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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484

[인디즈 단평] 〈귤레귤레〉: 엇갈림의 미학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엇갈림의 미학〈귤레귤레〉 그리고 〈이어지는 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 평생 함께할 것처럼 사랑하던 연인들은 종종 이별이라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함께 남긴 발자국은 옅어지고 완전히 엇갈리며 서로가 없던 일처럼 지워진다. 〈귤레귤레〉와 〈이어지는 땅〉은 그렇게 지나간 연인들이 재회하면서 또다시 엇갈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8,000km 떨어진 낯선 튀르키예 풍경 속, 우리에게 익숙한 외모의 한국인 남자 ‘대식’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한국인 여자 ‘정화’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각자의 상사에게, 연.. 2025. 6. 23.
[인디즈 Review] 〈귤레귤레〉 / 귤레귤레: 버거운 날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인사 〈귤레귤레〉리뷰 / 귤레귤레: 버거운 날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인사*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때로 새장 안에 갇힌다. 눈을 부릅뜨고 앞을 바라보아도 수많은 창살이 시야를 방해한다. 과거의 상처, 내 옆의 사람, 주변의 시선, 그리고 나의 마음 … 하나하나가 세밀한 창살이 된다. 날개 퍼덕일 힘도 없어 그저 주저앉아 있을 때쯤, “인연”이라는 작은 손이 막막한 살 사이를 벌려준다. 함께 날아보자고 날개를 펼쳐준다. 〈귤레귤레〉는 대식과 정화, 두 사람 각자 삶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과거의 포기와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는 대식은 따발총 같은 잔소리를 내뱉는 상사 곁에서 수발을 드는 직장인이 되었고, 현재의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정화는 알콜의존증 전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혼한 .. 2025. 6. 23.
[인디즈 단평] 〈어브로드〉: 꼬여버린 매듭 꼬여버린 매듭〈어브로드〉 그리고 〈캐쉬백〉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한 이들이 있다. 결코 한 프레임 안에 머무를 수 없는 인간들은 끊임없이 달리고 숨 고르기를 반복한다. 이 게임적 세계는 불안의 감각이 늘 산재해 있는 공간이다. 끊임없이 숨통이 죄어올 때,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일단 달려야 한다. ‘태민’과 ‘민지’ 커플은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미국 미네소타로 떠난다. 이들의 여정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마감 시간을 놓쳐 렌터카를 빌리지 못하고,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가까스로 피한다. 불운의 반복과 피로 누적은 결국 다툼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태민이 화해를 청하려던 순간, 샤워 중이던 민지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2025. 6. 23.
[인디즈 Review] 〈어브로드〉: 나는 여전히 나인지 〈어브로드〉리뷰: 나는 여전히 나인지*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몇십 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사용하는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나라에 도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간도 뒤바뀌고 장시간의 비행으로 피로가 누적된 몸은 쉽사리 낯선 나라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낯선 이의 사소한 호의나 친절에 감동한다. 또는 작은 불친절이나 냉담함에도 쉽게 무너진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었던 기존의 장소와 달리 전혀 다른 맥락과 문화가 기다리는 장소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어진다. 그 낯섦에는 일상에서 이미 익숙했던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어떤 장소에 놓이는지가 내가 누구인지에 영향을 끼치고, 굳게 믿어왔던 정체성은 그저 다른.. 2025. 6. 23.
[반짝다큐페스티발] 폐막식: 당신과 나의 현장으로 당신과 나의 현장으로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폐막식에 다녀온 후지난달 30일(금)에 개막한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이 지난 1일(일) 짧고도 반짝였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반짝다큐페스티발은 국내 유일의 비경쟁 중·단편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현장 다큐멘터리에 대한 담론을 중심으로 각자의 ‘현장’에 관한 정의와 자유로운 사회적 발언을 토대로 다양한 실험적 다큐멘터리를 발굴하고 소개한다. 어느덧 더워지기 시작한 6월의 초입, 반짝다큐페스티발의 현장으로 향했다. 낯설게 하기 일상이라는 익숙하고 평범한 것을 낯설고 생소한 방식으로 보는 일은 우리에게 친숙함에 가려 지나친 다양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한다.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고, 인디즈 활동을 하면서 어느덧 일상으로 편입된 공간인 인디스페이스를 ‘반짝다큐페스티발’ 이름.. 2025. 6. 14.
[반짝다큐페스티발] 개막식: 짧지만 오래도록 마음속에 반짝이는 짧지만 오래도록 마음속에 반짝이는 어느 관객의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개막식 후기 언젠가부터 영화제에서 관람한 작품 중, 가장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건 다큐멘터리였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야기를 카메라를 통해 꺼내놓는 사적 다큐멘터리부터,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광장에 나가거나 타인의 삶의 현장을 담은 작품들까지. 형식도, 소재도, 접근 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다큐멘터리의 출발점은 결국 실재하는 삶과 세상이다. 특정한 시선으로 연출과 편집을 거쳐도, 그 뿌리는 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 다큐멘터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반짝다큐페스티발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2025. 6. 14.
