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방식, 위로의 방향
〈미지수〉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6월 1일(토)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이돈구 감독, 권잎새, 반시온, 박종환 배우
진행 영화 유튜버 거의없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기록입니다.
상실의 시점을 지나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들 앞에 대담히 상실을 가져다 놓고, 저마다의 공간에서 계속해서 그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 순간들은 꿈속의 이야기 같기도, 지나치게 태연하기도, 지나치게 스스로를 괴롭게도 만들지만, 어쩐지 상실 앞에 서면 누구라도 그렇게 마주할 거라는 생각에 영화의 재치가 혹독한 슬픔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미지수〉는 이들의 현시점을 통해 다시, 상실의 시점을 어루만진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위로가 저 먼 우주를 바라보며 떠나보내는 방식일지라도, 〈미지수〉가 전하는 위로의 방향은 지금의 ‘나’로 선명해진다. 〈미지수〉가 전하는 위로의 방식 그리고 위로의 방향을 들어보고 기록해본다.
영화 유튜버 거의없다(이하 거의없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화 유튜버 거의없다입니다. 오랜만에 GV여서 굉장히 긴장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라서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감독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돈구 감독(이하 이돈구): 안녕하세요. 영화 〈미지수〉 연출을 맡은 이돈구라고 합니다. 주말 이른 시간에 이렇게 영화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없다: 감독님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아요. 차근차근 질문하기로 하고, 권잎새 배우님 인사 부탁드립니다.
권잎새 배우(이하 권잎새): 안녕하세요. 〈미지수〉에서 지수 역을 맡은 배우 권잎새입니다.
거의없다: 반시온 배우님은 데뷔작이시죠? 인사 부탁드립니다.
반시온 배우(이하 반시온): 안녕하세요. 반시온입니다. 감사합니다.
거의없다: 영화 볼 때부터 느꼈지만, 반시온 배우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저는 심지어 이 영화에서 반시온 배우는 연기를 거의 안 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웃음) 그냥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출연한 게 아닌가. 영화 속 집도 반시온 배우 집인 줄 알았어요. (웃음) 그리고 박종환 배우님 인사 부탁드립니다.
박종환 배우(이하 박종환): 안녕하세요. 박종환입니다. 〈미지수〉에서 기완 역을 맡아서 연기했고요. 이렇게 좋은 주말 오후에 극장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끝날 때까지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의없다: 작품 편수가 굉장히 많으신데, 그만 수줍어하실 때도 됐잖아요. (웃음)
박종환: 그러고 싶지만, GV에서 느끼는 이 생경함이 매번 다르고, 늘 GV를 경험하고 있지만 여기서 생기는 어떤 익숙함보다는 어떤 낯섦을 가깝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거의없다: 아마 관객분들께서도 영화 초반에는 ‘이게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펼치나 했어요. 특히나 2개의 이야기가 교차되어서 나오잖아요. 제 생각에는, 마지막에 이 두 이야기가 묶이면서 조립되는 쾌감을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것 같아요. 두 사람 이야기가 결국 모이면서 임팩트가 세지는 걸 노리신 건가요?
이돈구: 물론 시나리오 과정에서,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안 노릴 수가 없죠. 노렸다기보다는 구상을 했어요. 초반에 이 부분을 잘 참으실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기획 자체가 애초에 용기 있게 시작한 영화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 점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거의없다: 특히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내 콘텐츠를 보는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 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잖아요. 저는 초반에 욕조에 담긴 시체라던지 그런 것들이 좋았어요. 그런 것들이 딱 느낌이 오잖아요. 이거 뭔가 감독이 큰 이야기를 주겠구나 하고요. 보통 허무나 절망 같은 감정을 주고 싶은 감독들은 욕조에 담긴 시체 같은 어려운 사물체는 만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지수〉에 야심이 있구나 싶었어요. 감독님은 마지막에 이야기가 조립되는 과정에서 관객인 어떤 걸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돈구: 각자 어떠한 이별의 기억이 있을 거란 말이죠. 저도 그렇게 영화를 시작했어요. 상실감과 이별에 대해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게 무슨 감정이지 싶었어요. 나름 한 3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공허함과 상실감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어느 시기에 그런 일들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결국 관객분들에게도 그냥 상실의 의미를 넘어서서 위로의 의미를 좀 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사실 제가 저를 위로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예요. 다시 시작하고 싶고, 다시 나아가고 싶어서. 그런 관객분들이 계시다면 ‘나아감’의 용기를 좀 가져보자 하는 영화와 맞지 않는(웃음) 큰 주제 의식이 있습니다.
