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 소소대담] 좋아서 하는 대화 


일시: 2017년 4월 14일(금) @인디스페이스
참석자: 송희원, 이현재, 박영농, 이지윤, 최지원, 김은정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바쁘게 4월이 지나갔다. 그동안 인디즈는 3편의 영화를 보았고 ‘인디다큐페스티발’과 ‘인디피크닉’에 갔다. 각자의 상황에서 만난 각자의 감상을 나눠보았다.






[리뷰]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고유성이라는 욕망의 모호한 대상 

http://indiespace.kr/3340


[인디토크 기록] 170315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내가 본 것, 그리고 네가 본 것 (참석: 김경원 감독, 박정민 배우, 김영진 평론가)

http://indiespace.kr/3345



이현재: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작품의 고유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특정한 작품은 감상의 형태든 연구의 형태든 관계없이 일단 소비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소비의 과정은 생산의 과정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며 소비 자체가 큰 물질적 토대를 요구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의 고유성에 관계없이 소비자 본인만의 고유성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예술 산업에 대한 풍자를 통해 작품의 창작자와 해석자 간의 시차를 다루고 있다. 이 시차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혀보자.

박영농: 동의한다. 지젤은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사람이다. 이는 동양 고유의 것(동양화)이 서양에서 재현될 때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 지젤부터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한 코미디적 요소로 설정된 것이겠지만 이는 영화 전반의 주제와 상충하고 있다. 본질과 순수를 추구하는 지젤은 타인의 작위적인 해석과 개입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지젤은 정말 영화 속 대사처럼, ‘굳이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할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는 본질과 정체성에 집중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본질은 정말 그 자체로 존재하는가? 단정할 수 없겠지만 본질도 변하지 않나?

김은정: 예술 산업에서의 시차는 어쩌면 예술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은 어떤 방향으로든 누구에게든 해석되기 마련이며 해석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만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며 이 때 창작자와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영화에서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의 시차에 주목하기 보다는 소비자들 사이의 시차에 시선이 갔다.

이지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에서 드러나는 창작자와 해석자 간의 시차는 본질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다. 지젤에게 예술은 ‘장사꾼과 사기꾼, 쓰레기와 양아치가 판치는’ 현실과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재범은 예술에서 느끼는 영감, 감동을 자본주의적 가치로 치환시킨다. 그에게 예술의 본질은 결국 돈인 것이다. 예술이 정말 무엇인지, 작품이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답은 예술과 자본이란 틀을 넘어 더 세부적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것은 작품과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각기 다른 영감을 주고 그것에서 시차는 비롯된다. 하지만 예술과 작품의 본질에 정답은 없다. 어쩌면 영감과 열망을 통해 각자 발견해낸 서로 다른 본질이 바로 예술의 본질 그 자체가 아닐까.





[리뷰] <어폴로지>: 더 늦기 전에 사과를 요구한다 

http://indiespace.kr/3348


[인디토크 기록] 170322 <어폴로지>: 나비의 비상 (참석: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http://indiespace.kr/3355



이현재: <어폴로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가해국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투쟁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영화가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점 중 하나는 카메라를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어폴로지>에서 카메라는 인물의 행동을 절대 앞서지 않는다. 카메라가 인물을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인물들의 개별적인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하고 카메라는 그것을 기록하는 기계로서 충실히 기능하고 있는 것 같다. 말들을 따라가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어폴로지>의 접근법은 대단히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송희원: 말들을 따라가며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말은 그들의 증언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함께 연대한다는 말 같다. 연대를 할 때 상대방을 임의대로 재단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어폴로지>는 특정한 내레이션 없이 그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더 구체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관객은 이러한 객관적인 증언을 토대로 영화가 다루고 있는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의 접근방식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박영농: <어폴로지>가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뤄 온 영화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점은 바로 다른 국가의 피해여성에도 주목한 점이다. 아마 이런 접근이 가능했던 이유에는 감독이 외국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일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이 베트남전에서 현지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한 역사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이미 같은 비극을 겪었고 아직까지 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진통을 앓고 있다. 전 세계적 범위에서 전쟁 여성인권 유린 사례를 꾸준히 드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지윤: 연대는 결국 타자화의 붕괴에서 시작된다. <어폴로지>는 국적도, 삶의 배경도 다른 세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통해 견고한 타자화의 틀을 깨나간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을 취하지만 <어폴로지>는 그것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친밀감이다. 작품은 ‘위안부 할머니’라는 프레임을 경계한다. 악의가 없더라도, 할머니들을 ‘위안부’로 인식하는 것은 일종의 부정적 프레임으로 작용되며 타자화의 과정으로 직결된다. 티파니 슝 감독은 이런 프레임을 할머니들과의 대화를 통해 깨뜨려나간다. 마치 할머니가 손녀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할머니들과 연출자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친밀함은 스크린 밖의 관객들에게도 전해진다. 관객들은 마음으로 할머니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앞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게 된다. 

송희원: 침묵하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증언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 세월 동안 가해자들의 논리로 피해자들을 소외시키고 재단하기도 한 것 같다. ‘위안부’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수 있던 것 또한 91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최초의 증언을 통해서였다. 이 증언을 통해 가시화되었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표면화시켜 사과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발화의 장을 열어주고 그들의 증언을 귀를 열고 들어주고 함께 연대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 





[리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http://indiespace.kr/3363



박영농: 홍상수의 영화를 기억해보자면 세세한 서사보다는 특정 대사 혹은 인상이 먼저 떠오른다. 반면 이번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다가왔고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다.

이지윤: 홍상수 영화를 볼 때 늘 대화에 집중을 하곤 했지만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들에도 굉장히 눈이 많이 갔다. 홍상수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테이크를 길게 간다는 것인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 같은 경우는 이전 작들에 비해 테이크가 비교적 짧게 나누어져 있다(물론 그것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길었지만). 그만큼 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고 이전 홍상수의 영화에 드러난 관계의 미시성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야에 드러나는 여러 공간들은 작품 속 김민희를 더욱 고독한 존재로 보이게 한다. 김민희는 그저 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 바다 앞에 오롯이 혼자 서있다. 그게 너무 슬펐다. 카메라로 대변되는 홍상수의 눈에서 어떤 고독감과 으레 모든 사람들이 갖는 ‘밤’이란 순간에 대한 묵묵한 슬픔이 드러나는 듯 했다. 다만 안타깝지는 않다.

송희원: 20대 때부터 홍상수 영화를 좋아했다. 내 주위에서 본 것 같은 인물들을 또 영화에서 보니까, 객관적으로 혹은 낯설게 보이는 효과도 불러일으키는 것 같더라. 세간에서는 홍상수 영화를 쉽게 해석해서 보기에는 영화의 층위, 구조가 깊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다. 자신의 속물성을 현학적으로 표현하다가 일상에서, 특히 사랑할 때 속물적으로 행동하는 걸 보는 게 재밌더라. 적어도 자신이 속물인줄 아는 대자적 속물 캐릭터가 나온다는 점이 나에게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뭔가 그런 냉소적인, 속물성에 대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이현재: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관람한 영화에 대하여 감상을 나눠보자. 나는 <시읽는 시간>과 <옥주기행>을 보았다. 둘 다 GV가 있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시 읽는 시간>은 여기저기 파편적으로 흩어진 에피소드들을 ‘시’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하나의 형상으로 제시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옥주기행>은 표면적으로는 진도 아라뱃길 축제를 다루고 있지만 문화인류학보고서 같은 다큐멘터리였다. 판소리꾼부터 아라뱃길 축제에서 벌어지는 한마당 공연까지 진행된다. 바다만 나오면 생각나는 세월호에 대해 일종의 씻김굿을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송희원: 정재훈 감독의 장편 신작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를 보았다. 내가 정재훈 감독을 알게 된 것은 응암동 재개발 현장을 담은 다큐 <호수길>(2009)을 통해서였다. <호수길>은 접근방식이 신기했다. 어떤 구호 없이 담담히 롱테이크로 기록하는데 알 수 없는 감정과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켜서 좋았다. 사실 이번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의 러닝타임이 세 시간 반이나 되는 줄 모르고 갔다.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GV에서 들어보니 감독이 처음부터 어떤 것을 기획해서 영상을 찍어나간 것이 아니라 전에 찍어놨던 영상들을 새로운 영상과 얽어 편집했다고 하더라. 영화는 난해했다. 후반부 저화질 화면과 귀가 찢어질 듯한 조선소 용접 소리가 나오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보고 나서 내가 <호수길>을 왜 좋아했는지 생각해보게 되더라. 정재훈 감독 고유의 방식에 끌렸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아마 다음 영화도 꼭 찾아서 볼 것 같다. 

