즈업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 장면을 첫 장면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첫 장면을 두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궁극적으로 영화의 제목을 잘 전달하려면 서로 닮은 얼굴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거울을 많이 보지 않나. 그런 점에서 착안하게 되었다.





진행: 이태경 배우는 처음 이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아주 아름다운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선택할 즈음에 로맨스 장르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꼼꼼하게 읽었다기보다 가볍게 훑고 바로 하겠다고 정했다.



진행: 정지윤 감독은 이태경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뭔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정민’ 역의 안선영 배우는 전에 했던 작품부터 알고 지냈고 학교 선후배 사이기도 해서 어려움이 없었는데, ‘윤성’ 역을 캐스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많은 배우들에게서 프로필을 받았다. 이태경 배우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미팅 때 윤성 역에 너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선택하게 되었다. 일주일 뒤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 놓칠까봐 바로 그날 저녁에 연락을 했다.



진행: 어떤 점이 그렇게 윤성 역에 딱 맞았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이미지가 딱 맞았고, 전작들을 다 찾아봤는데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안선영 배우와의 케미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진행: 이태경 배우의 블로그를 찾아봤다. 이 영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더라.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그렇다. 일 년 동안 계절 별로 촬영을 이어간 것, 그리고 인물도 인물이지만 시나리오 자체에 너무 빠져버렸다. 감독님이 촬영 중간 중간에 영화의 진행 상황이나 가편집본 등을 자세히 일러주며 연기를 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줬다. 그리고 정말 많이 만났다. 이렇게 리딩을 많이 하는 작품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자주 만났다. 그러다보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선영 배우와도 친해질 수 있었고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어쩌면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두 여성이 사랑하는 모습을 과연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자꾸 만나고 싶었고 함께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주연 배우가 우선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진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보면서 감독이 진태라는 인물에 대해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태에 이입해 영화를 보다보면 한편으로 그에게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마음에서 그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외면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외면하게 되는 순간을 떠올렸다. 인생에서 모든 것은 결국 되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망설이고 외면하고 모른 척 했던 것들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이 어느 순간 온다. 만약 그 지점에서 잘못을 한다면 결코 끝나지 않고 계속 따라 다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그렇게 외면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 이야기는 그런 순간들의 연장선에서 가장 극단에 처한 인물을 그려놓고 항상 떠올리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진행: 그래서 진태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웃음) 진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감옥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연속성의 이미지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리셰일지도 모르겠으나 양쪽에 거울이 달린 엘리베이터를 선택하게 되었다. 





진행: <바캉스>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영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퀴어물들은 다소 어둡고 무겁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다수의 영화들과 구별되는 분위기를 띄고 있어서 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인 것 같다. 한편 이 영화는 가족 코미디 장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바캉스> 이현주 감독: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제목은 ‘바캉스’가 아니라 ‘휴가’였다. 서로 굉장히 결이 다르다. 장편 영화 중에는 경쾌한 가족 코미디가 많지만 단편에서는 별로 접해보지 못했다. 나도 계속 무겁고 우울한 영화만 해와서 이런 류의 밝고 경쾌한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 이런 느낌의 영화를 해본 적이 없다보니 작업을 하는 와중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진행: 개인적으로 코미디가 가장 만들기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배경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마치 카메라를 그냥 켜두고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분명 그들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을 장면일 텐데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이전에는 여러 인물이 나와서 부딪히는 장면을 찍어본 적이 없었다. 특히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은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힘들었다. 사실 마지막 장면의 경우 찍지 못할 것이라고 아예 버려두었다. 배우들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의 구상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꼭 찍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각자의 스케줄을 어렵게 조정해가며 완성했다.



진행: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관객들이 두 주인공의 계획을 언제 알게 되느냐가 매우 중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취한 방식은 두 인물의 계획을 관객들이 모두 알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편집을 의도한 바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은 현재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진행하기보다는 관객에게 하나씩 실마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며 사랑이 확인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후의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했다. 편집의 경우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편집 기사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어떤 방식이 더 재미있을지 고민했다. 촬영이 계절을 반영해 오랜 시간에 거쳐 진행되었기 때문에 틈틈이 어떤 방식으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진행: 와중에 더욱 돋보인 건 바로 이태경 배우의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두 주인공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또 합의된 것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로 이별을 암시하나 싶은 긴장감이 서려있기도 하다.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정민을 바라보는 연기를 할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그 장면을 찍는 날 아침부터 감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윤성이 귀여운 게, 정민이 뭘 제안하면 싫다고 거절하면서도 또 혹해서 따라간다. 분명히 윤성에겐 힘든 일이었겠지만 정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따라가 주는 것이었을 테다. 



진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서 정말 중요한 장면은 업는 행위가 나오는 지점일 것이다. 상대를 업고 동네를 걸어가는 어린 진태의 모습이 물리적으로도 매우 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그 장면은 진태가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는 장면이다. 마음을 고백하지는 못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업어주겠다고 말하며 걷는 장면인데, 아무래도 그 마음의 깊이를 표현하려면 물리적으로도 길어야 전달이 잘 될 것이라 판단했다. 사실 더 길었는데 주변에서 너무 말이 많아서 조금 줄인 것이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너무 재밌게 봤다. 마지막 장면에 인물들을 모두 그림자로 처리하는데, 어떻게 그러한 연출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끝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 장면이 없어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꼭 넣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그 장면을 꼭 실제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환상의 연장선상에 위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인물들을 실루엣으로 처리하면 더욱 모호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알아챈 분들도 있겠지만 윤성도 임신을 한 것처럼 연출이 되었다.



관객: <바캉스> ‘영미’의 직업이 궁금하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수영’은 선생님이고 영미는 뚜렷한 직업보다는 수영과의 관계, 성격만 구상했던 것 같다. 영미로 바뀌기 전의 경우에는 흔히 영화에 나오는 직업 없는 남성 캐릭터의 전형으로 설정되어있었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윤성은 이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정민과 다르게 줄곧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정민과 계획을 세웠어도 쉽게 남성들에게 마음을 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저도 윤성의 결혼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소재가 굉장히 특이한데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소재와 현재의 이야기만 있는 초고를 같이 영화하는 친구에게 건네받았다. 처음엔 굉장히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였으나 소재만큼은 정말 좋았고 끝까지 밀어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과거의 이야기를 삽입한다면 이후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납득할 수 있게 푸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각색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관객: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진태는 이후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아마 진태는 그 학생에 대한 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학생 역을 맡은 배우에게 선생님의 마음을 이미 알아챈 듯이 연기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자세히 보면 살짝 웃음을 짓는 듯하다. 물론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알게 되면 상황은 매우 어렵게 진행되겠지만, 암튼 그렇다.