거의없다: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보여요. 특히, 저는 마지막에 총을 들고 전쟁터로 달려 나가는 장면이 굉장히 짧은 장면인데,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극중에서 상실감을 표현하는 사람은 우주가 아니라 ‘지수’예요. 권잎새 배우는 영화 〈연습생〉때부터 굉장히 상실감과 몰락의 서사를 표현하기 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느꼈어요. 여성의 몰락 서사를 그릴 때, 대한민국의 모든 감독들이 한 번씩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꾸 새로운 이상한 상황이 생기잖아요. 욕조의 시체라던지, 남자친구가 갑자기 자신의 엄마를 죽인 것 같다고 한다던지. 그러면 거기에 새로운 감정을 레이어드해야하는 데, 감독님이 밉지는 않았나요? (웃음) 영화 주제는 상실감인데 굴러가는 이야기는 스릴러 같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권잎새: 하지만 즐기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를 잃어서 슬프고, 공허한 감정으로 쭉 있는 게 아니라, 되게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상황들을 생각하고 혼란을 겪잖아요. 그 상황을 그냥 맞닥뜨리고, 그 안에서는 그 상황에만 맞게 반응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상실감보다는 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의 감정만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거의없다: 그래서 처음에 욕조에 담긴 시체를 봤을 때, 놀란 다음에 나오는 감정이 ‘또 사고쳤네’ 이런 느낌인건가요?
권잎새: 반시온 배우가 돌발적인 면모가 있어서 그런 눈빛을 보냈던 것 같아요.
거의없다: 반시온 배우 존재 자체가 약간 메소드 연기를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웃음) 반시온 배우는 영화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나는 우주 역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혼자 주장하고 계신다고 하는데요.
반시온: 저는 이번 역할을 제가 하게 될지 정말 몰랐어요. 저는 ‘우주’와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없다: 평소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있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요.
반시온: 칭찬 되게 많이 받았어요. (웃음) 제 친구들이 저를 알잖아요. 근데 연기 너무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거의없다: 감독님께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반시온 배우에게 디렉팅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돈구: 저는 개인적으로 반시온 배우가 우주 같았어요. 그거를 배우가 모르는 것도 사실 조금 충격인데 (웃음), 이거에 정답은 없지만, 특별히 어떤 디렉팅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말하고, 해주길 바랐어요. 근데 이제 반시온 배우가 힘들어했던 게, 반시온 배우가 “저는 죽은 사람으로 연기해야 되나요, 산 사람으로 연기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을 했어요. (웃음) 그런 게 미안하죠 배우에게. 굉장히 어려운 연기를 부탁해야 해서요.
거의없다: 반시온 배우는 어떻게 세팅을 하고 연기했나요?
반시온: 고민을 좀 하다가, 그냥 살아있는 걸로 하자 하고 연기했어요.
거의없다: 애매한 걸로 치면, 박종환 배우님의 기완 역할이 영문도 모르고 굉장히 괴팍한 사람으로 초반에 등장해요. 내 가게 음식을 배달해줄 사람에게 이유는 밝히지 않고 별안간 짜증을 내잖아요. 사실 이런 역할이 배우 스스로도 연기하는 데 있어 답답하지 않았나요?
