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o4HEf5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 독립영화 여배우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독립영화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스크린에서 만나봤을 여배우들, 김꽃비, 서영주, 양은용이 각자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들은 “이번만큼은 절대로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을 거에요~” 라고 외치며 우리가 지금까지 스크린으로 봐왔던 그들의 모습과는 다른, 진짜 ‘민낯’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아마도 ‘배우’라는 특성상 우리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을 영화 속 캐릭터에 가두어놓고 그 모습이 그들의 진짜 모습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들이 출연한 다양한 영화들을 접하게 되면서 우리들은 한번쯤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이 아닌 영화 속 하나의 캐릭터로서만 우리의 머릿속에 살아왔던 그들이 이제는 하나의 정해진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자 카메라 앞에 섰다. 



배우 김꽃비는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의 단역으로 시작해 <사랑니>(2005), <삼거리극장>(2006)등의 작품들로 잘 알려졌으며 <똥파리>(2008)로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 받게 된 여배우다. 상업영화, 독립영화 가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작품에는 뭐든지 참여하는 그녀는 <똥파리>로 주목 받게 되면서 여러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대되었다. 그녀가 이를 통해 해외 여러 곳에서 알게 된 많은 친구들을 다시 만나러 가게 되면서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속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큐멘터리의 주 배경이 되는 해외에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로서 활동하며 끝없이 소통하고자 한다. <똥파리>가 그녀에게 준 많은 기회들 덕분에 그녀는 최근까지도 해외의 여러 파트너들과 작업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호텔룸>(2015)에도 배우 최우식과 함께 그녀만의 톡톡 튀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 5일에 개봉한 <거짓말>에서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한 여자로 새로운 변신을 하였다. 



배우 서영주는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2004)에서 주연을 맡게 되면서 <친절한 금자씨>(2005), <은하해방전선>(2007) 등으로 주목 받으며 최근 <화장>(2014)의 단역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뚝심 있는’ 여배우다.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속 그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주 배경은 그녀의 방과 보라카이섬이다. 그녀는 카메라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담는다. 춤을 통해서, 그녀가 그린 그림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온갖 수단을 이용하여 그녀 자신을 표현한다. ‘지구’와 ‘환경’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처럼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표현하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 그녀가 우리에게 보여줄 다양한 그녀의 모습들, 다양한 영화 속 모습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우 양은용은 <인터뷰>(2000)를 시작으로 <부스>(2010), <화차>(2012)등의 다양한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참여하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나가는 성실한 여배우다.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속 그녀의 이야기는 남녀간의 ‘사랑’을 담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우리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배우 김꽃비, 서영주와는 달리 그녀가 직접 카메라를 들기보다는 누군가가 그녀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녀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배우라면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그녀는 개인적이고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다.



상업영화에 영화 <여배우들>(2009)이 있다면 독립영화에는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영화 속 배우의 모습을 넘어 그들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모습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이와 같은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실제 그들의 모습인지, 그저 그들의 또 다른 캐릭터에 불과한 것인지는 우리도 그들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찍어 우리에게 보내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알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듯이, 그녀들은 자기 자신의 본질에 대해 알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지금까지도 배우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난 뒤 그녀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삶에 대해, 우리 자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갖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 참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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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도 먼 그들, 재일동포에 대한 독립영화 
-<우리 학교>, <60만번의 트라이>, <그라운드의 이방인>, <울보 권투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 뿌리는 ‘조선’인 재일동포들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되어 일제의 핍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투쟁해 온 재일동포 1세대를 지나 그 정체성에 극심한 혼란을 느꼈던 재일동포 2세, 그리고 점점 그 민족의 뿌리에 무관심해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3세, 4세들까지. 세대를 지날수록 민족의식의 뿌리를 찾기 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맞춰 살아가려는 많은 움직임들 사이에서, 여전히 자신의 뿌리를 지키고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나려 노력해오는 재일동포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노력의 움직임들을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통하여 꾸준히 기록해오고 있다. 이번 인디즈 기획에서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절찬 상영 중인 진짜 남자가 되고 싶은 재일동포 소년들의 이야기 <울보 권투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있었던 그들의 움직임의 기록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조선학교 아이들의 ‘용감한 등교’ <우리 학교>(2006) 



<우리 학교>는 김명준 감독이 홋카이도 조선초중급고급학교에서의 3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해방직후, 재일동포 1세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조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불편이 없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학교를 세웠다. 처음 540여개에 이르던 조선학교들은 현재 약 60여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뿌리인 ‘조선’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한국사람, 조선사람은 내면으로만 민족성을 지켜도 되지만, 우리 같은 재일동포들은 외면으로 지키지 않으면 외면이 내면을 점점 침투해가기 때문에 결국 일본사람처럼 된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치마 저고리도 입고 조선말도 쓰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한 학생이 한 말이다.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선학교를 지켜온 이들의 조국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느끼며 우리에게는 항상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2. 숨가쁘고 벅찬 그들의 성장 이야기 <60만번의 트라이>(2013) 