이지윤: <깨어난 침묵>을 보았다. 생탁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영화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영상과 묵인되어 온 부조리를 하나하나 힘겹게 터뜨려내는 듯한 연출이 마음을 서늘하게 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치열한 투쟁들은 모두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장받을 수 있는 노동3권 보장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환경개선에 대한 것이었다. 당연한 것들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생탁 노조의 투쟁은 외면 받고 손가락질 당한다.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회에 팽배해 있다. 노동조합의 필요성과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법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현재: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에서 관람한 영화도 감상을 나눠보자. 나는 세 편의 단편이 묶인 단편 섹션을 두 개 보았다. 하나는 ‘단편2: B급의 맛’(<구덩이>, <라이츄의 입시지옥>, <인류의 영원한 테마>)이었고, 다른 하나는 ‘단편1: 꿈의 대화’(<플라이>, <여름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였다. 여섯 편의 단편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지만, 특별히 <라이츄의 입시지옥>을 이야기하고 싶다. <라이츄의 입시지옥>은 다음을 알 수 없는 종횡무진 가족드라마다. 소위 ‘막장’이라고 불리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서사구조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거기에 맥락이 없는 정치적 이름들을 붙여놓았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이름들이 정말 어디에건 다 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재현되지 않지만 관람자의 기억 속에 있을만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경향이 있는 듯했다.

김은정: 인디피크닉에서 <분장>을 관람하고 인디토크를 기록했다. 주인공의 입장이 변화하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연극에서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기 위해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한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생각할 겨를 없이 스스로의 입장을 고정시켜버린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다른 영화에서는 단순하게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입장으로 정리가 되었던 반면에 이 영화에서는 그들을 이해한다고 착각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하는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송희원: <노후 대책 없다>와 <가현이들>, ‘단편4: 시대를 비행하는 카메라’(<<업무시간> <수난이대> <천막>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를 봤다. <노후 대책 없다>는 다큐멘터리인데 한국 인디 펑크씬의 뮤지션들이 나온다. 자유분방한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었다, 그들이 하는 음악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졌다. 그리고 ‘단편4’는 각각의 영화에 이 시대를 관통하는 회사와 농성장, 집, 동네 등의 장소가 나온다. 부당한 해고에 저항하는 회사 안팎 공간, 갈등하는 아들과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 국가가 책임지지 않아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그때의 슬픈 기억에 잠겨있는 동네. 그 각각의 장소에서 회사 동료는 서로를 미워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한다. 해고노동자는 서로에게 기대며 버티고 있고 유가족들은 무책임한 국가의 망각에 맞서 기억하려 한다. 노동, 세대, 안전이라는 영화 속 인물들과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주제를 다룬 것 같아 인상적으로 봤다. 

이지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와 ‘단편5: 혼돈의 밤, 소동의 기억’(<빈방>, <순환하는 밤>, <무저갱>, <우리아빠 환갑잔치>, <앰부배깅>)을 보았다. 그 외 작품들도 지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한 번씩 만나본 작품들이라 굉장히 반가웠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세련미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문명환 촬영감독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촬영기법이 돋보였다. 정갈한 미장센과 흑백 영상도 세련미를 배가시켰다. 묘하게 어긋나며 오가는 대화들이 자칫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돕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속 무성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최지원: <천에 오십 반지하>를 보았다. <가현이들> 중 한 ‘가현이’가 나온다. 그게 재밌더라. 영화의 제목처럼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청년의 어려움을 다루는 다큐인데 불안한 상태를 해소하지 않는다. 불안한 상태에서 시작해서 불안한 상태에서 끝내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이현재: 한 달간 활동한 소감을 나누자. 바빴지만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니 위안이 된다. 

김은정: 이제 활동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인디즈 초이스로 선택한 <뿔>(2014)이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단편 영화를 많이 본 적이 없는데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영상으로도 관객의 뇌리에 박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간결하기 때문에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도 단편 영화를 관람했는데 굉장히 좋았다. 앞으로 관심을 두고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박영농: 인디즈 활동을 하면서 여러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지난 한 달은 인디피크닉 등 다양한 특별전을 통해 아쉽게 놓쳤던 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되어 더욱 좋았다. 앞으로도 예정된 기획이 많은데 나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에게 똑같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송희원: 계속 바쁘게 달려가는 것 같다. 그래도 재밌다. 매번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마다, 글이 완성되고 실릴 때마다 인디스페이스에 감사하다. 인디즈가 앞으로 더 바빠지겠지만 그만큼 더 재밌어질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이지윤: 독립영화를 정말 꾸준히 볼 수 있어서 좋다. 이전에 비해 영화를 보고 곰곰이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웃음) 날도 따뜻해지고 꽃도 피고 좋은 독립영화들도 만날 수 있어서 여러모로 봄을 실감했던 한 달이었다.




4월은 많은 이들에게 바쁜 달이다. 새 해에 시작하려 했던 일들에 근육이 붙는 시기이다. 저마다 계획했던 것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계획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또한 밖의 많은 상황들도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이야기했던 자리도 변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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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낙원>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889







<낙원> 리뷰: 낙원으로부터의 배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그쳤다. 시골 마을의 풍경에 물기가 어렸다. 여자는 남자와 말없이 눈을 맞춘다. 둘 사이에 이별의 공기가 흐른다. 여자는 들풀이 무성히 자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남자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절뚝절뚝 여자를 따라간다. 여자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힐끗 남자를 돌아보기도 하고 남자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는 것을 따라 하듯 우산에 몸을 기대 절뚝절뚝 걷기도 한다. 바람에 나뭇잎이 흩어지는 소리와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지고 두 인물은 한참을 걷는다. 보랏빛 석양이 질 무렵 남자와 여자는 조용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여자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버스에 올라탄다. 남자는 홀로 남는다.


작품에는 유난히 빈자리가 도드라진다. 생각해보면 김종관 감독의 단편들이 대개 그랬다. <사랑하는 소녀>(2003)에서 드러난 두렵고도 애틋한 감정은 부재(不在)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운디드>(2002)의 소녀는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나아간 소년의 빈자리와 함께 머무르고 <영재를 기다리며>(2005)의 카나는 꽁꽁 언 손을 애써 녹이며 오지 않는 남자친구 영재를 한참 동안 기다린다. <모놀로그#1>(2006)의 여자는 지나간 순간과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김종관 감독의 단편 속 인물들은 타인의 빈자리 위에 서 있고 그 자리에서 파생된 상실감과 고독감을 앓는다. 인물들이 앓는 감정은 관객에게로 확장된다. <낙원> 또한 그러하다. 작품은 내러티브를 배제하고 감정만을 남김으로써 그것을 가능케 한다. 둘 사이의 관계와 스토리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에 충실하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배우들의 표정, 작품 너머의 관객에게도 느껴지는 듯한 비 온 다음 날의 시원하고 촉촉한 공기, 시골의 적막한 풍경과 어우러지는 서정적인 음악은 그런 감정들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그들의 여정을 바라보며 쌓이던 감정은 여자가 떠난 뒤 선명한 고독감으로 변한다. 그들은 때론 보폭을 맞춰서, 때론 상대방의 걸음걸이를 따라하며 긴 길을 함께 걸어왔다. 비록 나란히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긴 여정의 끝에서 둘은 이별한다. 묘한 아픔이 느껴지는 미소와 함께 여자는 떠나고 남자는 정류장에 머무른다. 통증과 상실감으로 얼룩진 남자의 얼굴 위로 비눗방울이 흩날린다. 남자가 비눗방울을 발견한 장면 후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와 떠나버린 여자는 <낙원>이라는 작품의 제목과 걸맞은 일종의 환상성을 부여한다.