박종환: 기완이라는 인물은 우주 역할과는 상반되게 육체는 살아있는데, 죽어있는 듯한 느낌을 좀 받은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극단의 상황에 놓인 개인과 관계하는 사람들이 이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예측도 잘 안되고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모르잖아요. 기완은 스스로를 계속 고립시키고 있는 인물 같았어요. 그 고립감에 대해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배우로서는 스스로 고립시키는 역할을 전부터 조금씩 해봤던 터라 익숙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 각자의 사연과 사정을 알 수는 없잖아요. 저 사람의 사정과 사연을 알았을 때 관객이나 저 상황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삶 속을 좀 더 들여다보고 기다려주는 마음을 갖게 만든 어떤 영화적 순간인 것 같고, 그게 삶에도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거의없다: 사실 영화는 되게 관음적인 매체니까요. 누가 짜증 내고 있으면 그냥 “뭐야.” 이러고 지나가는데, 영화는 그 사람을 따라가잖아요. 그런 캐릭터들이 그러면서도 매력적이어야 한단 말이죠. 아예 무매력이면 관심이 안 생기잖아요. 그런 면에서 박종환 배우님께서 연기하시는 역할들은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왠지 화는 되게 내고 있는데 스스로 화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딱 그냥 얼굴이 보인달까. 그런 면에서 아마 캐스팅을 하신 게 아닐까 싶은데. 친분으로 하신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웃음) 감독님은 박종환 배우님을 어떻게 캐스팅을 하게 되신 건가요?
이돈구: 박종환 배우에게 페이소스가 있어요. 얼굴에 페이소스가 있어서 그런 마스크적인 부분도 있지만 또 되게 본인에 대해서 뭔가 깊은 어떤 부분들이 있어요.
박종환: 친근함으로 캐스팅을 했던 시기도 있는 것 같아요. 동네이웃 주민이었을 때, 당구 친구였거든요. 이제는 이웃이 아니라서, 이번에는 친분으로 캐스팅한 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웃음)
거의없다: 영화 제목이 〈미지수〉잖아요. 주인공 이름이 ‘지수’이기도 하고, 지수에게 일어난 일이 미지수이기도 하고, 전체로 보면 우주의 모습이 미지수이기도 해요. 이 미지수는 어떤 수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단어 뜻 미지수 그대로인가요?
이돈구: 예측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답이 없잖아요. 제가 그때 느꼈던 감정이었고, 그런 생각들을 막 하다가 갑자기 단어 하나가 탁 튀어 올라온 게 미지수였어요. 그래서 제목을 〈미지수〉로 지었고, 배우 이름도 ‘지수’로, ‘우주’ 이름도 그렇고요. 저는 우주에 대한 포비아가 있어요. 우주를 상상하면 되게 무서워요. 제가 우주에 만약에 표류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해요. 숨이 안 쉬어져요. 우주를 되게 재밌고 아름답고 신비한 영역으로 많이 보잖아요. 사실은 근데 저는 그렇게 잘 안 보여서 그때 느꼈던 감정과 좀 일치됐었고, 그래서 좀 직접적이지만 그렇게 ‘우주’라는 이름을 줬죠.
거의없다: 이름이 ‘우주’인 것은, 이 친구가 지금 우주에 떠 있는 것 같은 상태이기도 한 것 같고요.
이돈구: 그렇죠. 그러니까 죽지 않았다. 제가 막 종교를 믿는 사람 아닌데, 육체는 없어도 살아있는 거예요. 살아있어야 돼요. 살아있기를 바래야 돼요. 나머지 사람들은. 그래서 그 우주선은 그 사람들의 마음이에요. 그러니까 그 마음이 우주로 간 거예요. 그러니까 우주가 거기 떠 있잖아요. 그렇게라도 보고 싶은 거예요. 이 현실 세계에서 사라진 우주를.
거의없다: 저는 약간 그 장면이 생각났어요. 다른 영화 얘기해서 죄송합니다만, 〈그래비티〉라는 영화 보면, 조지 클루니가 자기 줄을 끊고 날아가 버리잖아요. 그리고 이제 산소가 조금씩 떨어지잖아요. 우주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마치 줄을 끊고 날아간 이후에 조지 클루니 모습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조지 클루니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어떤 이유가 있어서 줄을 놨는데, 우주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원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더더욱 미지수인 건데, 저는 마치 우주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든 게 수학이고, 수학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부분이 미지수인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에 누리호가 나와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쏘아 올린 발사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거 외에 다른 로켓으로 하셔도 되잖아요.
