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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312

[인디즈 Review] 〈물비늘〉: 마지막 인사는 계속된다 〈물비늘〉 리뷰: 마지막 인사는 계속된다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인사는 건네고 받으며 나눠진다. 인사를 나누는 순간은 다시 처음과 마지막으로 구분 지어진다. 그 순간들은 지나고 나서야 알아 차릴 수 있는 탓에 우리는 우리의 처음과 마지막을 지각한 채 인사를 나눌 수 없어 자주 슬프다. 마지막 인사는 더욱이 어렵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사실에 괴롭고, 마지막 순간이 마지막 인사가 되리라는 것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지 못했음에 고통받는 ‘마지막 인사’라는 일. 홀로 남은 내가 기억하는 너와 나의 마지막 장면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였다는 점을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괴롭고 고통스러워 이내 곧 가장 큰 후회로 남아 나 자신을 괴롭힌다. 그 .. 2023. 12. 18.
[인디즈] 인디돌잔치 〈그 겨울, 나는〉인디토크 기록: 두 번째 클라이맥스 두 번째 클라이맥스 〈그 겨울, 나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11월 28일(화) 오후 7시 40분 상영 후 참석 오성호 감독, 권다함, 권소현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겨울은 클라이맥스가 되기 좋은 계절이다. 가장 절박하게 움직였던 때를 지나, 따뜻한 방에 몸을 뉜 후에야 터져 나오는 감정이 있다. 〈그 겨울, 나는〉이 착실히 쌓아 올린 외로움과 서러움은 치열한 살아남기 끝에서 터져버린다. 정신없이 지나갔을 촬영과 개봉 후 1년, 조용히 숙성된 마음은 두 번째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조금 더 진해진 마음과 기억을 안고 이 겨울 극장에서, 우리는.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네. 인디스페이스가 옆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파란 공간에서 빨간 공간.. 2023. 12. 9.
[인디즈] 〈나의 피투성이 연인〉인디토크 기록: 탈피 이전과 작별 탈피 이전과 작별 〈나의 피투성이 연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11월 26일(일) 오후 1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유지영 감독, 한예리 배우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기록입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라 오르려는 나의 몸보다 나에게 들붙은 것이 어긋날 때가 되면 껍질을 벗어야 한다. 그 과정을 우리는 탈피(脫皮)라고 부르고, 탈피는 한편으로 곧 탄생의 은유이다. 탈피의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고, 실패할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로 위태롭지만 껍질을 벗어내지 않고서는 그의 크기에 맞게 성장할 수 없다. 난산이었지만, 끝끝내 태어나고야 만 그는 절대로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 지난한 진통의 과정을 유지영 감독의 솔직한 고백과 함께했다. 이.. 2023. 12. 9.
[인디즈 소소대담] 2023. 11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혼자 [인디즈 소소대담] 2023. 11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혼자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호두, 땅콩, 국화, 고구마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쉽게 뭉치고 흩어지지만 끝없는 물리적인 변화 속에서 그럼에도 오랫동안 남아있길 바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있다. 가령 좋은 영화를 보고 나누는 얘기들이라던가, 그 안에서 서로가 완전히 같아질 순 없더라도 어떤 마음과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에도 우리는 완전히 같아 질 수는 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혼자들이 추운 날들 속에서 외롭지 않길. *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에 대해서 〈너와 나〉 [리뷰.. 2023. 12. 6.
[인디즈 Review] 〈빅슬립〉: 무방비가 기꺼운 관계 〈빅슬립〉 리뷰: 무방비가 기꺼운 관계 * 관객기자단 [인디즈] 진연우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문득 한 가수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평소에 자주 찾아 듣는 가수는 아니었지만, 그와 내가 청년으로 동시대를 보내기에 빚진 위안들이 있었고, 특히나 ‘잠’에 관한 고백이라면 인상 깊게 새겨들은 기억이 있기에 잔잔하게 물결치는 잠의 감각 안에서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밝힌 그 가수는 깊은 잠을 노래하는 곡에 대해 “조그마한 기척에도 잠을 설치고 경계하는 어른이 된 것이 문득 슬퍼지는 밤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인터뷰어가 “무엇을 경계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잠드는 것을 경계하는 게 아닐까.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을.”이.. 2023. 12. 4.
[인디즈]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인디토크 기록: 우리는 매일매일 우리는 매일매일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9(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보람 감독, 출연자 박채영, 이옥섭 감독 진행 셀럽 맷(영혼의 노숙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기록입니다. 나는 언젠가 “왜곡된 세계 안에서 영화나 문학의 역할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한 김보람 감독의 말을 기억한다. 은 그것이 무엇이든 회복을 기대하거나 질병의 근원을 찾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가고, 함께 고민해 보자는 시도에 가깝다. 이들이 일 인분의 식사만큼의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 물음에 응답할 수 있는 거리에서 삶을 이어 나감에 감히 안도를 느끼는 까닭은 평행선을 걸어온 두 사람의 궤적을 담아낸 영화의 성.. 2023. 12. 4.