서로가 함께했던 공간은 그들에게 낙원,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별했고 남자는 여자가 없는 낙원에 홀로 남는다. 낙원이었지만 더 이상 낙원이 아닌 공간에서 남자는 그녀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상실과 고독을 매개로 돌아오지 못할 낙원을 회상한다. 함께했던 낙원으로부터 그녀를 배웅한 그는 텅 비어버린 낙원에 한동안 머무를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빈자리를 목격한 관객 또한 그 자리에 머무르며 각자의 낙원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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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어느 여름날 밤에>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3730







<어느 여름날 밤에> 리뷰: “햄버거 하나 같이 먹기가 쉽지 않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인민군 ‘재성’과 ‘용준’의 섹스신에서부터 시작하는 <어느 여름날 밤에>는 곧바로 남한 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는 용준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남한으로 내려온 용준은 작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에겐 새로운 애인 ‘태규’가 생겼다. 북에서 누릴 수 없었던 것들을 찾아 남한으로 왔지만 용준의 삶은 딱히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연인과의 동거생활을 유지하기도 벅찬 그에게 태규의 못된 장난이 감당할 수 없는 빚마저 떠안긴 탓이다. 어느 여름날 밤에 한 남자가 용준을 찾아온다. 바로 그와 마찬가지로 북에서 내려온 재성이다. 그러나 용준은 재성에게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 용준의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재성은 마침내 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받고 용준에게 햄버거 봉투를 내민다. 인민군 용준이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미제 햄버거’이다. 용준은 그 마저도 거들떠보지 않고 뿌리친다. 한편 철없는 태규는 재성의 정체를 의심하며 둘의 관계를 다그쳐 묻는다. 그저 아는 형일 뿐이라며 적당히 둘러댔지만 그동안 남한에서의 삶이 썩 녹록치 않았던 용준은 다시 나타난 재성에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외롭게 자란 태규와 그의 철없는 행동에도 차마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용준, 여전히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용준의 모습이 견딜 수 없는 재성의 관계는 서로 맞물려 갈등을 빚어낸다. 위태롭게 진행되는 세 남자의 동거는 잘 유지될 수 있을까.





“햄버거 하나 같이 먹기가 쉽지 않다”. 계속되는 용준의 외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햄버거 봉투를 내밀며 재성이 뱉는 말이다. 자유가 없는 북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이제 미제 햄버거를 먹을 자유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같이’ 먹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북에서 재성을 사귀었던 이유를 ‘같이 힘들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히는 용준은 마치 운영이 중단된 놀이공원과 같은 신세다. 이어지는 용준의 대사처럼 ‘관리 없이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용준은 재성을 잊게 된 것이다. 대신 그에겐 새롭게 ‘같이 힘들어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자유’는 주체가 독립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조건이다. 그러한 조건을 갈망했던 용준은 한편 끊임없이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마찬가지로 ‘자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용준은 성매매를 해서라도 태규를 벌어 먹이지만 마땅한 보살핌은 받지 못하는 듯하다. 자유와 자본의 딜레마 속에서 갈등하는 용준은 마침내 재성과 키스하는 장면을 태규에게 들킴으로써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면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조건마저 무너지게 될 상황에 놓인다.





퀴어, 디아스포라, 분단, 군대, 자유, 자본 등 여러 키워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 <어느 여름날 밤에>는 그 중에서도 자유와 자본의 문제에 가장 무게를 둔다. 세 남자의 관계에서 계속 등장하는 햄버거는 그 키워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다. 나아가 이 햄버거는 앞서 언급한 ‘햄버거 하나 같이 먹기가 쉽지 않다’는 대사를 통해 ‘같이’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소재이기도 하다. 세 남자가 같이 살아가지 못 하도록 하는 것에는 이 영화가 다루는 키워드 모두를 대입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같이’의 가치에 둔감한 요즘 한국 사회의 민낯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영화는 재성이 사투리 교정을 위해 동영상 강의를 보며 따라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결코 낙관적인 결말로 보이진 않는다. 이미 서울 말씨를 완벽히 익힌 용준처럼 재성 역시 자유와 자본의 딜레마가 기다리고 있는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인을 찾지 못해 식어가는 영화 속 햄버거 봉투처럼 세 남자의 삶은 정착하지 못한 채 그 온기를 잃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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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 투게더한줄 관람평

송희원 | 흩어져 악몽을 꾸던 이들, 함께 모여 꿈을 꾸다

이현재 | 간혹 서늘한, 갑자기 함께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차가운 위로

박영농 | 힘들다

이지윤 | ‘헬조선’에서 해피엔딩을 꿈꾸다

최지원 | 폭력이 파도치는 삶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위안

김은정 | "조금, 조금만 더" 어쩌면 거짓말일지 모를



 <컴, 투게더> 리뷰: [주의] 외면하지 말 것!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왕이면 ‘너’답게 살아봐!

두 번째 입시에도 실패한 ‘한나’는 자기 방식대로 삶을 꾸려가는 ‘유경’을 동경하며 ‘너처럼 살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도 결코 녹록치 않음을 밝히며 유경은 한나에게 덧붙인다. “이왕이면 너답게 살아봐”. 한나는 감동한다.


아프리카가 날 기다린다!

한나는 집을 나서는 유경에게 두렵지 않느냐고 묻는다. 사실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아프리카가 자신을 기다린다며 택시에 짐을 싣는 유경. 먼 길을 떠나는 자신을 곁에서 배웅하는 한나를 바라보다 유경은 입을 맞춘다. 한나는 결심한다.



<컴, 투게더>는 한 가정 속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범구’는 좌절감에 시달리던 중 같은 아파트 주민인 ‘호준’과 우연히 술자리를 함께하게 된다. 범구는 곧 호준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임을 깨닫고 우정을 나누지만 미묘한 여운을 남기던 호준은 이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범구는 비애를 느끼며 안마방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서 신세를 진다. ‘미영’은 카드 회사에서 일한다. 줄곧 실적이 높아 사내 평판이 좋았지만 경쟁자 ‘은정’의 약진에 영업 실적 2위로 전락하고 만다. 그 내막에 은정과 영업소장의 내연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미영은 퇴근 후 그들이 탄 차량을 뒤쫓는다. 미행을 따돌리려다 은정과 소장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미영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마침내 미영은 다시 영업 실적 1위로 올라서게 되지만 그는 사직을 결심한다. 재수생 한나는 이번에도 명문대 입시에 아깝게 실패한다. 예비 번호를 받고 추가 합격을 기다리지만 입학을 포기하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한나는 합격자인 양 거짓말을 하고 다른 합격자 ‘아영’과의 만남을 갖는다. 그날 밤 술자리에서 한나와 아영은 남자들과 합석하게 되고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영은 나쁜 꿍꿍이가 있던 남자에게 붙잡혀 갈 위기에 처한다. 외면하려던 한나는 다시 찾아가 아영을 구하지만 끝내 바래다주지는 않는다.