이돈구: 원래 외국 로켓을 처음에 레퍼런스로 하다가 그때 정말 누리호 2차 발사가 있는 날이었어요. 그래서 큰 뜻은 없어요. 그냥 되게 기념비적인 일이라는 생각으로 영화와 관계없이 누리호를 선택했죠.
거의없다: 그리고 이제 지수가 길을 가다가 누리호가 날아가는 장면을 본단 말이에요. 기완도 누리호에 굉장히 집착을 하죠. 그러면 결국은 우주가 우주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날아가는 누리호를 타고 막 올라가는 거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이돈구: 실제로 지수가 누리호를 볼 수가 없죠. 다 그 마음이에요. 그냥 이게, 이 영화가 되게 뭔 소리하는 거야, 할 수도 있는데 이게 다 마음에 대한 영화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지수가 집에 있을 때의 모습은 실제 상황이 하나도 없어요. 본인이 우주에 대해서 느꼈던 어떠한 공포감과 상실감과 미안함이 뒤섞여서 누군가가 죽어나가고 하는 것들이 다 그냥 이 친구의 마음이에요. 거기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어요. 아무것도 그 영화에서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은 현실이 하나도 없어요. 누리호 보는 것도 마찬가지고. 기완이 사실은 그 발사체에 집착을 해서 나중에 우주에 가서 정말 그렇게라도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다는 게 사실 정신이 이상한 거잖아요. 근데 이게 다 그냥 이 사람들의 마음이고 제가 막 그렇게 느끼고 싶었던 저 나름대로의 순수한 마음으로 디자인을 했다고 생각해요.
거의없다: 기완이 담배에다 불을 붙이면서 핸드폰을 바라보는 장면 있잖아요. 왠지 그런 느낌 나지 않습니까? 누리호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 되게 달라요. 그러니까 지수는 그냥 눈앞에 저거 날아가는 거 내가 봤으면 좋겠다 하니까 진짜로 보여요. 근데 기완은 이제 세상을 많이 겪은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환상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걸 핸드폰으로 계속 보고 있어요. 담배를 피우면서. 현실적인데 되게 어이없을 정도로 슬픈 거죠. 근데 왜 기완이 그렇게 우주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오열하는지에 대한 감정씬이 좀 들어갈 법도 하잖아요.
이돈구: 그러는 순간 이 사람은 완전하게 인정하게 되는 거예요. 자기 스스로 회피를 하고 있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거니까 그러지 않을까…
거의없다: 박종환 배우님 생각은 어때요?
박종환: 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아내의 입장이 또 있죠. 기완의 내면에 있는 아내와의 어떤 갈등과 기완이 느끼는 우주에 대한 어떤 이 혼란스러움, 그 두 개가 내면적 갈등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거기서 기완은 현실적으로도 뭔가를 계속 느끼면서 살아가야 되고, 아내 입장에서는 그런 걸 계속 호소하니까요. 순간순간 기완은 그게 잘 안 받아들여지고, 현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 어떤 괴로움과 오기 같은 게 또 있는 것 같아요. 그거 배달 안 하면 우리 죽느냐고 할 때 보면. 분명히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지내야 되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거에 대한 죄책감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어떤 곳에서 그런 감정을 표출하지는 잘 못하는 것 같고, 계속 딜레마를 겪고 있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거의없다: 사실 모든 나라의 남성들이 다 그렇지만 이 약점을 내보이기를 싫어하거든요. 아내 혼자 통닭집을 막 청소하고 정리하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 보면 우수 프랜차이즈점이라는 게 3개나 걸려 있거든요. 이 프랜차이즈 상장 3개 중에 몇 개가 기완의 작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기완이 그렇게 정신이 나가버린 이후로도 아내분께서는 성실하게 닭집을 계속 운영을 해왔다는 거잖아요. 그걸 기완도 뻔히 알고 있을 거고. 근데 그걸 드러내놓고 회피하거나 아니면 대놓고 슬퍼하거나 이랬다가는 감독님 말씀대로 그냥 다 인정해버리는 꼴이 될 테니까 계속 외면하고 회피하는데, 그러면서도 알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아예 머릿속에서 지웠다면 비 오는 날 배달을 못 나가게 할 리가 없잖아요. 아예 그 기억이 통째로 회피됐다면. 그런 면에서 만약에 기완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으면 정말 칙칙했겠네요.
