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외피를 두른 곪은 상처에 대한 지독한 탐구  <소통과 거짓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9일(일) 오후 14시 상영 후

참석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폭력을 소재로 삼는 영화는 많지만, 그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의 턱 밑에 들이밀고 흔들어 대는 작가는 많지 않다. 두 남녀의 사도마조히즘을 통해 숨겨진 트라우마와 소통의 부재를 말하는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바로 그 이유에서 매우 희귀하고 또 논쟁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제공해 줄 인디토크 자리에 이화정 씨네21 기자,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가 함께 했다.

 




이화정 기자 (이하 진행) : 기구했던 개봉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 한 감독의 작품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열리는 일은 드물다. 개봉 소감이 어떤 지 듣고 싶다.


이승원 감독 (이하 이) : 영화제에 2년 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개봉하려면 지원금이 필요했는데, 지원 프로그램에 세 번을 떨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난감했는데, 그 다음 해에 <해피뻐스데이>를 제작한 뒤에 이 영화가 지원작에 선정이 되어서 개봉에 성공했다. 아무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배우분들도 마찬가지로 두 편의 영화에 모두 출연하셨다. 개봉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장선 배우 (이하 장) : 저도 지원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극장에서 <소통과 거짓말>을 볼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를 한 가지 모습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텐데, 두 영화를 한 번에 개봉하게 되어서 그런 선입견을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꼭 두 편을 같이 보시길 바란다. 장선이라는 배우와 이승원이라는 감독의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뇌리에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심리적인 것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 '통증'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가오고 또 전이되는 가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 떠올랐다. 남녀가 감정 없이 바로 섹스에 돌입하고, 그 섹스의 최극단에 갔을 때 둘이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의 접근을 취한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성적인 측면에서 서로에게 접근한 뒤 과연 소통에 성공했는 지에 대한 물음이 들었는데, 어떤 부분을 가학과 피학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

: <감각의 제국>은 섹스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인데, 성적인 것만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그 자체로 강한 이미지가 되어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를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저에게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과연 이미지나 깊이에서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소통과 거짓말>은 그 결과물이다. 자해가 일종의 만족이자 트라우마에 대한 해소가 될 수 있는데, 성을 다룬 예술영화들에서 보통 그런 식의 표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제 영화에서는 자해라는 행위가 쾌락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주인공 여자가 아이를 잃고 나서 정상적인 생활을 했을 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세계로 걸어들어간다. 그 세계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성적인 관계가 보통 가학과 피학의 관계로 이어지는 과정인데, 그게 소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독특했다. 배우분들이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인물에 접근하고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소한 것 때문에 아이를 잃게 되었고 아이가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을 때 그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면 신체적 고통이 그 아픔을 달래줄 때가 있고,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누군가가 나를 혼내주면 안도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 경험들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김 선생과의 관계는 사랑이라기 보다 아이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작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김권후 배우(이하 김) :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이게 무슨 시나리오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웃음장선 배우와 마찬가지로 극 중 배역과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나였으면 어땠을 지를 끊임없이 상정하면서 연기에 임했다.


진행 : 독한 말씀을 하셨다. '이 영화가 말이 되는 영화인가'.(웃음영화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숙고의 시간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영화를 완성하시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제가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어진다.

 

: 저런 생각을 하는 지 오늘 처음 알았다.(웃음)


 





진행 : 영화 속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제가 이 사람들을 실제로 만났다면 아마도 극 중의 학원 원장이나 슈퍼마켓 주인처럼 말하고 행동했을 것 같다. 학원 원장과 슈퍼마켓 주인으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납득이 가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런 인물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는지.

 

: 저희 집 바로 앞의 폐가 같은 곳에 매일 욕을 하는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그 분이 팬티도 안 입고 공사하는 아저씨들과 싸움이 붙었더라. 경찰들이 와서 수습을 하는 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말을 잘 못하셨다. 장애가 있으셨던 것이다. 그걸 보는 제 마음 속에 이런 감정이 들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을 다루는 영화를 찍는다면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제 딸이 그 앞 골목에 혼자 지나가다가 그와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종의 아이러니인 것 같다. 우리가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이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인가. 사람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단정 지을 수 있는가. 그런데 또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해도 그 사람 때문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걸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질문과 물음을 꾸준히 던져 보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감독님이 그리려는 인물들이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100% 이상 표현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김영진 평론가는유별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고 까지 표현했다. 저는괴물 같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어떻게 이 정도의 디테일로 이런 감정을 끌어내는 지가 신기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구하셨는 지가 궁금하다.

 

: 제가 영화를 찍을 때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연기를 그만두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 와중에 연기하고 싶은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의 간절함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죄책감이라는 키워드도 있지만, 감독님이두려움이라는 디렉션을 주셨다. 슬픔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욕을 먹고 싶다는 감정과이해받고 싶다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감정을 함께 안고 가려고 했다.

 

진행 : 첫 롱테이크가 8 45초 가량 진행된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오프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오프닝만큼 영화의 엔딩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상실을 품은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되었는 지가 궁금하다.

 

: 감독님과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각각 감독과 배우의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해 감독님에게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의 방향이 잡혔다.

 

: 김권후 배우와 처음 만난 건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영화 학교를 다니다가 중간에 때려치우고 아동극 연출을 했다.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김권후 배우를 만났다. 아무 것도 없었던 시절부터 서로 믿고 의지해 온 사이기 때문에 편하게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소통과 거짓말> 작업할 때는 ‘기회만 된다면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같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은데, 너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자극을 주기도 했다.(웃음그렇게 대화와 동기 부여를 통해 배우들에게 믿음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배우들 또한 서로에게 신뢰를 주기도 했고.


 

진행 : <소통과 거짓말> 같은 경우 영화의 화면비가 정사각형에 가깝다. 빠져나올 곳이 없어 보이는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화면이다. 그리고 영화가 전부 흑백으로 촬영되기도 했는데, 이런 형식을 택한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지.

 

: 제가 영화에 대해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다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 영화는 흑백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공적인 음악이나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 좁은 화면이 주는 위악의 힘이 생각보다 굉장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고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서 관객이 더 자극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두 인물에게 최대한 집중하면서 보여지는 것 밖의 것들에 대해 관객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그 생각이 인물들의 얼굴과 대응하면서 무언가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진행 : 제 기준에서는 인물들의 심리가 잘 전달되는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가 채택한 형식이 그 기준에 적합하다고 보기에 지지를 보낸다

 





관객 : 슈퍼마켓 주인과 학원 원장의 1 2역은 어떤 의도인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 연극에서는 1 2역이 익숙하다. 같은 배우가 여러 가지 역할을 했을 때 얻어낼 수 있는 미묘한 효과가 있고, 그것 자체가 엄격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하는 배우가 있으면 모든 역할을 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딸아이가 죽은 모습을 굳이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장선 배우에게 쓰레기 봉투를 들춰 봤을 때 아이가 어떤 형상으로 존재할 지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다

 

: 아이가 토막이 나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연기를 했다. 내 아이의 시체임에도 불구하고 빨리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관객 :
영화 후반부에서 감독님이 직접 등장하시는데, 혹시 연기에 욕심이 있으신지.(웃음)

 

: 따로 욕심이 있는 건 아니고 영화를 제작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게 됐다. 출연자를 따로 구하지 못해서 PD와 제가 직접 연기했다. 웬만하면 출연은 자제하고 연출에 전념하려고 한다.(웃음)

 


관객: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감독님의 설명을 조금 더 듣고 싶다.

: 김 선생은 소통이라는 문제, 즉 대화를 나누는 측면에서 많은 것이 무너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네 말만 하느냐, 혹은 왜 말을 듣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데,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 사람이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지에만 집중하지, 왜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하게 되는지나 지금 이야기에 왜 집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람들이 생각을 잘 안 한다. 슈퍼마켓 주인이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순간에도 김 선생은 본인의 모습을 철저히 감춘다.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관객 : 주인공의 직업이 굳이 학원 강사인 이유가 궁금하다.

 

: 김 선생의 모티브가 된 외국인을 건대 입구에서 봤다. 힘없고 초라해 보이는 술취한 백인이었는데, 지나가는 여자를 아무나 붙잡고 섹스를 한 번 하자고 하더라. 여자 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서있고, 저는 하지 말라고 말렸던 경험이 영화에 반영되었다처음에는 외국인을 캐스팅할까 하다가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한국인 학원 선생으로 각본을 수정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웃음)


 

 




사회의 통념과 도덕적 잣대에 맞선 대담한 예술적 도전은 종종 우리가 사회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준다. 그 과정에서 묘사되고 표현되는 것들이상식이라는 무채색 단어가 집어낼 수 없는 실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두 배우와 이승원 감독의 영화적 세계가 어디까지 그 외연을 넓힐 지가 새삼 기대된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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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풍요로운 언어로 아름답게 말하는 <시인의 사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5일(수) 오후 19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양희 감독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시인의 사랑>은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형성에 벗어난 궤도를 그린다회색 빛의 겨울을 배경으로 일상을 얘기하고 있음에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인의 언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마지막 상영 후 김양희 감독이 함께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행): 가을이 시작할 때쯤 영화를 개봉했는데 이제 겨울이 와버렸어요. 두 계절을 지내며 <시인의 사랑>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맞이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양희 감독(이하 김): 작년 12 20일에 촬영을 시작했어요. 겨울에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추워진 날씨가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제주도에서 종영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마음이 이상했어요. <시인의 사랑>이 과거의 영화가 된다는 생각에 복잡 미묘한 심경입니다.