각자가 처한 감당하기 힘든 현실 탓에 끝임 없이 삐걱대던 이 가정은 한바탕 사건을 겪고 나서야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범구는 미영에게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는 좀 쉬라며 다독이고 미영은 그런 범구에게 이번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결국 추가 합격이 된 한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겠노라 선언한다. 명문대 진학을 다그치던 범구와 미영은 그런 한나의 결심을 응원하기에 이른다. 정리해고와 실적경쟁, 입시경쟁의 현실에서 그들이 취하는 입장은 유경의 조언처럼 ‘나답게 살기’로 일단락 지어지는 듯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세 인물의 갈등은 부조리한 현실에서 비롯된다. 그러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들은 문제의식을 분명히 느끼고 있지만 부조리한 현실구조 그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비교 가능한 다른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구조가 아닌 타인을 향한 시선은 현실에 대한 주체적 개입을 불가능하게 한다. 영화는 부조리한 현실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내재된 갈등을 사적 복수의 차원에서만 다룬다.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은 ‘나답기 살기’의 전략으로 당면한 사회를 외면 혹은 도피하기에 이른다. 이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 한들 이전의 부조리를 다시 마주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때도 그들은 ‘나답게 살기’의 전략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졸업>(마이크 니콜스, 1967)의 마지막과 대비된다. 범구, 미영, 한나는 가족의 정을 다지며 오랜만에 나선 나들이에서 소나기를 피하려다 진흙탕에 구른다. 그마저도 즐겁게 웃어넘기고, 한데 엉켜 누워버린 이들을 카메라는 버드 아이 뷰로 비춘다. 청년 혹은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한나의 미소를 클로즈업하는 마지막 장면을 두고 감독은 인터뷰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희망을 담아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한나와 같은 세대인 나는 그 장면이 전혀 희망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영화 <졸업>의 그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세대인 유경은 영화의 후반부에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런 그를 동경하며 결심을 굳히는 한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나름 세운 계획이 있다며 독립을 선언한다. 한나의 앞날이 아직은 생기 넘치는 세렝게티처럼 설정되어있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을 것임을 현실의 한나들은 이미 감지하고 있다. 입시경쟁의 과거와는 전혀 상관없는 미래로 향하는 듯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실의 부조리는 그를 실적경쟁(미영)과 정리해고(범구)라는 다음단계로 안내할 뿐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유경의 말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너답게 살아봐!”는 “딴 데 가서 알아봐!”의 다른 표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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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만드는 작은 움직임  FoFF 2017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 26일(일) 오후 4 40분 상영 후

참석 손민우, 박샘은 그린피스 캠페이너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그린피스’의 창시자 밥 헌터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대학 합격을 뒤로 하고 세상을 바꿔야한다는 일념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와 함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배를 타고 암치트카로 향했던 무모한 청년들은 그린피스라는 글로벌 환경 단체를 만들었다. 그린피스는 어떻게 ‘마음폭탄’이라는 비폭력적 무기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걸까? 세상을 바꾸는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의 두 캠페이너 손민우, 박샘은 님과 함께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진행: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린피스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히피집단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굉장한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존경심이 생길 정도였어요. 영화에 물범 구하기, 고래사냥 반대, 실험 반대 등 여러 가지 캠페인이 나오는데 그린피스의 캠페인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손민우 캠페이너(이하 손): 6가지의 캠페인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로 제가 담당하고 있는 기후에너지 캠페인, 두 번째는 해양 캠페인, 세 번째는 독성물질제거 캠페인, 네 번째는 ‘Food for Life’라는 농업과 식품에 관련된 캠페인, 다섯 번째는 북극 관련 캠페인, 마지막으로는 산림보호 캠페인이 있습니다.


진행: 영화 주요 인물 3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먼저 밥 헌터입니다. 밥 헌터가 죽은 후 캐나다에 메모리얼 파크가 세워졌어요. 그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겠죠. 그린피스 내에서 밥 헌터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박샘은 캠페이너(이하 박): 밥 헌터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기자 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전략적,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데 능했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했어요. 그는 ‘Bearing Witness(묵묵히 지켜보는 것)’라는 직접적인 목격의 생산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저희는 그러한 밥 헌터의 가치관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또 ‘IDEAL’이라는 행동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I는 Investigation(조사), D는 Document(기록), E는 Expose(폭로), A는 Action(행동), L은 Lobby(로비)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캠페인을 해나가고 있어요. 밥 헌터의 용기와 도전정신 등의 기본 틀을 가지고 그린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손: Bearing witness에 대해 더 설명을 드리자면, 예를 들어 환경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그린피스가 직접 그 곳에 가서 문제를 인식한 다음, 환경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왔다고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랬다더라’라고 말로 듣는 것보다 조금 더 직접적인 느낌을 주는 거예요.


진행: 다음으로 폴 왓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폴 왓슨은 과격하고 직선적이고 영웅적인 이미지의 인물이에요. 영화의 물범 살리기 운동을 보면 조직과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죠. 그린피스에서 나온 이후 ‘시 셰퍼드’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린피스 캠페이너들의 스타일은 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손: 영화에서도 밥 헌터, 폴 왓슨 같은 캠페이너들이 있듯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각자의 철학, 관점 등에 따라 캠페인의 방식이 많이 달라집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비폭력 직접행동’이라는 그린피스의 가치 안에서 활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폴 왓슨의 경우, 후에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을 해도 정당하다 주장하는 과격행동파가 되었는데 그린피스는 그보다 비폭력 직접행동을 중심으로 원칙에 따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마지막 인물 패트릭 무어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패트릭 무어는 젊었을 때 15년 동안 그린피스에서 활동했어요. 밥 헌터가 나간 이후 잠깐 회장직을 맡았을 때 지부를 늘리려 하고 회비도 걷으려 했죠. 회비를 지불하지 않는 샌프란시스코 지부에 소송을 걸기도 하고요. 제가 봤을 때는 조직 본연의 목적보다 재무에 치중해서 운영했기 때문에 그린피스를 떠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손: 영화에서 나오듯이 패트릭 무어는 조직적인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소송도 불사합니다. 패트릭 무어가 했던 일 또한 단체가 성장하면서 겪는 불가피한 성장통인 것 같습니다. 단체의 이름만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소송까지 불사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요. 어쨌든 단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돈도 중요한 요소에요. 물론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는 거지만요.


진행: 환경운동에서 ‘그린피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독자적, 배타적인 사용권을 주장하는 게 바람직한 걸까요?


손: 영화 초반부에 밥 헌터가 ‘우리 모두가 그린피스다’라는 발언을 한 이후 지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발생한 문제들을 여러분도 보셨을 거예요. 단체가 커지면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생기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독자성과 순수성이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진행: 영화에 등장하는 규칙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Plant a mind bomb’(마음폭탄을 심어라)은 반대운동을 하려면 전 세계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미디어를 잘 이용하라는 이야기였어요. 두 캠페이너 분이 활동하면서 마음폭탄을 이용한 예시를 이야기해주세요.


손: 문제를 공론화해서 해결하는 방식을 마음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에 시작한 기후에너지 캠페인 중에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된 캠페인이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와 공동으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사람들이 나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뭐가 어떻게 나쁜지는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공동연구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이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덕분에 마음폭탄작용이 잘 일어났어요. 작년에 한국 정부가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 10개를 닫기도 했습니다.


박: 해양 캠페인에서도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Micro Beads Free Waters Act’(마이크로 비즈 없는 물 만들기)라는 규제 법안이 마련되었어요.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에 따른 운동을 하고 있어요. 작년 9월에 식약청에서도 화장품 관련 법안을 마련했고 올해 7월부터 화장품 클렌징 제품에 규제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마음폭탄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마이크로 비즈’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 중 스크럽제나 치약 등에 들어가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해요. 하수처리 시스템에 걸러지지 않은 채로 바다에 흘러가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든요. 


손: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새와 물고기가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 죽는 경우가 있어요. 마이크로 비즈에 의한 환경파괴에 해당됩니다.