이돈구: 갑자기 깜짝 놀랐어요. (웃음) 저는 어쨌든 기완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이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통스러워야 돼요. 사실은 그걸 너무 뻔뻔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그게 너무 끔찍한 것 같아요.
거의없다: 지수와 우주가 산에 올라가는 장면 있잖아요. 산에 올라갈 때 지수는 진짜 심각하거든요. 지금 사람 묻을 자리 보러 가는 거 아닙니까? 근데 우주가 뒤를 따라오면서 나뭇가지 꺾어서 나뭇잎을 막 치고 있어요. 그거 애드리브입니까?
반시온: 애드리브였어요.
이돈구: 그러니까 저는 가만히 있어도 돼요. 자기가 다 해. (웃음) 저는 기존에 기성 배우들이랑 작업을 더 많이 했거든요. 근데 그분들보다 디렉팅을 더 안 했어요. 우주가 산에서 넘어지는 것도 다 애드리브예요.
거의없다: 반시온 배우님이 원래 운동하셨잖아요. 운동 신경이 되게 좋으실 텐데 치밀하게 계산된 애드립입니까? 아니면 진짜로 미끄러진 겁니까?
반시온: 안 믿으시는데 저 계산한 거예요.
거의없다: 믿어요. 왜냐하면 운동 신경이 없으면 그렇게 짧은 순간에 발을 두 번 헛딛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럼 이제 산을 따라 올라가면서 우주라면 어떻게 할까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군요.
반시온: 근데 그 산에서 빙의가 됐어요. 제일 내가 ‘우주’답다고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거의없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완전히 동의해요. 그러면 이제 지수 역은 그런 우주를 그냥 쳐다봐야 되잖아요. 쳐다보기만 하면 좋은데 어떻게든 얘를 데리고 수습을 해야 되잖아요. 근데 막 애가 혼자 산에서 미끄러지고 나뭇가지 꺾어서 나무 치고 있고 막 속 뒤집어지잖아요. 근데 약간 지수가 우주한테 애정을 넘어선 약간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느꼈어요.
권잎새: 제가 느꼈을 때는 이전에 만났을 때부터 우주는 뭔가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의도로 지수한테 뭔가 계속 해주는데 이게 어떤 사건이 되는 게 많았던 것 같고. 그리고 만나다 보면 묘한 모성애 같은 게 생기기도 하잖아요. 그런 감정의 일종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불안한 것도 있는데, 또 웃긴 건 제가 아무 표정 없이 쳐다보면 우주가 눈치를 보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즐기기도 했고, 뭔가 화를 낼 필요도 없이 그냥 보면 알아서 멈추길래… (웃음)
거의없다: 그럼 우주는 이제 지수에게 있어서 그런 존재이고, 또 오랜 시간 사랑을 쌓아온 존재잖아요. 저는 의외로 그 둘이 데이트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너무 좋은 거예요. 우리가 딱 연애하면 생각나는 그것들을, 그 액팅들을 막 하고 있는데 둘 다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러니까 이 자연스럽다는 게, 노련한 연기자들이 뿜어내는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진짜로 서로를 강아지처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가지고. 또 우주는 계속 지수 챙겨준다고 그래서 알바도 한 거잖아요.
특히나 권잎새 배우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있어요. 딱 지수가 한 샷에 그냥 혼자 잡힐 때가 있어요. 되게 불안한 구도로 지수의 얼굴만 딱 나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저는 그 순간에 오히려 지수가 불안해 보이더라고요. 마지막에 우주의 어머니한테 “이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요?