 

진행: 감독님의 첫번째 장편 영화라 제작부터 개봉까지 모든 과정들이 처음이었을 것 같아요. GV도 처음이었을 거고요. 아쉽게도 바쁜 스케줄로 인해 이 자리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배우 세 분에 대한 고마움도 얘기해 주세요.

 

: 꼭 <시인의 사랑>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배우 분들이 바빠지셨어요. 감독의 입장에서 기쁩니다. 정가람 배우 같은 경우 가능성이 터져나가는 시기인 것 같아서 뿌듯해요. 저도 지켜보면서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저는 영화를 다섯 번 정도 봤어요. 오늘 GV하기 전에 좋아하는 장면을 한 번 더 챙겨봤는데, 감정에 따라 좋아하는 장면도 매번 달라지더라고요. 처음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글 자체가 아름다워서 문장들을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생활적인 대사인데 왜 이렇게 아름답지형용사가 많지 않은 문장도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세 번째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안 좋았던 것들이 좋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불만사항 중의 하나가 시인과 소년이 왜 이렇게 갑자기 가까워지지?’였어요. 하지만 영화를 여러 번 보니까 그 지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가까워졌겠구나, 의지할 수 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쓸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영화로 만들어 질 거란 생각을 못했고 단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 지망생에 불과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10년동안 시나리오를 못 썼어요. 잘 안써지더라고요. 근데 특이하게 <시인의 사랑>은 발상하고 나서 초고가 20일 만에 나왔어요. 하지만 끝내고 나니 좋은 작품을 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초고 상태도 안 좋았어요. 제가 만약 어린 나이에 시나리오를 쓰고 주목을 받았으면 좀 우쭐했을 것 같은데, 나이도 좀 있고 영화 준비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들뜨지 않았어요. 대신 , 내가 어쨌든 간에 시나리오를 쓰려 노력했고, 누구보다 잘 쓰고 싶었던 사람 중 하나인데, 나의 열망이 드러나 사람들의 가시권에 들어가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탈고라고 하죠,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요?

 

: 사실 소년과 시인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사랑의 정체가 단순히 순수한 감정인지, 이런 부분을 규정해야한다는 요구를 받기도 했어요. 실제로 둘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규정짓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이야기로 결정지었어요. 모호하지만 좋은 부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부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좋은지, 혹은 명확하지 않아 불리한지는 아직 저 스스로도 복기가 안되고 있어요. 그 지점이 시나리오를 둘러싼 쟁점이었습니다.

 






관객: 영화 전반적으로 회색 빛과 차가운 분위기에요. 제주도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혹은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 원래 제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계절은 가을이었어요. 쓸쓸하면서도 총천연색이 살아있는 풍경을 원했어요. 하지만 영화 제작 조건 상 겨울로 옮기는 것으로 결정지었습니다. 촬영감독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겨울의 회색톤이 일상의 쓸쓸함을 표현하는 데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배경이 드러내는 분위기도 영화에 담아내야 하는 조건 중 하나였습니다.

 

진행: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현장에서 고생하셨던 적이 있나요?

 

: 타이트한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날씨 때문에 마음 졸였던 적이 있어요. 제주도는 하루아침에 날씨가 바뀌거든요. 오전 오후 날씨가 또 다르고 바람도 정말 세게 불고요. 좋은 날씨가 주어져야지만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많았어요.

 

관객제주도를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러 작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졌어요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징 때문에 폐쇄성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특유의 고립감을 견디기 힘들어해요나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고요아름다운 자연과 가족 중심적인 사람들처럼 분명 따뜻한 면도 있지만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이면이 있어요제가 제주도에 살면서 보고 느꼈던 부분들이 자연스레 영화에 녹아 들어간 것 같아요.

 

진행세 주인공의 주변에 인물이 없어요나머지 주변 사람들도 그 세 명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해요특히 아내는 가게를 하면서도 친구가 없거든요. 소년도 친구가 없고 시인도 외로운 사람이에요그러다 보니 이 세 사람이 필연적으로 부딪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찍은 공간도 섬이고 인물들 또한 섬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보였어요시인은 고뇌하면서 시를 써 내려가는 인물인데 시로써 대항하는 라이벌도 없거든요. 굉장히 재밌는 구도예요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형성에서 많이 빗겨 나간 전개입니다이 또한 <시인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관객: 감독님께서 규정되지 않은 감정을 자주 언급하셨는데, 연기 디렉팅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배우들이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지 알고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제가 이끌어 나가기 보다는 영화 속 상황에 처했을 때 실제로 어떻게 했을까 토론을 많이 나눴어요. 감정선이 중요했기 때문에 리딩 혹은 기술적인 면에서 따로 디렉팅을 하진 않았습니다. 양익준 배우님은 도전하는 마음으로 영화에 참여해 주셨어요. 배우는 어떻게든 감정을 자기의 몸에 붙여야 하는 거잖아요. 나중에는 자꾸만 신경 쓰이고 생각나는, 그런 감정이 아니겠어요?’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홍보/배급을 맡은 진명현 대표님이 포스터에 자꾸 생각이 나라는 문구를 넣으셨을 때 짜릿한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통한 것 같아서요. 근데 영화 속 세 사람 모두 전사(前史)라고 하죠, 각자의 사이드 스토리가 있어요. 정가람 배우는 전사부터 시작해서 소년의 성장배경이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찾으려고 했어요. 또 촬영장에서는 양익준 배우를 의도적으로 자꾸 쳐다보기도 하고요. 연기를 따로 배운 적 없는 어린 배우가 본능적으로 연기 할 때 굉장히 놀라웠어요. 마지막 촬영을 시인의 집에서 했는데, 정가람 배우가 시인과 그의 가족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시인이 갑자기 싫어졌다며 이젠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때 , 이 배우가 꽤 진지하게 소년을 받아들이려 노력했구나생각했어요.

 

진행: 영화를 보면서 두 남자 배우의 캐스팅이 절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익준 배우는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요. 특히 관객을 화면을 통해 정면으로 잘 안 보는 배우예요. 조금 위에서 바라보거나 시선을 약간 피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눈에 물기가 어려있고 쓸쓸해 보이는, 때때로 아이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정가람 배우는 굉장히 도발적인 이미지에요. 큰 스크린으로 정가람 배우를 보면 양 쪽 눈으로 마치 다른 생각을 한꺼번에 던지는 듯한 느낌을 줘요. 아무 말도 안하고 눈빛만 던져도 나이와는 무관한 무게감이 느껴졌어요. 오히려 초식동물이 양익준 배우에 가깝고, 정가람 배우는 야생의 짐승적인 느낌이 강해서 두 배우의 합이 되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의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관객: 아내가 남편이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정을 위해 나가지만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 아팠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 장면을 넣은 의도가 궁금합니다.

 

: 캐릭터를 만들 때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모두 보여져야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내가 가장 강하고 인간적으로도 가장 성숙한 인물이지만, 그 싹싹함과 바지런한 모습 이면에 무례함을 지녔다고 느꼈어요. 인물들의 모순적이고 입체적인 성격들이 이해 가능한 범위에 들어선다면 좋은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그 장면 같은 경우는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겠다’는 것보다는 이 집이 싫고, 더 이상 아내와의 관계도 유지하기 싫고 모든 게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는 감정의 발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내가 이룬 것들을 무너뜨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니 더 큰 가족이란 의미를 생각해달라말하는 거죠. 제가 봤을 때는 부탁을 하는 장면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비단 이 캐릭터에게만 해당되는 특성은 아니지만, 이 장면을 통해 아내의 이중적인 모습, 좋은지 나쁜지 결론 내릴 수 없는 인물 특성을 한 순간에 보여주고 이해를 구하고 싶었어요.


 

관객: 고민했던 다른 결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다른 결말은 없었지만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 할 때 시인으로 시작해서 소년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소년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듯한 장면으로 방점이 찍히는 결말을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지금의 결말이 지어졌던 것 같아요.

 

관객: 각본과 연출 모두 작업하셨는데, 연출 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혹은 현장에서 조율하며 바뀐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영화를 만들자 결정하기 전까지는 각본은 나만의 것인데, 연출을 할 때는 여러가지 지켜야 할 약속이 늘어나고 고려할 사항도 많아져요. 제가 창작한 인물과 배우들이 각자 해석한 인물이 따로 존재했지만, 결국은 그 사이 지점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영화는 제가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닌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때문에 감독과 캐릭터가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상상한 캐릭터 사이에서 선택과 고민의 과정을 거쳐 캐릭터를 완성시켰습니다.



 




관객: 문학이 주 소재가 되는, 요즘 보기 드문 영화라 너무 좋았습니다. 시인은 생활력도 없고 자기 감정에만 빠진 자기중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쓰는 시 또한 가치 없게 그려져요.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시인의 주변 인물들이 자신도 모르게 시의 영향을 받아 감정을 표출하기도 해요. 계속해서 시적인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교류 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진행: 감독님께서 제일 애정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 소년을 제일 좋아합니다. 정가람 배우를 볼 때 짧은 순간이나마 제가 시인이 된 것 같은 감정을 느꼈어요. 아내는 저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 시인은 제 마인드와 직업적인 면에서 비슷해요. 하지만 소년은 제가 지나온 과거이니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됐을 때 써야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실제로 정가람 배우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연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해요. 하지만 마음 속에 뭔가 있어 혼자 밀양에서 올라온 거거든요. 소년의 마지막 모습처럼요. 저 또한 영화를 하고 싶어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 말할 수 없는 열망을 많이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소년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관객: 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시를 통해 느낀 감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며 감상을 나누려니 찌질한 사람이 되어버리더라고요. 많이 의기소침 했지만, 오늘 이 영화를 통해 제가 시를 좋아할 이유를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계속 감독님의 좋은 작품 보고싶습니다.

