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더 가까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모인 시간  <수색역>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4월 7일(목)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최승연 감독 | 배우 이진성, 김시은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채소라 님의 글입니다.


목요일 저녁 늦은 시간, 인디스페이스에서 <수색역> 인디토크가 있었다. 인디토크를 위해 참석한 배우 이진성, 김시은 그리고 최승연 감독은 <수색역> 상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상영관 문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뒤이어 도착한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가 먼저 입장해 마이크를 들어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 먼저 제 옆자리에 앉아계신 최승현 감독님 인사 부탁 드립니다.


최승연 감독(이하 최): 와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이진성 배우(이하 이): 안녕하세요. 호영 역을 맡은 이진성이라고 합니다. 오늘 못 온 배우대신 해줄 수 있는 이야기 잘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웃음)


김시은 배우(이하 김): 안녕하세요. 저는 선미 역할 맡은 김시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진: 함께 자리하지 못한 배우님들이 계셔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감독님과 두 배우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감독님이 관객 분들 드리려고 특별한 선물 가져오셨다고 해요. 끝까지 자리에 함께 해주시면 나갈 때 감독님과 배우 분들이 선물로 직접 드릴 거에요. 보석이나 먹을 건 아니고요.(웃음) 감독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보도자료에요. 거의 5년 간 감독님이 <수색역> 만들면서 개봉까지의 심경을 담은 아주 진귀한 글 자료이니까 여러분들 꼭 챙겨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5년 동안 함께 했던 영화고 개봉이 졸업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개봉을 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최: 소감이 사실 매번 달라져요. 개봉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 때는 개봉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그 다음에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언론 시사회 후에는 생각보다 기자님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뻤고요. 개봉을 해서, 봐주셔서, 관객들께서 여기에 앉아계셔서 행복하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 배우님들은 어떤 기분인지 한 말씀 해주세요.


이: 저는 스물 여덟에 오디션을 봤고 스물 아홉에 크랭크업을 했죠. 그리고 지금 서른 하나가 됐어요. 20대 때 한 작품인데 30대에 개봉이 됐어요. 그만큼 오랫동안 기다렸고 고대했던 작품인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영화가 더 잘나와서 기분 좋아요


김: 장편 영화를 처음 찍은 거였어요. 그래서 촬영도 재미있게 하고 빨리 개봉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웃음)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됐고 이렇게 GV도 할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진: 한 분 한 분 소중하죠. 한국 독립영화의 귀한 관객 분들이고, 특히 인디스페이스에서 보신 분들은 더 힘 얻으면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과 두 배우님들, <수색역>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이야기 들어보고 싶어요.


최: 처음 오디션 시작할 때 받은 리스트가 1,000개는 넘을 거예요. 거기에서 추려요. 오디션을 하면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을 찾는 거기 때문에 지루한 작업이기도 해요. 근데 이진성 배우가 군복을 입고 들어왔어요. 오디션 같은 경우에는 뭐랄까 평준화가 돼있어요. 근데 ‘뭐지?’ 하고 시선을 끌었죠. 예비군을 다녀왔고, 원래 그 일정 때문에 못 오는 오디션이었는데 총 10,000발을 쏘고 조기 퇴소를 해서 빨리 달려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들어올 때부터 기뻐하고 좋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데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했고 또 굉장히 잘 해서 그날 가장 인상에 남았어요. 두 번째, 세 번째 불렀을 때도 연기를 잘 했어요. 이미 학교에서 연기를 했으니까요. 그래서 진성이를 앉혀놓고 ‘호영’뿐만 아니라 ‘상우’나 ‘원선’ 역할까지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연기를 잘 했어요. 첫 인상은 ‘연기를 잘 하는 친구’였습니다. 연기 경력이 대중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요. 김시은 배우의 경우, 저희가 ‘선미’ 역할을 찾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여배우는 안 한다고 했고요. 선미 역 오디션은 제가 참여하지 않았고 연출부가 진행했어요. 당시 캐스팅된 배우들끼리 리딩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고요. 그때 연출부에서 괜찮은 친구가 있다고 영상 한 번 보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리딩할 때 같이 맞춰보자고 했고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정식 오디션을 거치지 않았고 예의에 어긋난 질문도 많았을 거에요. 그런데 잘 어울렸고 맞춰보는 데에 있어서 느낌도 좋았습니다. 역시 연기를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자세 등이 되게 좋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진: 꽤 오래 전 이야기인데 감독님 기억이 꽤 또렷하시네요. 오디션부터 얼마나 강렬한 첫 인상이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답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두 배우는 영화 보셔서 아시겠지만 <수색역>이라는 영화 속 사건에 발단을 제공한 주인공과 그리고 그 엄청난 친구들의 사건을 목격한 친구들이기도 해요. 사실 쉬운 연기가 어디 있겠냐 마는 두 분이 연기한 캐릭터가 쉬웠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이 캐릭터를 위해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셨는지 여쭙겠습니다. 선미 역할이 특히 되게 세다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 손가락의 제스처가 생생하게 살아있을 만큼.(웃음) 그게  김시은 배우에게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김: 이런 질문 들어오면 항상 저 먼저 시키더라고요.(웃음) 저는 정말 양면적인 마음이 있었어요. 너무 하고 싶은 반면에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19금 장면이 있었고 영화적으로 경험이 없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리고 말씀 하신 대로 도전이었어요. 영화 상에서 어떤 모습일지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마음으로 끌렸던 역할이었어요. 감독님이 ‘이미지는 세 보이지 않은 애가 센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부담감을 줄이고 현장에서 즐겁게 했습니다.


이: 저는 사실 호영이란 인물이 가장 무난한 인물이라고 생각을 해요. 반면 나머지 역할은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게 없었어요. 감독님께서 ‘호영이는 1등이 아니고 2등으로 잘하는 친구’라고 하셨어요. 2등을 표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웃음) 그리고 아마 못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호영이는 그 지역에서 가장 멋을 아는 애예요. 그래서 의상팀이랑 계속 이야기를 했어요. ‘팀장님, 이게 가장 부티 나는 옷인가요? 수색 쪽에서?’ 같은 이야기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게 수색스타일인지 뭔지 굉장히 난해했어요. 그렇지만 촌스러운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바보처럼 가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절충안을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진: 배우님들이 굉장히 꼼꼼하게 참여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두 배우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진성 배우님의 관조하는 듯한 그 눈이 있죠. 사실 친구들 중에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거든요.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고. 시은 배우님도 분노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아주 멍하면서도 뭔가를 다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이 있어서 두 배우님들의 눈빛 연기는 되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독님, <수색역>은 욕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예고편도 제대로 못 만들 정도였다고 들었어요. 마지막까지 편집하실 때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최: 시나리오 쓸 때 욕을 많이 넣어야지, 빼야지 생각하고 쓰진 않거든요. 감정적으로 써지기 때문에 염두를 못 했어요. 그리고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모니터링 할 때 ‘욕이 너무 많다’ 혹은 ‘영화가 세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언론 시사회 이후에 조금 애를 먹었죠. 왜냐하면 예고편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부분에 욕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대사도 지우게 됐고. 특별히 신경을 쓰거나 그렇다고 안 쓰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초반에 음악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배경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 제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음악 감독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있어요. 초반에는 생각만큼 음악이 잘 나오지 못 했어요. 말로 설명하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화려하지 않고 음악 같지 않으면 좋겠다고 음악 감독님한테 많이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오늘이 세 번째 관람이었어요. 상우라는 캐릭터가, 주변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그냥 관객들이 보기에는 또라이 같아요. 상우를 연기한 공명 배우한테 어떤 디렉팅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최: 공명 배우의 연기가 되게 좋았어요. 실제로 보면 밝은 친군데 연기 들어가면 무서운 집중력이 나와요. 별다른 디렉팅을 안 했어요, 너무 잘해서. 공명 배우 말고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진: 독립영화를 계속 봐 오신 분들은 공명 배우님이 민용근 감독님의 <얼음강>(2012)이나 김경묵 감독님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3)를 생각하셨을 텐데,  <수색역> 보고 나서 굉장히 깜짝 놀라셨을 것 같아요. 공명 배우는 사슴 같고 밝은 사람인데, 얼마나 이 역할에 많이 애정을 가지고 연기했는지 알 수 있겠어요.