권잎새: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게, 저는 연기를 할 때도 그렇고, 대본을 읽었을 때도 그렇고, 연기를 다 하고, 영화를 보고나서도 지수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해봤을 때 지수가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마음은 이 친구를 이제 버리고 ‘이제 나 생각 안 할래.’ 이게 아니라 좀 놓아주고 싶은 거죠. 내 머릿속이나 어떤 기운이던가 어떤 피던가, 모두 다 지금 우주밖에 없으니까, 나 이제 좀 놓고 싶은데, 놓는다고 해서 또 완전한 안녕이 아니라, 조금 잘 마음속에 잘 묻어두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상태였거든요. 이제 우주를 잘 묻어두고, 나는 나로서, 어떤 시작은 아니더라도, 한 걸음은 가야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서 엄마한테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아요. 결심하고 나온 말이 아니라 ‘나도 그런 한 걸음을 가보고 싶어요.’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거의없다: 지수는 그냥 우주가 찾아오는 정도로 며칠 힘들다 말지만,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아주 과격한 묘사가 나와요. 근데 그 말을 듣고 저는 걱정이 됐어요. 지수가 저걸 보고 어머님한테 한 이야기를 실천할 수 있을까, 그 남자 만날 수 있을까, 그 선물 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이돈구: 사실 이거는 좀 잔인하지만, 지수는 새로 시작한다는 개념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보다 적어도 미안함은 좀 느끼지 않고 살고 싶다 정도예요. 이거는 시간밖에 없어요. 다 정도의 차이예요. 저도 감히 얘기하는 건데 어머니는 벗어날 수 있을까? 오히려 지수랑 기완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새로운 사랑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머니는 그러기가 되게 어려울 것 같아서 더 묘사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거의없다: 굉장히 적절하면서도 살짝 코믹하기도 했거든요. 된장찌개 차려주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M16을 꺼내 들어요. 감독님 영화 보면 생뚱맞고, 과격한데 굉장히 적절한 묘사들이 있어요. 감독님 영화에는 멀쩡하게 살 수 있는 사람 인생에 무슨 일이 끼어들어요. 대부분 죽음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장면이라기보다는 막 자구책을 찾는 장면이 훨씬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보통은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막 술 먹고 막 외국 영화 같으면 막 마약하고 막 이런 장면이 나올 텐데 감독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되게 발버둥을 쳐요.
이돈구: 제가 이겨내고 싶은 것들을 영화로 만들어요. 그 당시에 느꼈던 공포감을 많이 끌어들이는데. 그래서 아는 분들이 이제 저랑 오래 유대를 하신 분들은 사람을 그만 죽이라고.. 언제 안 죽일 건지 약속을 받으려는 분도 계세요.
거의없다: 지수 입장에서도 남자친구가 시체를 들고 왔으면 경찰에 신고하자고 말은 하는데 결국엔 또 남자친구가 원하는 대로 시체 묻으러 간단 말이죠. 그러면 저는 지수가 남자친구를 어떻게든 막 보듬어 안는 이 상태는 지금 내 남자친구가 살아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 상태 아닙니까?
권잎새: 착각… 일종의 착각일 수도 있겠네요. 근데 그 안에서 그냥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이 상황에서 “안 돼. 오빠 안 돼.”라고 이제 경찰에 신고한다가 아니라, ‘그래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을 해보자.’ 하는 그런 마음에서 산으로 갔던 것 같아요.
거의없다: 그러니까 살아있다고 믿는 상태도 아니고 죽었다고 깨닫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묘한 상태인데 눈앞에 남자친구가 나타나니까 내 남친이네, 얘 또 사고 쳤네 그냥 이렇게 달려가는 거군요.
권잎새: 그렇죠 그런 것 같아요. 약간 꿈속에서 자각하듯이.
거의없다: 우주는 사람을 죽여서 시체를 갖고 왔는데 마치 무슨 “지수야, 내가 똥 싸다 화장실 막혔어.” 뭐 이 정도 얘기하는 톤으로 말을 한단 말이에요. 이건 캐릭터 분석으로 나온 거겠죠?
반시온: 대사 중에 ‘바나나 껍질’ 같은 대사는 소화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사실 말도 안 되잖아요.
거의없다: 그럼 아까 산에서 지수에게 혼날 때 우주는 살아있는 상태인가요, 죽어있는 상태인가요?
반시온: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에요. 관객분들에게 지수와 우주가 평소에 어떻게 만나왔는지를 설명해주는 설명해 주는 친절한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약간 귀엽게 강아지처럼 항상 지수의 돌봄을 받으면서 만나왔던 것 같아요. 그거 아세요? 제가 죽은 날이 지수 생일이에요.