 

진행: 지금 관객 분들의 질문과 감상이 감독님께 큰 응원이 되어서 다음 작품 하실 때 동력으로 작용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상영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 감사합니다. 오늘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세 배우 분들에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영화 속 특이한 등장인물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보편성을 얻는 순간 굉장히 의미 있는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영화를 좋아하고요. 원래 혼자서 영화를 만들 때는 관객의 존재가 불투명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올해 <시인의 사랑>을 통해 따뜻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관객의 존재를 알았으니 다음 이야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찍겠습니다. 관객 분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네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고 말씀 주신 것처럼 정말 많은 동력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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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10년 전의 은하해방전선을 떠올리며,  마음이 모인 <은하해방전선>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2일(일)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윤성호 감독, 박혁권 배우

진행 서영주 배우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영화 <은하해방전선>이 개봉한지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19살 때 친구들을 통해 처음 접했던 <은하해방전선>을 기억하며 극장을 찾았다. 과거를 회상하며 극장에 찾아온 사람들, 혹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은하역을 맡은 서영주 배우의 진행으로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서영주  : 안녕하세요. <은하해방전선> 인디토크를 진행하게 된 서영주입니다. 영화에서 은하역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윤성호 : 저희끼리는 여기서 그러면 안돼요. 아무래도 진행을 괜히 부탁드린 것 같아요. (웃음)

 

서영주 : 이렇게 웃으면서 시작을 해서 좋은 것 같아요. 인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인디토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성호 :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한 달에 6편정도 보거든요. 근데 올해 이렇게 긴장하면서 영화를 본 게 처음이에요. 오늘 이렇게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혁권 : 항상 소통을 중시하고, 연기해서 먹고 사는 박혁권입니다. (웃음)



관객 오랜만에 <은하해방전선>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극장에 찾았습니다제가 말은 많은데 실속이 없거든요저랑 비슷하게 느껴져서인지 이 영화가 정말 좋습니다. (웃음감독님이 영화 속에서 중시하는 소통에 대해 차기작을 찍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성호 일단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영화를 만든 적이 없어요. <은하해방전선>을 만들었던 때 제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세계관이나 제 나름대로 추구하는 가치가 현재는 많이 달라졌어요제일 큰 변화로저를 닮은 것으로 사료되는 영재라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사라졌어요저 당시에 스스로는 영재라는 캐릭터에게 박하다고 생각했는데지금 다시 보니까 너무 후한 설정을 했다고 느껴집니다. (웃음) 최근에는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데이 웹드라마 시리즈들에서 제가 현재 추구하는 가치와 그에 관한 것들을 다루고 있고이게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관객 저는 이번에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요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영화를 보다보면 소통이라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는데요진짜 소통하지도 않으면서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느낌을 받았어요마지막에 영재가 진정한 소통에 이르게 된 것인지소통 자체를 잃게 된 것인지 그게 궁금합니다.

 

윤성호 제가 <은하해방전선>을 제작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국내 영화제에서 소통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왔어요그리고 영화뿐만 아니라 정치행정문화예술 분야에서 대담을 했을 때 소통이라는 말을 비롯해 관념적인 용어들로 모든 것을 퉁치는 경향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저는 이렇게 관념적인 용어로 퉁치는 경향들에 대한 시니컬함이 있었는데그게 이 영화를 끌어갈 정도의 에너지라든지마지막을 선사할 테마까지는 아니었나봐요이런 부분은 과거에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출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서영주 생각해보니까 이 영화를 처음 접하신 분도 많을 것 같아요여기 계신 두 분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시 보니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박혁권 본의 아니게 회고전 느낌이네요. 오늘 영화 상영한다는 이야기 듣고 따져보니 10년이 지났더라고요이 영화를 오랜만에 보니까 생각보다 섹스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고, 정치적인 코드도 너무 많이 들어가 있고...(웃음) 찍을 당시에는 이런 코드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 안 했는데 굉장히 낯설더라고요그 때의 제 기억과 다른 영화여서 좀 신기했어요.

 

서영주 굉장히 재미있는 게 저는 박혁권 배우가 이번에 느꼈다고 말씀하신 감정을 오히려 예전에 느꼈었어요오늘 <은하해방전선>을 다시 봤을 때는 오히려 순수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첫사랑 영화가 아닌데도 첫사랑 영화 같은 느낌이 나면서 괜히 눈물이 나더라고요.



관객 : 오늘 <은하해방전선>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저도 서영주 배우님처럼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영재와 은하가 여관에 있을 때 불렀던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고 그 노래의 가사도 궁금합니다.

 

윤성호 : 이 질문에는 저보다 영주씨가 대답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 미리 정해둔 게 아니라, 영주씨가 그 날 이 노래를 불러서 그대로 연출하게 됐거든요.

 

서영주 : 사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제가 그 씬에서 부른 노래는 옛날 한국 정가이고 우리나라의 한이 담긴 내용의 가사에요. 제가 그런 노래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감독님께 제안했고 이런 씬이 나왔습니다.


박혁권 :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영화가 다 급조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웃음)

 

윤성호 : 영화를 다시 보면서 지금의 저와 그 때의 저는 참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저 때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배우가 연기를 하면 제가 맞는 건지 배우가 맞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고 배우의 액팅에 마음이 움직이면 보통 배우의 액팅을 따라갔거든요. 지금의 저는 제가 생각했던 전체적인 그림과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기성 감독이 된 건 아닌가 싶어요. (웃음)


 







관객 : 영화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만큼 스트레스라는 단어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감독님과 박혁권 배우님에게 10년 전과 지금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박혁권 : 저는 요즘 따라 부쩍 제가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최근에 작품 하나를 끝내고, 1년 정도 안식을 하려고 하는데요. 계속 무엇이 스트레스고 무엇을 원했기에 스트레스가 왔는지,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찾고 있는데 딱 답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하다보니까 이런 고민도 그냥 스트레스인 것 같고.

 

윤성호 : 참 아이러니한 게 사람이랑 영화가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은하해방전선>을 제작할 당시에 상업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심지어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를 할 생각도 없었어요. 제가 이전까지 만들었던 영화는 보통 다 파편화된 느낌의 영화였어요그리고 저는 이 영화에 제일하기 싫었던 게 멜로 코드였어요. 근데 김일권 피디님이 저한테 멜로 코드를 권하셨고, 저는 진짜 마지못해 넣었는데 이 코드가 지금의 제 진로를 바꿔버렸어요. 관객들도 이러한 멜로코드에 반응했고 제 방향성이 점점 그 쪽으로 갔어요. 이렇게 조금씩 변하면서 저보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를 먼저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다시 스트레스라는 본론으로 돌아가면, 그 때는 서툴긴 했지만 제가 하고 싶고 추구하는 것이 분명했는데, 지금의 저는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것이 먼저 신경 쓰이더라고요. 이러한 부분이 저의 스트레스인데,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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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겨울날의 재회에 관한 기록  마음이 모인 <혜화, 동>  인디토크


일시 2017년 11월 11일(토)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민용근 감독, 유다인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혜화,> 시간적 배경인 겨울이 찾아온 2017년의 오늘인디스페이스 10주년 기념 상영회의 일환으로 <혜화,> 다시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영화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촬영 뒷이야기들제작과 개봉을 둘러싼 작고 질박한 이야기들을 들을  있었다추운 겨울의 한기를 녹이는 작은 온기에 관한 기록이 여기에 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 안녕하세요진행을 맡게 된 진명현이라고 합니다.

 

유다인(이하 ) 안녕하세요영화가 개봉한지 오래됐는데 이렇게 GV 하게  줄은 몰랐네요감사드립니다.

 

민용근(이하 ) : 저도 오랜만에 GV 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네요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영화가 개봉한지 6 가까이 지났네요 작품은 어쩌면 한국 독립영화 GV 문화의 시초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민용근 감독님께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100 가까이 GV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두 분이 작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이 작품은 제가 처음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지금까지도   영화로 기억해주시는 관객관계자분들이 많으신  같아요.  

 

 : 지금 되돌아보니 당시 되게 행복했던  같아요 때도 이맘때 즈음에 조그만 사무실에서 스탭들과 만나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촬영을 했었어요지금 생각해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 혜화는 한국 여성 캐릭터 중에서도 중요한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어쩌면 유다인 배우님께도 혜화는 아직까지 각별할  같아요지금 혜화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 촬영하면서, 또 촬영이 종료된 후에도 혜화는 그저  살고 싶었던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살고 있으면 좋겠어요.

 

 : 감독님의 마음속에서 혜화는 언제 태어난 캐릭터인가요?

 

 : 시작은 정말 오래된 옛날인  같아요. 2000년대 초반에 TV 다큐멘터리 조연출을 하면서 버려진 개들을 찾아 돌보는 여자분 이야기를 찍은 적이 있어요유기견의 숫자가 굉장히 많았는데한겨울에도 탈장된 개를 구조하려고 며칠을 보내기도 하셨어요안타깝게도 개를 결국 놓치고 펑펑 우시던 모습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슬픔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다가 개에 관한 슬픔뿐 아니라  분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슬픔은  뭘까 생각을 했습니다혜화 캐릭터는  후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설정을 덧붙이면서 만든 캐릭터인  같아요.