관객: 저는 독립영화를 처음 봤는데, 충격을 좀 받았고,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재미있었어요. 상우에게는 애정 결핍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표현을 했어요. 감독님께서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게 뭔지를 듣고 싶습니다.


최: 우정,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관심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상우 같은 애가 제 주변에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친구들에 대한 관심이나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진: 상우가 싫은 게 아니라 애잔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라서 마지막에 비극이 더 힘들게 다가오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관객: 선미 캐릭터는 계속 자는 모습으로 나와요. 어떤 의미로 그런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최: 만사 귀찮은 친구에요. 좋은 게 좋고, 내 옆에 부모님이든, 친구든, 남자든 있으면 있는 거인 거죠. 


김: 저는 의미부여를 하고 싶었어요, 자는 것에. 근데 감독님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잠이 많은 애라고.(웃음) 무기력증에 걸린, 삶에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하루하루 그냥 사는 캐릭터라고 말씀을 해주시니까 역할이 잘 들어오더라고요. 


진: 관객 분들도 대단하게 느끼셨겠지만 남자 주인공들은 전사를 통해서 궁금증이 해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선미는 오로지 김시은 배우가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감독님과 배우님들께 끝 인사를 청하며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김: 저는 관객과의 대화를 오늘 처음 해봐요. 단편영화 상영할 때 무대인사 나와서 하라고 하면 쑥스러워서 못했는데,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저희 영화뿐만 아니라 여기서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로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에서 분명히 좋은 영화 좋은 배우 분들이 나오 거든요. 저 또한 나중에 잘 돼서도 꾸준히 독립영화 계속 하려고 하거든요.(웃음) 감사합니다.


최: 저희가 가장 많은 홍보를 할 수 있는 자리가 GV예요. 힘이 된다는 말씀을 꼭 하고 싶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진: 힘 있는 연출을 할 수 있는 신인 감독과 뚜렷한 인상을 남긴 귀한 배우들이 만난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최승연 감독이 직접 작성한 보도자료를 관객 한 분 한 분께 나누어 드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진성 배우가 관객들과 사진을 찍었다.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최승연 감독의 사연과 이진성 배우의 열정, 김시은 배우의 노력이 고스란히 피부로 와 닿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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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고백  <글로리데이>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4월 4일(월)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최정열 감독

진행: 장건재 감독 (<한여름의 판타지아>, <잠 못 드는 밤>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글로리데이> 제목에 끌려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향했다가, 결코 가볍게만 넘길 수 없는 묵직한 영화를 만났다. 답답한 마음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알고 싶었다. 여러 의문을 풀기 위해 지난 4일 진행되었던 <글로리데이> 인디토크를 기록했다.



장건재 감독(이하 장): 먼저 묻고 싶은 건, 마지막에 ‘상우’는 누구를 보는 건가. 어떤 의미로 찍었는지 궁금하다.

최정열 감독(이하 최): 아마 다른 연출자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상우는 관객을 바라본다고 생각했고, 그 얼굴을 통해 다양한 질문과 생각이 들기를 바랐다. 어쩌면 좋았던 순간들이 모두 판타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카메라를 쳐다보는 장면을 찍게 되었다.

장: 오래된 프로젝트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처음 구상했고 지금의 이야기로 어떻게 발전됐는지 궁금하다.

최: 10년 전에 썼던 시나리오다. 그때는 영화 현장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당시 감정의 연장선에서 동료들과 함께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초고를 썼었고 제작은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잘 안 되면서 절망감에 빠져있었다. 그때 대기업에서 하는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한정된 예산으로 쓸 수 있는 시나리오를 찾았는데 그게 <글로리데이>였다. 10년이 지나 다시 시나리오를 봤는데, 20대 때 느꼈던 행복과 청춘의 느낌을 잘 표현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30대가 본 20대의 모습에 집중해서 시나리오를 수정하게 되었다. 초고는 훨씬 소동극 같은 느낌이었다. 우당탕 신나게 놀다가 끝나는 영화였는데, 2013년, 2014년도에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 것 같다. 좀 어두운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

장: 입대를 앞둔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사건에 연루되는 이런 스토리 라인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최: 그건 20대 초반에 썼던 설정들이다. 20대에 할 수 있는 고민을 많이 녹여내려고 했다. 과거의 내가 가장 크게 고민한 건 군대, 학교, 전공이었다. 커서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다. 보편적인 캐릭터가 구축되면 관객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설득력과 개연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20대 때 했던 고민이 스토리로 들어왔고, 각 캐릭터에게 고민을 조금씩 나눴다.


장: 개봉 후에 여러 반응을 봤을 텐데 어떤 재미있는 반응, 아픈 반응이 있었나?

최: 영화가 답답하다. 극장에서 돈 내고 답답한 것을 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이 꽤 있다. 고구마를 너무 먹은 것 같다는 반응을 많이 봤다. 다음 영화는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가야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하게 된다. 사실 2014년의 감정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어서 그런 것 같다. 당시 되게 답답했고, 무기력했고, 부끄러웠다. 이 감정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

장: 그렇다면 영화를 유심히 본 분들이 발견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최: 페이스북에서 영화를 두 번 본 분의 글을 봤었다. 처음 봤을 때 영화가 너무 별로라서 화가 났는데, 두 번째 보니 안 보이던 지점들이 보였다고 하더라. 영화가 굉장한 장점을 가지고 있고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젊은 배우 네 명을 데리고 이 사람들의 상품성을 판매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글을 남겼다. 새벽에 그걸 보면서 많이 울었다. 감동적이었다.

장: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고 인물을 어떻게 조합했는지 궁금하다.

최: 좋은 배우를 만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20대를 훌쩍 넘겼기 때문에 20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멀리서 바라봐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많은 배우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다짐했다. 그 안에서 같은 목적을 가질 수 있는 배우, 혹은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자고 했다. 오디션을 많이 했고, 모든 배우가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된 분들이다.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조연배우 분들도 정말 대단한 분들이어서 작은 역할을 드렸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다.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장: 영화의 초반부에 두 형사가 전화한다. 한 명은 CCTV 확인을 위해 교통과에 전화하고, 나머지 한 명은 족발을 시키려고 전화한다. 근데 이 장면은 어딘가 이상한데, 영화의 진행 방식을 좀 다르게 끌고 간다. 어떤 의도였는지 궁금하다.

최: 백 형사는 이미 명령에만 움직이는 어른이 된 것 같은데, 최 형사는 유일하게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형사다. 최 형사도 지금은 이러지만 앞으로는 백 형사가 될 거라고 암시하는 장면이다. 카메라도 최 형사에서 백 형사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진실을 규명하려고 노력하는 인물과 오 팀장의 지시로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 족발을 시키는 백 형사가 한 공간에 한 호흡으로 보이면 굉장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장면이다.


관객: 장건재 감독님은 최정열 감독님에게 스승님과 같은 존재라는 걸 이번 인디토크에서 알게 됐는데, 혹시 ‘불꽃놀이’를 비롯하여 영향을 받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최: 장건재 감독님은 저에게 항상 영감을 주는 분이다. 근데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장면을 보면서 <글로리데이>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불꽃놀이는 항상 짧고 아쉬움을 남긴다. 불꽃놀이를 보면서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마치 불꽃놀이 같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간직한 청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아름다움을 아직 갖지도 못한 채 꺾여버리고 끝나는 이야기다. 그때의 안타까움, 어른으로서의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관한 영화다.

관객: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어른 중에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한 바가 있다면 누가 나쁜 사람인지 궁금하다.

최: 선과 악이 명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물론 지금 나쁜 모습으로 보이지만, 이런 것들을 과연 단순히 어른에게 화살을 돌리고 어른만 욕해야 하는 상황은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스템 속에서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영화를 통해 던져지기를 바랐다. 