<60만번의 트라이>는 오사카 조선학교의 럭비부가 전국대회의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 영화가 재일동포 학생들의 이야기이기 전에, 진정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럭비라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속도감과 역동성, 그리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적절히 섞여있으며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보석 같은 영화이다. 한 일본인 관객은 ‘사실 편견을 갖고 있었다. 미안하다. 이 영화를 통해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하였으며, 일본 언론들의 호평이 이어져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 <60만번의 트라이>는 민족을 초월한 ‘노사이드’ 정신으로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강한 감동을 선사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3.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야구가 존재한다 <그라운드의 이방인>(2014) 



한국 야구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발판에는 재일동포 야구단이 있었다. 김영덕, 김성근, 신용균, 배수찬 등의 재일동포 선수들은 60년대에 한국으로 넘어와 고국의 야구발전에 힘썼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과는 달리 재일동포 선수들은 한국에서는 ‘쪽바리’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는 ‘조센징’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우리에게 항상 가깝고도 먼 그들, 재일동포 선수들을 다룬 야구 다큐멘터리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한국 프로야구 개막원년인 1982년 당시 봉황대기 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했던 재일동포 선수단의 뿌리와 숨은 활동들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4. 울보들이 진짜 남자가 되기까지 <울보 권투부>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권투부, 각각 개성도 다르고 꿈도 다른 아이들이 권투를 하는 이유는 바로 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다. 권투부 훈련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엄하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코치와, 그의 지도하에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권투부 아이들. 이기면 이겼다고 울고, 지면 졌다고 우는 탓에 울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그들은 맷집도 없고, 체력도 훌륭하지 않지만, 오로지 진짜 남자, 강한 남자가 되겠다는 그들만의 목표를 위해 권투를 한다. 영화 <60만번의 트라이>처럼 속도감 넘치고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가깝고도 먼 재일동포들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네 편을 살펴보았다. 특이한 점은 스포츠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인데, 이는 민족과 성별, 나이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스포츠의 특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네 편의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나면 항상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의 삶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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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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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녀의 전쟁 영화  <들꽃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1월 5일(목) 오후 7시 30분

참석: 박석영 감독 | 배우 정하담, 권은수, 오창경

진행: 전계수 감독 (<러브픽션>, <삼거리극장>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들꽃>은 세 소녀와 그들을 둘러싼 참혹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추운 겨울에 찍은 이 영화는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우리의 관심 밖에 벗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오랜 기간 동안 개봉을 기다려온 감독과 배우들의 염원이 이루어진 덕분인지 마침내 <들꽃>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고되고 힘들었던 촬영 현장의 기억들을 하나 둘씩 털어놓으며 <들꽃>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계수 감독(이하 전): 저는 이 영화를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서 두 번째로 보았습니다. 작년과 비교해서 영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음악이나 사운드의 활용, 화면 등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충무로에는 감독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시나리오만 쓰고 있어도 감독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죠. 엄격하게 말하면, 영화를 개봉해야 감독이라고 불립니다. 오늘 진정으로 감독님이 되시는 날인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박석영 감독(이하 박):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전계수 감독님은 제가 아무것도 아닌 시절에 저를 데리고 시나리오를 함께 작업하시면서 저를 알아봐주신 유일한 분입니다. 제가 부족하게 찍은 영화이지만 인디토크를 부탁드릴 수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영광입니다.


전: 정하담 배우님은 이 영화에서 연기를 처음 해보셨죠?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정하담 배우(이하 정): 사실 <들꽃>을 찍은 지 되게 오래됐어요. 제가 스무 살 때 오디션을 보았고, 스물한 살 겨울에 촬영하고, 이제 몇 달 후면 스물 셋이 되니까 꽤 오래 전에 찍은 영화예요. 개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 마음 속에 <들꽃>이 추억으로 남게 되었을 때 이렇게 개봉을 하고 다시 볼 수 있어서 느낌이 새로워요. 그때 생각도 나고 좋아요. 약간 잊혔을 때 개봉을 해서 그런지 선물을 받은 느낌도 들어요. 여기에 온 것도 그렇고, 최근에는 씨네 21에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모두 다 선물인 것 같은 느낌이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전: 권은수 배우님은 이 작품이 첫 번째 영화는 아니고 저와 함께 했던 단편영화도 개봉했었고, 충무로 상업영화에도 많이 출연하셨으니 거의 베테랑이죠. 하지만 주연을 맡은 장편영화가 개봉하는 것은 처음인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권은수 배우(이하 권): 저도 이 영화가 언제 개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개봉을 하고 관객 분들과 만나게 되어서 좋습니다. 이제 두세 달만 지나면 2년이 되는 건데, 지금 이렇게 무대 인사나 시사회를 하니까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했던 순간들이 잘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마주하게 된 것도 반가운 느낌이에요. 중요한 역할을 맡은 영화가 극장에 걸리게 되어 저에게도 의미가 깊은 작품입니다.