 




 : 영화가 개봉했을 때도 <혜화,> 둘러싸고 많은 질문들이 있었는데 때에도 많이 들어왔던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필름 통에 모으던 손톱은 누구 것입니까?

 

 : 제 거예요장편 시나리오로는 제가 처음  작품이 <혜화,>인데처음 연출한 작품에는 항상 누구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같아요예전부터 손톱을 자르면서  신체 일부인데 뭔가 버리면 안될  같아서 모으고 있었어요시나리오를 쓰면서 혜화 캐릭터가 과거의 상처를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톱을 넣었어요.

 

 : 혹시 아직도 모으고 있다면  개나 모으셨는지요?

 

 : 3,4년에 보통  통이 나오던데지금은 여섯일곱 통 정도 모았어요.

 

 : 이 영화를 다섯 번을 봤는데  때마다 인상 깊은 장면이 꼭 있더라구요 분은 지금 떠올려보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무엇이신가요?

 

 : “ 나는 아니에요라고 혜화가 의사에게 말하는 장면이 기억이 나요. 연기  때마다 특정한 대사를 기억하고 캐릭터에 대한 스케치를 시작하는데 저는 혜화를 떠올리면서  대사를 많이 생각하기도 하고  나온 대사라고 생각해요.

 

 : 개가 나와서 혜화를 위로해주는 장면이 있어요실제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개에게 모종의 눈빛 연기를 기대했는데막상 촬영을 해보니 개에게 연출을 부탁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그냥 카메라 앞으로만 나오게 하는 것도 힘들고요마지막이다 생각을 하고 촬영을 하는데 개가 갑자기 오더니 혜화의 옷을 물더라구요 장면이 마치 하늘이 도운 기적 같아서 기억에 남아있어요

 

관객  겨울이 배경인가?

 

 : 의도한 바는 아니에요원래는 가을을 배경으로 하려했는데일정 문제로  두 달정도 촬영을 미루면서 추운 계절에 찍게 됐는데나중에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겨울의 이미지가 영화 안에서  부피를 차지한다고 느꼈어요영화가 끝나고  뒤에 인물들이 이제는 따뜻한 계절을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구요.

 

관객 : 영화의 제목을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실  있을까요?

 

 : 처음에는 원래 <혜화,> 쓰고 동 옆에 괄호를 치고 아이 동()이라는 한자를 넣었어요그런데 마침 계절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이게 겨울 동()이라고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냥 한자를 지우고 중의적으로 남겨놨어요.

 

 



관객 : 극중에서 의사 역할에 관한 감정이 모호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했어요.

 

 : 그런  같아요마음이 없을 수는 없잖아요그러면 그렇게 자기 아들과 내버려두지는 않았을테니까그런데 나이 차이도 있으니까 굳이 마음을 키우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미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던 차이기에 마음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 혜화의 연기가 극중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같아요연기를 하시면서 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기억나시나요?

 

 :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는데처음에는 잘하고 있는지 확신을 하지 못했어요. 혜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제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죄책감이 들기도 하더라구요그런데  죄책감이라는 감정이나 책임을 져야한다는 감정이 어쩌면 극중에서 혜화의 감정과 다르지만 비슷한 면이 있기에 도움이   같기도 해요.



 : 민용근 감독님은 배우를 굉장히  고르는 분이기도 해요함께 일하셨던 배우들이 모두 성공을 하면서 배우 잘 고르는 걸로 정평이 나있는데배우와의 협업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유다인 배우의 경우는 처음 이야기했을  혜화의 이미지에  맞는다고 생각했어요말과  사이의 틈이 굉장히 길면서도 어색하지 않았던 점이 편하고 좋았어요다른 경우에도 배우와 캐릭터의 느낌이  맞아서 편하다고 느껴지고, 그러면 배역에  녹아드는 경우가 많았던  같아요성격이나 눈빛 등 실제 배역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 배우를 찾으려 하는  같아요.

 

 : 연석 배우가 스타가 됐잖아요? <혜화,초반에 유연석 배우가 옷을 벗는 장면이 있는데 검색하다보니  장면이 노출씬이라고 돌아다니더라구요.(웃음한수라는 역할이 영화 안에서도 중요한데, 이 역할을 맡은 유연석씨의 캐스팅에 관한 뒷이야기도 궁금합니다.

 

 : 속이  비어보인다고 할까불안해보이는 면모에 끌렸어요사실 처음 봤을때는 '엄친아' 같은 느낌이 강했고 성격도 쾌활하다고 생각했는데 리딩을 시작하면서 눈빛이 바뀌더라구요대본 리딩을   흔들리는 눈빛 같은 게 한수의 이미지와  맞는다고 생각을 했어요.

 

 : 감독님은 GV 엄청 많이하셨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관객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잖아요 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실  있을까요?

 

 : GV 하면 매진이 되기도 하는데GV 하지 않을 때와 좌석점유율 편차가 크더라구요그래서 가급적이면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많이 했죠독립영화들이 흥행을 하기가 어렵잖아요. 다같이 고생을 하면서 만들었는데 오래 상영을 하면서 연명해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해서 관객들을 찾아가는 GV 하자 아이디어를 구상했어요. 10분 이상 보실 경우 트위터 같은 곳에서 신청을 받제가 계신 곳 찾아가서 GV 하는 형식인거죠카페도 가고 감자탕집도 가고이상한 곳도 많이 갔던  같아요그건 극장에서 관객분들을 뵙는 거랑은  달랐어요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하고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관객분들도 있어요 유다인 배우가 영상통화를 하며 스크린만 띄워놓고 GV 하기도 하고다양한 방식을 모색했던  같아요.





 : <혜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상영을 하기도 했어요길게 상영을 하면서 천천히 1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그렇게 오래 만났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기억해주시는 관객들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그럼 앞으로 감독님과 배우님의 차기작 계획을 들어보면서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장르영화를 찍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장편을 찍은 지 오래돼서 빨리 찍어야 할  같아요저희 상영 거의 끝나갈 무렵 인디스페이스와의 기억이 각별하게 남아있는데 10주년 기념으로 이렇게 상영을 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앞으로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도 차기작 촬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오늘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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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와 그레인으로 빚은 마취적 환상곡  마음이 모인 <고갈>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곡 감독, 장리우 배우 

진행 맹수진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시나리오와 제작방식의 유사성 때문이라도 <고갈>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은 필립 그랑드리외의 표현주의 영화 <음지>(1998)이다. 영화를 둘러싼 감상과 행간 또한 작품의 컨텍스트를 도덕적으로 승인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매혹적인 영화의 언어를 창안했다는 입장 사이를 진동한 바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상관관계가 있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음지> 공개되었을 당시 심사위원들은 영화에 대한 입장차로 인해 극단적인 분열을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고갈>이라는 작품을 대면한 우리도 수수께끼같은 곤경에 처하게 공산이 크다. 실험적인 형식과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 아니라, 정작 <고갈>이라는 작품이 논란의 중심에서 아무 말이 없기 때문이기도 것이다. 실제로 <고갈>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토크의 모더레이터는 물론, 제작에 참여한 본인들 스스로조차 구체적인 진술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리는 공백과 감각덩어리를 대면한 당혹스러움, 그것을 무릅쓰고도 영화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말을 꺼내놓았던 순간들이 여기에 기록되어 있다.

 







맹수진(이하 ) : 사실 10주년 기념으로 영화를 상영한다고 들었을 ,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작품이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작품이기도 해서죠. 다시 봐도 여전한 같습니다

 

김곡(이하 ) : 우선 10주년 기념으로 영화를 상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고갈> 자리 적당한 작품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초대를 받았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고백을 하자면 저도 영화를 처음 스크리닝때만 기술책임자로서 감상을 이후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상영관 밖까지 비명소리가 들려오길래 도망갔습니다. 고갈은 보다보면 작품의 내용보다이걸 만든 놈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하게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별로 한 게 없고, 배우와 카메라, 그리고 군산 갯벌의 삼중주라고 해야 맞겠죠. 그리고 저도 사실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보신 관객들중에 영화에 대해 아실 같은 관객분들은 저에게 알려주십쇼.(웃음) 몇몇 평론가분들의 정신분석학적인 해석도 저는 그냥 사양할래요. 이야기가 별로 지식화되거나 상징화되는 부분이 없거든요.

 

: 아마 영화를 보신 다른 분들도 영화를 분명하게 맥락화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그걸 초과하는 부분이 있었을거라 생각하구요. 오히려 해석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보니 영화를 편하게 습니다.

 

: 말씀해주셨듯이 말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우리가 맞은 다음에 고통을 말로 하지는 않잖아요? 고통을 언어로 환원하여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맞았으니까 나를 때린 놈을 다시 때리는거죠. 관객 분들이 못 견디는 엑소더스 포인트가 있는데, 아름이가 접신을 하는 부분에서 많이들 나가시더라구요. 관객분들이 영화관에 입장하려고 서는건 보셨어도 나가는데 서는건 보셨죠? 아름이가 접신하는 장면에서 관객분들이 탈출의 명분을 찾았다는듯이 줄을 서서 나가시더라구요.(웃음)


 

: 영화에서 가장 힘든 역할이셨던 장리우 배우도 자리에 와계십니다. 제가 10년전에 영화 끝나고 리우씨를 봤을 안아주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어요. 당시에 촬영을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를 찍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장리우(이하 ) :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상황들 자체에 반했던 같아요. 시나리오에 써져있는 활자를 영상으로 옮기는데 충실하려 했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함께 출연하는 박지환 배우 감독님이랑 새벽에 나와 담배를 피면서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냐?”라고 말했던 기억도 나요.