관객: <바캉스>에서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바캉스> 이현주 감독: “아빠, 이 아저씨가 엄마 친구야? 영미도 내 친구야!”(웃음) 아마 가장 귀여운 커밍아웃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다. 각자 갈등관계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을 한 프레임 안에 모두 담는 게 무리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오랜 시간 함께한 가족들이 쉽게 해체될 것이란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들을 꼭 한 번에 다 담고 싶었다.


 

관객: 아무래도 결혼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정민은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그 부분을 많은 분들이 지적하기도 한다. 사기결혼이다, 이용을 당했다 등. 작업을 하는 도중에 안선영 배우가 똑같이 물어보기도 했다. 정민은 이 남성을 사랑하는 것이냐고. 그때 나는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윤성은 처음부터 동성애자였지만 정민은 윤성을 만나고 동성에게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니까. 물론 많은 분들이 불편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님께 질문이 있다. 저의 경우,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엄청 속이 상할 것 같은데, 배우님이라면 어땠을 것 같은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사실 제가 윤성과 성격이 매우 비슷하다. 그래서 공감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마 힘들어하면서도 정민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았을까.




 

독특한 소재와 분위기가 인상적인 섹션이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영화들이 한국 퀴어 영화에 어떤 자극이 되길 바란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인디토크를 기록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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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보일드 랜드가 원더드에게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 단편1: 하드보일드 랜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28일(금)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소문의 벽> 노다해 감독, <아이 돈 케어> 강우 감독, <낮달> 이원영 감독, <기억부검> 박규택 감독

진행 김조광수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최근 들어 퀴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퀴어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 영화 또한 퀴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다양한 퀴어 영화가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소수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각자의 목소리로 다양하게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네 편의 영화들을 만나 보았다. 이들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각자의 고민 속에서 나름의 해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이하 진행): 네 감독님들, 오랜만에 영화 보셨을 거 같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기억부검> 박규택 감독: 오랜만에 큰 스크린으로 봤습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재밌을 때도 있고 지루할 때도 있고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데 오늘은 떨립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이 돈 케어> 강우 감독: 저도 많은 감정이 듭니다. 너무 막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문의 벽> 노다해 감독: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지금 찍으면 더 잘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쉬운 점이 자꾸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낮달> 이원영 감독: 한 2년 만에 큰 스크린으로 볼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진행: 이 영화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편견 때문에 생기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련된 것 같습니다. 소재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문의 벽>에는 클로즈업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영화를 찍기 전에 콘티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찍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거 같은데 클로즈업을 유달리 많이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소문의 벽> 노다해 감독: 너무 오래 전 일이어서 힘들었다는 느낌만 남아있습니다. 자세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는데 감정을 다루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공간 자체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대체로 클로즈업으로 찍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아이 돈 케어>는 다큐멘터리에요. 퀴어영화 중에 다큐멘터리가 많진 않아요. 본인이 커밍아웃을 하고 자신을 드러내야만 찍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많지도 않거니와 이런 솔직한 사적 다큐멘터리라면 더욱 그럴 거 같아요. 찍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이 돈 케어> 강우 감독: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도 많지만, 소수자들 내에도 편견들이 있어요. 그걸 찍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고자 했는데 주인공 분께서 선뜻 해주었습니다. 한 보름 정도 따라다닌 것 같아요. 이 영화를 고마워해줘서 다행히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소스들을 사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목소리를 녹음한 레코드, 자살하고 싶은 순간에 누군가와 통화를 한 기록 등은 쓰지 못했습니다.



진행: <낮달>은 중간에 모텔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었습니다. 그렇게 찍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롱테이크는 감독도 힘들지만 배우에게도 힘든 작업이잖아요.



<낮달> 이원영 감독: 영화에서 제대로 드러났는지 모르겠지만, ‘동재’가 ‘선기’에게 사과하러 찾아오는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동재가 선기를 만난 건 선기가 제대하기 직전이라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재가 2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버티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 선기를 찾아온 거였고요. 그리고 그 사과를 하는 장소가 모텔 방이었어요. 리얼타임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촬영을 하기 전에 배우들도 모텔 장면에 대해서 걱정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실제로 배우 두 명과 술을 함께 마시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저는 괜찮았지만 배우들은 취한 상태였어요. 중국집 장면에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계속 술을 마시며 연기를 했어요. 그래서 배우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진행: 2년이라는 대사가 그냥 군 생활 2년이 아니라 자기가 버틴 2년의 시간이었군요. 저도 <친구사이?>를 찍을 때 술 마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진짜 술을 마시고 촬영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근데 술에 취해 꼬장을 막 부려서 어려웠던 경험이 있습니다.(웃음) <기억부검>을 보면서 이 영화는 어떻게 끝날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결말은 어떻게 결정된 건가요?



<기억부검> 박규택 감독: 시나리오를 중간 정도 쓰고 나니까 결말을 어떻게 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저 결말이 생각났어요. 그 순간, 이것 밖에 방법이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 때부터는 시나리오가 풀리더라고요.


 

진행: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를 여러 개 담고 있어서 어떻게 끝날지 예상이 안 됐어요. 성폭행, 아웃팅, 종교 같은 민감한 소재들이 한 영화에 다 들어가 있죠. 한꺼번에 다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요?



<기억부검> 박규택 감독: 평소에 흥미롭게 생각했던 소재들을 다 모은 거 같아요. 그 때 당시에는 모으지 않으면 뭔가 풀리지 않을 거 같아서 한꺼번에 무리해서 다루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객: <낮달>의 이원영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아까 이야기해주신 장면 외에 또 의미를 가진 장면이 있나요?



<낮달> 이원영 감독: 개인적으로 중국집 장면에서 선기가 원재에게 너는 끝까지 살아서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장면이 다 소중하고 중요한 거 같습니다.