전: 최근에 범아시아적 작품 <찡찡 막막>의 태국 개봉을 앞둔 오창경 배우님은 연달아 경사가 겹쳤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오창경 배우(이하 오):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웃음) 앞서 배우님들이 2년 정도 됐다고 하시니까 와 정말 그렇게 됐나, 싶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 싶어요. 저는 바로 어저께 같거든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무대 앞에서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저도 굉장히 기쁘고 재밌습니다.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들꽃>이 작년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독립 장편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진 소재를 가지고 어떤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눈을 부릅뜨고 기술하는 정직한 영화, 그러나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던 영화라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느낌이 달랐거든요. 비전도 보이고 시대의 공기도 굉장히 잘 담겨있는 것 같아요. 부산국제영화제 출품 이후 많이 달라진 건가요?


박: 엊그저께도 그런 말을 들었는데요, 달라진 게 없어요. 전혀 없어요. 


전: 음악도 똑같나요?


박: 돈이 없어서 뭔가를 더 할 수 없었어요. 전계수 감독님의 마음이 달라진 것은 아닌가 싶네요.(웃음) 그런데 정하담 배우님도 저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전: 정하담 배우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정: 최근에 특별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오랜만에 봤어요. 그런데 예전이랑 너무 다르고 더 좋아졌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편집을 다시 하셨는지 여쭤봤는데, 전혀 안했다고 하셔서 거짓말인줄 알았어요. 저도 정말로 안 믿겨질 만큼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전: 그렇다면 이 작품이 1년 동안 어떤 아우라가 생긴 건가요?(웃음) 확실히 영화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해서 약간 알고 있긴 하지만 한 번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어디까지가 사전에 약속된 것이고 어디까지가 현장성을 살린 것인지, 또 그 조율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시나리오나 대사 중에서 촬영 전에 쓰인 것과 편집에 담긴 것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요?


박: 디테일하게는 차이가 매우 많죠. 구조적으로도 차이가 있는 지점들이 있고요. 처음 찍을 때부터 이것은 전쟁 영화라는 생각을 했고, 전쟁의 어떤 순간을 목격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서 시작부터 쭉 순서대로 간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은수 씨가 누군가를 따라가고 아이들을 데려가는 장면들이 있을 때 매우 디테일하게 대사를 주기보다는, 이 상황에 제가 납득이 되고 배우들에게도 제가 느끼는 정도의 리얼리티가 나타난다고 느낄 때 찍었어요. 그리고나서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대본은 다 있었어요. 하지만 이 연기가 내가 짜놓은 계획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뒤에 있는 플랜을 지우고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2, 3회차 부터는 매일매일 다음날 찍어야할 것을 새로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근본적인 골격이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교차성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한 것이긴 하죠. 이런 방식을 통해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연기의 진실함, 또는 진짜라고 느껴지는 것을 매순간 찾아내야 한다는 것.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매일매일 찍었던 것 같아요.


전: 제가 보기에도 이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지는 않고 하다 보니 이렇게 나온 것 같은데, 그래서 장점을 발휘하는 영화들이 있죠. 그런가하면 박찬욱 감독이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처럼 모든 것이 결정되어있는 상태에서 육체를 입히는 과정이 촬영의 대부분인 감독님들도 계시죠. <들꽃>의 이러한 방식은 굉장히 위험이 많고 실패할 가능성이 큰데, 저는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권은수 배우님은 인물을 해석하고 사전에 이런 대사를 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부분과 현장에서 대사가 바뀌면서 새롭게 추가되거나 바뀐 부분, 이 둘 중에 어느 쪽 비중이 더 컸나요?


권: 제가 기억한 것이 맞다면 현장에서 바뀐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인물에 대한 구축은 다들 정확하게 있었는데, 상황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일종의 상황극 같다는 느낌이 좀 들었어요.


전: 그럼 그 대사들은 정말 즉흥적인 것이었나요? 상황을 던져놓고 나도 내가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든 것인지, 아니면 이런 식의 대사를 주고받기로 정한 것이었나요?


권: 시나리오 자체의 정말 중요한 대사들은 그대로 했던 편인데, 그 외에는 그냥 즉흥적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전: 관객 여러분들도 똑같이 느끼셨을 지도 모르는데, 감독이 배우들을 어떤 상황에 던져놓고 지켜본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동선을 긋고 대사의 합을 맞추기보다는, 좀 잔인한 방식이긴 하지만 프레임 안에 배우를 밀어놓는 것. 그러다보니 정확한 프레이밍이 안 되죠. 배우를 따라가는 카메라가 구도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이것이 <들꽃>의 독특한 미학 중의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상황에 배우를 던져놓고 움직임을 보겠다는 연출 태도가 보이는데 그래서 생생하게 빛나는 측면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런 느낌의 연장선에서 정하담 배우님이 그런 독보적인 캐릭터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 연기를 처음 하는 배우치고 대단한 직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어떤 생각으로 하게 되었나요?