관객: 용비만 상우의 장례식장에 온다. 세 명의 친구가 같이 오지는 않을 거로 생각하긴 했다. 그러면 나머지 친구도 각각 장례식장에 올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최: 잘 모르겠지만, 못 갔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행복했던 친구들이 아니었다. 하고 싶지 않은 야구와 재수를 하게 되었듯, 어른들이 생각하는, 사회에 연착륙하는 방법을 이미 강요당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한 반항이 여행이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면서 더 큰 부모의 압박이 가해졌을 거다. 죄책감도 있겠지만, 부모들이 절대 보내주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썼다.

관객: 많이 공감하면서 봤다. 감독님은 살아가는 청춘에게 어떻게 고하고 싶은지. 이 영화를 통해서 청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최: 청춘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지 않나. ‘너희 때는 원래 그런 거다’, ‘아프니까 청춘이지’ 이런 말이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보통 무엇을 하고자 해도, 그 선택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누구도 진실을 궁금해 하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선택이 강제된다. 진실이 아닌 사실을 만들기 위해 말이다. 그래서 솔직히 청춘에게 이런 상황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가 아니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어른이 모이고 모여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고백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도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다음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음 날은 다른 방법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비극과 적은 희망이 공존하는 영화인 것 같다.


인디토크에서 감독은 시종일관 자신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고백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자신의 수치를 고백하는 멋진 어른은 나오지 않는다. 잘못을 반성하는 어른이 영화에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영화의 방향은 달라졌을 거다.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어떨까. 그러면 지금의 파국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영화에선 이상적인 인물을 제시하지 않는다. 출구도 없다. 어쩐지 현실과 똑 닮아있다. <글로리데이>의 단점은 희망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로써 부끄러움을 아는 이가 많아진다면 영화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는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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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색역 리뷰: 미숙한 소년들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지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청춘’은 늘 ‘미성숙’, ‘방황’이란 단어를 동반해왔다. 이제는 ‘청춘’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나온 영화들이면 꼭 등장하기 마련이고, <수색역> 또한 같은 맥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수색역>은 여느 청춘영화들보다는 더욱 한정된 공간, 그리고 작은 인간관계 속에서 감정의 회오리바람을 보다 세세하게, 그러면서도 세차게 불러일으킨다.



1999년 서울의 수색동. 난지도가 바로 옆인 이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주변의 시선이 수색동 일대로 모여든 시점에 재개발 관련 업자들도 이 동네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윤석(맹세창 분), 상우(공명 분), 원선(이태환 분), 호영(이진성 분)은 어려서부터 수색동에서 학교도 같이 다니며 사이좋게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졸업 후, 윤석은 가족을 도와 채소가게에서 일하고, 호영은 실습 나가던 공장에 취직한다. 상우는 아빠를 도와 고물상 일을 하게 되고, 원선은 재개발사업 일을 돕게 된다. 상우는 자신이 갖고 싶었던 일과 여자를 모두 원선이 차지하였음을 보고는 자격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네 친구가 모여 술을 마시던 중 원선과 상우가 다툼을 벌이다 원선이 개천으로 떨어지면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게 된다.



작은 동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으로 발돋움하는 이 시기에, 상우는 자꾸만 어긋나기 시작한다. 질투심과 열등감으로 인해 원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둘도 없는 친구에 대한 죄책감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근사한 일은 하고 싶고 좋아하던 여자를 갖고는 싶다. 예전처럼 다시 친구들과 함께 술 마시고 장난치며 놀고 싶지만, 사고가 생긴 날 이후부터 점차 갈라지는 모습에 괴로워한다. 그런데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화내고 주먹다짐을 하며 서로에게 또 상처를 준다. 상우가 자꾸 마음과 다르게 어긋난 행동을 하면 할수록, 친구들은 큰 상처를 받고 그것을 보고 있는 자신 역시 힘겨워한다.



사실, 상우는 그저 원선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가 뒤섞이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직설적으로 표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에 주먹이 먼저 나가는 상우를 우리는 그리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서툴고 미숙했던 상우의 행동만을 탓해야할까. 터놓고 서로의 마음을 말하지 못한 채 욕만 주거니 받거니 하던 이 소년들의 비극을 오로지 상우에게만 전가해야할까. 감정의 기복이 클 수밖에 없는 이 소년들은 ‘재개발’이라는 변화 속에서 멈출 수 없는 파도에 휩쓸린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들은 수색동 안에서 서로 지지고 볶는다. ‘수색동을 벗어나면 그만’이 아니었던 그들은 무식하리만큼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고 비수를 꽂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감정 표현의 전부였던 셈이다. 모든 것이 서툰 소년들에게 과연 어른들은 진정한 조언을 건네주었을까. 만약 우리가 그 소년들이었다면 그런 비극까지는 아니었을지라도 그들보다 더욱 성숙하게 대화하고 표현했으리라고 쉽게 장담할 수 있을까.


지금의 수색동은 많이 바뀌었다. 비록 남들만큼 영롱하고 찬란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들의 청춘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을 것이고, 조각나버린 우정 속에서 그들은 각자 다시 새로이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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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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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플러그 <만신>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PlmwLF




<만신> : 영화가 삶을 구성하는 방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낯선 것들과 마주하곤 한다. 어쩌면 이를 경계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작게는 문밖을 나서는 일부터 크게는 국가나 인종까지, 우리는 수많은 경계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시간도 그중 하나다. 시간을 단일하게 묶이는 하나의 연속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은 단절되고 분할되어 있다. 마치 시간과 같이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은 수많은 경계로 이뤄져 있다. 영화는 만신 김금화의 삶을 다루면서, 과거를 재현하는 배우(김새론-류현경-문소리)와 현재를 살아가는 실존인물 김금화를 공존하게 한다. 그렇지만 단지 과거와 현재의 경계 설정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만신 김금화와 영화 <만신>이 지니는 경계 지점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무당의 삶은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흘러갈 것만 같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내림굿을 받은 금화(김새론 분)가 무당의 삶을 시작한 뒤, 그는 시대마다 수많은 경계를 마주해야 했다. 조선 시대는 무당을 신성한 존재로 칭송했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한국전쟁 시기에는 신을 모신다는 이유로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유신 시대에선 무속이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고 하여 철저히 탄압받으며 생활 밖으로 내쳐진다. 그러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은 정치적인 이유로 무속을 다시 일상 속으로 불러들인다. 이 시기에 김금화의 여러 공연이 대중의 이목을 끌면서 그는 중요무형문화재에 지정되고 ‘나라만신’으로 거듭난다. 김금화라는 인물은 한 개인이지만, 그가 여러 시대를 거치며 마주한 경계를 살펴보면 그의 삶이 단지 한 인물의 역사로 그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만신>의 흥미로운 지점은 김금화의 삶을 재현하는 방식에 있다. 영화는 김금화를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와 실존인물 김금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라는 경계를 확실히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경계를 무너트린다. 이는 인물의 응시에서 비롯되는데, 영화 사이사이 실존인물 김금화가 자신을 재연/재현하는 배우를 바라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한 시선은 특히 돋보인다. 배우 류현경, 문소리 그리고 김금화는 동일한 시선으로 어린 금화를 연기하는 김새론을 바라본다. 이로써 역할로 구분됐던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무너지고,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또한 붕괴된다. 덧붙여 실존하는 김금화가 영화 안에서 전적으로 논픽션의 인물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김금화를 세 명의 배우와 동등한 어떤 한 사람의 배우라고 본다면, 배우이면서 실재하는 인물이기도 한 김금화와 죽은 자이면서 산 자인 무당이라는 구도는 대등한 일치를 이룬다. 만신 김금화는 여러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인 동시에 이를 무너트리는 존재인 셈이다.