관객: <소문의 벽>의 노다해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지원’이 ‘민영’을 좋아하고 ‘은하’가 민영을 계속 찾아옵니다. 그래서 은하가 민영을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하가 지원에게 자기가 연애 상담 잘 한다고 할 때 그 생각에 확신이 가더라고요. 근데 그게 아니었고요. 혹시 은하가 지원에게 연애 상담 잘한다고 말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소문의 벽> 노다해 감독: 주변에서 그 질문이 굉장히 많았어요.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근데 은하라는 캐릭터를 ‘소문’이라는 것과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사실 저도 은하의 생각은 뭐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만약 관객 분께서 삼각관계로 보셨다면 그게 맞는 거 같아요.


관객: <소문의 벽> 노다해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지원이 민영에게 ‘너를 좋아한다’고 말해서 민영을 한 번 떠보는데 진짜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 디테일한 표현을 위해서 어떤 공을 들였는지 궁금합니다.


<소문의 벽> 노다해 감독: 이 영화는 지원의 감정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클로즈업이 많았어요. 지원이 민영을 계속 떠보는 것이 소문에 대처하는 지원의 방식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원은 자기감정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로 민영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은 건지. 이런 상태를 대사로는 표현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의도를 한 건 아니었는데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 같아요.



진행: 네 분의 감독님이 또 어떤 영화를 찍을지 궁금해집니다.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기억부검> 박규택 감독: 웹드라마 촬영에 들어갑니다. 8월 안에 올라갈 거예요. 그리고 2명의 남자가 주인공인 단편을 하나 기획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이 돈 케어> 강우 감독: 최근에 퀴어영화를 하나 찍었습니다. 퀴어 느와르입니다. 퀴어랑 느와르랑 잘 붙을지 모르겠습니다. 



진행: 퀴어랑 느와르는 완전 잘 붙죠. <무간도>, <불한당>은 퀴어 중에 퀴어죠. 남들 보기에 다 사랑인데 본인들만 우정이라고 우기는 영화가 느와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소문의 벽> 노다해 감독: 사실 <소문의 벽>이 마지막 연출이고 지금은 촬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아카데미 촬영전공으로 들어가서 졸업을 했어요. 기회가 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연출로 돌아오겠습니다.



<낮달> 이원영 감독: 얼마 전에 촬영을 마쳐서 후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퀴어적인 요소가 있어요. 꼭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다양한 이야기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퀴어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자신의 세계를 그려내는 것을 넘어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퀴어가 동성애가 아닌 멜로로 불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이들도 여전히 그들이 보고 겪은 사랑을 그리며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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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한줄 관람평


송희원 | 창작의 능력과 무능력 사이의 긴장감과 설레임

이현재 | '그녀들' 대신에 '여자들'

이지윤 | 어느 계절의 책장을 넘기며

김은정 | 내가 가장 부자연스러웠어






 <여자들> 리뷰: 어느 계절의 책장을 넘기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0. 낮은 여름이고, 밤은 가을이다.


영화는 여름과 가을의 어스름한 경계에서 시작된다. 저무는 여름의 공기 사이로 한 남자가 등장한다. 뒤이어 흐르는 남자의 내레이션은 그가 ‘시형’이라는 이름을 지닌 작가임을 드러낸다. 시형은 매달 연재하기로 약속한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나 그의 글은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간 시형은 고양이를 찾으러 온 ‘여빈’을 만난다. 고양이를 기다리며 둘은 함께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대화를 나눈다. 시간이 흘러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둘 사이에는 사랑 이전의, 말로 쉽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찾아든다. 땅거미가 짙어지고 보랏빛 색감이 하늘을 완연히 물들이면 여빈은 가벼운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시형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까만 밤이 오면 시형은 혼자 남는다. 여빈은 내일 이사를 떠날 것이다. 시형은 여빈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좀처럼 써지지 않던 글을 완성시킨다. 만남과 이별로 어느 계절이 저문다. <여자들>은 조심스럽게 그 다음 책장을 넘긴다. 그 뒤로도 시형은 네 명의 여자들을 만난다.


 



1. 풀코스와 디저트, 그리고 물고기를 잡는 분위기


<여자들>은 독립적으로 보이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포개지며 선명한 하나의 메시지로 완성된다. 여섯 개로 나뉜 에피소드들은 시형이 잡지에 달마다 연재하는 글을 닮았다. 에필로그를 제외한 다섯 개의 에피소드에는 다섯 여자들이 등장한다. 우연히 만난 다섯 명의 여자들은 시형에게 질문과 고민을 던지기도 하고, 때론 영감과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프롤로그인 ‘낮은 여름이고, 밤은 가을이다’ 이후 이어지는 두 에피소드 ‘풀코스와 디저트’, ‘물고기를 잡는 분위기’엔 ‘서진’과 ‘수진’이라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시형의 대학 후배인 서진은 과거 시형이 쓴 미완의 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와의 대화는 시형에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수진과 시형의 관계에서는 일종의 대립이 드러난다. 수진은 글을 쓰는 이유조차 모르는 것 같다며 시형에게 핀잔을 놓는다. 담담한 감정을 지닌 다른 인물들과 달리 수진은 대립을 통해 시형에게 불편하고 언짢은 감정을 숨김없이 표출한다. 수진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물고기를 잡는 분위기’에서 카메라는 유난히 긴 호흡으로 둘의 대화를 담아낸다. 그리고 이는 둘의 대화에서 오가는 미묘한 감정 변화와 시형이 앓게 될 고민이 구체화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2. 아름다움의 취향? 이게 다에요.


‘아름다움의 취향’과 ‘이게 다에요’에서는 시형이 성장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아름다움의 취향’에서 돋보이는 것은 ‘이든’이란 인물의 매력이다. 시형은 이든과의 만남에서 가장 가벼워 보인다. 그의 고민이 이든과의 만남을 통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든의 경쾌함으로 인해 에피소드는 생기를 띠고, 에피소드가 가진 밝은 분위기는 시형이 어떻게든 성장이란 영역으로 한 발자국 더 도약할 것임을 암시한다.


<여자들>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감각적인 화면 연출과 색감이다. 작품은 평범한 중국 음식점마저도 풍부한 감성으로 담아낸다. 그런 감성적인 화면은 담담한 듯 많은 의미가 담긴 대사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여자들>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오키나와에서의 장면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한다. 시형은 우연히 만난 ‘소니’와 평범한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글을 쓰는 원동력을 발견한다. 그것이 기계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특유의 화면 연출 때문일지 모른다.


 




3. 오늘의 그는 어제와 다르다.