정: 저는 오디션도 다섯 번 정도 더 보고 이 영화에 캐스팅이 됐어요. 다른 언니들은 이미 캐스팅 되어있었고 제가 제일 나중에 캐스팅됐어요. 제가 경력이 하나도 없고 대학도 연기과를 나온 것이 아닌데 캐스팅이 된 것은 정말 감사했어요. 그런데 진짜로 붙고 나니까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두렵기 시작했어요. 불안감도 심했어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계속 여쭤보고 제가 할 수 있었던 것들은 다 했던 것 같아요. 그 불안감 때문에. 폐를 끼칠까봐 열심히 해서 그런지 오히려 촬영에 들어갔을 때에는 괜찮았어요.



전: 오창경 배우와 태성 역을 한 강봉성 배우 둘의 멜로드라마는 되게 안정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하담, 조수향, 권은수 배우들의 경우는, 정하담 양이 가장 비전형적으로 연기를 하지만 나머지 두 배우들도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상대에 대한 어떤 리액션을 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거든요. 그게 의도였는지 아니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었는지 궁금했어요.


정: 그런 생각을 많이 하긴 했어요. 준비하는 기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에. 그리고 엔딩크레딧에 제 이름이 각색으로 올라가기도 하는데, 제가 실제로 각색을 한 것이 아니라 감독님한테 많은 걸 물어보고 많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대본을 쓰던 시기였는데 감사하게도 그때 제가 했던 역할을 생각하셨는지 제 이름을 올려주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되게 준비를 많이 했어요. 짐승 같은 아이, 일반적으로 내는 소리가 다른 아이. 그리고 말이 없고 불안한 캐릭터를 많이 상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어떤 식으로 말을 할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긴 했습니다.


전: 감독님께 한 가지 더 질문해 볼게요. 언론에서는 보통 감독들이 배우들한테 연기 지도한다는 말을 쓰는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감독이 배우의 연기를 지도할 수는 없어요. 완전히 학생을 데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배우를 지켜보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지만 분명 디렉션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가장 적합한 연기가 되도록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이 영화에서는 세 소녀의 연기의 합을 맞출 때 특별히 신경 썼던 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박: 제가 연기를 보는 눈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저 스스로도 연기를 매우 못하고요. 사실 (전계수 감독을 가리키며) 저희 둘도 이 영화에 잠시 연기를 했는데 다 잘라버렸어요. 연기에 대해서 잘 안다고 정말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단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배우들의 가진 색깔, 특징, 장점, 결핍 같은 것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근본적으로 이 세 명의 여자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정하담이라는 이런 비전형적인 인간이 끼어 들어왔을 때 이들의 앙상블은 분명히 깨지고 흔들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각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거든요. 이것이 현장 안에서 날 것처럼 느껴진 이유는 실제로 배우들이 자기 역할에 매우 집중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것을 완벽히 믿었어요. 대부분의 장면들은 원테이크로 진행됐어요. 길이가 길어서 좀 잘라낸 것이지 원래 이 영화는 2시간 50분짜리 영화였어요. 그냥 원테이크로 쭉 볼 수 있는 훨씬 더 연극적인 형태? 어떤 호흡들을 나중에 만든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 원테이크를 다시 돌려봤을 때 배우들이 각자 진짜로 열심히 했구나 싶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원래 다 자질이 있는 특별한 배우들이었어요. 저는 보는 것 자체가 되게 기쁘고, 두 번 찍을 필요도 없다고 느껴서 두 번, 세 번 찍으면 그냥 계속 다음 장면을 찍었어요. 정말 아이들의 과정을 목격하는 것처럼 끝까지 간 것 같아요. 저한테는 너무나 큰 행운이었죠.


전: 이 영화가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한 이유는 멜로드라마들의 라인들이 잘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몇 가지 라인들이 있는데 은수와 수향의 멜로드라마가 있고, 수향과 하담의 멜로드라마가 있고, 그리고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 이 소녀들을 위태롭고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기도 하지만 삼촌과 태성의 멜로드라마가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태성의 눈빛과 삼촌의 눈빛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것이 착취하고, 착취 받는 관계만이 아니라 서로를 갈구하는 눈빛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그런 눈빛으로 연기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 제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번 들었고 오늘로 두 번째인데 감독님이 보신 것이 맞습니다. 박석영 감독님과 얘기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는데 태성이는 저의 애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몸으로 부딪치는 것들도 그런 감정들의 표현인 것이고. 그런데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사는 없죠. 사랑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좀 했어요. 그런데 그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어떻게 보면 그것을 인정하기 조금 불편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많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태성이는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이죠. 저는 그 친구를 어떤 형태로 잡아놓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사람이고. 그것이 맞습니다.