 : 첨언하자면제가  영화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분명한 테마는 있죠그런데그게 빈틈으로 가득한거고 빈틈이 어쩌면 테마일수도 있는 거죠.







관객: 촬영장소가 너무 좋았는데 원래 알고계시던 장소였는지, 아니면 발견을 장소인지 궁금합니다. 장소를 정하고 나서 시나리오가 변경된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원래 시나리오는 스무 장짜리 메모의 형태였습니다. 마치 시처럼요. 촬영감독에게 보여주 군데를 알려주더라구요. 하나가 군산이었어요. 공단이 지어지기 직전의 허허벌판을 사전조사하기위해 방문했는데 인상이 엄청나더라구요. 그래서, 서둘러야겠다.” 하고 바삐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공간적 상황 때문에 즉흥적으로 행동이 변경된 지점이 있는 같아요. 시나리오는여자가 넘어진다, 남자가 따라온다, 서로 때린다.” 이런 식으로 행간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여백을 현장 속에서 아둥바둥하는 행위들로 채워나가야 했죠

 

: 모든 행동들이 즉흥도 아니고, 그렇다고 것도 아니고…… 어느 순간부터는 공간에 가다보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위가 나오게 되더라구요. 촬영 전 동안은 연습실을 빌려서 리허설을 하기도 했는데, “ 이건 연습을 해서 영화가 아닌 같다.” 해서 연습을 때려치우고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죠. 되돌아보면 신기한 지점이 많은데,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같아요.

 


관객 :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하셨는데, 화면이 확실히 파랗더라구요. 부분에 대한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8mm 필름이구요, 크기도 작은데다가 현상을 해주는 곳도 없으니 직접 열악하게 작업을 해야 했어요. 어쩌면 8mm 찍기 위해 <고갈> 찍었다고 까지 말할 있는 같아요. 저는 그레인 없는 이 영화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지금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지글지글한 그레인이 떠오릅니다. 감히 샘 페킨파의 슬로우모션에 비교하고 싶은데 농담인데 안 웃으시네요.(웃음)

 

: 실제라기보다는 탈색되고 유령적인 이미지들이야말로 감독님께서 당시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풍경이었던 같기도 해요.

 

: 8mm 필름에 배우들도 많이 지배를 받았던 같아요. 하나에 분밖에 안 담기기도 하고 촬영에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고요.

 

: 필름이 확실히 중압감을 주는 측면이 있는 같아요 장리우 배우님이 이야기해주셔서 떠올렸는데, 8mm 필름 중에서도 작으니까 되게 촬영을 하면서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단순한 영화 필름도 아니고 비디오도 아니고. 그러다보니까 배우들한테너희들 마음대로 해봐라라고 명령하는 듯한, 중압감이  생겨난  같아요.

 






: 마치 종군기자가 전쟁을 찍는 느낌이랄까요. 다른 이야기기는 한데, 영화를 예전에 봤을때는 모성애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보니 멜로처럼 보이더라구요? 지지리 지독한 남녀가 서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렇게 부대끼는구나, 하면서. 마지막에도 뭔가 슬펐던 같아요.

 

: 저도 예전에 때보다 훨씬 강렬했던 같아요. 혹시 관객분들중에 영화를 번이상 보신 계시나요?

 

관객: 저는 10년전에 감독님이 gv하실때 보고 지금 다시 보는데요, 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환경의 변화를 은유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다시보니 젠더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젠더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관객: 영화의 표현이 굉장히 격한데 혹시 참고자료로 삼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 이런 건 부끄러운데, 영화를 보면 생각나는 편의 영화들이 있기는 하죠. 그런데 그런 것이  의미가 있는가 싶어요. 그때 떠오른 영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하기도 어렵고저만 부끄럽나요. 굳이 말하자면 카사베츠의 영향이 있었던 같아요.

 

: 저는 개인적으로 찍으면서 존 카사베츠의 <영향 아래 있는 여자>(1974) 필립 그랑드리외의 <음지> 떠올랐어요

 

: 영화에서의 이미지와 사운드에 대해서 말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 8mm같은 강력한 이미지들은 마치 우리의 망막을 채널링하기도 하는 같아요. 뇌를 뒤에서 효자손으로 긁는 느낌이랄까요. 사운드와 그레인은 사실 구분되지 않는 같아요. 사운드는 마치 들리는 그레인같기도 해요. 둘이 사실 크게 다른 같지가 않아요. 사실 저는 영화를 보는 영화로 만들지 않았아요. 영화가 꿈속에서 나타나 저한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나는 보여지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굿과 같은 퍼포먼스를 우리는 단순히 그걸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도 개입을 하게 되죠. 그게 불모의 선언이든 파괴이든 소멸이든, 모든 걸 퍼포먼스의 단위로 환원하는, 그런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보는 분들에 따라 많은 감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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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재의 눈을 통해 보면  인디포럼 <재재월드>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10월 25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건욱 감독, 박홍준 인디포럼 의장 

진행 백재호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영화 속 여러 장치들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한다. 장면 하나에 담긴 의도,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여백에서 찾을 수 있는 감독의 힌트,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같은 것들. <재재월드>는 기존의 영화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벗어난다. 나아가 기존의 영화들이 이야기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백재호 감독(이하 백):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건욱 감독(이하 이): 영화를 한동안 안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작업들이 고생처럼 느껴져서요. 좋아하는 걸 하는데 왜 힘이 들까, 왜 노동이라고 느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한테 맞는 작업이 뭘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 내면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을 가서 막연히 무언가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찍었는데, 찍다 보니까 방향성이 생겼고 그렇게 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백: 이 영화는 2016인디포럼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인디포럼 제작지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박홍준 인디포럼 의장(이하 박): 인디포럼 제작지원은 서울영상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총액 600만원 규모로 작년에 처음 공모를 했고요, 1차 심사에서 서류 없이 동영상으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을 하도록 했습니다. 2차 심사의 경우 서류와 예산안을 봤고요. 1차 때 받은 <재재월드> 영상은 10분정도였습니다. 첫인상은 매우 강했습니다. 장편으로 만들어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감독님을 인터뷰하면서 이 영화에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장편으로 완성이 돼서 재재라는 세계에 관객들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 제작지원 전부터 촬영을 했습니다. 완성된 영화에 대한 그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제작지원을 받은 후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사실 부담 없이 영화를 즐겁게 찍고 있었는데,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마감 날짜 때문에 압박이 조금 있었습니다. 제작지원을 받은 건 기뻤고,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관객: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이 나오는 장면은 카메라를 등진, 혹은 카메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 춤추는 부분은 여성이 카메라로 다가오는 거의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여기서 편집된 몇 쇼트들을 보면 멀어지거나 등진 장면이 더 있습니다. 초반에 그런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부끄러워서 찍은 것도 있고 의도한 것도 있습니다. 



관객: 영화 중에 머리를 묶는 것에 대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머리를 묶는다는 행위 자체는 장면들 사이에서 드러난 우연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명확한 상황이나 특정한 캐릭터라는 틀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획일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게 <재재월드>의 주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이: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한 건 아니었고 특정한 느낌을 주길 원했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가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소한 것들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길 원했습니다.



백: 제작지원에 출품한 10분짜리 영상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이 작품은 시나리오 없이 진행했습니다. 연출 없이 우연으로 찍었을 때 더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고 어떤 장소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장소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제작지원 공모를 준비하면서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습니다.



박: 감독님이 서류로 한 장짜리 시나리오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때 의도가 뭐냐는 식의 공격을 계속 했습니다. 감독님은 주로 자기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국에 있을 때 자신의 영어 이름인 재재, ‘재재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의도, 하고자 하는 게 영화에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냐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 영화를 여섯 번 정도 봤는데, 제 경우엔 볼 때마다 새로웠습니다. 볼 때마다 의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공간에 집중해서 보고, 어떨 때는 인물에 집중해서 보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받아들인 것 그대로 이 영화를 이해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외로움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했습니다. 혼자 영화를 찍는 사람의 외로움, 혹은 여행지에서의 외로움이요. 한편으로는 남성의 욕망에 관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관객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에 대입해 해석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창작자의 자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진짜 지구에 있는 것 같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상시에도 자신이 속한 상황이나 공간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는지, 그래서 그런 대사를 쓴 건지 궁금합니다.



이: 어릴 때는 바다와 가까운 시골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제 경우엔 놀러가자는 표현 대신 ‘모험 가자’라는 표현을 많이 했습니다. 자연을 만났을 때 더 많은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도시 생활을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관객: 여성 배우들에 대한 클로즈업 장면이 있는데, 배우로 하여금 특정한 감정을 가지도록 디렉팅을 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 마주보고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상황을 설정하진 않았습니다.