다섯 여자들 중 누구도 시형의 곁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시형의 표정은 밝고 몸짓은 가볍다. 그의 가벼운 몸짓은 프롤로그에 등장한 여빈의 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상 위에는 원고지가 놓여있다. 시형은 자리에 앉아 원고지 위에 한 자 한 자 글씨를 써내려간다. 글을 써내려가는 그의 주변으로 산뜻한 바람이 분다. 오늘의 그는 분명히 어제와 다르다. 시형은 춤을 추듯 가벼운 몸짓으로 그가 보내게 될 수많은 계절의 책장을 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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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춤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자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8 4일(금)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이상덕 감독, 유이든 배우

진행 '와이낫' 전상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왜?” 지독한 물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답을 낼 수 없고 결국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시형’은 물음을 던진다. 왜? 그는 답을 얻고 싶은 것일까. 그는 5명의 여자들을 만난다. 너무 천진하고 또 너무 깊은 물음에 그녀들은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속에서 시형도 잘은 모르지만 자신이 기다리던 무엇인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아니 오히려 그것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영화 <여자들>의 이상덕 감독, 유이든 배우, 그리고 ‘와이낫’ 보컬 전상규와 함께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전상규(이하 진행): 안녕하세요. 오늘 진행을 맡은 와이낫 전상규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나요?



이상덕 감독(이하 이): 시나리오를 다 쓰고 찍은 게 아니라 한 달에 하나씩 찍어나간 영화에요. ‘달마다 꾸준히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각 배우 분들의 촬영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어요. 오키나와는 조금 길었고요. 대부분은 1-2회차로 마무리했어요. 이 영화는 찍는 방법보다 기록되는 방식에서 특징이 생겼어요. 술이나 담배 같은 것들은 배우 분들의 취향을 반영했고, 대사는 틀리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 빼고는 자유롭게 연기를 요청했어요. ‘이든’의 챕터 같은 경우에는 선배와 이야기하는 부분을 되게 재미있게 찍었어요.



진행: 네, 저도 유이든 배우 부분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촬영이 하루 만에 이루어진 것인가요?



유이든 배우(이하 유): 네, 그 챕터 마지막 부분만 새벽에 찍고 나머지는 중국집에서 쭉 찍었어요.



진행: 유이든 배우의 평소 성격과 스크린 속의 이든은 같은가요?



유: 조금 달라요. 저런 모습도 있기는 한데, 스크린 속 모습은 굉장히 과한 것 같아요. 



진행: <여자들>에서 같이 작업한 배우 분들 중 처음 만난 분이 있나요?



이: 사실상 작업은 전부 처음이었어요. 요조 배우는 같이 뮤직비디오 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연이 닿았어요.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서점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든 배우는 만나보기 전에는 프롤로그 배우로 생각을 했었어요. 그 당시 다른 작품에서 대부분 예민한 캐릭터였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 귀엽고 통통 튀더라고요. 그래서 ‘아름다움의 취향’ 챕터를 함께 하게 되었어요. 서진 배우는 최시형 감독(배우)과 같이 단편을 촬영해서 만나게 되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제안을 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그 학교가 실제로 서진 배우의 모교에요. 앞뒤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미팅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물론 다른 챕터들도 중요하지만 그 두 가지가 특히 중요했기 때문이에요.



진행: 극중 오키나와에서 촬영한 챕터가 하나 있어요. 오키나와에 가지 못한 배우 분들로부터 별다른 언급은 없었나요?



이: 엄청 혼났어요.(웃음) 원래는 오키나와에 갈 생각이 아니었어요. 시형이 마지막에 친동생을 만나러 가는 것을 생각했어요. 제 친동생이 도쿄에 살아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어렵게 된 거죠. 그래도 어딘가를 가고 싶어서 오키나와에 가기로 했어요. 프롤로그에 고양이가 등장하잖아요. 영화에서 간 섬이 고양이 섬이에요. 고양이라는 사이클을 위해 이렇게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하나 더 말씀 드리자면 ‘아름다움의 취향’ 챕터에 등장하는 중국집도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골랐어요. 많은 중국집을 돌아다니다 그 가게의 홍등이 너무 예뻐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여러 음식점 중 특별히 ‘중국집’에 가게 된 경위도 있어요. 시형의 친한 사촌매형 역을 맡은 종필 배우가 중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게 되었어요.(웃음) 그리고 원래 눈이 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눈이 와서 이든과 시형이 걷는 새벽 장면을 넣었어요. 날씨나 계절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저희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정말 운이 좋았죠.





관객: 제목이 원래부터 ‘여자들’이었나요?



이: 저희 영화에 제목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마지막에 시형이 ‘글을 쓰거나 춤을 추거나’라고 쓰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목을 그걸로 하고 싶었는데 영화 제목으로는 조금 별로인 것 같았어요. 이 영화는 제가 말씀 드렸다시피 사이클이 있잖아요. 그래서 별자리 이름 짓는다는 생각으로 짓다 보니 ‘여자들’이라는 제목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에 갔을 때는 어떤 분이 책 제목 같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관객: 배우 분들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그런데 포스터에는 왜 여주인공이 네 명밖에 없나요?



이: 아무래도 출연 배우가 많다 보니까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서 다같이 모이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영화 개봉을 계속 미룰 수도 없어서 서진 배우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포스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객: 연기에서 애드리브의 비율이 얼마나 되나요?



이: 사실 대부분 대본에 있는 내용들이에요. 시형의 사촌매형인 종필 배우가 유일하게 애드리브를 많이 했어요. 다 짧게 치고 빠져야 하는 신들이다 보니 대본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어요.



진행: 이든 배우가 연기하면서 참고한 인물이 있었나요?



유: 사실 저는 그런 자리를 가질 일이 거의 없어서 참고할 만한 인물이 없었어요. 감독님과 제가 이야기하면서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종필 배우님이 워낙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서 흘러가는 대로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진행: 이 영화는 가능성을 많이 열어놓은 상태에서 시작이 돼요. 배우와 감독이 함께 키운 느낌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이: 그렇죠. '나에게 영화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만들었어요. 단점이 많은데 그것을 끌고 가는 힘이 하나는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관객: 단점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영화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이: 기승전결이요. 시형의 감정에 기승전결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시형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한 달에 하루씩을 뽑아서 찍는 것이잖아요. 그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른 29-30일 동안 생활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관객: 여성 입장에서 보았을 때 남성 감독이 쓴 시나리오가 와 닿았나요?