관객: 아까 말씀해주셨다시피 이 소재를 바탕으로 한 독립영화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도 이것을 선택하고, 또 시종일관 어두운 톤으로 이 이야기를 만드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야구장에서 태성이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우러가는 장면이 유일한 코미디인 것 같은데, 굳이 이 장면을 넣으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 뒷 질문부터 대답을 하면, 저한테는 태성이라는 캐릭터가 애 같은 느낌이에요. 잘생기기도 하고 힘센 척도 하지만, 이 녀석이 조금 없어 보여야 사랑할만한 구석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갑자기 만든 장면이긴 해요. 또 다른 예를 들면 하담이한테 계속 밀려나는 장면들. 정작 힘을 쓸 때에는 쓰지 못하고 소리나 지르고 있는 그 녀석이 제 모습이었던 것 같기도 했어요. “우와아” 소리 지르기도 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이야기도 잘 못하는 이런 청춘의 모습이 있지는 않을까 싶었어요. 또 저는 가출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찡하게 울고 소주마시고 잊어버리는 정도의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홍대 놀이터에서 밤에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아이가 많은 사람들이 흥청망청하고 있는 놀이터에서 빈병을 던지고 있더라고요. 실제로 권은수 배우님이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겠죠. 아무런 표정도 없이 던지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처음에는 놀라더니 그 다음부터는 병을 갖다 주고 던져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그걸 던지더라고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의 “한 병 더, 한 병 더”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결국 그 여자는 아무런 감정 없이 던지다가 그냥 가버렸어요. 그때 스릴러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그 후, 친구 중에 YMCA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자원봉사 하는 곳에 가봤어요. 그리고 한 6개월 정도 아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의 가출 청소년 영화가 얼마나 많이 있고 ‘그렇다면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찍어야 되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영화 지식은 없고, 그런 것을 생각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전: 6개월 정도 청소년재활센터에서 자원봉사하면서 만난 아이들이 이 영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많이 됐나요?


박: 한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만난 여러 명들의 이야기 혹은 그들의 과거가 연결되어 있기는 해요. 삼촌에 대한 이슈나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그곳의 선생님들한테 들었죠. 물론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끔찍하죠. 어이가 없을 지경이에요. 1년에 2, 3천명의 아이들이 나오니까요. 만 명이 나와서 7천명이 돌아가고, 3천명은 여전히 거리에 남고, 그 중에 많아야 2, 3백 명의 아이들이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는 정도? 한국 사회가 아이들을 그 정도로 버려두고 있는지 몰랐어요. 아이들은 훨씬 심한 일들을 당하거나 이제는 자기들끼리 심한 일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죠.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가진 인간적인 품격까지 떨어져 보이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저는 영화를 시작했던 것이고. 그런 면에서 팩트랑은 조금 상관없는 감상적인 리얼리티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극적인 구조를 짜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관객: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는데, 카메라가 정말 많이 흔들리더라고요. 핸드헬드로 찍은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유난히 심한 것 같았어요. 배우들의 얼굴도 굉장히 타이트하게 찍히고 말이죠.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카메라가 인물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면서 배우들의 전체적인 행동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감독님께서는 이러한 흐름을 의도적으로 구성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박: 전쟁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전쟁 상황을 겪고 있죠. 아이들이 만나게 되는 사고들은 폭탄 같은 것들이죠. 은수가 방을 구했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모르는 애들을 따라가면서 카메라가 뛰어 들어가는 듯한 입장이었어요. 그러다가 전쟁의 폭탄을 목격하고 있는 카메라도 조금 쉬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내면을 보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아이들의 모습이 내밀하게 보이는 것보다 참상을 그리다가 아이들이 눈빛이 궁금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질문하신 것처럼 일부러 그렇게 짜고 만들었던 것은 아니에요. 뒤로 갈수록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겠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맨 뒤에 가면서는 도덕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수향이가 막 두들기면서 울잖아요? 저는 그때 촬영감독한테 딱 한 가지 원칙을 얘기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이것이 영화를 관통하는 원칙이었어요. “인간으로서 저 장면을 클로즈업을 할 수 있으면 하세요. 마음이 다가갈 수 있는 예의의 거리만큼만 거리를 지킵시다.” 그래서 거기까지만 다가간 것이죠. 더 가까이 다가가서 눈물 떨어지는 것들을 담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원칙을 따랐던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들이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에는 클로즈업을 대놓고 찍었어요. 예를 들어, 수향이가 딱 나타났을 때 눈치를 보며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 그럴 땐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서 찍었어요. 하지만 매우 진실하다고 느끼는 어떤 순간에는 봐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앞에서 울고 있으면 때로는 뒤에서 지켜봐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이런 것들을 촬영의 원칙으로 한 것뿐이지, 뒤로 갈수록 점점 느려지거나 부드러워지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태도는 ‘어떤 것을 찍을 것인가, 어디까지 다가갈 것인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라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박석영 감독은 조수향, 정하담, 권은수 배우들의 앙상블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그들이 연기하는 세 명의 소녀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한다. 관객에게는 이 영화 속에 드러나는 사회의 냉담함과 그 속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폭력들이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거리의 들꽃들이 건강하게 피어날 사회가 오기 전까지, 박석영 감독은 전쟁 영화 같은 일련의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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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권투부>줄 관람평

차아름 | 투박한 진심, 누구보다 강한 눈물.