[인디즈] 〈어른 김장하〉인디토크 기록: 어른을 그려본다 어른을 그려본다 〈어른 김장하〉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19(일)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김현지 감독, 김주완 기자 진행 위근우 작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기록입니다. 가을 낙엽이 소복이 깔린 추운 날 길을 걷다 보면 유독, 어른은 무엇인지, 언젠가 문득 다가올 것만 같은 어른이라는 이름에 나는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어른 김장하〉는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영화는 아니다. 그들이 읽어낸 ‘김장하’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의 마음속에 어른을 그려볼 수 있는 힘과 시간을 주는 영화이다. 그 힘과 시간이 담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위근우 작가(이하 위근우): 저는 오늘 〈어른 김장하〉 GV 진행을 맡은 위근우라고 합니다. 영화를 연출하신 .. 2023. 11. 29.
[인디즈] 〈버텨내고 존재하기〉인디토크 기록: 함께 존재했으면 좋겠어 함께 존재했으면 좋겠어 〈버텨내고 존재하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20(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권철 감독, 최고은, 황현우, 곽푸른하늘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기록입니다. 유독 장난스러운 질문과 웃음이 많았던 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같은 영화와 음악을 공유하며 영화관을 나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농담이 생긴 기분이었다. 광주극장에서 노래하는 뮤지션들의 모습과 인디스페이스에 있는 뮤지션들이 겹쳐 보일 때, 어렴풋이 이 공간도, 그리고 그 안의 우리도 오랫동안 버텨내고 존재할 수 있길. 마음 속으로 고요히 소원했던 하루의 기록. 최고은: 안녕하세요, 다 마이크가 나오고 있을까요? 소리가 나는 것은 존재한다는 뜻인데, 왼쪽부터 자신의 존재를 .. 2023. 11. 29.
[인디즈 Review] 〈느티나무 아래〉: 느티나무 아래, 억세고 고요한. 〈느티나무 아래〉 리뷰: 느티나무 아래, 억세고 고요한.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글입니다. 지키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시기에 고집 세다는 말을 들었다. 고집 세다는 말을 자신만의 견고한 뜻이 있는 거라 받아들이려던 찰나 나를 굽힐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고 있는 눈을 읽었다. 싫어하는 눈을 살금살금 피할 수밖에 없었던 때를 떠올리면 묻고 싶어진다. 너의 고민은 고민이 되고, 나의 고민은 고집이 되는 이유를. 〈느티나무 아래〉는 느티나무가 괴산 농부들의 매일매일을 느긋하게 관망하는 것처럼 시작된다. 봄이 되면 개나리가 고개를 내밀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트럭 짐칸에 앉아 소리 지르면서 이동하기도 하고 그네를 타면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지만 이야기는 이 .. 2023. 11. 29.
[인디즈 단평] 〈나의 피투성이 연인〉: 세계와 ‘자기만의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위하여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와 ‘자기만의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산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눈에 보이거나 해석되다는 점에 있어서 어떤 각자는 절대 겹쳐질 수 없는 분명함의 영역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 탄생과 죽음, 축복과 재앙, 결혼과 비혼, 지속과 단절, 그리고 너 그리고 나. 동일선상의 양 극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 사이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항상 곤혹스럽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극단의 연장선 상에서 두 .. 2023. 11. 28.
[인디즈 Review] 〈나의 피투성이 연인〉: 우리 앞에 놓인 얼굴. 〈나의 피투성이 연인〉 리뷰: 우리 앞에 놓인 얼굴.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재이와 건우는 함께 사는 연인이다. 식사를 나누고, 섹스하고, 서로에게 기대는 이들의 모습은 한 화면 아래 편안해 보인다. 두 번째 소설을 마무리한 소설가 재이와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영어학원 강사 건우는 각자 앞에 놓인 삶에 충실해 보이고, 교외에 사는 시인 부부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두 명이 떠올리는 미래의 모습도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원한 적 없던 아이가 생기고, 건우는 사실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 적 있다고 고백한다. 낙태를 원하는 재이는 건우로부터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는 말을 듣는다. 둘은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시간이 갈수록, 둘은 분절된 시간 .. 2023. 11. 28.
[인디즈 Review] 〈어른 김장하〉: 어른의 조건 〈어른 김장하〉 리뷰: 어른의 조건 *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다연 님의 글입니다. 어른이라는 말에는 무게가 있다. 성인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획득하게 되는 무엇이지만, 어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그렇지 않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품성이 올곧아야 하고, 자신의 삶과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며 수없이 무거운 일들을 할 수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고작 주민등록증을 받았고, 나이 제한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정도로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살면서 어른을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약방을 운영하는 평범한 할아버지 같은 김장하 선생에게는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평생에 걸쳐 그의 입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거절해 온 그의 삶은 이러한 사.. 2023.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