<만신>은 실재인물과 배우의 시선 교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그 경계를 보여주고 또 무너트린다. 영화는 실제 촬영된 영상과 과거의 TV 푸티지를 연결하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TV 프로그램에선 무당을 초인의 힘을 지닌 단선적인 존재로 그리지만, 김금화는 미디어에 소비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무속신앙과 무당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김금화를 자연스레 체화한다. 영화는 조각난 푸티지로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낸 김금화를 보여주는데, 여러 개의 TV 푸티지 조각을 한 화면에 넣으며 혼란을 일으킨다. 이로써 대중의 일방적 시선을 무너트리며,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김금화를 단선적으로 이해하기를 거부한다. 형식적으로 <만신>은 (시네)다큐멘터리와 극영화, TV 다큐, 애니메이션, (심지어 설치미술 전시장 같은) 아트 필름의 경계를 넘나든다. 영화는 경계를 넘나들며 무속의 전통을 새로운 미디어 프레임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금화(김새론 분)가 “쇠걸립 왔시다”를 외치며 연신 마을을 뛰어다닌다. 헌 쇠를 새 쇠로 만드는 쇠걸립 작업의 경계에 영화는 위치하고 있다. 금화가 외치는 쇠걸립 작업이 <만신> 전체를 관통하는 것만 같다. 이때 지미집 카메라 그림자가 화면에 노출되고, 배우를 따라가는 카메라와 스텝들이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찍는 것과 찍히는 것에 대한 경계가 무너진다. 부감 샷으로 찍은 영화의 엔딩 촬영 장소는 짚신처럼 보이기도 하고 김금화가 굿을 했던 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 공간은 카메라 무빙을 하면서 산 끝자락에 연결된 도로와 이어진다. 영화는 끝내 과거와 현재라는 공간의 경계를 소멸시키고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이러한 여러 형식적 시도를 통해 감독은 김금화의 어떤 모습을 표현해낸다. <만신>에서 김금화는 국가적 분쟁이나 위기 상황(대구지하철/삼풍백화점 참사…) 그리고 이념분쟁(한국전쟁,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있어 어느 한쪽의 편에 가담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경계를 이리저리 횡단하며 경계 자체의 의미를 붕괴시킨다. 그에게 중요한 일은 경계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자의 감정에서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를 자신의 몸으로 다시 표현해내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신 김금화는 인간이 지닌 경계를 붕괴시키며 자신을 어떤 소통 창구로 작동하려고 시도한다. 감독 또한 영화가 지닌 경계를 무너트리면서 김금화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렇게 <만신>은 김금화의 삶을 영화라는 양식을 빌려 새롭게 구성한다. 어쩌면 이것이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던 만신 김금화라는 인물에 가장 맞닿아 있는 방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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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리데이줄 관람평

김은혜 | 지금 나는 나의 의지대로 청춘을 보내고 있는 걸까

박정하 | '순수'가 '순진'으로, '약은 것'이 '똑똑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어른들의 세계

채소라 | 나약한 말썽쟁이들 직면한 너무나 작위적인 세상

김민형 | 무력한 청춘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잔인한 시선

위정연 | 부끄러운 이 시대의 초상

김수영 | 냉혹한 어른의 세계에서 빛을 잃어가는 청춘의 찬란한 나날




 <글로리데이리뷰: 부끄러운 이 시대의 초상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어떤 단어는 존재만으로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다. 다른 것과는 대체 불가능하며 오롯이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게 빛이 난다. 나에게 ‘스무 살’이 그렇다. 막연히 어른을 동경했던 10대를 지나 스무 살을 맞이했을 땐 주변 모든 게 반짝였다. 매일 보던 풍경도 그 시절엔 다르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왜 항상 아름다운 것은 충분히 누리기에 너무나 짧은 걸까. 영원히 내 편일 줄 알았던 세상은 금세 본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더 힘들었던 건, 그런 세상과 차츰 타협해가는 내 자신이었다. <글로리데이>는 그와 같은 순간을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네 명의 주인공을 따라 보여준다. 갈림길 사이에 선 주인공들과 한 방향만을 강요하는 어른들을 지독히도 현실적으로, 끈질기게 담아낸다. 



찬란히 일렁이는 바다 앞에 더 찬란하게 빛나는 네 명의 청춘이 있다. 용비(지수 분), 지공(류준열 분), 상우(김준면 분), 두만(김희찬 분)은 상우의 입대 전날 추억을 만들기 위해 포항 앞바다로 향한다. 영원할 것 같던 기쁨도 잠시, 그들은 한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정의가 구현되기는커녕, 여자의 거짓말로 네 명은 순식간에 사건의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진실’을 파헤치는 일보다 본인의 안위가 더 중요했던 어른들은 죄 없는 네 명을 범죄자로 만드는 데 기꺼이 동조한다. 하물며 부모들은 뺑소니를 당해 의식이 없는 상우한테 죄를 뒤집어씌울 것을 강요한다. 누구하나 제대로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는 어른들의 틈 속에서 청춘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계속되는 압박 끝에 결국 지공과 두만은 용비와 상우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어느새 그들은 그토록 싫어하던 어른들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네 명의 시점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는 거짓과 무책임이 가득한 아수라장이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한다고 암묵적으로 말한다. 어른들이 말하는 세상, 그곳에는 ‘부끄러움’이 없다. 아무도 본인의 행동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 속에서, 어른들은 이상하리만치 당연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그저 하루빨리 이 ‘성가신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속에서 누군가의 피해가 발생하든 상관없었다. ‘부끄러움’이 실종된 세상 속에서 ‘진실’은 쉽게 둔갑된다. 진실보다는 사실이 중요한 사회. 진심보다는 권력이 우선인 사회. 그것은 비단 영화 속 일만이 아닌, 쓸쓸한 우리네 자화상이다. 부끄러움이 사라져가는 곳에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 그곳에서 우리는 지금 버젓이 살아가고 있다. 현재 <글로리데이>가 ‘매우 현실적’이라는 평을 많이 듣고 있다는 건, 우리가 이미 그런 세상에 적응해버렸다는 반증이 아닐까.



영원히 빛날 줄만 알았던 그 날은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던 ‘용비’도, 마음이 흔들렸던 ‘지공’과 ‘두만’도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10년 후 이들은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 성장한 어른의 모습일지 아니면 지금의 어른들과 같은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이들이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장의 편안함에 속아 진실을 애써 가리려는 어른의 모습이 아니길 바란다. 진실과 진심에 무감각해지는 순간부터 이 세상에 ‘희망’이란 찾기 힘들어질 수도 있기에, 그래서 더욱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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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그들이 죽었다>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PAH3KR




<그들이 죽었다> : 찬란한 순간이라서 청춘이 아니야



*관객기자단 [인디즈] 채소라 님의 글입니다.


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나이에 익숙해지는 계절인 봄이 되니 ‘청춘’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맴돈다. 청춘(靑春). 만물의 푸른 봄철이라는 뜻이다. 추위에 얼어있던 땅이 녹고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는 에너지를 품는 계절. 사람의 인생에서 20대를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청춘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대한민국의 20대들은 에너지 넘치는 봄을 닮았을까? 아니 닮아야만 할까? 닮지 않았으면 청춘이라 할 수 없는 걸까? <그들이 죽었다>에서 그 물음에 두루뭉술한 대답을 들어볼 수 있다. 사실 <그들이 죽었다>라는 영화 자체가 청춘들이 몸부림 친 결과이기도 하다.



영화 주인공인 ‘상석’, ‘재호’, ‘태희’는 무명 배우다. ‘주연배우’라는 단골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주연배우가 되지 못한 처지를 한탄한다. 상석은 돈 벌이를 위해 후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며 지내고 태희는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만 줄줄이 떨어진다. 재호는 배우로서 선택 받는 삶을 잠시 접어두고 직접 카메라를 들겠다고 나선다. 비록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카메라지만. 