백: 외국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대사를 할 때 어떻게 요청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외계 여인으로 나왔던 캐릭터의 경우 네팔에서 여행을 하고 있을 때 일행이 됐던 사람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산을 올라갔습니다. 중간 중간 뭐를 찍으니까 그분이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이 제가 하는 작업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제가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인터뷰를 할 건데 아무 얘기나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분은 이탈리아와 독일 이중국적인데 어느 말이 편하냐고 했더니 독일어라고 했습니다. 일행 중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했습니다. 흥미가 생겨서 한국에 오자마자 번역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관객: 자연을 찍으려면 화면 비율이 넓은 게 좋을 텐데, 왜 좁게 찍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1:1이나 4:3비율의 작품을 볼 때 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가려는 방향도 넓은 화면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넓은 화면에서는 더 많은 정보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관객: 전시회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을 할 때 어떤 느낌으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느낌이나 직관으로 작업했을 것 같습니다. 장면을 조금만 바꿔도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질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냥 감에 의존해서 편집할 때도 있었고 원칙을 정해두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장면 지속 시간 같은 경우는 감에 의존했습니다. 영화가 스토리 위주로 성장을 했고 카메라가 어떤 상황이나 메시지를 설명하기 위해 소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경우엔 여럿의 쇼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설명하는 데 흥미를 못 느꼈고 개별 쇼트가 그 자체로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혼자서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게 힘들었습니다.



박: 그래도 구성은 있습니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는 영화의 얼개를 갖춰두고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 오프닝과 엔딩은 상투적인 구조가 맞습니다. 다만 영화 안에서 쇼트들이 서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꾸준히 가져갈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쇼트들이 시간적으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깨 보고 싶었습니다. 꿈을 예로 들면, 꿈을 꿀 때 보통 그 안에서 논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깨진 유리조각처럼 존재하는 그 꿈을 다시 끼워 맞추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해내려고 하긴 하죠. 영화 역시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박: 여섯 번을 보니까 나름의 해석은 생겼던 것 같습니다. 파편화한 이미지들은 그래서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계절이 주는 이미지는 의도한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크게 보면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일종의 구성을 갖춘 부분인데요.



이: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게 겨울이었습니다. 어떤 배우와 편지를 주고받다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강렬했을 때를 떠올리면 직관적으로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여름을 좋아해서 영화가 여름까지 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박: 사막 같은 풍경에서 아이들이 노는 장면은 어떻게 찍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이: 그 장면은 누군가, 혹은 연출가가 의도해서 찍기보다 우연히 찍게 된 게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영화 안에 넣었습니다. 사실 그 장면은 제 그림자가 옆에 있던 나무들 같다는 생각에 찍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장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창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원래 의도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제시되는 이미지들을 보였을 때 관객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에 빗대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영화 안에서 등장하는 물고기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낚시를 좋아합니다. 지금도 생선을 즐겨 먹습니다. 인어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좋아했고 지금도 찾아보곤 합니다. 환상적인 것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장면은 여행 중에 실제로 꾼 꿈입니다. 일어나자마자 메모를 해 뒀습니다.



박: 메모하는 장면도 의도적으로 넣은 것인가요?



이: 영화 자체에 대한 고민을 영화 안에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관객: 인어를 만나서 재재에게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재가 일관된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 내 등장인물이 감정을 키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감정을 책임져야 되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절제하고 생략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녹음기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엔딩과 오프닝에서 연결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리모콘 역시 줍고 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실제로 물수제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를 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녹음기를 줍는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면 스토리가 생겨서 힘들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아서 그대로 갔습니다. 영화 안에서 재재가 너무 감정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음기를 통해 감정을 조금 넣었습니다.



백: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사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많이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두 번 봐 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상영 기회는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디포럼에서 상영 기회를 두 번이나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영화를 편집을 하는 중간에도 한국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신비한 모습보다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내 방식대로, 내가 즐거운 방식으로 찍으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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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본 두 개의 거울에서 자라난 파국  <폭력의 씨앗>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4일(토)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임태규 감독 | 배우 이가섭, 정재윤 

진행 이은선 영화칼럼니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군 복무 중인 ‘주용’은 유난히도 긴 하루를 보낸다. 그의 하루는 온통 크고 작은 형태의 폭력으로 짓눌려 있다. 또 다시 다가올 폭력 앞에 주용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쉼 없이 발걸음을 옮기지만 서늘한 폭력의 세계에서 그는 벗어날 수 없다. 유난히 추웠던 바깥의 날씨와 달리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작품을 연출한 임태규 감독과 이가섭, 정재윤 배우가 함께했다. 





이은선 영화칼럼니스트(이하 진행):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시나리오 구성 과정에 대해 감독님께 먼저 여쭤보고 싶다.



임태규 감독(이하 임): 군대 이야기를 앞부분에 구조적으로 설정 해놓고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쓸 것인지, 아니면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쓸 것인지 고민했다. 예전에 군 생활을 할 때 외박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참, 후임과 같이 나와서 밥을 먹었다. 흔히 있는 식사자리였다. 그날 고참이 ‘형’이라고 부르라는 것이 조금 재미있게 느껴졌다. 형이라고 부르기 싫은데.(웃음)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군대 안에서 구조적인 관계에 놓여있었는데 그걸 무너뜨리고 그냥 말을 놓을 순 없지 않나. 내일이 되면 다시 군대에 돌아갈 텐데. 군대라는 공간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것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고참을 편하게 부르기 싫을까, 그 마음은 도대체 뭘까, 그게 좀 이상했다. 그래서 외박을 나와 일어난 일을 설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진행: 작품은 주용의 뒷모습으로 시작해서 주용의 뒷모습으로 문을 닫는다. 카메라가 주용을 따라간다는 기본적인 규칙이 이 영화에 있었을 것 같다. 뒷모습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



임: 주인공을 따라가는 형식을 먼저 염두에 두고 그 인물이 사회 안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군대에 들어가는 순간 익명성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거기서 거기’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이 뒷모습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더 발전시키다 보니 인물이 누구인지를 애매모호하게 드러내며 작품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촬영방식을 통해 인물의 변화나 감정을 관객들이 보고 읽는 데까지의 시간을 조금 지연시키면 긴장감을 더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얼굴을 보여준다면 정보가 금방 읽혀버리니까 그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했다.



진행: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에 어떻게 적응해갔는지 궁금하다.



이가섭 배우(이하 이): 배우들보다는 촬영감독님의 고충이 더 컸을 것 같다. 롱테이크로 촬영이 되다보니 배우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했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순간적으로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재미있고 신기했다. 조금 연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배웠다.



정재윤 배우(이하 정): 롱테이크 촬영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계속 연결시켜가며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배우들한테는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행: 많은 장소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동선을 짜는 데 있어서도 고심했을 것 같다.



임: 기본적인 골조는 컷을 하지 않는 대신 주용의 움직임을 담을 때 앵글을 변화시켜 컷을 한 것처럼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컷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공을 계속 움직이게 해야만 했다. 그게 의미적으로도 굉장히 맞았다고 생각한다. 주용은 어디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고참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술을 따르라면 따르는 능동적이지 못한 인물이다. 그래서 움직임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코드였다.



진행: <폭력의 씨앗>은 50개가 조금 넘는 숏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숏들이 전부 다 롱테이크로 촬영되었고 음악이 없으며 4:3 비율이다. 영화 형식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임: 그렇게 영화를 만드는 게 시나리오에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의 씨앗>의 시나리오는 씬과 씬 사이가 많이 생략되어있는, 별로 설명적이지 않은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한 씬이 한 컷이기 때문에 한 컷을 굉장히 공들여 찍지 않으면 중간에 생략한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호흡이었기에 그런 형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진행: 배우들이 생각한 등장인물들의 전사는 어땠는가?



이: 어릴 때 누나와 함께 폭력에 노출되어있던 친구였을 거란 전사를 가지고 연기했다. 불안할 때 표출하는 스타일이 아니란 점 등에서 성격적으로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또 실제로 친누나가 있어서 누나의 상황에 대입을 해보고 상황 자체에 나 자신을 던져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항상 질문해보고 모든 상황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봤다.



정: 처음에 감독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전에 외국에서 살다왔고, 외국에서 살 때는 멀끔하게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고, 현재는 군대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다'부터 출발했다. 전사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이등병으로 들어온 상황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군대생활을 떠올려 보거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밖에서는 멀쩡한데 군대라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준비했다.



진행: 인물들의 여정에서 바깥세상의 많은 면들이 보이지는 않는다. 대사를 통해 사회의 만연한 폭력을 잘 심어두었다는 생각이다. 사실 사회적인 폭력은 굉장히 많다. 그런 폭력들을 영화에 드러내는 데 있어 어떤 기준점이 있었나?



임: 군장점 장면에서 주인이 자기 아들이나 조카를 대하듯 편하게 병사들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 겪었던 일이고, 잠깐일 뿐이야’라는 마음으로 병사들을 바라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투의 연기를 주문했다. 실제로 연기하신 분이 배우가 아닌 군장점 주인이다. 원래 어떻게 하시냐고 물어봤는데, 진짜 아들같이 생각하고 반말을 한다고 했다. 그 분은 나쁜 의도가 아니라 그들을 진짜 아들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내 의도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걸으며 이동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 그때가 그나마 휴지(休止)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간에도 이상한 아저씨들이 나와 이상한 말을 하는 게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택시에 군인이 타면 기사님들이 군장점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갑자기 “휴가 나왔어?” 이러신다. 그것도 이상하지 않나? 왜 군복만 입으면 반말을 하는지.(웃음) 그 분들도 아마 그것을 겪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주용과 필립의 미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의 관계라고 해야 할까. 그것이 그 사람의 과거일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한테는 미래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런 것들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행: 배우나 감독이 작품을 찍고 난 이후에 다시 보면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라. 지금쯤 다시 이 영화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이: 개봉을 하고 나서 긴장을 많이 했다. 감사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인디스페이스에 영화를 많이 보러 왔는데,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가 상영되는 것 자체도 영광스럽다. 스페인에서 열린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도 <폭력의 씨앗>을 봤다. 영화가 다 끝나면 관객들이 박수를 쳐준다. 덕분에 힘을 많이 얻고 왔다. 앞으로 더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정: 점점 더 많은 관객 분들이 <폭력의 씨앗>을 봐주시는 게 아직까지도 좀 쑥스럽다. 반응을 온전히 즐긴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부족한 부분들도 생각이 나고. 그래서 다음에 작업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에 다 같이 모여서 고생했던 보람도 느낀다.