김수빈 | (세상이란 링 위에서)'마음으로 지지마라'

심지원 | 성장담 그 이상의 인생 1막 

추병진 | 울어도 좋다!

김가영 | 울보 권투부, 그들이 날리는 감동펀치!






<울보 권투부>리뷰

<울보 권투부> : 울어도 좋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울보 권투부>는 도쿄조선중고급학교의 권투부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권투부 아이들은 단순히 권투가 좋아서 이 소조(동아리)에 들어왔으며, “권투도 좋고, 권투부도 좋다”고 말한다. 엄하기로 유명한 코치 선생님의 지도하에 권투부 아이들은 전국 조선학교 중앙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맹훈련에 돌입한다. 이제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은 권투부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 영화는 이일하 감독이 학생들과 1년 반 동안 함께 지내면서 탄생한 작품이다. 2학년이었던 아이들은 3학년이 되어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졸업을 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우리들이 체감할 수 없는 ‘1년 반’ 이라는 시간은 86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이때 우리 눈에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영화의 러닝타임이 흘러가는 만큼 아이들은 내·외적으로 성장해간다. 경기에서 패배하고 분하고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은 패배를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진다. 또, 혹독한 훈련을 마친 아이들은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눈물을 흘리는데, 이때의 눈물은 과거의 패배 끝에 흘리는 감격의 눈물이다. 즉, 제목처럼 울보 같은 아이들은 패배할 때나 승리할 때에도 각자의 이유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그들에게 권투는 패배의 아픔과 쓰라림을 딛고 승리를 성취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성장의 발판이 된다. 이때 흘리는 눈물은 그 성장의 일부분일 뿐이다. 



카메라는 권투부 아이들의 곁에 바짝 다가가서 그들의 표정을 담는다. 직접 카메라를 든 이일하 감독은 패배의 서러움 때문에 울고,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고, 승리의 감격에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집요하게 담아낸다. 오랜 시간 동안 학교에서 같이 생활하며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혀간 이일하 감독은 아이들의 진심어린 표정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물론 카메라는 학교 안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교 밖의 재일 동포들과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다. 재일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핍박을 받아온 어른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또, 조선학교의 고교무상화 배제 조치에 반대하는 재일 동포 학부모들의 시위 현장에 따라간 카메라는 그들이 외치는 목소리를 마이크 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처럼 카메라는 권투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본 사회 속에서 재일 동포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나란히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의 중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아이들이 졸업식을 치르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들이 겪어야 할 험난한 사회는 졸업 이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치 선생님의 말씀처럼, 고된 훈련으로 길러낸 정신력은 사회에 진출하게 될 아이들에게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울보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을 하면서 권투와 작별을 하겠지만, 눈물을 쏟아내며 보냈던 권투부 생활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울보들의 눈물을 흐뭇하게 바라보아도 좋다. 눈물은 그들의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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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화를 말하다 : 영화를 향한 열정과 사랑 
-<디렉터스 컷>, <뽕똘>, <우린 액션배우다>, <힘내세요, 병헌씨>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얼마 전 장률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필름시대사랑>이 개봉했다. 영화는 장률 감독이 영화에 보내는 헌시와 같은 작품으로, 작품 안에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감독들은 종종 영화 안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작게는 등장인물이 영화와 관련된 인물이기도 하고, 때로는 영화의 창작 과정을 담은 메타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영화의 소재로써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감독이 지향하는 영화에 대한 철학과 애정을 직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처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에 대한 영화’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영화 제작에 대한 영화

1. 악전고투 독립영화 제작기 <디렉터스 컷 Director's CUT>(2014)  