셋 중 상석은 재호와 의기투합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애쓴다. 스태프들도 열심히 구슬려보고 재호도 위로해 가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던 상석은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그것마저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운다. 상석의 울음은 영화 내내 상석이 구토를 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속에선 뭔지 모를 에너지가 들끓는데 세상에 그걸 펼칠만한 기회가 도통 오질 않는다. 그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건 헛구역질과 우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죽었다>에서 무언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부분은 없다. 어딘가 뭉뚱그려진 결말이 다가올 때 조금 당황스럽다. 영화의 흐름도 큰 갈등이나 위기 없이 작은 몸부림들의 연속이다. 영화의 흐름도, 결말도 영화적으로는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그런 영화의 매무새가 꼭 무언가 이루지 못해 불안하고 지난한 청춘의 삶과 닮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만 흘러나오는 사운드가 있다. TV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다. 영화는 이렇게 몸부림을 쳐도 소용이 없다고 말하듯 경제-정치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흘려 보낸다. 누군가는 세상 탓만 하는 무기력한 청춘의 자화상을 그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 탓을 할 만한 세상이다. 그 세상 위에서 봄을 보내야 하는 청춘들은 무언가를 하려고 하다가 무기력해졌다. 그래서 사실 무언가 해보려고 주인공 상석처럼 이리 저리 애써보다가, 이대로 괜찮냐는 물음에 머뭇거리게 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참 장하다. 청춘은 봄처럼 따스하고 밝은 나날을 보내기 때문에 봄과 닮은 것이 아니라 봉오리를 툭 터뜨릴 에너지를 내뿜고 있기에 봄과 닮았다. 사실은 <그들이 죽었다>에서 보여주는 주인공들은 가장 사실적인 청춘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빛나는 나날을 보내지 못한다고 좌절할 것 없다. 대신 무언가를 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지를 되뇌어보자. 그럴 여유조차 없다면 딱 102분만 시간을 내어 <그들이 죽었다>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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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된 영화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귀향>은 관객이 만든 영화였다. 7만 3164명의 사람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에 동참했고, 그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우리는 <귀향>을 극장에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큰 영화든 작은 영화든,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함에 있어 자본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은 분명할 터. ‘과연 크라우드펀딩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 가득한 질문에 <귀향>은 제대로 응답했다. 하지만 이는 비단 <귀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처럼 화제가 된 적은 없지만, 그간 영화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독립영화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관객과 만나왔다. 



1. 제작지원 크라우드펀딩 받은 영화들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야근 대신 뜨개질> <족구왕> <1999, 면회> <울보>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오멸 감독의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역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 지원을 일부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의 후반 제작지원을 받았기는 하나 일정 시기 안으로 영화를 완성해야만 지원이 가능했었기에 사람들의 후원이 지슬을 완성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지슬’은 제주어로 감자를 칭하는 말로 영화에서 가장 큰 상징이었는데, 20만원 이상 후원한 사람들에게는 덤으로 제주산 감자 10Kg를 집으로 배송해주는 이색적인 후원 선물이 있기도 했다.

인디스페이스에서 ‘으랏차차 독립영화 2016’ 기획전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던 <야근 대신 뜨개질>(2015). 노동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뜨개질에 빗댄 이 다큐멘터리는 예상보다 길어진 촬영 기간으로 프로덕션 비용이 늘어나 후반작업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였다. 리워드로 주인공들이 만든 노란 리본과 오색 팔찌를 증정하고, 공정여행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주인공들의 직업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10만원 이상 후원한 선착순 2명에게 국내외여행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안재홍이 출연한 <족구왕>(2013), <1999, 면회>(2012) 역시 크라우드펀딩으로 후반 제작비를 마련해 작업을 완성했다. 반면, 10대의 성장기를 다룬 <울보>(2015)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후원 덕분에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던 만큼, <울보> 제작진은 캐스팅부터 크랭크인 소식, 영화가 완성된 이후 영화제 상영 소식 및 개봉 소식까지 꾸준히 후원자들에게 메일 및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세세한 경과를 보고해주었다.




2. 개봉지원 크라우드펀딩 받은 영화들 <자, 이제 댄스타임> <춤추는 숲> <잡식가족의 딜레마> <그리고 싶은 것>



2009년 한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임신중절 시술한 병원과 동료 의사를 고발한 사건 이후, 임신중절 당사자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말한 <자, 이제 댄스타임>(2013). 이렇다 할 배급사를 찾지 못해 감독이 직접 배급에 나섰고, 개봉지원마저 받지 못해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후원으로 (광화문에 위치했었던) 인디스페이스의 좌석 110석을 다 채우자는 목표로 진행했는데, 목표 인원을 충분히 넘어섰을 뿐 아니라 목표 금액 중 131%가 모여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서울의 마을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성미산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춤추는 숲>(2012)도 크라우드펀딩의 힘으로 개봉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최소 후원 금액을 100원으로 책정하였고, 단돈 100원만 후원하더라도 춤추는 숲 특별뮤직비디오영상을 메일로 발송해주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감독은 이 영화의 후속작이자 성미산 마을 시리즈 2부작에 해당되는 <소년, 달리다>(2015)도 개봉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돈가스 마니아인 감독과 그의 가족이 돼지의 참혹한 사육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내는 과정을 그린 <그리고 싶은 것>(2012) 역시 개봉후원 크라우드펀딩을 받았다.




3. 제작부터 개봉까지 크라우드펀딩 받은 영화들 <카트> <또 하나의 약속> <업사이드 다운>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싸움을 그린 영화 <카트>(2014) 또한 관객들의 응원이 십시일반 모여 영화를 개봉할 수 있었다. 보통 후원금액에 따라 이미 정해진 리워드를 받지만, <카트>는 영화사에서 준비한 굿즈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는 ‘응원 장터’라는 컨셉으로 진행돼 174%라는 높은 목표율을 달성했다. 이후 한 번 더 있었던 개봉지원 크라우드펀딩 또한 목표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은 채 진행되었음에도 1억원이라는 놀라운 후원금액이 모였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딸을 대신해 회사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2013)은 평소에도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사회적 문제를 다룬 터라 1억원이라는 높은 목표금액에도 불구하고, 2천명이 넘는 관객들의 참여로 목표금액의 2배에 가까운 후원금이 모였다.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제작 두레’라는 이름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성공적으로 개봉을 마칠 수 있었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3번째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4월 14일 개봉) 역시 제작비와 개봉비용 모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지원받았다. 불과 작년에 같은 주제를 다룬 <나쁜 나라> 역시 크라우드펀딩의 도움을 받아 개봉한 이력이 있다. <업사이드 다운>(2015)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킥스타터’라는 유명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도 펀딩이 진행되는 등 많은 관객들이 후원을 해주었다.




* 영화 제작 지원뿐만이 아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영화제작지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를테면 ‘인디다큐페스티발’이나 ‘정동진독립영화제’, ‘들꽃영화상’과 같은 영화제들의 크라우드펀딩이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특별전이나 특별상영회의 크라우드펀딩도 열리는데, <천안함 프로젝트>(2013)가 상영금지처분을 받았을 때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특별상영회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던 ‘故 이성규 감독 특별전’이 바로 그 예이다.

여러 이유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예술영화관도 크라우드펀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작년, 불가피한 이유로 낙원상가를 떠나야 했던 서울아트시네마는 관객라운지 조성 및 이전 비용 마련에 필요한 금액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 받아 지금의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작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인디스페이스도 곧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소셜펀치’를 통해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캠페인의 일환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다.


크라우드펀딩! 어디서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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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밥 한 끼, 커피 한 잔 등이 모여,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은 참으로 따뜻하다. 이 따뜻한 과정에 우리가 참여하는 이유는 아마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그 메시지를 함께 외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지속되어 이 따뜻함이 계속되길, 우리들의 ‘티끌’과도 같은 참여로 더 많은 독립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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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점을 잇다  <설행_눈길을 걷다>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3월 13일(일) 오후 3 상영 후

참석: 김희정 감독

진행: 부지영 감독 (<카트>, <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화이트데이를 앞 둔 일요일, 수많은 영화관 중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양한 영화 중 <설행_눈길을 걷다>를 선택해 ‘점’과 ‘점’으로 연결된 관객, 감독이 있는 인디토크 현장을 다녀왔다. 영화를 통해 접점을 만들고, 생각을 공유하며, 눈길을 함께 걷는 그 현장을 지금 만나보자.



부지영 감독(이하 부): 저는 <설행_눈길을 걷다>를 두 번 봤는데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예전 전작들이 어렵지는 않았는데 이번 영화는 작심하고 만든 영화 같아요. 그래서 왜 영화를 이렇게 만드셨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으셨죠?

김희정 감독(이하 김): 어렵게 만들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소재에 따라 그런 것 같아요. 다루는 대상 자체가 알코올 중독자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의식, 그러니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상태에 집중하다 보니까 추상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 맞아요. 사실 그 부분이 이 영화의 차별성인 것 같아요. 주인공의 환각인지 내면인지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따라 가다 보니 내러티브가 잘 잡히지 않아요. 그런데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인거죠. 그리고 영화에서 김태훈 배우가 가장 눈에 띄어요. 김태훈 배우의 작품들을 오랜 시간 봐왔지만 <설행_눈길을 걷다>와 같이 그 배우를 위한 영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부분은 감독님도 동의하실 것 같아요.

