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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판문점〉: 불투명한 기억을 타고 흐르는 역사

by indiespace_가람 2024. 7. 1.

〈판문점〉리뷰: 불투명한 기억을 타고 흐르는 역사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영화 〈판문점〉 스틸컷

 

기억은 과거를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아니다. 기억을 정의하자면, 오히려 현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재구성되는, 과거에 대한 해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주체가 과거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퇴색될 수도, 재구성되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존재한다기보다, 구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가?’이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가’가 중요하다. 우리 시대는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엇을 중시하는가. 우리 시대를 가로지르는 논의는 무엇인가. 기억의 방식은 곧, 한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와 가치의 문제를 환기한다.

〈판문점〉은 다큐의 형식을 빌려, 과거를 기억하려는 시도이다. 과거에 박제돼 있던 판문점의 시간은 스크린에서 재구성되어 흐른다. 〈판문점〉은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판문점에 대한 현재적 해석이자, 현대 사회에 판문점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현이다.

 

영화 〈판문점〉 스틸컷

 

〈판문점〉의 시선은 과거로부터 출발한다. 〈판문점〉은 역사의 흐름에 따른, 판문점의 기능과 의미 변화를 조명한다.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판문점은 6.25 전쟁 시기 탄생하였다. 판문점은 본래, 휴전회담을 위해 선택된 마을의 이름이었다. 역사의 굴곡을 따라 판문점의 의미는 굽이치며 변화하였다. 남북회담과 군사정전위원회의 개최되며, 전쟁의 ‘영구적 종결’과 평화를 논의하는 장이 되었다. 접촉을 통한 교류의 이면에는 긴장과 불안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자리해 왔다. 증폭되던 불안이 혐오의 언어와 폭력의 몸짓으로 분출된 순간, 남북 간 ‘유일한 직접 접촉 창구’였던 판문점에도 휴전선이 그어졌다. 인간적인 접촉이 이루어졌던 소통의 공간이자, 이데올로기 대립의 폭력성을 환기하는 공간이었던 판문점은 소통과 화합의 기능을 잃게 되었다. 

 

영화 〈판문점〉 스틸컷

 

〈판문점〉의 시간은 과거를 넘어, 현재로 흘러간다. 영화는 현대에, 판문점이 남북분단의 상징이라는 획일적인 의미만을 지님을 지적한다. 판문점이 획일적 의미를 넘어, 소통의 가치를 회복하고, 미래의 평화를 위한 교류와 화합의 공간으로 의미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판문점〉은 현재의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의 거대한 물음이다. 영화는 묻는다. 판문점이 교류와 화합의 공간으로 기억되기 위해,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판문점〉의 물음이 외로운 메아리로 남지 않기 위해, 우리는 판문점을 새롭게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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