유: 이런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을 해요. 크게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관객: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자연스러워요. 남주인공은 실제 성격과 얼마나 다른가요?



이: 남주인공 ‘이시형’의 이름은 그 역을 맡은 배우 ‘최시형’과 제 이름 ‘이상덕’을 합쳐서 만든 거에요. 실제 성격과 닮은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영화의 경우 캐릭터의 감정이 차츰차츰 쌓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완전히 같다고 하기는 어렵고요, 취향 정도만 비슷한 것 같아요. 



관객: 어떻게 본명을 극중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나요? 



이: 더 자연스러웠으면 했어요. 제약이 없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름 짓는 것도 힘들어요.(웃음) 그래서 사실 극중에서 이름 부르는 걸 최대한 안 하려고 했어요. 



진행: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인사 부탁 드립니다.



유: 최시형 감독과 장편영화를 하나 찍었어요. 이 영화로 인연을 만들어서 함께하게 된 작품인데 올해 하반기 아니면 내년 초쯤 나올 것 같아요. 가제는 ‘안녕 내 사랑’인데 재미있을 거에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저는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썼어요. 다음 영화를 어떻게 찍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고 좋은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에서 ‘근사한 우연이였다’라는 카피를 되게 좋아해요. 와주신 분들이 오늘 영화를 보시고 ‘근사한 우연이였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왜? 라는 것. 그것은 끝내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물음에 고통 받고, 깊숙한 곳으로 내려앉는 대신 그것과 함께 갈 수 있음을 안다면. 사실 어렵지 않다. 그저 춤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 출 필요 없고 그냥 원하는 대로 살랑살랑 흔드는 것이라면. 때로는 분노하고 소리지르고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떼굴떼굴 구르는 것이라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시형은 5명의 여자들을 지나치며 이렇게 하는 법을 배웠다. 그가 해왔던 것처럼 그저 ‘글을 쓰거나’ 때로는 ‘춤을 추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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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칭의 세계 <불온한 당신>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23일(일) 오후 2 30분 상영 후

참석 이영 감독

진행 은하선 섹스칼럼니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불온한 당신>의 시작과 끝의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이묵’. 그는 생물학적으론 여성이다. 하지만 남자 같은 차림새로 여자를 사랑한 이유로 ‘바지씨’라 불렸다. 바지씨는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던 6-70년대에 사용된 은어다. 영화는 70대 노인 이묵과 동일본 대지진으로 커밍아웃한 일본인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한편으로 상당한 분량을 2014년 당시 혐오 프레임으로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세력의 노골적 행동과 언사를 담는 데 할애한다. 그래서일까. 이날 인디토크에서는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 목이 멘 이들이 많았다. 관객들은 감독에게 이 영화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연신 말했다. 이영 감독은 차별받고 소외되는 성소수자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전달하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관객들의 질문에 차례로 대답했다.





은하선 섹스칼럼니스트(이하 진행):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봤어요. 첫 번째 봤을 때는 탄핵 전이어서 더 참혹하고 우울한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이묵 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는데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의 집회 장면이 나오면서 되게 우울해졌어요. 그들의 북소리로 영화가 끝날 때, 알 수 없는 미래,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기독교 신자들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이 마치 양념처럼 이 영화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묵 님은 개인적인, 드러내기 힘든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털어놓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영 감독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의 전작 <이반 검열>(2005)과 <아웃 - 이반 검열 두 번째 이야기>(2007)를 볼 때도 느꼈지만, 인터뷰이와 라포(rapport) 형성이라 해야 할까요?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이영 감독(이하 감독): 이묵 선배님은 <불온한 당신> 개봉 준비하던 4월에 돌아가셨어요. 관객 여러분도 만나 뵙고 싶었을 것 같고, 저 역시도 개봉관에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가슴이 아프고 많이 슬퍼요. 선배님께서 남긴 말이 있어요. 당신의 뜻을 많은 관객에게 전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위안과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많이 나누려고 힘내고 있어요.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영화에서 보셨듯이 제가 리어카도 끌고 밥도 해요.(웃음) 논과 텐은 밥을 함께 먹고 친해지는 게 시작이었어요. 이묵 선배님 처음 뵀을 시기가 전작을 막 끝냈을 때예요. 전작이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에요. 그 친구들이 저한테 “30대도 레즈비언 해요?”라고 물었고 저 역시도 선배 세대들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녔어요. 옛날 신문 펼쳐놓고 그 안에 저와 닮은 분들이나 운동선수, 택시 운전사, 또는 여성 두 분이 굉장히 오랫동안 산 경우 등을 찾았어요. 무작정 찾아가 지역 노인 분들에게 “저와 비슷한 분들이 계셔요?” 묻고 다녔어요. 그리고 문을 두드리며 “제가 바지씨 후배입니다”라고 소개했어요. 그중에 한 분이 이묵 선배님이었어요. 선배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 하니까 성소수자 후배들의 삶이 당당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어요.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밥을 하고 음식을 나눠 먹고 같이 일상을 보내는 것이에요. 친해져서 그 사람의 표정을 녹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촬영을 시작해요. 그런 부분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묻어났다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진행: 영화에서 이묵 님이 살림을 꾸렸던 사람만 14명이고, 만났던 사람들은 셀 수 없다고 한 부분에서 이묵 선생님의 '여자 꼬시기 노하우'를 영화에 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감독: 말미에 ‘꼬시는 건 너네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죠.(웃음) 저한테 직접적으로 지침을 주진 않았어요. 선배님은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요. 젊은 시절에는 더 매력이 넘쳤을 거예요.