김: 제가 직접적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그렇게 되길 바랐어요. 김태훈 배우가 굉장히 성실한 배우고, 남성적인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김태훈 배우의 얼굴 자체를 좋아하고 독립영화들에 출연했을 때 더욱 가능성이 있는 배우라 느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설행_눈길을 걷다>를 보고 김태훈이란 배우를 재평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기분이 굉장히 좋죠.

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영화로 확실히 재평가됐다는 것에 제 오른손을 걸겠습니다.(웃음)

관객: 지금까지 <설행_눈길을 걷다>를 총 6번 봤는데 정우가 차에 타면서 약을 먹는 장면이 이해되지 않아요. 그 장면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넣으신 건지 궁금해요.

김: 6번 보셨는데 진짜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그건 만든 사람이 잘못한 것 같아요. 그 장면은 정우가 보건소에 다녀 온 이후의 장면이에요. 다친 손 때문에 보건소에서 소염진통제 같은 걸 받고 차 안에 넣었겠죠. 시나리오엔 정우가 약봉지를 차 안에 넣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다른 장면들까지 모아서 보여드려야 하다 보니 그 부분을 뺐어요. 다른 곳에서도 “그 약이 뭔가요?”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날이 정우가 술을 마시지 않은지 셋째 혹은 넷째 날이 되던 때에요. 술을 마실 수 없기에 극한으로 힘들었던 정우가 뭐라도 섭취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그 약을 먹는 장면을 넣었어요.

부: 극장에서 계속 틀어주면 10번, 20번도 보실 분이 계실 것 같아요. 스테디셀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영화인데 우리나라 배급 상황이 참 아쉽네요.

관객: 마리아가 총에 맞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는 아버지가 환영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러면 마리아는 환영을 실제로 본 것인가요? 그리고 마리아가 진짜로 그 총에 맞은 건지 아니면 정우의 상상인건지 궁금합니다.

김: 체코의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는데 사고가 있었어요. DCP에 문제가 생긴거죠. 하필이면 움막 장면이 끝나고 삽으로 눈을 파는 장면에서 끊어졌어요. 그 장면 이후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데 관객 분들도 답답해 하셨죠. 일단 영화를 다시 업로드 하는 와중에 GV를 진행했어요. 밤 10시였는데 영화제 측은 “DCP 문제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서 업로드가 되지 않는다면 영화를 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관객 분들은 GV때 엔딩에 대해 물어봤고요. 그 중에 설치 조각을 하시는 한 아티스트 관객 분은 “나는 이 영화가 정말 좋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기에 엔딩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않고 나가겠다”고 하시며 나가기도 했어요. 그 때 엔딩을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생각해봤어요. 정우가 눈보라를 맞으며 길을 걷는 장면을 빼고 나오는 모든 눈은 판타지예요. 모두 정우의 머리 안에서 일어난 일들 인거죠. 그래서 눈길 위의 마리아도 정우의 생각이고 모두 정우의 머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관객: 정우의 어린 시절이 나오고 아버지의 이야기로 이어지잖아요. 그리곤 그 뒤에 현재의 정우가 나와서 눈길을 걸어가는데 그러면 그 눈길과 어린아이가 걸어가던 길이 같은 길인지 궁금합니다.

김: 장소적으로 같은 길이 아니지만 의미적으론 같아요. 마리아가 “너무 추운데 아이는 하나도 춥지 않아요. 왜냐하면 엄마 손을 잡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된 정우는 그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하고 손을 잡아줄 엄마가 없어요. 아무도 정우의 손을 잡아줄 수가 없죠. 그래서 혼자 걸어갈 수밖에 없는 길을 정우가 걷는 겁니다.

부: 그래서 눈보라가 내리는 장면을 찍으신 건가요?

김: 그 장면은 실제 눈보라가 내리는 곳에서 촬영했어요. 1년 전에 나주엔 눈이 내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주 덕유산에 있는 리조트로 가서 4시간 안에 찍었어요. 곤돌라 운행이 오후 4시에 끝나서 그 시간을 맞추느라 촉박하게 촬영했었죠. 일주일을 할애해 찍어도 모자랄 수 있는 장면을 4시간 안에 찍은 거였죠. 그리고 엔딩에서 정우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장면이 제일 중요한데 눈이 내리지 않아서 매일 매일 걱정했어요. 마침 나주 성당 촬영장에 놀러왔던 어머니랑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이 내리는 것을 전화로 알려주셔서 부리나케 김태훈 배우를 불러서 찍었어요. 사실 김태훈 배우는 그 날 촬영 일정이 없어서 기숙사에서 쉬고 있었어요. 배우가 이미 그 배역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기에 바로 나와서 옷만 갈아입고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겐 가장 감사한 장면입니다.

부: 마지막 장면에서 김태훈 배우의 표정이 정말 좋았어요. ‘따뜻하게 손 잡아주는 엄마 없이 험한 길을 혼자 헤쳐 나가야한다’는 생각이 얼굴에 고스란히 들어난 것 같아요.

김: 그런 오묘한 느낌을 바랐어요. 너무 절망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닌 또 걸어가야 할 길을 깨달은 사람인거죠.

관객: 정우가 꿈을 꾸는데 처음에는 마리아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목격하고 깨잖아요. 두 번째는 자신이 붕 뜨는데 발버둥을 쳐요. 발버둥 치는 장면에서 정우가 자신의 처지에서 못 벗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꿈에 발버둥 치는 장면이 나오는 이유가 궁금하고요. 두 번째는 정우의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김: 첫 번째 질문은 요즘 들어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초반에는 관객들이 그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내용을 파악하시느라 그랬나 봐요. 

부: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최소 3번 이상 <설행_눈길을 걷다>를 관람하신 것 같아요.

김: 그건 정우가 성당에 대해 느끼는 ‘어떤 것’인 것 같아요. 십자로 누워 공중에 뜰 것 같은 느낌을 성당과 수녀님을 통해 받았겠죠. 그리고 꿈인지 판타지인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마리아가 공중에 뜬 것을 보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걸 보며 정우가 ‘내 몸도 뜰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모든 것은 정우의 상태와 관련 있기 때문에 그것은 정우로부터 나온 것이에요. 알코올 중독에 대해 취재해보면 사실 알코올 중독은 가족병이라고 말 할 정도로 가족들의 치료가 절실해요. 왜냐하면 주변을 파괴하는 병이거든요. 그들이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사랑해도 어쩔 수가 없어요. 예를 들면 부산에 GV를 갔다가 거기서 재밌는 질문을 받았어요. 마리아가 엄마의 장례식장에 갔을 때, 정우가 술병을 훔쳐서 나오다가 술병이 깨지잖아요. 그 장면에서 한 남자관객분이 엄청 울었대요. ‘얼마나 중독이 심하면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리아의 엄마가 죽은 집에 가서 까지도 술병을 훔칠 수밖에 없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고 하셨어요. 그건 진짜 중독자나 중독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알코올 중독자가 그런 상황에서도 술을 찾는 것은 의지와 상관이 없어요. 알코올 중독 지침서에 “네가 날 사랑하면 어떻게 이럴 수 있니?”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나와요. 그 말은 중독자에겐 논리적으로 말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알코올 중독자 가족들은 내적인 병을 많이 앓아요. 그런 맥락에서 정우의 엄마는 자신의 남편도 알코올 중독자였는데 아들까지 그러니 속병이 얼마나 심했겠어요. 이런 이유로 아마 정우의 엄마는 내적인 병으로 죽었겠죠.