진행: 밥 헌터가 환경운동을 하면서 마주하는 문제나 스트레스 때문에 약물이나 술을 많이 했고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인 64세에 병에 걸려 죽게 돼요. 캠페이너 분들이 실제 캠페인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뭐가 있을까요?


손: 실제로 저희도 캠페인을 하면서 일찍 죽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웃음) 환경파괴는 개개인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규모 환경파괴의 경우 정부나 기업 같은 거대 자본 세력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항상 수많은 회유와 협박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진행: 본격적으로 그린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린피스는 어떤 단체인가요?


손: 그린피스는 행동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단체입니다. 독립적이고 비영리적으로 활동하는 글로벌 단체로 전 지구적 환경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간디의 비폭력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비폭력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기본으로 하며 다양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의 능력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전 세계 5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300만 명의 서포터들이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 사무소에서 집중적으로 하는 캠페인에는 기후에너지 캠페인과 해양 캠페인이 있습니다. 


박: 해양 캠페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자면 현재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고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국제포경위원회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요. 그밖에도 마이크로 비즈 캠페인, 참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바다의 90% 이상의 어자원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파괴적인 어업방식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어업을 진행할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 그린피스의 재정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손: 그린피스가 무슨 돈으로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시민 분들과 공공재단의 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기업과 정부의 후원은 절대 받지 않습니다. 환경 보호 활동을 하면 때로는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이윤 활동에 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독립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100% 개인의 후원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린피스 내에 모금팀이 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진행: 그린피스를 폄훼하거나 반대하는 단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활동을 하면서 반대 세력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저는 그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반대 세력이 없다면 그만큼 세상을 바꾸기 쉽다는 이야기잖아요.(웃음) 그들이 문제제기하는 부분들을 수용해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 영화에 나오는 물범 캠페인과 같이 캠페인의 내용이 시민의 생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합니다. 


손: 그런 경우에는 저희가 정부나 기업에게 환경파괴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윤을 추구함과 동시에 시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관객: 일반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는데 거리 모금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나요?


손: 거리 모금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금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더 말씀을 드리자면 거리 모금은 그린피스가 가장 먼저 시작한 모금 방식이에요. 후원을 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캠페인에 대해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그린피스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중요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박: 작년에 마이크로 비즈 캠페인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플라스틱이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바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캠페인을 하면서 보다 더 조심하게 되었고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관련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에코백을 이용하고 커피숍에서 머그컵을 사용하면서 가능한 한 플라스틱제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나비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수병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웃음) 평소에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최대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불필요하게 물품을 소비하지 않는 노력을 여러분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자격들이 필요하지 않다. 아마 이 몇 안 되는 자격들 중 가장 갖추기 어려운 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열정’인 것 같다. 밥 헌터와 폴 왓슨, 패트릭 무어를 비롯한 인물들은 지금은 그린피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들의 신념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그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대단하다. 우리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핵실험을 막을 수도 있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단체를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때로 무모해 보이더라도 자신이 믿는 일을 해나가는 열정과 굳은 신념을 갖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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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기이한 춤: 기무>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1122






<기이한 춤: 기무> 리뷰: 삶의 시퀀스 그리고 응시

<기이한 춤: 기무>와 <호수길>을 통해 본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기이한 춤: 기무>(이하 <기무>)는 한때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가 사용했던 건물과 북촌 한옥마을 골목길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이다. 박동현 감독은 기무사 건물의 내·외부를 찬찬히 보여주며 건축학자의 입을 빌려 건물의 보존 가치를 말한다. 또한 건물 일대 한옥마을 골목길을 비추며 시간이 축조한 삶의 공간을 재조명한다.

  



기무사 과거와 현재


기무사 본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종로구 소격동의 이 터는 1864년 종친부, 1929년 경성의학전문학교, 8·15광복 이후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사용되다가 1971년부터 국군기무사령부(전 국군보안사령부) 건물로 사용되었다. 기무사는 국방관련 기밀보안업무를 수행하는 국방부 직할 군 수사정보기관이다. 기무(機務)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비밀을 지켜야 할 중요한 일’을 뜻한다. 기무사가 주로 수행하는 업무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군사보안지원, 군관련첩보 등 특정범죄 수사 등이다.(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기무사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전신인 보안사령부부터 민간인 사찰로 여러 차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또한 기무사 지하실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남산 지하실, 경찰의 남영동 대공분실과 함께 야당 정치인과 재야인사, 운동권 대학생에 대한 불법 연행과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다.(출처: 윤상호, 손영일, “기무사 대해부”, 동아일보, 2014.6.2.) 


영화는 기무사가 과천으로 이전한 후 빈 곳으로 남아있던 건물 모습을 기록한다. 영화가 촬영된 당시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 건립이 확정되었지만, 기무사 건물의 보존 또는 철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종친부의 터이자 한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곳이기에 건물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7월 3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2013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일부로 건물 형태가 보존되었다. 





<기무> 자막, 대한민국 재개발의 역사


영화 전반부는 기무사 건물 내·외부를 고정된 카메라로 천천히 비춘다. 건축학자들의 인터뷰가 중간 중간 덧붙여지는 한편 화면 하단에는 짤막한 자막으로 대한민국 역사 특히 재개발사를 순차적으로 나열한다. “1864년 종친부 확장 이건”, “1910년 한일합방”, “1961년 청계천 복개”(“2003년 청계천 복원”), “1979년 대민간 사찰업무 전두환 명령”(“2009년 기무사 민간사찰 재개 논란”), “2001년 상암동 재개발”(“2009년 상암 뉴타운 건설”), “2006년 은평 뉴타운 건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2009년 용산 재개발” 등. 전후 맥락 없이 무조건적인 철거와 재건축으로 대변, 서술되는 대한민국 역사는 화면 위에 위태롭게 축조되는 <기무>의 자막과 닮아있다. 빠르게 전환되는 자막은 재개발로 인해 무참히 스러져간 수많은 건물과 사람들의 삶을 은유한다. 2009년 1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숨진 “2009년 용산 재개발” 참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자막이 반복 재생하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재개발”이라는 철거의 방식을 대한민국은 현재까지도 명칭만 “뉴타운”으로 바꿔 똑같이 답습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박동현 감독은 서울 도시개발로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며 문화 속에서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숭례문이 가장 그랬던 것 같습니다. 총독부 건물도 그런 것들 중 하나였습니다. 총독부 건물이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봅니다. 그것을 남겨두고 사람들에게 그런 역사 또한 남기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깨끗이 없애는 것이 중요한지”(출처: [인디포럼2010 데일리 9호] 박동현 감독 인터뷰) 박동현 감독이 했던 인터뷰와 <기무>에서 건축학자가 한 말처럼 재개발의 방식은 광범위한 시민적 참여를 통해 보존과 철거 그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관료화된 권위의 판단으로 파괴적인 재개발과 뉴타운 방식이 반복되어 왔다.  





<기무>와 <호수길>의 골목길 풍경과 삶의 시퀀스


기무사 건물을 관조하던 카메라는 영화 중반부부터 건물 일대 북촌 한옥마을 골목길로 이동한다. 카메라는 어느 골목길 풍경 하나를 7분여 동안 긴 침묵으로 응시한다. 동네 사람들이 좁은 골목길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어떤 아주머니는 대화를 나누다가 수레에 물건을 싣고 온 행상에게서 그날 저녁 찬거리를 산다. 옆집 할아버지는 세탁소에서 찾은 양복을 옷걸이에 고이 들고 온다. 앞집, 옆집 사람들이 잠깐 멈춰 서서 거리에 나와 앉아있는 사람들과 안부 인사를 나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조금 의식하다가도 다시 본인들의 대화에 집중한다. 감독이 긴 기다림 끝에 얻은 이 장면을 나는 삶의 시퀀스가 담긴 장면이라 말하고 싶다. 거기에는 물리적 장소를 배경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일어나고 그곳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서와 의미가 있다. 감독은 긴 응시를 통해서 관객 스스로가 그 장면, 삶의 풍경을 바라보고 감각하게 유도한다. 