박준범 감독의 <디렉터스 컷>은 한국영화, 그 중에서도 독립영화의 제작과정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감독의 고민과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극중 해강(박정표 분)은 자신이 추구하는 영화에 대한 가치가 확고한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독단적이고 고집스런 모습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과 종종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첫 장편 영화를 제작하게 된 그는 영화 이외에 다른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오직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상성’에 목을 매고 주위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에는 도통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영화판에서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까지 오랜 여자친구와의 사이를 소원해지게 만든다. 영화에 대한 고집과 예민함이 점점 해강을 영화 이외에 것들로 고립시키고 만다. 그렇다고 영화 제작이 그의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제작비 부족으로 그는 현실과 타협하고 만 것이다. 투자 받기로 한 제작사에서는 시나리오를 바꾸고 연출에서까지 훈수를 둔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제작사에 편집권을 넘겨주면서 해강이 초반부터 그토록 강조했던 ‘일상성’이 편집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좋은 영화를 찍겠다는 신념이 결국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는 상활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해강은 편집실의 창을 깨고 넘어가 그 장면을 살려내고야 만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 그가 지향하는 좋은 영화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캐릭터의 해강은 분명 ‘좋은 감독’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하다 여겨진다. 하지만 비루한 현실에도 포기할 수 없는 ‘좋은 영화’에 대한 그의 처절한 애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2. 얼렁뚱땅 제주낚시 영화 제작기 <뽕똘>(2010)


 

<뽕똘> 역시 영화 제작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앞서 소개한 <디렉터스 컷>과 대조되는 영화이다. <뽕똘>은 제주 출신인 오멸 감독의 작품으로 제주의 향토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한국영화임에도 제주 방언으로 인해 한글자막이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기를 담았다. 동네 백수건달인 주인공 뽕똘(이경준 분)은 영화 <똥파리>를 보고 무작정 영화를 찍어보기로 한다. 단순히 그 이유다. 영화에 대한 대단한 철학이나 예술적 신념,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장비도 시나리오도 심지어 배우도 없는 상황에 갑작스럽게 펼쳐진 배우 오디션에서 세 명이 참가해 세 명이 합격한다. 게다가 재미삼아 우연히 여행 온 여행객 성필(김민혁 분)이 영화의 주연배우가 된다. 뽕똘이 제작하는 영화는 전설의 물고기 ‘돗돔’을 잡는다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낚시 영화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에서 주인공들은 제법 진지하게 영화에 임한다. 뽕똘은 즉흥적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무작정 촬영한다. 그 과정이 터무니없고 무모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그들의 우정과 열정이 적잖은 감동과 웃음을 만들어낸다. 영화에 대한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뽕똘에게 영화란 무엇이냐 묻자, 그는 ‘자파리 (여러 가지 물건들을 심하게 어지럽히면서 노는 모양)’라 대답한다. 이 대답이야말로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이 작품을 연출한 오멸 감독에게도 영화는 대수롭지 않지만 유쾌한 무엇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아마 체계적인 영화 제작에 대한 영화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느껴지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 영화인에 대한 영화

3. 액션배우를 꿈꾸는 스턴트 배우들 <우린 액션배우다 Action Boys>(2008)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서울액션스쿨 8기 수료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서울액션스쿨 8기 수료생인 정병길 감독은 동기들의 스턴트 배우 생활을 카메라에 담는다. 처음 훈련을 시작한 36명의 동기들 중에 오직 3명만이 현장에 남아 스턴트 액션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다수의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위험천만한 액션 장면들을 소화하고 주·조연 배우들의 대역을 맡지만, 작품 안에서 이들의 얼굴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빠르게 질주하는 차가 허공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찍으면서도,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에서 절묘하게 떨어지는 장면을 찍으면서도, 칼을 든 무리들 속에서 합을 맞추어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으면서도 이들은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프로의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크린 속의 화려한 액션들을 묵묵히 소화할 뿐이다. 현재 여러 작품들에서 무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권귀덕은 이 영화 속에서 “죽음이 무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는 이 일을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을 것” 이라고 말한다. 동료들의 숱한 부상과 죽음을 보아온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스턴트 액션을 선보인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스턴트 액션에 대해 다루면서도, 이 영화는 유머와 재미를 잃지 않는다. 제 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인기상을 받은 이 작품은 재치 있는 편집과 내레이션으로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진지함과 유머를 겸비한 이들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린다.




4. 유쾌한 영화감독 지망생 이야기 <힘내세요, 병헌씨 Cheer Up Mr. Lee>(2012)



이 영화는 <스물>(2014)을 통해 상업영화로 데뷔한 이병헌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온 이 작품은 주인공 병헌(홍완표 분)이 장편영화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게으른 영화감독 지망생 병헌은 시나리오 한 편을 가지고 영화사에 찾아간다. 영화사는 기꺼이 그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이고, 병헌은 본격적인 시나리오 수정에 돌입한다. 까칠한 라인 프로듀서와의 고된 작업 끝에 시나리오는 완성되고, 병헌은 작품의 제작 투자를 기다린다. 그 사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 찾아간 병헌과 친구들은 사소한 다툼에 휘말리고, 우연히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은 친구로부터 영화가 엎어졌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은 진지함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로 가득하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여기에 한몫을 더한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제목처럼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도 영화감독을 꿈꾸는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현장에 뛰어들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좌절을 하고 현장을 떠난다고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열정이 가득하고, 운이 따라준다고 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 바로 영화 현장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어떤 이들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틴다. 위에서 소개한 4편의 영화는 오로지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버티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열정과 사랑만으로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들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영화’라는 선물을 건네주는 만큼, 우리도 그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보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영화를 계속 찾아보는 것. 이것은 분명 그들이 열정과 사랑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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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권투부>의 제작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울보 권투부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0월 29일(목) 오후 8