관객: 정우는 자기로 인해서 엄마가 죽었다는 죄의식을 느끼고 수녀님에게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믿나요?”라고 묻잖아요. 자신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감독님은 마지막에 나오는 정우의 오묘한 표정이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감독님은 정우란 인물이 구원 받길 원하셨는지 아니면 정말로 구원 받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김: 처음에 우리 프로듀서가 시나리오를 읽고 “정우는 죽여야 된다. 그래야 임팩트가 있다”고 말했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그 친구에게 “정우를 죽일 생각이 있었다면 내가 이 영화를 왜 만들겠니?”라며 화를 냈어요. 무슨 말이냐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죠. 사실 중독에는 희망이 없어요. 그렇지만 희망이 없다고 인간이 기도하는 것을 멈추면 안 되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기도는 종교적인 것을 넘어서 기원하는 것을 뜻해요. 알코올 중독은 낫는 병이 아니라 ‘멈춘다’고 표현하는 병이에요. 그래서 회복이 되진 않지만 도망은 다닐 수 있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힘을 얻어서 도망 다닐 몸을 만들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야하고 살도록 염원해야 하는 것이죠. 정우가 절망적으로 죽을 것인지 죽지 않을 것인지를 고민했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아요. 저는 정말 염원을 담아서 만들었거든요.

부: 그렇다면 정우는 결국 구원을 받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인물이겠네요?
 
김: 그렇죠. 그것은 ‘스텝 바이 스텝’이니까. 하루하루 잘 살아야 돼요. 하지만 하루하루 잘 살아가기가 정말 힘들죠. 

부: 알코올 중독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인 것 같아요. 한 순간에 구원이 이뤄질 순 없고 매일매일 기원하는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부분에서요.

관객: 술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어떤 것에 중독돼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알코올을 통해 위안이나 쾌락을 얻듯이 각자가 추구하는 그런 중독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집착이 생기고요. 감독님 말씀처럼 도망 다닐 힘이라도 얻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겠죠. 사실 처음엔 정우에게 기다릴 수 있는 힘조차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후반에 적어도 도망이라도 치거나 ‘이건 아니다’고 깨달을 수 있는 것까지를 보여주셨는데 이 부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 많은 리뷰 중 가장 와 닿았던 리뷰가 하나 있어요. “이 영화는 정우에게 출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철저히 현실적이고 비관적이다. 그러나 방구석의 어둠 속에 혼자 있어봤던 사람은 이 영화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란 리뷰였죠.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 식으로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좋지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관객: 대부분의 남자 감독님들은 비관적인 결말을 통해 치열하게 보여주시잖아요. 그런데 제가 살아온 경험들을 되돌아 봤을 때는 ‘<설행_눈길을 걷다>처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 초반에는 ‘소설로 밀도 있게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데 중반부에 가면 ‘이걸 왜 영화로 찍었는지 알겠다’란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지만 초반에 밀도 있게 들어가지 않아서 ‘이 영화를 내가 좋아하게 될까? 빠져들게 될까?’라고 망설이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혹시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떤 의도가 있으신 건가요?

김: 의도는 없어요. 저는 문학도 좋지만 미술을 정말 좋아해요. 제 세편의 영화에 그림이 중요한 모티프로 나와요. 사실 몰랐는데 인터뷰 도중에 기자가 알려줘서 알았어요. 저는 영화를 분석하는 사람도 아니고 제 기억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영화로 만들기 때문에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는 굉장히 감정적이고 감각적으로 영화를 접근하려 해요. 따라서 <설행_눈길을 걷다>도 제가 감각적으로 접근한 영화이죠. 당연히 영화감독으로서 영화를 대할 때는 영화적으로 접근해요. 그런데 혹자들은 제 영화에 ‘문학적’이란 표현을 많이 쓰곤 해요.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영화 소재, 장르들과는 변별점이 있기 때문에 주로 이런 영화들에 ‘문학적’이란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서 “이걸 왜 문학적으로 느껴요?”라고 질문하면 대답을 못한단 말이죠. 대부분 주입된 것들에 대해서 말한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스스로 질문 해봐야죠.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당연히 저는 영화적으로 접근하고요. 제 영화를 몇 번씩 보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회를 거듭해 볼 때 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텐데 저는 그걸 염두하고 모두 심어놓거든요. 저는 영화는 소리와 그림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 소리와 그림을 공들여 짰어요. 이 영화를 볼 때 한 중년의 관객분이 “오랜만에 귀가 편한 영화였어요”란 말씀을 하실 때 기분이 좋았어요. 결국 영화는 사운드와 이미지에요. 저는 철저히 그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영화 세편을 만들었어요.


관객: 저는 정우라는 캐릭터는 이해가 되는데 마리아 캐릭터는 확실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마리아가 무당의 딸이고 신병을 앓는다는 설정이 정우와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원장수녀님은 마리아가 성스러운 아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리고 마리아가 초반엔 정우에게 “속세는 어때요?”라고 물으면서 속세에 관심을 갖는데 결국엔 봉쇄 수도원으로 가버리잖아요. 마리아란 캐릭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풀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저는 캐릭터에 있어서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마리아는 성스럽고 깨끗한 수녀인데 소녀에서 숙녀로 넘어가는 과정이기에 궁금한 것이 엄청 많죠. 그래서 정우에게 “서울에도 눈이 진짜 많이 와요?”와 같은 호기심어린 질문을 하는 디테일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리아의 손에 자세히 보시면 사인펜 자국이 계속 있거든요. 항상 점을 찍으며 그림을 그리는 마리아이기에 그런 자국이 있던 거예요. 이와 같은 캐릭터의 복잡성을 좋아해요. 그리고 그렇게 보여 지길 바라요. 사실 학생들이랑 이야기할 때 저는 “대학생이 캐릭터는 아냐.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50명이 다 달라. 그런데 왜 대학생이면 대학생, 의사면 의사, 간호사면 간호사.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스테레오 타입화 시켜?”라고 말해요. 사람들은 다 개개인이고 성격이 다르잖아요. 그것처럼 마리아가 복합성을 가진 캐릭터이길 바랐어요. 그리고 마리아가 봉쇄 수도원으로 간 것은 마리아가 “이 아저씨를 구원해주시면 저는 말씀을 전해 듣는 그 곳으로 가겠습니다”라고 기도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나중에 정우에게 수녀님이 “마리아는 봉쇄 수도원으로 떠났습니다. 하느님께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고 합니다”라고 말하잖아요. 바로 그 응답에 마리아가 반응했겠죠. 저는 모든 캐릭터가 여러 가지 얼굴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물론 2시간 안에 캐릭터를 복잡한 얼굴로 만드는 작업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데 그것을 잘 다져놔야 배우들이 연기하기에도 훨씬 좋아요. 그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는 걸로 느껴지시고 “그럼 그 인물의 목표는 뭔가요?”라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저는 하나의 인물을 이런 식으로 구현하고, 마리아는 정우에게 희생을 했다고 생각해요.

부: 박소담 배우는 ‘마리아’란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나요?

김: 워낙에 박소담 배우는 똘똘한 친구에요. 그런 친구들은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죠. 저는 박소담 배우와 같이 수녀님을 만나서 수녀님의 생활, 옷을 입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그리고 무당에 관한 다큐멘터리 DVD를 그 친구에게 빌려줬어요. 접신하는 연기를 할 때 할머니 소리나 아기 소리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주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빠지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죠. 촬영 당일에 박소담 배우가 준비한 연기의 방향이 적절한지 이야기를 나누고 목소리 변화 없이 사투리만 쓰는 걸로 촬영을 했어요. 접신 장면에선 마리아의 입 꼬리가 싹 올라가는데 모든 스텝들이 “여태까지 봐오던 마리아는 어디 있느냐”며 연기에 놀랐었죠.

부: 저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영화로 확 빨려 들어갔어요.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고 ‘이거 뭐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상업적인 영화를 찍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 장면이 영화의 20씬 정도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마 40씬 정도에 나왔던 것 같아요. 이 연기를 박소담 배우가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을 찍기 전에 했었죠?

김: 그렇죠. 저희 촬영할 때 <검은 사제들>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저는 ‘수녀 역할인데 악령이 쓰인 역할을 한다고?’란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제 입장에서는 반대로 생각했죠. 완전히 반대인 역할이기에 걱정했었는데 그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설행_눈길을 걷다>를 더 알게 된 것은 장점으로 생각해요.

부: 사실 <검은 사제들>을 보고 이 영화나 연극 <렛미인>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서 아쉬웠어요. 사실 이 영화가 경력으로 치자면 먼저이니까요.

