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울타리에도 문은 필요해
〈다섯 번째 방〉과 〈오 즐거운 나의 집〉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분명 내가 아닌 남이지만, 선택과 관계 없이 태어남과 동시에 죽을 때까지 끊기지 않는 연이 있다. 혈연(血緣)은 특히 생명의 직속일 때에 분명히 그의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배에서 최초로 숨 쉬는 방법을 터득했음을 상기시키는 단어라는 말이다. 너무나도 단단한 혈연, 즉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아름답고 의지 되지만, 때로는 우리를 슬프게 하고 결속 시키기도 한다. 이 감정은 비단 둘 중 하나만 겪는 것이 아닌, 엄마와 자식 모두가 한번 즈음은 겪고는 한다. 소개할 두 영화는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혈연을 엄마와 딸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다섯 번째 방〉의 효정은 나만의 구역이 필요하다. 결혼 이후 시부모님을 모시고 큰 집에서 가족을 안고 살아왔고, 가정폭력의 ‘상담사’와 ‘교육자’, 그리고 찬영의 ‘엄마’, 전성의 ‘남편’이자 옥이의 ‘며느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 왔다. 밖에서 열심히 일을 수행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잔뜩 쌓여있는 설거지거리가 효정을 기다린다. 옥이가 내어 준 그의 방에서 효정의 시간을 보내려 해도 쉬이 외부인이 문을 열고는 한다.
이러한 삶에서 효정은 자신의 볼륨을 키우기 시작한다. 접근이 쉬운 1층에서 2층의 방으로 공간을 분리시키고, 집의 지분에서의 문옥이의 일방적 통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점차적으로 가족과의 필요한 거리를 두려 노력하는 효정의 움직임,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다섯 번째 방”과 엄마의 독립에 대한 탐색이 영화에 잘 담아져 있다. 효정을 돌보는 사람은 누구도 없지만, 그 누구도 효정을 괴롭히려는 나쁜 의도는 없다는 점이 더욱 우리의 마음에 짐이 된다. 애증과 애정, 그 둘의 감정이 엄마와 가족 구성원의 사이를 오간다.
〈오 즐거운 나의 집〉의 지연과 하라는 엄마의 품속으로 향한다. 자매의 마음의 방은 엄마의 품에 있지 않고, 서로에게 있었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첫번째 방인 엄마의 품의 존재가 불분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연과 하라의 엄마인 애란도 자매를 품을 방의 여유가 없다. 엄마에게 임신 사실을 전달하며 차가운 말을 뱉는 지연에게도, 자매가 반갑지 못하다는 애란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방이 없다는 점에서 〈다섯 번째 방〉과 맞닿아 있다. 위태로운 셋에게 집이란 어떠한 공간일까. 그리고 그들에게도 다섯 번째 방까지 도달할 힘이 생길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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