이돈구: 근데 사실 저는 그 설정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웃음) 근데 배우분들도 동기 부여가 필요해요. 그 슬픔을 안고 가야 된단 말이에요.
거의없다: 그러면 여자친구 생일날 치킨 배달하고 있었던 거예요?
반시온: 그래서 빨리 가야 된다 그랬잖아요.
거의없다: 근데 또 우리 기완 씨는 이렇게 안 된다고 그러는데 배달을 떠넘긴 거고요?
박종환: 여자친구 생일인지 그런 사정을 잘 몰랐으니까…
반시온: 저만 알았을 거예요. (웃음)
거의없다: 평소 우주 성격이면 거절 안 했을 것 같거든요. 한 집 더 가는 게 뭐, 몸이 저렇게 튼튼한데, 비 좀 맞는 게 뭐 어때서 하면서요. 이상하게 그날은 ‘빨리 가겠다.’ 그런 거예요. 그래서 난 혹시 어머님 생신인가 했더니 지수 생일이었구나.
이 영화가 어떤 사람 입장에서는 이 영화는 되게 찝찝한 영화일 수도 있어요. 제가 요즘 최고로 인기 있는 상업영화 작품의 흥행 이유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질문을 되게 많이 받거든요. 기자들이 보기에도 그 영화가 이렇게까지 흥행할 영화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제가 무슨 답을 알겠습니까? 근데 확실한 건 우리나라에서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기분을 좋게 만들고 싶어해요. 그러니까 깔끔하고 유쾌하고 시원한 감정을 갖고 극장 문을 나서고 싶어 한단 말이죠. 근데 이 영화는 정확하게 역행하거든요.
이돈구: ‘이게 찝찝한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문제인 거예요. 그게. (웃음)
거의없다: 본인의 문제다?
이돈구: 그거를 알아야 되거든요. 이게 무슨 현상인 것 같아요. 그냥 회사원들끼리 얘기할 때도 “너 그 1등하는 영화 아직 못 봤어? 너 뭐 했어?” 그러더라고요. 이 사람이 잘못한 것처럼. 제 영화도 좀 그랬으면 좋겠는데. (웃음) ‘그걸 왜 봤어?’가 되어서…
거의없다: 저는 〈미지수〉가 훨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특히 더 좋아요. 왜냐하면 감독님이 ‘내 얘기를 할 거야. 내 영화 만들 거야.’ 하면서 관객을 몰입시키는 요소를 너무 지나치게 배제하시는 경우가 좀 있어요. 근데 이 영화는, 관객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처음에 지수의 표정에서 딱 느껴지는 게 있어요. 미스터리인가, 살인인가 싶다가 욕조에 담겨 있는 시체하며, 좀 이따가 그 시체가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장면하며. 기완이 신경질적이지만 뭔가 사연 있는 눈빛을 화면에다 대고 쏠 때 그러면서 가끔 카메라를 쳐다본단 말이에요. 이제 흔히들 우리가 이제 제4의 벽을 깨는 장면이라고 하는데, 이건 역시 의도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장면이잖아요? 제가 다른 영화평을 몇 개 읽어봤는데 어떤 관객은 그걸 도전으로 느끼셨대요.
이돈구: 저는 그런 변태는 아니고, 기완이 카메라를 보는 건 같이 공감하고 싶은 어떤 씬이 있을 때 그게 제가 좀 과할 때, 도전의 의미가 아니라 ‘지금 이거를 같이 우리 공감하자.’ 하고 싶을 때 그걸 ‘텐션 투 카메라’라고 하잖아요. 그럴 때, 배우들이 카메라를 보게 하는 것 같아요.
거의없다: 그러면은 도전의 의미라기보다는 약간 점을 찍어주는…
이돈구: “여기야. 잠깐 지금 일어나서 이 부분을 좀 봐줘. 딴 생각하고 있었어? 오케이 여기는 좀 봐줘.”하는 장면이에요.