김: 이 영화가 작은 영화고 개봉한지 2주차에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먼 곳에서 작은 극장을 찾아와 영화를 보시는 분이 하루에 약 이백 명씩 계시다는 점이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만남도 다 인연인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이 그때만을 위해서 벌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후일의 만남을 도모하기 위해 지금 이런 만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 영화를 통해서 위로를 받으시거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그래도 좀 살만하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좋겠지만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고요. ‘한 번쯤 볼만한 영화가 나왔다’와 같이 다양성 측면에서 홍보 좀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구원은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고’, ‘받을 수는 있는 것인지’ 어느 것도 알 수가 없다. 사실 그것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쩌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혹자의 길엔 꽃잎이 떨어진다면 또 다른 누군가의 길엔 눈보라가 몰아친다. 내가, 당신이. 우리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설행_눈길을 걷다>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우리에겐 점으로 연결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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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행_눈길을 걷다줄 관람평

김은혜 | 눈밭에서 상처받고 고통 받는 자들이여, 부디 구원받으소서

박정하 | 마음의 짐 진 모든 이들이여, 우리 손을 맞잡고 이 눈길을 함께 걷자

채소라 | 홀로 남겨진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종교라는 소재, 그 사이를 촘촘하게 채운 배우 김태훈의 미친 연기력

김민형 | 살면서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위하여

위정연 | 느리지만 신중하게, 때로는 신비롭게 다가오는 영화 속 화법

김수영 | 혼자 눈길을 걸어야 할 당신과 보고 싶은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리뷰

<설행_눈길을 걷다> : 살면서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위하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자기 뜻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어떤 일을 잘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있고, 무언가에 중독돼 몸이 다 망가진 후에야 새삼 중독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인간의 의지대로 삶을 결정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삶은 개연성 있게 흘러가지 않기에 우리는 꽤 많은 부분을 우연에 맡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는 정우(김태훈 분)도 그렇다. 정우는 한 수도원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다. 그는 왜 수도원으로 향했을까. 혹은 향할 수밖에 없었을까. 선택을 내린 본인도 설명할 수 없는, 살면서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



마치 운명처럼 <설행_눈길을 걷다>는 시작한다. 정우는 수도원에서 젊은 수녀 마리아(박소담 분)를 만난다. 호기심이 많은 마리아는 정우에게 호감을 보이며, 금단 증세로 고통 받는 그를 보살핀다. 그런데 둘이 나누는 대화가 어딘가 이상하다. 영화의 초반, 동네 슈퍼 앞에서 마리아는 정우에게 서울에는 눈이 많이 오느냐고 물어본다. 이에 정우는 하늘을 쳐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왜 그는 하늘을 쳐다봐야만 눈이 온다는 걸 알 수 있다는 듯이 답했을까.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발생한다. 마리아도 마찬가지다. 정우가 마리아에게 왜 그렇게 잘 해주는지 묻자, 마리아는 아저씨 오기 전날 꿈을 꿨다며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답한다. 이어지는 둘의 대화는 많은 설명을 던져주지 않는다. 영화는 차곡차곡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을 쌓아간다.



정우와 마리아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어떤 접점이 있는 것만 같다. 그녀는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그를 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그녀의 호의를 꺼리다 우연히 그녀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중반부, 차 안에서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면서 둘의 대화는 더는 어긋나지 않고 조금씩 맞아간다. 하지만 둘은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공간을 남겨둔다. 마리아는 자기 꿈을 설명하며 꿈에 나온 아이가 정우인 거 같다고 한다. 더는 설명하지 못한 채 그녀는 그렇게 말할 뿐이다. 정우 또한 왜 술을 먹게 되었는지를 묻는 마리아의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의 아버지도 알코올중독자였기에 술은 항상 옆에 있었다고 말할 뿐. 무엇을 잊기 위해서 술을 먹었는지 끝내 말할 수 없다. 서로의 상황을 끝내 설명하지 못한다. 혹은 설명할 수 없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 내내 정우의 꿈(환상)과 현실(비환상)이 교차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확실해 보이던 꿈과 현실의 경계는 점점 무너져 내린다. 영화 후반부에선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꿈인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그런데 감독은 설명을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하면서 역설적으로 인물의 상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오히려 인과관계를 뒤튼 후에야 마리아가 꿨던 꿈과 정우의 어린 시절, 어떤 상처가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보여준다. 마치 마리아가 점을 연결해 그물망을 만든 것처럼, 감독은 영화의 컷을 그물망처럼 엮어낸다. 관객은 얽혀있는 그물 속에서 영화의 컷이 멈추는 지점(경계를 허무는 지점), 말이 멈추는 지점에 집중한다. 이로써 관객은 환상과 비환상의 경계에서 자신을 투영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경험한다. 때론 그 순간이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다. <설행_눈길을 걷다>는 살면서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위한 영화이자, 설명되지 않은 상처를 추적한 결과물이다. 영화는 이 순간의 기원을 알기 위해 현실과 꿈 그리고 어린 시절을 교차한다. (이로써 서론에서 던졌던 ‘정우는 왜 수도원으로 향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된다) 만약 상처의 시작을 안다면, 상처가 또다시 나타난다 해도 계속해서 상처를 메울 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의 엔딩, 정우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눈발이 휘날리는 길 위를 홀로 걸어간다. 상처가 다시 정우를 힘들게 해도, 이제 정우는 자신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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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노라노>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XrIpgb




<노라노> : 여성들이여 자유하라,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던 때처럼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를 생각해보면, 故 앙드레 김과 이상봉 정도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여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이상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여성 디자이너 노라노이다. 디자이너 중에서 ‘여성’으로 가장 유명한, 그런 것이 아니다. 노라노는 남녀 디자이너 통틀어, 한국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미국 백화점 1층 쇼윈도 전체에 자신의 옷을 진열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진행하고, 기성복 생산의 지평을 연 장본인이다.



영화를 찍은 2012년, 노라노 디자이너의 나이는 만 84세였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속 그녀는 3,40대라고 해도 믿어 의심치 않을 패션을 소화해내고, 속눈썹까지 붙여가며 20대인 나보다도 더 예쁘게 화장을 하며 본인을 치장한다. 누군가는 늙은이의 주책이라 할 수 있겠다만, 화면 속 그녀의 모습에서는 노인이 아닌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한 ‘여성’이 보인다. 영화 <노라노>는 이런 그녀의 일대기를 다루며, 단순히 ‘우리가 몰랐던 위대한 디자이너의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옷으로 인한 6,70년대 여성들의, 여성들에 대한, 여성들에 의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함께 그린다.



조신한 현모양처가 최고의 여성상으로 손꼽히던 그 시대, 남자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고, 가수 윤복희씨의 미니스커트와 펄시스터즈의 판탈롱을 스타일링 했던 그녀. 그녀의 패션은 꼭 그녀만큼 대담하고 당당했다. 그 당시 국가에서 장려했던 기성복은 활동하기 편한 옷이었지만, 노라노의 기성복은 국가에서 홍보하는 것과 같이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자유로이 일할 수 있는 옷이었다. 물리적인 편안함을 주는 데에 그치기보다 내면에 숨어있던 여성으로서의 자신감과 욕망까지 불러 일으키는 그런 옷이었던 것이다. 실제 2,30대에 그녀의 패션을 향유했던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 당시 여성들이 노라노의 패션으로 인해 얼마나 행복하게 당당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신문물을 받아들이던 그 과도기 시기, 그녀 덕이 아니더라도 미니스커트는 대중화됐을 것이고,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은 활발해졌을 것이다. 노라노의 패션에 있어서 타이밍이 좋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 그녀가 있었고, 그런 그녀로 인해 그 변화가 더 강력할 수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옷을 통해 여성의 몸의 움직임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자존심을 갖게끔 노력했다.”는 그녀의 말은 소름 끼치게 멋있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인 미니스커트와 몸매가 드러나는 딱 붙는 옷들을 입는 지금의 우리는 여성으로서 과연 얼마나 당당한가. 미니스커트를 처음 디자인했던 메리 퀀트는 “미니스커트는 거리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점은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지금, 우리는 <노라노> 포스터 속 문구와 같이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던 때처럼 자유’해야 할 지도 모른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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