관객: 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임: 문은 연출적으로 사용해보려 했던 소재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군대를 나가는 문이 나온다. 그 울타리를 나와도 행동양식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 뒤에 등장하는 문들은 사실 주용의 울타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울타리다. 또 다른 폭력이 시스템으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가해자든 피해자든 방관자든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 ‘이건 나빠’, ‘우리 그만두자’, ‘나갈까?’라는 말들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울타리에서 한 발자국 밖에 있는 사람은 주용이 누나에게 하는 것처럼 ‘너 나가, 왜 그러고 있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주용 자신도 이 울타리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 않나. 물론 군대라는 시스템은 법적인 테두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깨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드러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울타리 한 발자국 밖에 있는 사람들은 말을 조금 쉽게 하는데, 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그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그런 대화의 장이 열린다면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 두 배우 분들에게 질문이 있다. 주용과 필립이 후에 어떻게 되었을 거라 상상하는가?



정: 사건들을 겪으면서 필립이라는 인물도 결국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과 모순된 점들에 알게 모르게 빠져들 것 같다. 병장이나 상병에게 붙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계급이 올라가면 결국에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과연 군대 밖으로 나와서까지 필립이 그렇게 행동할지는 다른 문제 같다. 군대 안에서의 성격과 행동들이 밖으로 연관되는 경우도 많지만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군대에서만 그런 생활을 하고 밖에서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마지막에 통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전화를 한 사람, 혹은 받은 사람은 매형일 수도 있고 병장일 수도 있다. 만약 매형에게 전화를 했다면 다시 한 번 부러진 치아를 해결하고 돌아가려 전화를 했을 수 있다. 해결하지 못하고 병장에게 전화가 걸려왔거나 전화를 해서 부대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 두 선택지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어디에 전화를 해도 답답하고 불안했을 것이다. 두 개 다 선택하기 싫을 것 같기도 하다. 필립의 치아를 치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늦은 밤 다시 부대로 돌아가면 구타를 당할 것 같고, 해결하고 돌아가기엔 막차가 끊겨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답답할 것 같다.



관객: 감독님이 생각한 폭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임: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은 ‘주용이 왜 그렇게 되었나?’였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첫 번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것, 두 번째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사회적인 압박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양 극단에 있는 것이다. 그 사이의 나머지들에 대해서 고민했다. 혼재되어있는 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스펙트럼 안에서 어떤 정도에 치우쳐 찍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인물이 어떤 사람이란 걸 규정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둘 다라고 대답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폭력적인 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혼재되어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찍지 않으면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연출했다.





진행: 왜 인물들이 군인이어야 했는가?



임: 어쩔 수 없이 경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작품에 드러난 그런 상황에 놓여있진 않았다. 나는 원래 후회를 잘 안하는 편이다. 지난 일에 대해서 생각을 별로 안하는데, 군대 2년은 인생에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이야기를 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조금 더 확장해서 사회 저변에 있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앞부분에 군대 폭력을 놓고 뒷부분에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캐릭터나 플롯을 구조적으로 놓아 거울처럼 보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행: <폭력의 씨앗>이라는 영화가 감독과 배우들에게도 씨앗의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와주신 관객 분들에게 끝인사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임: 와주셔서 감사하다. 관객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두 배우가 너무 열심히 해주었고 앞으로 전도유망한 배우들이 될 테니 주목해주시라. 



이: 영화를 봐주시고 GV에 함께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영화가 좋으셨다면 주변 다른 분들께 많은 홍보 부탁드린다. 요즘 날씨가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셨으면 좋겠다.



정: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극장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이기 때문에 논문을 쓰느라 머리가 너무 아픈데, 이렇게 나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너무 고마운 것 같다. 주변에 <폭력의 씨앗>을 많이 홍보해주시라. 






휘몰아치던 폭력이 잠시 멎었을 때, 주용은 깊은 곳 어디엔가 자리 잡은 폭력의 씨앗을 발견한다. 이윽고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적막이 찾아든다. 적막 속에서 영화가 보여준 폭력의 세계에 대한 인지는 스크린 밖 현실로까지 이어진다. 마주 본 두 개의 거울처럼 놓인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자라나버린 파국은 기시감이란 긴장으로 허공을 맴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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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씨앗한줄 관람평


이지윤 | 자라나는 폭력의 씨앗,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음이 비극

조휴연 | 구조 안에서 씨앗은 어떻게 싹을 틔우는가

최대한 |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 쳤지만, 그 역시 다를 건 없었다

이가영 |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 군상들

김신 | 오금이 쪼그라들어서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합니다(미필)

남선우 | 전지적 폭력 시점의 이중성





 <폭력의 씨앗> 리뷰: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 군상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살다 보면 우리에게도 불행한 날이 찾아 온다. 평소라면 겪지 않았을 이상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하며 어서 빨리 하루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폭력의 씨앗>은 그런 악몽같은 ‘주용’의 하루를 그린 영화다.  


군대 선임들과 외박을 나가는 날, 무슨 일인지 주용은 눈치가 보인다. 술자리에서 자신을 편하게 대하라는 선임의 말도 장난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주용을 슬쩍 화장실로 불러낸 박 병장은 분대원 간 폭행사건을 누군가 고위급 간부에게 폭로하려 했다며 익명의 쪽지를 보여준다. 최고참인 박 병장은 위협적인 톤으로 주용을 몰아세우다 후임에게 잘해주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분대원들도 잠정적으로 주용 아니면 주용의 후임인 필립이 쪽지를 썼다고 생각한다. 혹 그 둘이 안썼다 하더라도 둘 중 하나의 만행이여야 한다. 선임은 술자리 후 주용과 필립을 방으로 불러내고 폭력을 행사하며 쪽지를 누가 썼는지는 관심 없으니 너희 둘 중 하나가 뒤집어 쓰라며 닦달한다. 그 과정에서 필립의 이가 부러지고, 주용은 선임을 설득해 매형이 하는 치과로 필립을 데려간다. 매형은 직접 찾아온 주용을 반기지 않고, 누나와 힘들게 통화를 하지만 면회 날짜를 까먹었다며 변명하는 누나가 의심쩍다. 결국 걱정되는 마음에 집으로 찾아간 주용은 또 다른 폭력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는 주용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때 시공간에 대한 단서는 오로지 카메라가 팔로우하는 인물과 대화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해 프레임은 계속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이처럼 불분명하고 불안정한 오프닝 시퀀스의 분위기는 극의 지배적인 정서로 이어진다. 


관객들은 경직된 표정의 인물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력성에도 긴장감을 느낀다. 감정을 억누르고 복종해야 하는 군대에서 인물들은 ‘말’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용과 필립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제 3자가 인물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는 클로즈업 샷은 드물고 인물을 뒤에서 따라가는 숏은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상황을 예측함에 있어 답답함을 느낀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주용은 계속되는 필립의 실수와 눈치 없는 행동에 인내심을 잃어간다. 자신이 명령해도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 필립을 보며 분노하고 도리어 자신을 의심하는 그와 바닥을 뒹굴며 싸운다. 매형의 폭력성을 목격했을 때는 누나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폭력을 휘두르고 누나를 곤경에 처하게 한다. 군대처럼 강압적인 환경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폭력은 사회 도처에 널린 수직적 관계, 그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의 형태로 확장된다. 결국 권력에 의해 막혀버렸던 주용의 입이 열리고 누나와 필립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순간, 그는 가해자로 변모하는 것이다.  





폭력, 그 연쇄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마치 나비효과처럼 사소한 쪽지는 폭력을 불러들였고 부러진 치아는 일상에 파멸을 가져왔다.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졌다. 운명처럼 주용을 따라다니던 ‘폭력’은 다시 빠져버린 필립의 치아를 통해 극단적으로 시각화 된다. 그 구체적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 주용은 폭력이 다시 발아했음을 인지하고 끊임없는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다. 짙은 허무감이 드리워진 그의 얼굴을 끝으로 <폭력의 씨앗> 엔딩크레딧이 떠오른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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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에 꾼 봄날의 꿈  인디돌잔치 <춘몽>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0월 31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장률 감독 | 배우 한예리, 이주영, 윤종빈, 박정범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김은혜 님)




시월의 마지막 밤, <춘몽>의 돌잔치 손님들이 인디스페이스 가득 봄을 몰고 왔다. 기분 좋은 북적임이 대기 시간을 채웠고, 순간순간 터지는 웃음소리가 상영 중 또 하나의 음향이 되었다. 흑백의 스크린이 색색이 물들기까지, 관객들의 따스한 기운이 영화에 전달된 것만 같았다. 봄날의 꿈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인 가을밤. 1년만의 꿈 풀이를 위해 <춘몽>의 감독과 배우들도 자리해주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행): 개봉 1년이 지난 지금, <춘몽>은 어떻게 기억되는 작품인지 여쭙고 싶어요.



장률: 벌써 1년이 지났네요. 배우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재밌게 찍은 영화입니다. 오늘 이렇게 배우들 다시 보니까 너무 좋습니다.