진행: 일본의 커플이 나와요. 처음 봤을 땐 흐름상 약간 생경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두 번째로 보니 이야기들의 연결 지점을 알겠더라고요. 논과 텐의 이야기를 넣은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감독: 한국도 경주에서 지진이 있었죠. 사실상 지진이라는 재난이 우리나라에도 가까이 와있는 위험이라 생각해요. 영화를 처음 기획한 게 2012년이었어요. 완성까지 3년이 걸렸어요. 첫 기획을 할 당시, 한국은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서 많은 사람을 종북으로 몰고 성소수자를 ‘종북 게이’라고 불렀어요. 적대와 증오, 공포를 이용한 정치적 상황들이 당사자로서 굉장히 염려스러웠고 사회적 약자, 소수자 공격이 심각해져서 마치 재난의 상황으로 여겨졌어요. 그리고 LGBT 안에서 청소년을 이제 막 벗어나 성인이 된 한 친구가 따돌림과 외로움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때가 동일본 대지진 얼마 후였던지라 ‘도대체 재난 상황에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듬해 일본 성소수자들에게 직접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상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실제 재난 상황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대피소로 가지 않고 참혹한 폐허의 현장에 그냥 남기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대피소 안은 가족 중심적, 남성 중심적인 질서로 운영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이야기들에 가슴 아프게 공감했고 논과 텐을 만나 그 집에 한 달 동안 살면서 이야기를 담았어요. 논과 텐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커밍아웃하면서 차별적인 시선을 감내해야 했죠. 그들은 딜레마적인 상황, 죽음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선택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선택이요. 굉장히 존엄한 결정이고 또 성소수자들의 특수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생각해요.



진행: 이해를 받기 위해 커밍아웃한 게 아니라 관계를 알리기 위해서 커밍아웃한 것이라는 논과 텐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에 퀴어 축제를 반대하며 북을 치는 사람들이 나와요. 올해는 저 정도는 아니었어요. 참여자 수는 거의 10배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전에 비해 참여자는 늘고 혐오 세력은 줄었어요. 조금만 늦게 촬영했어도 저런 스펙터클한 장면을 못 담았겠구나 싶었어요. 



감독: 정권이 바뀌며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상대적으로 보수 정권의 혐오와 증오를 배양하는 환경들은 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분명히 변화가 있죠.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이 100대 국정과제에서 사실상 빠졌어요. 사회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요. 혐오를 선동하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는 없어졌을지라도 여전히 혐오의 정치 프레임은 현재진행형이고 좀 더 복잡해진, 은폐된 형식으로 드러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객: 혐오 세력 집회는 영화를 통해 처음 본 것 같아요. 그동안 무시하고 지나갔어요. 그 장면들을 보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어요. 괴로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다른 동지들 모습,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이묵 선배님 모습 보면서 힘을 많이 받았어요. 혐오 세력의 적나라한 장면을 많이 넣은 이유가 있나요?



감독: 영화가 존재를 지우려고 하는 사람들, 존재를 지키려는 사람들 이야기가 엮이면서 진행되고 있죠. 저는 존재를 지우려는 사람들, 혐오 선동 세력의 주장이 삶을 반대하는 논리라 생각해요. 존재와 삶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존엄한 힘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 느꼈고요. 혐오는 최근 몇 년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에요. 점점 더 확산되고 있고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삶의 지반 위에 놓이고, 또 밀려나게 돼요. 적대와 공포를 이용하는 증오 정치의 프레임에 대해 꼭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묵 선배님, 저, 논과 텐, 혐오 선동 프레임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게 어떤 폭력인지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공공연한 장소에서 노골적인 혐오의 폭력이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이 현상 자체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다신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게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관객: 슬픔, 기쁨, 분노 등 여러 감정들을 느꼈어요. 그리고 ‘나는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혹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요.



감독: <이반 검열>을 보면 학교에서 학생을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검열해요. 그 친구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퇴학이나 전학을 시켜요. 영화는 이러한 인권침해 이야기와 성장담이에요. 이 주인공들이 30대가 되었어요. 지금의 그들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그리고 2009년부터 찾아다닌 바지씨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빨리 관객들에게 선보이려 해요. 



관객: 감독님 전작들을 다 봤어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시더라고요. 판타지스러운 우리들 이야기도 담아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행복하게 함께 오래 살고 있는 커플 이야기라든지 다 같이 모여서 축하하는 금혼식이라든지요. 그런 걸 볼 수 있으면 더 기쁘지 않을까요? 혹시 그런 내용도 준비하고 있나요? 



감독: 많이 괴로우셨죠?(웃음)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요. 영화가 불안한 삶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죠. 왜 그렇게 되는지, 그 환경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행복하게 보이지만은 않죠. 그렇지만 알면 세상이 덜 무서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아직 탐구해야 할 영역이 많다고 생각해서 더 실험하는 길로 가보려고 해요. 제 인생관과도 연관이 있어요. 보통 인생은 다 고(苦)라고 하잖아요. 간혹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순간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좀 더 재미난 삶을 추구하며 살고 있어요. 아마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 드러날 것이라 생각해요. 행복이 가득 차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없어요. 하지만 웃음이 나는, 견뎌볼 만한 힘이 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영화 속에서 이묵 선배님, 다른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저도 위안을 드리고 싶어요. 관객 분들이 그걸 느끼면 좋겠어요. 영화에서 혐오 세력은 풀샷으로, 주인공들은 클로즈업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 혐오 세력 개개인을 악마화 혹은 미화할 의도는 없어요. 혐오 프레임,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아가야 할 부분 자체를 보여주려 노력했어요. 주인공들의 존엄함과 힘을 통해 용기를 얻길 바라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관객: ‘바지씨’, ‘치마씨’ 같은 은어를 여기서 처음 들어서 흥미로웠어요.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구분이 되어야 하는데 예전 용어들은 분리가 안 돼서 혼란이 있을 것 같아요. 관련된 이야기가 있나요? 그리고 영화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잘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는 어떤 제목으로 상영했나요?



감독: 영어 제목은 <Troublers>,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에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을 지었어요. 바지씨의 ‘씨’는 우리말에서 성별 중립적인 용어인데 번역이 쉽지 않아요. ‘MR. 팬츠’라고 할 수 없잖아요.(웃음) 영화가 표현하는 바와 맞지 않아서 성별 중립적이면서도 뜻을 살리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을 많이 고민했어요. 영어는 주어가 ‘he’, ‘she’처럼 성별을 드러내는 명칭을 쓰는데 이묵 선배님은 남성이나 여성으로 지칭할 수 없어요. 어떻게 세계적인 추세 안에서 표현할 것인가 많이 고민했죠. 그리고 바지씨에는 다양한 분들이 있어요. 지금의 용어로 하면 트랜스젠더, 인터섹스(intersex), 부치(butch) 등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관점과 용어로 그 당시를 재단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재난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커밍아웃을 한 논과 텐은 말한다.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이묵 역시도 성소수자 후배들이 당당히 사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흔쾌히 영화 찍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당신’이라는 호칭, 이 이인칭 용어는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기에, 나의 인권이 소중하듯 당신의 인권 또한 보장받아야만 한다. <불온한 당신>은 나 자신만의 세계를 넘어 상대방의 정체성과 인권까지도 존중하는, 관계 지향적인 마음가짐에 대해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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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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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나라, 이웃 나라, 나라 아닌 나라 <올 리브 올리브>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14일(금) 오후 7 40분 상영 후

참석 김태일, 주로미 감독

진행 이송희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두 집단의 갈등이 마냥 자극적으로, 폭력적으로 혹은 잠깐의 눈물을 목적으로 전시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영화 <올 리브 올리브>에 주목해볼만 하다. 담담한 시선으로 팔레스타인을 담아낸 이 영화는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을, 비상 같지 않은 비상을 복합적으로 전달한다. 자극도 눈물도 선사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덩그러니 남겨진 무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면 이들의 남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태일, 주로미 감독과 진행을 맡은 이송희일 감독이 함께했다.