이 장면은 정재훈 감독의 <호수길>(2009)을 떠오르게 한다.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서울시 은평구 응암2동의 골목길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아무런 내레이션 없이 담담하게 골목길 사람들의 풍경을 오래도록 기록한다. <기무>, <호수길> 두 영화의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머문다. 골목길 프레임 밖으로 한 사람이 사라지면 또 한 사람이 등장한다. 뛰어노는 아이에서부터 자전거를 타는 사람, 산보를 하는 노인,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까지. 두 영화의 골목길 풍경, 삶의 시퀀스를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다양한 배역들이다. 또한 두 영화의 카메라 모두 대상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골목길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렴풋이 들리지만 무슨 대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가청권 안이지만 자세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너무 멀지도(무관심하지도) 너무 가깝지도(침해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카메라는 담담히 그들의 삶을 기록할 뿐이다. 누군가는 외면하거나 무관심하게 힐끗 보고 지나쳤을 풍경들이 두 감독이 응시하는 동안 삶의 시퀀스로 온전해진다. 응시를 한다는 것은 상대(대상)를 지그시 바라봄을 의미한다. 관객은 그 응시를 통해 공간을 재발견하게 된다. 그 공간은 경제적 가치로 값이 매겨진 ‘부지’가 아닌, 다양한 배역들의 일상과 만남이 부대끼는 삶의 무대이다. 두 감독은 그 장면을 오래도록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기억 속에 잔상을 남겨 그 풍경을 보존하려 하는 듯하다. 카메라가 촬영을 멈춰도 그곳에는 삶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관객들의 뇌리에 잔상처럼 남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관객은 이 골목길 풍경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걸, 그곳에 있어야 할 삶의 풍경이 사라지면 우리는 분명 아쉬워하게 될 것이란 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기무> 후반부에는 수직으로 급격하게 치솟은 고층의 건물을 원경에서 보여준다. 영화 처음과 중간에서 카메라가 골목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풍경을 가까이 바라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이제 골목길에 나와 앉아있지 않고 건물 안에 ‘들어있다’. 화면에서 경제업무 지구의 높은 건물에 둘러싸인 나지막한 학교 하나가 멀리 보인다. 하지만 감독은 의도적으로 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를 크게 들려준다. 카메라와 학교 운동장 사이의 시각적 거리감과 사운드가 불일치한다. 가청권 밖인, 그 거리감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 역시 <호수길>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바로 철거로 비어버린 동네 풍경 위로 클로즈업된 아이들의 얼굴이 디졸브 되는 장면이다. 정재훈의 영화가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미지로 담아냈다면 <기무>는 사운드로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려는 듯하다. 





보존되어야 할 역사와 삶의 풍경


<기무> 마지막 장면은 시장에서 사람들이 걸어가며 남기는 잔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잔상을 담는 방식은 흔히 사진에서 시간성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장노출 기법과 유사하다. 영화에서도 느린 잔영을 남기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공간과 장소에 새겨진 시간성을 상징한다. 동시에 장소에 남겨진 사람들의 삶의 궤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각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요구와 역사적 맥락에 의해 기무사 건축물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현재 미술관의 일부로 보존된 기무사 건물처럼 삶의 역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퇴적된다. 단지 경제적 가치만을 따져 무조건 부수고 밀어버리는 재개발, 이 주기적인 파괴의 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공간을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맞게 보존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건물과 골목길에는 역사와 함께 그곳에 새겨진 미시적인 개인들의 삶이 존재한다. 이것을 응시하려 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회피(철거)하는 순간, 우리는 삶의 역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 또한 잃게 될 것이 아닌가. 역사와 그 장소에 새겨진 개인들의 삶, 이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삶의 풍경을 이제는 응시하고 보존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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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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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 리뷰: 단순하고 투명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경복>은 관객에게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 넣었지?’라는 당혹감을 종종 안겨주는 영화다. 때때로 자조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냉소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막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영화가 한없이 투명하게 보일 때이다. 당혹감은 정확히 이러한 영화의 특징에서 온다. 별다른 계산이 없어보여서 당혹스러운 것이다. 첫 장면이 그렇다. <경복>은 기타를 메고 홀로 터널을 걸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이 장면이 한없이 투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카메라가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은 카메라에 의해서 촬영을 당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느껴져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특유의 이상한 분위기는 영화 내내 계속된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어떤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무엇을 보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있는 듯하다.





이러한 특징이 특히 잘 드러나는 부분은 제3자의 위치를 지키다가 갑자기 원 숏으로 전환될 때이다. 부모님이 휴가차 여행을 가고 ‘동환’과 함께 방에서 뭉개던 ‘형근’은 무작정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집을 팔아버리기로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집에 들이게 된다.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의 대화를 관찰하다가 갑자기 동환을 원 숏으로 잡는다. 3명의 대화가 진행 중인데 동환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대화 상대의 시선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동환이 보고 있는 것이 카메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동환은 카메라를 보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3명 사이에 느닷없이 끼어든 카메라는 마치 자신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과격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동기는 불분명한 상태로 시퀀스가 끝나 버린다.





이 당혹스러운 카메라의 난입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것은 그들이 방에서 뒹굴며 ‘정영음’(정은임의 영화음악)을 듣는 순간이다. 누구의 기억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플래시백처럼 몇 장의 사진들이 지나간다. 그 사진들은 앙드레 바쟁이 ‘사진적 이미지의 존재론’에서 사진을 “방부 처리한 시간”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지아 장커와 미아자키 하야오에 대한 이야기 사이에 잠시 등장하는 앰비언스는 마치 영영 돌아오지 않는 지나간 시간과 그것을 물성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사진이라는 매체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듯 들린다.





이 장면이 지나가면 “다들 어디론가 떠났지만,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는 형근의 진술이 들려오고 그 뒤 형근은 자조 섞인 유쾌한 유머가 진행되는 술자리에서 갑자기 울어버린다. 이 눈물이 독특해지는 것은 그가 울기 전에 삽입된 플래시포워드 때문이다. 이 플래시포워드는 형근의 눈물을 감정적으로 설명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플래시포워드가 지칭하는 바는 영화 전반이 이미 지나간 시간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방부 처리된 시간임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위에서 <경복>의 원 숏들은 마치 그들이 어찌저찌 함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처럼 보인다. 영화는 기계 없이 만들어 질 수 없고, 기계는 능동적인 사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카메라를 켜고 끄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화는 결국 (적어도 지금까진)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는 숙명을 지닌 매체이다. <경복>은 이 단순한 영화의 숙명을 원 숏이라는 가장 투명한 구도로 잡아내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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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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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리뷰: 우리 모두 조금씩은 괴물이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각수’는 항상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닌다. “선생님 사람한테도 뿔이 날 수 있나요?” 각수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뿔이 돋아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선생님은 각수에게 의문스러운 말을 던진다. “이제 괜찮아질 때도 됐잖아” 어떤 일이라는 것이 괜찮아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가 마주하는 사건들은 어떤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지는 것은 기억일 뿐, 인상이나 흔적들은 흐려지지 않는다. 선생님이 기억의 조각이라고 착각하는 각수의 뿔은 그 사건이 무엇이 되었든 각수에게 짙은 흔적을 남긴 인상인 것이다. 그는 이 뿔로 인해, 과거의 어떠한 인상으로 인해 자신이 남들과 다를 뿐 아니라 괴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혁태’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혁태는 언제나 창 밖을 바라보며 홀로 있는 각수에게 관심을 가진다. ‘정빈’은 이러한 혁태의 모습이 못마땅한지 친구들과 함께 각수가 아끼는 염소의 뿔을 자른다. 이 장면은 이후 각수의 반창고를 떼는 혁태의 모습과 겹친다. 