한예리: 작년에 촬영할 때 되게 행복했어요.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찍은 영화인데, 영화 안 예리도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렇게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이주영: 되게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엊그제 일 같기도 합니다. 비록 봄에 찍은 영화임에도 가을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윤종빈: 저에게 <춘몽>은 앞으로 술자리에서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입니다.(웃음) 장률 감독님과 술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영화를 찍어보자 했을 때, 실현이 될 줄은 몰랐어요.



관객: 예리가 중국에서 온 역할인데, 말투만 들으면 그걸 느끼기 힘들어요. 감독님께서 디렉팅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장률: 예리는 좀 일찍이 한국에 왔습니다. 그러면 말투가 다 서울 말투로 변하게 됩니다.



한예리: 감독님 말씀처럼 예리는 좀 일찍 한국에 왔고요, 외국에서 온 어린 친구들은 빨리 말을 습득하고, 말투도 바꾸려고 노력한대요. 예리도 어린 나이에 한국에 왔고, 본인이 연변에서 왔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춘몽> DVD를 보니 삭제된 장면 중에 예리와 주영의 키스신이 있더라고요. 이 장면의 의미, 그리고 최종적으로 삭제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률: 두 사람이 키스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찍었습니다. 편집 단계에서 아쉽게 그 장면이 날아갔습니다. 예리 씨와 주영 씨는 많이 아쉬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DVD에 넣었습니다.(웃음)





관객: 굉장히 신기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리가 자꾸 춤을 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률: 예리 씨가 (실제로) 무용 전공입니다. 언어로 표현이 잘 되지 않을 때 몸을 움직이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한국영상자료원에 가끔 가서 영화를 보는데...



한예리: (한국영상자료원) 트레일러에 제가 나와요. 감독님이 그걸 봐서 제가 춤을 추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진행: 예리가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할 때 말로 옮기지 못하고 춤을 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되게 자연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예리에게 춤이 있다면 주영에게는 오토바이가 있고, 종빈에게는 우유가 있고.(웃음) 소품과 관련해서 해주실 말씀 있나요?



이주영: 저는 항상 오토바이나 축구공과 함께 등장을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풀 샷으로 한 컷 정도 있었어요. 담배 피우는 촬영은 꽤 많이 했는데, 아쉽게 편집이 되기도 했습니다. <춘몽> 찍을 때 항상 제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했어요. 되게 아득한 기억이네요. 당시에 살던 혜화에서 수색까지 넉넉잡아 4-50분 되는 거리였는데, 이동할 때부터 영화 안 주영이 되어서 가는 느낌이라 되게 색달랐고 좋았어요.



윤종빈: 우유를 빨대로 마시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별 생각 없이 마시다가 배가 아파서 나중에는 우유를 물로 바꿨던 기억이 납니다.



박정범: 소품은 아니고 영화상에 나오는 집이 제 집입니다. 현재 철거를 하게 돼서 이제는 다른 곳에서 사는데, 이 영화에 담긴 집이 이제 없어질 곳이라는 게,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 끝 부분에 영정사진이 나오고 나서부터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리 배우가 있었던 순간이 꿈이었던 건가요?



장률: 이 영화는 거의 흑백 영화라고 볼 수 있죠. 영정사진이 나왔다하면 영화 안의 예리가 다른 세상으로 갔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영정사진까지는 흑백이에요. 그 후에 카메라가 바 쪽으로 건너가서 세 친구를 찍는데, 그렇다함은 카메라가 위치를 바꾸면서 예리의 시선이 됐지 않았겠는가.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예리가 다른 세상에 갔다면 이쪽 세상 사람들인데 어떤 시선을 주겠는가. 그러면 조금 더 따뜻한 칼라의 색감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컬러로 바꿨습니다. 이거는 제 생각이고 예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한예리: 작년에도 누군가 그런 질문을 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든 본인이 하는 생각이 맞는 거라고 답했어요. 꿈에서 깬 건지, 꿈에서 시작을 한 건지, 예리의 꿈인지 아닌지조차도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춘몽>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붙인 건지 궁금합니다.



장률: 봄날에 찍었습니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사실 춘몽이라는 것은 '야한 꿈'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이 제목으로 하면 관객이 좀 더 들지 않겠는가.(웃음) 봄날에 잠깐 꾸는 꿈?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관객: 제목이 영화 중반에 나오는데, 그렇게 편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장률: 제목을 보통 앞에다 놓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는 어디에 제목을 두는 게 제일 맞겠는가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카메라 시선과 예리의 시선이 겹쳐지다가 비몽사몽의 느낌으로 보이도록 해서 거기에 두는 게 제일 맞지 않겠는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했습니다.







관객: 캐릭터들을 구상할 때의 순서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이자 배우인 분들을 캐스팅했는데, 실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상했는지,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장률: 처음 시작할 적에는 예리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세 명 감독과 술자리를 하다가 같이 영화를 하는 게 어떻겠는가 얘기했고, 세 명만 나오면 관객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 예리에게 부탁했죠. 그렇게 세 명이 예리를 다 사랑하고, 아름다운 주영까지 나서서 예리를 좋아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두지 않았어요. 다 찍다보니 그렇게 된 거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사실 우리가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실제로는 있는데, 주변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수색역 부근에 가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 감독의 전사나 이전 캐릭터들의 어떤 부분을 끌어들여오고, 찍으면서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진행: 이 캐릭터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를 찾아보면 <춘몽>을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 시작할 때부터 거울이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거울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장률: 그런 동네에 가보면 거울이 많이 보여요. 다른 동네에는 길에 거울이 잘 보이지 않아요. 또 이렇게 얘기하면 재미는 없는데, 꿈과 거울이 어느 정도 연상이 되잖아요. 꿈속의 공간, 그 밖의 공간. 그런 재미없는 생각도 해봤고. 아무튼 그 동네의 분위기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관객: 극중 주영이 예리에게 써주는 시가 되게 좋더라고요. 어떤 분이 쓴 시인건지 궁금합니다.



장률: 이 영화의 스크립터가 시인입니다. 그분께 부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이주영: 사실 감독님이 저한테 써보라고 했어요.(웃음) 예리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써봐라 해서 문자로 보내드렸는데, 좋은데 안 되겠다고 하셨습니다.(웃음)



진행: 언젠가 그 시도 공개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주영: 안 될 것 같아요.(웃음)



관객: 영화 중간에 고양이가 나오잖아요. 그 고양이를 현장에서 섭외한 건가요?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장률: 동물을 찍는 게 제일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좀 잘 찍는 것 같습니다. 훈련한 고양이를 데려올 수는 없었고 그 동네가 철거 중이다보니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운명에 한번 맡겨보자! 그래서 예리가 나섰습니다. 예리가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웠습니다. 예리가 나타나니까 그 고양이들이 거짓말처럼 오고, 말 잘 듣고. 예리 저세상에 간 다음 주영이가 집 앞에 앉아있지 않습니까. 그 고양이가 또 와요. 그렇게 운 좋게 찍은 겁니다.



진행: 거의 전지전능 예리, 전지전능 주영이지 않나 싶습니다.





관객: 예리가 옷장 속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영정 사진이 나오기 전인데도 그 옷장이 왠지 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거기서 기도를 했다는 대사가 영화 속에서 나오는데, 무슨 기도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장률: 헌팅 할 적에 지다가다 보니 어느 집에서 자개장을 버렸어요. 그게 눈에 인상 깊게 들어왔어요. 그래서 소품팀에게 그걸 누가 실어가지 않도록 어느 구석에 갖다 놓으라 했습니다. 그러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누군가 거기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 겁니다. 관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들어가서 어떤 기도를 하겠거니 생각했고, 그 기도의 내용은 전혀 모르고, 물어도 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저도 궁금합니다.



한예리: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죽음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옷장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도를 할 때 저는 다음 장면에 양익준 배우님을 만나면 할 얘기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 대사를 생각하고 있었어요.(웃음) 예리는 죽음을 계속 예감해왔고 준비했습니다. 내가 죽고 나서도 별 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영에게 ‘싫어’가 아니라 ‘미안해‘라고 한 것도 본인이 죽을 사람인 걸 알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싶지가 않았던 거고 세 명의 남자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영상자료원에서 네 사람이 보는 영화가 장률 감독님 작품으로 아는데, 왜 그 영화를 넣은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과 <춘몽>을 보다보면 영화에 대한 스타일이라든지 주제가 조금씩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왜 점점 변화된 건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장률: 재미없는 영화를 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감독에게 피해를 줄 순 없고! (영상자료원에서 영화 보는) 그 장면 찍을 적에 좋았습니다. 대사로 욕설도 크게 할 수 있고, 다들 촬영을 즐거워했습니다. 영화 스타일이 좀 변하는 건, 삶이 다 변하는 것 같아요.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지 이제 5년 됐습니다. 학교에서 영화 강의를 하고 영화인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정서도 변하고 모든 게 많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정서에 맞게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것 같습니다. 



진행: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배우 분들 끝인사와 함께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또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률: 감사합니다.



한예리: 감독님이 올해 찍은 장편이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고요, 제가 알기로는 <춘몽>보다 더 재미있다고 하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소리, 박해일 주연입니다. 여러분 기대하시는 것보다 더 재밌을 겁니다. 저도 나와요. 아주 짧게 한 컷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올 겨울에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고, 새 작품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주영: 영화를 찍고 있는데, 이옥섭 감독님의 <메기>라는 작품입니다. 개봉하고 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윤종빈: 영화 후반작업 하고 있고요, 예리와 주영이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감사합니다.



박정범: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