거의없다: 그러면은 기완이 왜 아내한테는 그런 얘기를 하나도 안 했을까요? 그게 너무 궁금했어요. 아내한테 얘기를 할 수도 있잖아요. ‘내가 지금 이런 상태다. 내가 지금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는 얘가 죽었다는 걸 믿고 싶지가 않고’같은 얘기를 안 하니까 와이프가 막 미치잖아요. 막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나 좀 살고 싶다고 막 이러는 데 거기 있다가도 기완은 대놓고 묵묵부답이에요. 와이프한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박종환: 사실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걸 겉으로 꺼내고 수면 위로 울려서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됐던 것 같고, 사실 그 문제의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이미 서로 공유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 상태에 대하여, 아내는 내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뿐이지, 기완이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한 것들은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아내는 그러면서 동시에 괴로운 거죠.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시작이 어느 때부터였는지는 아내는 알 거고, 그래서 짐작을 하든 아니면 그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치료를 받아보려고 노력했던 시간도 아마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계속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그거에 대하여 얘기하기에는 조금 방치된 어떤 시간이 영화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거의없다: 원래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는 따로 얘기를 하는 게 오히려 더 민망해지는 상황도 있을 수 있을 거고, 그러면 이 영화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은 아내이네요. 본인의 생업을 꾸준히 하면서, 남편을 케어하는 쪽으로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내가 그렇게 청소한 장면이 길게 들어간 거니까. 그럼 이 두 커플 관계가 이제 따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거군요.
이돈구: 그렇죠. 그냥 좀 분리되어 있는 구조, 내러티브 구조가 좀 분리되어 있어요. 그래서 한쪽은 좀 판타지스럽고 한쪽은 좀 극사실주의적인 이야기로 뻗어가다가 엄마 이야기에서 판타지도 아니고 극사실주의도 아닌, 오히려 엄마로 모이는 거죠.
거의없다: 저는 앞으로 지수가 어떻게 살아갈지도 궁금해졌고,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고 나면 기완은 그걸 잊을까, 이 사람은 거기서 극복을 시작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가장 걱정됐던 건 어머니인데, 우주 책장에 『총균쇠』랑 『코스모스』가 꽂혀있어요.
이돈구: 아주 얌체같은 같은 연출을 한번 했어요. 안 하다가 갑자기. (웃음)
거의없다: 이쯤 되면 이제 관객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약간 살짝 걱정되신 거예요.
이돈구: 제가 좀 ‘이 책 어렵다, 근데 재밌다.’ 했던 책들이었어요. 그리고 좀 맞닿아 있을 것 같은… 그걸 약간 얄팍하게 사용을 한 거죠.
거의없다: 이게 되게 재밌어요. 죽은 우주는 코스모스 우주에 가 있고 어머니는 총을 들잖아요. 그런 소품들이 굉장히 섬세하다고 느꼈어요.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께 인사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이돈구: 저는 좀 사적 감정으로 시작한 영화예요. 제 20대 때 모습에 집착하면서 만든 영화인데, 한편으로는 영화로 만들어서 굳이 또 이렇게 보여드리는 부분이 어떻게 보면 좀 죄송스럽기도 한 부분도 있었어요. 근데 또 그래도 그런 것들에 대한 조금의 미덕을 봐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항상 힘이 되고 있고, 오늘 이렇게 보러 오신 관객분들이 엄청 큰 힘이 되는 게 그런 이유예요. 오늘 좋은 주말 보내시고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 작품은 얼떨결에 상업 영화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내년에 좀 천천히 준비가 될 것 같아요. 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권잎새: 이 영화가 저한테 너무 특별하고 ‘지수’라는 역할도 되게 애틋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잘 못 보내고 있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같이 영화를 봐주시고 제가 느꼈던 감정이나 그런 것들을 같이 느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보면서 많은 위로와 마음 받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반시온: 좋은 날씨에 오셔서 영화 봐주시고 너무 황송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항상 행복이 있길 바랍니다.
박종환: 영화에 참여할 때는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데, 이제 관객으로 영화를 보면서는 영화 전체에서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 이상의 어떤 인간애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걸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관객으로서 너무 좋아하게 됐습니다. 끝까지 자리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거의없다: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안전하게 돌아가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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