<뿔> 초반부에 등장하는 고정희 시인의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에서 ‘뿌리’를 ‘뿔이’라고 바꿔서 읽어보자. 이 구절은 염소의 뿔이 잘리는 상황을 설명한다. 물론 상황 자체는 아주 비극적이나 결국 새순은 돋아나고 말 것이다. 각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혁태가 각수의 반창고를 떼어내면서 굴욕적이고 비참한 순간을 맞았지만, 결국 각수에게는 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각수는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마주 해야 하는 새로운 고통이 두려웠기 때문에 과거의 상처 속에 묻혀, 자기연민을 합리화하며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혁태라는 인물은 그가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딛도록 도왔다. 각수에게 다가가고, 또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는 했지만 각수의 반창고를 떼고. 혁태가 각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정빈도 혁태에게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뿔 잘린 염소는 혁태와 겹치는데, 역시 정빈은 염소의 뿔을 자르고 혁태를 불가피한 상황에 몰아넣는 등 고통을 주었지만, 결국 그것은 의도치 않게 혁태에게 전환점을 제공한다.





퀴어라는 영화의 장르를 고려하고 생각해봤을 때, 뿔은 퀴어라는 정체성에서 오는 이질감을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각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혁태를 계속해서 밀어내면서 자신이 괴물이 되어 혁태를 해치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결국 영화에 끝자락, 혁태가 찾아왔을 때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각수는 표면적으로는 혁태를 밀어내고 있지만, 결국 자신을 이해해줄 어떠한 존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가두고 스스로를 무리에서 동떨어진 어딘가로 데려가기에 바빴다. 각수에게 계속 자신이 뿔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자신은 결국 특별할 것 없는 사람 중 일부이지만, 다른 이들이 자신을 분류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자면 뿔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의 성정체성으로 그를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로 분류하고자 했을 것이고 각수는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인해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차별 받는 것이라는 변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대체물로 뿔을 고른 것이다. 다시 말해 뿔을 가진 각수는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자기방어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각수에게 진짜 뿔이 자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혁태의 이마에 변화가 생긴 것처럼. 그러나 결국 뿔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가 드디어 다름으로 배척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으로 편입되었다는 것을 알리며 이제 스스로 존재에 대한 변명을 떨쳐낼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를 다름이 아닌 사람으로 봐주는 혁태의 존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 혁태에게는 흔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과거 각수가 겪었던 변명의 시간으로 돌입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인물들을 이용해 존재에 대한 자각부터 부정, 자기 존재에 대한 인정까지 개인이 겪는 심리적 상황들을 뿔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전달한다.





<뿔>은 끊임없이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리 속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설사 아무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해도 그는 환영 받지 못한다. 다름은 누군가에 대한 도전이고 위협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익숙하지 못한 것들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두려움의 표현은 단지 혼자 덜덜 떠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두려움은 그 존재에 대한 폭력으로 치환 된다. 끊임없이 억압하고 고통을 주려 애쓴다. 마침내 어떤 방식으로든 그 존재가 사라지게 되면 그들은 축제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서성거린다. 이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들이 몰아내고 싶었던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에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공허와 지루함,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열정을 쏟아내기 위한 희생자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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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플랜한줄 관람평

송희원 | 합리적 의심으로 선거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이현재 | 음모론이든 증명이든 일단 썰이 재미있다. 그래서 듣고 싶어진다.

이지윤 | 플랜의 존재, 그 이전에 보장 받아야 할 우리의 개표권

최지원 | 흥미로운 동시에 서늘한

김은정 | 1:1.5 황금비율



 <더 플랜> 리뷰: 합리적 의심과 투표 이전의 개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약 3,000만 명의 투표지를 담은 13,500여 개 투표소의 투표함들은 251개의 개표소로 이동된다. 이동된 투표함은 개표소에서 개봉된 후 1,300여대의 전자 개표기에 의해 분류된다. 오후 9시 4분, 기호 1번이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제치고 박근혜 후보는 한국의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리고 약 4년이 흐른 2017년 4월, <더 플랜>은 다시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2년 12월로 시간을 되감는다.



18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적지 않다. 대선을 며칠 앞두고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졌으며 대선 이후엔 무효표 분류와 연관된 부정선거 의심 정황을 주장하는 글과 사진이 온라인을 떠돌기 시작했다. ‘부정선거’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여러 차례 눈에 띄기도 했다. 이러한 18대 대선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 사이에서 <더 플랜>은 전자 개표기가 토해낸 3.6%라는 높은 비율의 미분류표에 주목한다. 그리고 전자 개표기가 분류한 미분류표 중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더 많은 표를 가져갔는지를 설명하는 K값 1.5와 그것이 전국 251개의 모든 개표소에서 같은 패턴을 가지고 등장했음을 증명하며 새로운 의심을 탄생시킨다.


미스터리 추적 형식을 띤 다큐멘터리 <더 플랜>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배제하고 팩트 체크에 포커스를 둔다. 증명이 어려운 누군가의 기억이나 의견이 아닌 선거관리위원회의 문서와 통계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의심에 대한 합리성을 갖춰나간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와 국내외 컴퓨터 전문가, 통계학 전문가, 해커의 말들이다. 그들의 말은 사견이 아닌 사실과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말하는 인물들을 다각도에서 담아낸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말하는 인물들이 마치 한 공간에서 반박하고 동의하고 말에 말을 덧붙이는 듯한 연출을 취한다.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그래픽은 어렵게 느껴지는 전문가의 말을 관객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더 플랜>은 18대 대선의 무효와 법적 수사를 촉구하기보다는 다가올 ‘앞으로’를 이야기한다. 전자 개표기가 해킹과 개표 조작 프로그램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드러내며 새로운 개표 방안 모색을 주장하고 개표 시스템에 있어 필요한 것이 철통보안이 아닌 투명성임을 강조한다. 국민이 지닌 투표권에는 개표권 또한 당연히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요청을 수차례 거절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작품이 개봉되기 하루 전인 19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19대 대선이 종료된 이후 <더 플랜> 제작팀의 요구가 있다면 조작 여부 검증에 필요한 범위에서 제 3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에 응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작품이 요구한 개표의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다. 동시에 선관위는 ‘어떤 조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의혹을 제기한 분들은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기를 기대함’이라는 협박의 어조를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어째서 문제시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 플랜>이 그저 불온하고 과장된 음모론을 그려내고 있다는 의견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합리적인 추론 과정을 통해 의심의 중요성을 말한다. 믿기 힘든 수많은 사건들이 사회를 흔들었고 그런 배경에서 터져 나오는 의심들은 과장이라 치부될 수 없다. 의심이 필요한 시대에서의 의심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히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설사 그것이 터무니없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유세로 길거리가 떠들썩하고 투표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곧 투표 독려 캠페인과 영상이 주변을 가득 채울 것이다. 쏟아질 ‘투표하세요’라는 외침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더 플랜>이 드러내는 개표의 투명성 보장과 그것을 가능케 할 합리적 의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플랜의 유무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는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개표를 약속받아야 한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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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다 침전하는 순간들

 인디피크닉 2017 <순환하는 밤> <무저갱> <우리아빠 환갑잔치> <앰부배깅>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 8일(토) 오후 7 50분 상영 후

참석 <순환하는 밤> 백종관 감독 / <무저갱> 김지현 감독 /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연수 감독, 류선영 배우 / <앰부배깅> 한정재 감독