이송희일 감독(이하 진행): <오월愛>(2010)와 <웰랑 뜨레이>(2012)를 잇는 ‘민중의 세계사’ 세 번째 작품인데 어떤 취지로 작업을 했는지, 이 작품은 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지 궁금하다.



김태일 감독(이하 김): 사실 3부작까지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은 못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상황,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떤 한 가지 입장에만 치우쳐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제3세계의 이야기들에 있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1세계 중심적 사고관을 전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관습에서 벗어나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처음에는 매우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전문가적으로 찍어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방식은 원래 의도한 것이 아니다. 작품을 찍다보니 육아를 대신 맡아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과연 다 완성할 수나 있을까 우려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극장에서 상영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좋다.



진행: 국내에도 다큐멘터리로 다룰만한 주제들이 많이 산적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매우 특이하게 해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주항쟁을 다룬 <오월愛>에서부터 시작해 캄보디아 내전 이야기를 담은 <웰랑 뜨레이>를 거치면서 과연 과거에 말씀하신 ‘민중의 세계사 10부작’을 완성하겠다는 포부가 정말 진행되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10부작을 다 채우려면 앞으로 7편의 영화가 남았는데 <웰랑 뜨레이> 이후 5년 만에 새 작품을 내지 않았나. 영화 한 편에 5년의 제작 기간이 걸린다 치면 앞으로 7 곱하기 5...35년이 남았다.(웃음) 감독님 두 분이 제작자(제작사 ‘상구네’)이자 부부이다. <웰랑 뜨레이>에 아드님이 출연하는데 “나 영화 싫어, 이제 아빠 안 따라 다닐 거야.”하며 투정을 하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가족 시스템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주로미 감독(이하 주): 처음부터 가족 시스템으로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처음 영화를 제작할 땐 아이들이 많이 어렸는데 지금은 상구가 21살이고 둘째가 중학교 3학년이다. 예전에는 부모가 하자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다녔던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작품까지 아이들이 참여하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저번 작품에서 상구가 투덜거렸는데 사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다. 이 작품 도중에 이스라엘에 잠깐 머물러야 했는데 가자마자 다들 스트레스에 시달려 서로 투덕거렸다. 가족끼리 작업을 하는 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촬영 현장에 들어가면 비교적 긴장감을 덜 수 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긴 했지만 얼마 전에 얘기하기로는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더라. 그 과정들이 아이들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진행: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떻게 담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제작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주: 민중의 세계사를 기획할 때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팔레스타인에 관한 것이었다. 첫 작품이 아니더라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분쟁 지역으로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팔레스타인이고, 건국된 지 70년이 된 이스라엘의 역사만큼 지배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결코 우리와 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나면 앞으로 다른 이야기를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큰 난제를 해결한 기분이다. 분쟁 지역에 들어가기가 사실 쉽지는 않은데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니 단순 관광객으로 보여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한편 작품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영어를 잘 못해서 어떤 물음이든 잘 모른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게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김: 상당히 많은 가족들을 만났다. 분쟁 지역이다 보니 외국인을 비롯한 외부인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다. 1차 촬영을 3개월 한 다음 1년 뒤에 2차 촬영을 갔다. 그때 그들은 ‘돌아온다는 말은 했지만 이렇게 진짜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아주 활짝 열어주었던 것 같다. 첫 촬영 때에는 아주 딱딱한 얘기들만 나눴었다면, 두 번째 촬영에서는 굳이 많은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들까지 소상히 이야기해주었다. 헤어질 때에는 가지 말고 더 머물라고 몇 번씩이고 권유를 하며 서운해 해서 너무 고마웠다. 마치 가족들을 남겨두고 온 기분이다. 요즘도 가끔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아는 단어가 많지 않아서 짧게 건강 안부를 묻는 식이다.(웃음)





진행: 다르덴 형제가 원래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극영화로 진출하지 않았나. 이번 영화를 보면서 어떤 이동, 길 위에서 걸어가는 이미지들로부터 다르덴 형제의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의 작품들 중 매우 새로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의도로 이런 작업물이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주: 처음에는 팔레스타인의 여성들의 관점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었다. 흔히 아랍의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느낀 점은, 그들이 외양적으로는 억압된 듯 보이지만 매우 낙천적이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고 가정에서도 각자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접근 방식으로 문제의 깊숙한 곳까지 접근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인물의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삽입하는 방식을 취해 내용을 끌어갈 수 있도록 했다. 길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저희가 원래 걷는 걸 좋아한다. 시내에서는 조금 걸을 수가 있었는데 그 조금을 벗어나면 걸을 수가 없는 곳들이었다. 위험하다보니 차로 이동하는 일이 많았고 또 그 상황에서는 카메라를 꺼내기가 힘든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들고 걸어가면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김: 팔레스타인 곳곳에 난민촌이 있다. 예전에는 천막으로 되어있었는데 그대로 주거공간이 들어서게 되면서 그 사이 사이를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래서 그런 골목들을 걸어 다니면서 카메라에 담기만 해도 지금 팔레스타인이 처한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덧붙여 팔레스타인의 특수한 문화가 있다. 큰 자식이 결혼을 하면 그 집의 바로 위에 가정을 꾸리고, 다음 자식이 또 가정을 이루면 다시 그 위에 집을 세우는 식의 문화가 있다. 그런 문화적 상황과 사회적 현실을 카메라에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쓰는 카메라가 캠코더가 아니라 DSLR이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영상을 잘 찍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2차 촬영에서는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더 많이 담고자 노력했다.



