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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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위해서라면
〈다우렌의 결혼〉과 〈오늘 영화〉中 '연애다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영화 안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어떤 이의 작업 과정이 낱낱이 펼쳐지는 일이다. 그들의 작업과 그 과정, 꼭 영화 안에 두 세계를 보는 것만 같아 그들을 지켜보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영화의 세계 그리고 영화 속 영화의 세계, 이 두 세계가 서로 교차하는 순간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 교차의 시간은 영화의 생성부터 과정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끊임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화적 삶의 방향을 이끌어내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지켜보며, 영화 안에서 영화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며, 그 순간만큼이라도 함께 영화적 삶을 꿈꾸어 본다.
승주(이주승)는 영화를 위해 결혼을 했다. 결혼을 위해, 승주라는 이름도 다우렌이 되었다. 그렇게 다우렌의 결혼은 영화 속 영화가 된다. 조연출로 함께 한, 카자흐스탄에서의 고려인 결혼식 다큐멘터리는 어느새 다우렌이라는 이름을 한 승주의 결혼식이 되어있다. 제작지원사업에서 제작비를 받아 시작된 다큐멘터리는 촬영지에서의 예기치 못한 감독의 교통사고와 찍기로 했던 결혼식을 놓쳐버린 사건으로 어떻게든 고려인 결혼식을 담아내야 하는 승주의 도전이 된다. 거기서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 결혼식을 찍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사이 잠깐씩 삽입되는 영화 속 영화를 찍는 카메라는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풍경을 비추었다가, 다우렌과 디아나(아디나 바잔)의 모습을 비추었다가 결혼식으로 모인 동네 사람들의 미소에 가닿는다. 승주가 진짜 같은 가짜 결혼식의 신랑, 다우렌이 되면서도, 본격적인 연출로서의 첫발이 이 영화 속 영화, 다우렌의 결혼식이라고 생각하면 카메라가 결국 가닿는 곳이 승주의 영화가 닿고 싶은 곳이자, 승주가 꿈꾸는 영화적 삶이라고 짐작하고 싶어진다.
영화를 위해 연애를 하기로 한 커플도 있다. 〈연애다큐〉의 하나(임성미)와 교환(구교환)은 배우 지망생과 영화감독 지망생 커플이다. 이들의 이름 옆에 나이와 함께 붙은 ‘지망생’이라는 글자는 이들이 찍은 영화 속 연애다큐, 〈프로젝트명 : 러브(LOVE)〉에서만큼은 점점 지워지고, 영화의 후반부, 둘은 정말 배우와 영화감독으로 그들의 영화와 관계한다. 다큐멘터리 사전제작지원 공모에 합격한 시점은 하나와 교환이 이미 헤어진 후다. 그야말로 영화를 찍기 위해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된 하나와 교환은 그럴듯하게 카메라 앞에서 커플이 된다. 설악산에 온 것처럼 아파트 한편에 텐트를 펼쳐놓고 그 안에 함께 있기도 하고, 교환의 가족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교환이 손에 든 카메라 안에서 하나는 배우인 듯, 하나인 듯 존재하며 영화 속 영화, ‘연애다큐’는 영화와 실제 사이를 흩트린다. 영화와 그들의 이별이 매개한 배우와 영화감독의 위치성은 이들의 실제에 닿아 서로를 향한 어떤 선택이 영화의 공간 안에서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다우렌의 결혼〉 속, 카자흐스탄에서의 영화 만들기는 한국으로 돌아온 승주가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부산으로 떠나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영화 속 영화는 승주의 영화 작업을 이끌어내고, 승주 자신이 정말 만들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지 그의 발길을 이끌어낸다. 〈연애다큐〉의 영화 속 영화는 하나와 교환이 만든 영화 공간 속에서 다시 하나와 교환에게 묻는다. 하나와 교환이 함께하는 영화의 시간이 서로의 결심을 불러오고, 하나와 교환은 이에 선택과 대답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가 영화를 만드는 이와 교차하는 순간은 누군가의 영화적 삶이 진동하는 순간이다. 그 진동으로 영화 밖까지 흘러나온 움직임과 함께 영화를 위한 삶을 잠시 꿈꾸어본다.
*작품 보러 가기: 〈오늘 영화〉중 '연애다큐' (구교환, 이옥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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