진행 허남웅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변덕스럽고 알 수 없는 세상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까만 밤을 닮았다. 혼돈의 연속인 무수한 밤이 지나면 치열하고 정신없던 소동의 순간들이 머리 위를 부유한다. 그리고 부유하던 순간들은 서서히 침전하며 이름 모를 기억이 된다. 봄기운이 만연하던 토요일의 오후 여섯시 무렵, 세상을 부유하던 다섯 편의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랑의 흔적이 지나가는 고독한 내면을 담은 <빈 방>, 이름 모를 군중들의 이미지와 고전 텍스트로 낯익은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는 <순환하는 밤>, 당연시 되었던 힘의 우위에 대한 의문을 기묘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무저갱>, 경사스러웠어야 했던 아빠의 환갑잔치에서 벌어진 소동의 기억을 담은 <우리아빠 환갑잔치>, 처연하고 지친 모습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앰부배깅>. 다섯 편의 순간들이 지나가고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허남웅 평론가(이하 허남웅):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순환하는 밤> 백종관 감독: 집회가 있으면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나간다. 언젠가부터 집회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고 그 위에 참가한 분들의 이미지가 올라오곤 한다. 2015년에 마침 개인적인 다른 이유 때문에 한국 근현대사 집회 관련 사진들을 찾아놓은 게 있었다. 찾아둔 이미지들과 스크린 위의 이미지들이 겹쳐졌다. 거리에서 일어나는 반복되는 일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지 영화로 풀어보고 싶어서 작업하게 되었다.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연수 감독: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시끌벅적한, 소동이 일어나는 잔치에 ‘폴로베츠인의 춤’이라는 오페라(이고르 공) 곡이 나오는 걸 이미지로 삼았다. 그것을 중심으로 다른 서사들을 붙여나가면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무저갱> 김지현 감독: 인어라는 존재를 어릴 적부터 매력적이라 느꼈다. 인어가 현실에 나타난다면, 그리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작품이 출발했다.


<앰부배깅> 한정재 감독: 의사인 친구가 앰부배깅을 했던 경험과 할머니의 장례식장 앞에서 할머니 성함을 기억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합쳐보고자 했다.


허남웅: 류선영 배우는 <우리아빠 환갑잔치>에서 실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법한 연기를 보여줬다.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듣고 싶다.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선영 배우: 감독님의 디렉션이 사실적이었다. 감독님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왔기 때문에 따라갔던 것 같다.



관객: <순환하는 밤>에서 이미지가 처음에는 조금 밝았다가 중간엔 얼굴을 약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가 뒤로 갈수록 뭉개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순서에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무저갱>에서 초반에 어부가 인어를 잡았을 때 어부의 눈코입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궁금하다.


<무저갱> 김지현 감독: 어부의 눈코입은 어시장에 인어를 팔러가기 전까지 생략되어 있다. 어부가 인어라는 존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목구비를 그리지 않았다.


<순환하는 밤> 백종관 감독: 순서에 신경을 쓴 것이 맞다. 부분적으로 ‘햄릿’ 텍스트 등 다른 글들을 인용했는데 인용한 부분에 맞춰서 일부러 그렇게 배치를 했다.



관객: <우리아빠 환갑잔치>에 류선영 배우의 모습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선영 배우: 현실 반영된 부분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약간 목이 쉬어있다 정도? 그것 외에는 철저한 디렉션에 의한 연기였다.(웃음)


관객: <우리아빠 환갑잔치>에서 ‘선영’이 제적을 당한다. 그렇게 설정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연수 감독: 작품은 픽션이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스스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 자체는 우리 집 이야기다. 성질이 더럽지만 나름 동생을 챙겨주는 일곱 살 많은 언니와 살고 있다.(웃음) 언니가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을 다녔다.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같은 경우 시험에서 정해진 등수 안에 들지 못하면 유급을 당해서 다시 아래 학년과 같이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 설정이 유급이었는데 유급은 생소할 것 같아서 아예 과격하게 제적으로 바꿨다.



관객: <앰부배깅>의 디테일한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앰부배깅> 한정재 감독: 의사 역할을 한 신윤정 배우와 아무 이유 없이 병원에 가서 몇 시간씩 앉아 있곤 했다. 의사 분들이 얼마나 죽음에 담담한지, 그리고 얼마나 죽음에 피곤을 느끼는지 알게 되었다. '개인적인 일과 부딪히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의 지점에서 죽음을 피곤해한 죄책감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억지로 쓰라고 할 때 빼고는 할머니의 이름을 적어보거나 불러본 적이 없다. 장례식장에서 모니터에 있는 이름을 보고 ‘할머니 장례식은 어디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할머니 생각을 했다.


관객: <순환하는 밤>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W.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단테의 ‘신곡’ 등 고전을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무저갱> 제목의 ‘무저갱’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궁금하다. 분위기가 어두침침하고 기괴한데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남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아닌가 생각했다. 두 색을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무저갱> 김지현 감독: ‘무저갱’은 성경이 한국에 들어올 당시 번역된 단어로 알고 있다. 오래된 단어고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다. 직접적인 뜻은 ‘지옥’이다. <무저갱>은 크게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테마를 잡았다. 인어가 살아 숨 쉬는 바다 속 공간은 푸른색을, 잡혀서 뭍으로 올라와 수조 안에 갇힐 때부터는 붉은색을 많이 사용했다. 인어에게는 이 세계가 지옥과 다름없는, 죽음과 직결된 곳이기 때문에 붉은색으로 설정했다.


<순환하는 밤> 백종관 감독: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기억, 망각, 빛 등이다. 단테의 ‘신곡’에서 빛은 신성과 연결된다. 다른 의미도 있다. 망자와 신성을 나타내지만 거기서 시선을 주고받는 것, 빛으로 은유되는 것들이 평소에 읽다가 메모해둔 부분들과 연결되었다. ‘아우스터리츠’는 기억, 망각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이미지와 텍스트를 섞어가며 문체도 유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서 썼다. ‘햄릿’의 경우 굉장히 정치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를 좀 다른 의미로 썼다. 있고 없고, 존재하느냐의 문제가 이미지의 유령성 등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쓰게 됐다.


관객: <무저갱>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으로, 생각 없이 행했던 일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 실사 영화로 만든다면, 이와 비슷한 소재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무저갱> 김지현 감독: 기본적으로 다루고 싶었던 것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서 받은 응보라기보다 우리가 살면서 너무나 당연시했던 개념들을 다시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실사라면 절대로 이 소재를 다루지 않았을 것이다.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도록, 거세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허남웅: 마지막으로 각자 인사와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앰부배깅> 한정재 감독: 영화 봐주셔서 감사하다. 단편영화를 하나 더 찍는데 잘 나올 수 있게 준비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무저갱> 김지현 감독: 주말에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하다. 재미있게 보셨길 바라고 다음에 다른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은 바람이다.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선영 배우: 예전에 류선영 배우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다들 극중 인물의 성격이 실제 성격이냐고 물어봤다.(웃음) 물론 여동생이 있지만, 제적당한 적은 없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웃음) 감사하다.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연수 감독: 제 영화는 류선영 배우의 덕을 많이 봤다. 기상천외한,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실제처럼 연출할 수 있도록 많이 일조해줬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실제라고 오해를 하는 게 아닐까.(웃음)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선영 배우: 감독님조차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자꾸 저를 친언니처럼 무서워하더라.(웃음)


<우리아빠 환갑잔치> 류연수 감독: 사실이다.(웃음) 정말 멋있게 연기를 해줬는데 그게 멋있으면서도 무섭더라. 이제 곧 단편영화를 학교에서 하나 찍는데 그게 잘돼서 또 서울독립영화제에 갔으면 좋겠다.


<순환하는 밤> 백종관 감독: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작품들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모두 봤는데 한 번 더 보아서 좋았다. 장편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잘됐으면 좋겠다.



스크린 위에 그려진 혼돈과 소동의 순간들은 관객들의 머릿속에 침전하며 어떤 기억이 된다. 침전한 기억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이따금씩 꺼내어 보고 싶은 추억이 되기도 한다. 서울독립영화제 이후 다시 만난 다섯 편의 작품들도 그런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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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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