진행: 워낙 팔레스타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많다. 그리고 해외에서 잘 팔리는 다큐멘터리는 어떤 극적인 서사나 장면을 담고 있는 것이라야 한다. 관객들의 말초신경이나 특정한 정서를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그들의 일상을 아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유혹도 많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담담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작업을 한 배경이 궁금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김: 일상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말씀하신대로 팔레스타인 관련 다큐멘터리들은 자극적이고 폭력을 전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방송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을 받아 멘토링 과정을 거쳤는데 외국에서 온 멘토가 이 작품을 하지 말라 했다. 일 년에 유럽에서 100편 가량의 팔레스타인 관련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데 이 작품에는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없다는 이유였다. 많이 좌절했다. 내가 추구하려는 담담한 형식이 별로 먹히지 않는구나 싶어서. 그러나 개인적으로 팔레스타인이 마치 이웃처럼 느껴지게끔 전달하고 싶었고 기조는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정말 그런 작품이 나왔다. 다음 작품에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진행: 말씀하신대로 이 작품의 담담함이 정말 이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고유한 시선이 인상 깊은 영화다. 




 

관객: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해외왕래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과정이나 절차가 궁금하다.


 

주: 우리가 간 곳은 서안지구다. 가자지구는 아예 봉쇄되어서 접근이 불가능하다. 서안지구도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고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분리장벽이 세워진 상태고 서서히 이스라엘 관할로 편입해가고 있는 상황이라 출입이 매우 어려웠다. 이스라엘에서 수감 이력이 있으면 예루살렘 방문도 금지가 되어있다. 한편 그런 와중에도 부유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아이러니 했다.


 

관객: 현장에 가기 전 팔레스타인에 품고 있던 생각과 다녀온 후 바뀐 생각이 있을까.


 

주: 팔레스타인에 가기 전 조사를 하면서 자료를 보니 대부분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분명 이 사람들도 일상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것들은 조명되지 못할까. 가서 보니 처음엔 정말 여기가 팔레스타인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느껴지는 답답함이 있더라.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팔레스타인이라고 해서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선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을 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가족과 같은 유대를 맺고 감정을 공유했던 기억이 깊게 남는다.


 

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은 불가능한 것일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집단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그럴 것이다. 우리의 일상 중 많은 부분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결이 되어있다. 가령 스타벅스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쉽게 이용하는 스타벅스 커피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무거운 문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라가 아닌 나라, 팔레스타인. 이들의 현재는 우리의 과거와 닿아있다고 감독 김태일은 말한다. 거리를 조금만 걸어 다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겐 몸서리 쳐질 정도의 아픔이 된다면, 우리는 이렇게도 쉽게 소비하고 혹은 외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선은 똑같은 듯하다는 주로미 감독의 말처럼 분명 우리는 그들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잔해에서 몸부림치고 있다면 더 더욱 그렇지 않을까. 나가 아닌 나에게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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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 내가 '나'이기 위한 조금은 어지러운 나열






 <불온한 당신> 리뷰: 불안한 당신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1.

우선 영화의 전개를 살펴보자. 영화는 ‘바지씨’ 이묵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묵은 카메라 앞에서 20세기 한국의 성소수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그를 ‘선배님’이라 호칭하는 감독 이영은 지극히 담담하게 그 모습을 담는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이웃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박한 반찬에 끼니를 때우는 지극히 담담한 그 모습. “남자여, 여자여?” 동네 어르신들의 호기심 어린 물음에 이영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걸 왜 물어봐” 이묵은 대신 대답한다.




 

2.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족속들처럼 여겨지는 성소수자들. 그들의 출현은 과연 시절이 수상해 그런 것일까. 이묵은 20세기의 서울 곳곳에 모여 살았던 성소수자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성소수자는 요즘에서야 생겨난 족속들이 아니다. 언제나 존재했다. 그들은 나름의 공동체를 형성해왔으며 주기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소박한 반찬에 끼니를 때우는 등 지극히 ‘주류’적인 모습으로 존재해왔다. 그들의 후배를 자처하는 감독 이영은 카메라를 매개로 강제된 단절과 공백을 간결한 필치로 메우고 있다.

 

3.

20세기 국가는 성소수자의 친목을 용납하지 않았다. 여자 깡패들이 모여 데모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국가는 불안했다. 데모가 불안했고, 데모로 이룩될 민주주의가 불안했고, 민주주의 이후 모두의 존재가 함부로 부정될 수 없는 그 세상을 불안해했다. 해소되지 않는 불안은 명확한 적을 필요로 하고, 그들을 제거함으로써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환상을 필요로 한다. 모두의 존재가 함부로 부정될 수 없는 세상을 겨냥한 불안은 빨갱이라는 적을 설정했고, 빨갱이를 제거하면 모든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 믿도록 했다.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길 바랐던 성소수자들은 자연스레 빨갱이가 되었고, 해소되어야만 했다.

 




4.

카메라는 21세기의 한국으로 시선을 돌린다. 박근혜 정권을 비호하는 시위가 한창이다. 성소수자들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졌고, 나라를 시끄럽게 하려는 목적은 적화통일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므로 따라서 성소수자들은 빨갱이라는 정식이 여전히 유효하다. 제거의 대상인 성소수자들은 한편 가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섹스에 중독된 정신병자들은 충분히 가엽고 다시 ‘주류’로 수복해야할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성소수자’라는 정식은 나름 일관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또한, 한국의 20세기와 21세기는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대를 이어 통치하고 있는 왕을 보니 더욱 그럼직하다.

 

5.

카메라의 시선이 향하는 혐오 시위의 현장에는 이전 장면에서도 보았던 얼굴들이 반복 등장한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조사 반대, 세월호 특조위 연장 반대, 퀴어문화축제 반대 등 다소 거리감이 있는 개별 주제들을 총 망라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주장에서 공통되는 키워드는 ‘반대’이다.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을 덧붙이자면 그 모든 반대의 기저에는 청와대의 보조금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금으로 반대를 샀다는 걸까. 참 일관적이다.

 




1-1.

불안은 일관적이다. 불안은 일관적으로 불온을 만든다. 불온한 당신이 있다면, 불안한 당신이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불온한가 아니면 불안한가. “불온혀, 불안혀?” 이 호기심 어린 물음에 누군가는 어쩔 줄 몰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런 걸 왜 물어봐, 누군가의 누군가는 대신 대답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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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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