[인디즈 단평] 〈내가 누워있을 때〉: 조심하세요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내가 누워있을 때〉 그리고 〈솧〉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글입니다. 조심히 가. 헤어질 때마다 나는 친구에게, 친구는 나에게 그렇게 말한다. 말하면서도 우리는 안다. 조심히 가라고 했다고 조심히 갈 순 없다. 조심한다고 조심할 수 있는 건 뜨거운 냄비를 옮길 때 정도의 위험이다. 팔팔 끓는 물이 차라리 나을 정도로 이 세상 곳곳에는 어쩌지 못할 불안이 도사린다. 이를테면 맞은편 저 남자가 갑자기 나를 때려죽이면 어떡하지 하는. 그런 불안은 감정보다 구조에 가까워서 조심 따위로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영화 〈솧〉의 ‘미경’도 구조.. 2025. 6. 10.
[인디즈 Review] 〈내가 누워있을 때〉: 우리가 서로의 용기가 될 때 〈내가 누워있을 때〉리뷰: 우리가 서로의 용기가 될 때*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누구에게나 불면의 밤은 존재한다. 저마다의 크고 작은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를 고요한 어둠 속에 외로이 가둬둔다. 〈내가 누워있을 때〉 속, 선아(정지인), 지수(오우리), 보미(박보람)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분명 문을 잠갔지만, 계속해서 현관을 의식하게 된다. 잠에 들어보려 애써도 이내 텔레비전을 켜고 무의식적으로 채널만 넘길 뿐이다. 무엇이 이들을 잠 못 들게 하는 걸까. 선아(정지인)는 상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직장에서 시끄러운 소문의 중심이 되었고 부모님의 죽음 이후, 사촌 선아의 부모님 집에 얹혀살던 지수(오우리)는 독립을 준비 중이다. 지수의 친구 보미(박보람)는.. 2025. 6. 10.
[인디즈 소소대담] 2025. 5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인디즈 소소대담] 2025. 5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기록입니다.참석자: 장미, 카네이션, 작약, 라일락, 찔레꽃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봄의 끝자락, 연대와 희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또다시 모여 앉아 영화를 매개로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정겨움과 솔직함, 그리고 안타까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영화제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잠시 만났다가 흩어진다. 만남과 흩어짐 사이를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함께 경험하고 느낄 수 있음의 소중함을 곱씹게 되는 저녁이다. * 5월에 다녀온 영화제 이야기 카네이션: 전주에서 본 〈겨울의 빛〉은 불행한 감상을 늘어놓지 않고 조그마한 .. 2025. 6. 9.
[인디즈 단평] 〈케이 넘버〉: 함께라는 희망만으로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함께라는 희망만으로〈케이 넘버〉 그리고 〈침몰가족〉 *관객기자단 [인디즈] 문충원 님의 글입니다. 국가가 개인을 버릴지라도 개인은 또 다른 개인에게 구원받을 수 있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 작은 공동체를 이룬다면, 그 정도의 안락함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그리 호화롭지 못한 인생이더라도 함께라는 희망만으로 그럭저럭 살아질 수 있다. 영화와 밀착하는 날이면 자꾸 이런 말들을 믿게 된다. 그러나 의심을 거두고 싶지도 않다. 거대한 시스템에 순응하는 일을 경계하고, 나서서 균열을 내야 할 것만 같다. 광장에 나가고 진실을 요구하면서 국가가 앗아간, 혹은 뺏겼는지도 몰.. 2025. 6. 2.
[인디즈 단평]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우연이라는 장치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우연이라는 장치〈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그리고 〈이어지는 땅〉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그런 날이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상점에 들어갔더니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나를 반기고 있고, 버스를 놓쳐 걷게 된 길에서는 잊고 지내던 오래된 친구를 만나게 되는 날. 이렇듯 우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우연을 만들어내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우리 앞에 꾸며낸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와 〈이어지는 땅〉은 모두 우연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젊은 시인의 우연한 어느 하루를 담는다. 동화.. 2025. 5. 26.
[인디즈 Review]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일상의 균열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리뷰: 일상의 균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아주 작은 균열이 기분을 흐트러뜨리곤 한다. 처음엔 미묘해서 잘 모르지만, 쌓이고 쌓이다 보면 끊어지기 직전의 고무줄처럼 아슬아슬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자극이 가해지는 순간, 툭 끊어지며 살갗에 빨간 생채기를 낸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그런 균열의 순간을 담고 있다. 영화적이지 않은 영화8개의 챕터로 구분된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답게 매우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번에 처음 보지만, 단조로운 사건과 원테이크 촬영 기법이 감독의 특징이라는 점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영화가 시작한 후 짧지 않은 시간 동.. 2025.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