참석: 이일하 감독

진행: 장성란 매거진M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가을의 끝을 알리는 듯한 비 소식과 함께, 재일동포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보 권투부>가 개봉했다. <우리 학교>(2006), <60만번의 트라이>(2013), <그라운드의 이방인>(2014)에 이어 이번에는 어떤 재일동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에 찬 모습의 관객들이 객석을 메웠고, 영화 상영 후 이어진 이일하 감독과의 인디토크는 장성란 기자의 진행 하에 보다 도란도란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장성란 매거진M 기자 (이하 장):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게, 제목의 영향이 컸거든요. 권투라고 하면 ‘강한 남자’의 상징인데, 감독님은 왜 영화 제목을 ‘울보 권투부’라고 정했나요?


이일하 감독 (이하 이): 처음 기획단계에는 ‘붉은 주먹’이라는 제목으로 시작을 했어요. 왜냐하면 복싱이 헝그리 정신, 마이너한 스포츠잖아요. 그래서 복싱선수들을 통해 재일동포들의 깊은 한을 풀어보고자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 친구들을 찍어나가면서 그 타이틀은 바로 삭제되었습니다.(웃음) 영화를 계속 찍다 보니까, 이 아이들의 공통점이 시도 때도 없이 운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는 순간 이 타이틀이 영화에 스며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장: 영화 맨 첫 부분에 시위대 장면을 넣으셨는데, 감독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사실 아이들의 꿈을 퍼스트컷으로 넣을까, 아니면 복싱하는 경기장면을 넣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영화 촬영 당시에 일본사회의 혐한 데모가 굉장히 심했거든요. 그래서 그 사회현상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것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지는 않고 해서 퍼스트컷을 통해 일본사회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나머지를 아이들의 따뜻한 이야기로 채우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배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장: 저는 첫 장면에 혐한 데모 현장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뒤로 가서 고교무상화 문제에 대해 나오기도 하지만, 감독님께서 그런 것들 보다는 아이들의 청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전체적인 구성은 어떻게 짜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첫 장면의 강렬함과 그 뒤에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으로 가자는 것은 전략이었고요, 전체적인 이야기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정치적인 것을 이 작품만큼은 배제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게 되면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울보 권투부> 편집할 때 울었어요. 울보 감독이에요.(웃음) 편집하면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고 장하더라고요. 저는 일본에 거주한 지 이제 15년 됐거든요. 재일동포로 태어나서 민족성을 떳떳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아이들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아마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 대견스럽더라고요. 근데 한가지 말씀 드리자면 애들이 제 말은 무지하게 안 들었어요. 그런데 선생님 말은 기가 막히게 잘 들어요. 왜냐하면 선생님은 1년 내내 아이들에게 펀치를 받아주거든요. 근데 그 펀치를 받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러니까 그 무거움을 그 친구들도 아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한테 이것 좀 하자 하면 말을 안 듣는데 선생님이 한마디 딱 하시면 바로 말을 잘 들어서 선생님한테 많이 일렀습니다.(웃음) 


장: 저는 최근에 <우리 학교>나 <60만번의 트라이>와 같은 다큐멘터리들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살아가는 재일동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는데, 그런 영화들에서 가장 큰 매력과 힘은 그 아이들이 조선말을 하면서 카메라를 보고 얘기하는 것 만으로도 무가공의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울컥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요.


이: 그런 뭉클함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들 마음속에 빚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그런 빚이 어느 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 영화가 천연의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 힘든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에 ‘헬조선’이라고 해서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 정말 싫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정체성을 저 아이들은 저 먼 땅에서 너무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지켜가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도 지켜가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보다 더 어른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졸업 후에 애들은 뭐하고 있나요?


이: 아이들은 다들 대학교 들어가서 열심히 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유삼이는 큐슈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삼이가 권투부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어요. 그리고 곤충박사가 되고 싶다던 원호는 저랑 영화 찍을 때 항상 저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곤충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근데 원호는 집이 부유한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선은 전문학교를 졸업해서 돈을 벌고 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곤충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지압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바이크를 하나 샀더라고요. 지금도 아이롱 파마를 고수하고 있고요.(웃음) 경우는 조선대학교에 진학했고 복싱부에서 지금도 복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웅이는 학년이 하나 낮은 친구인데 지금은 사회에 나가서 취직했고요.


장: 감독님이 보시기에 영화 속 모습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달라진 사람이 누구인가요?


이: 선생님이요. 선생님은 이번에 꼭 장가를 가시겠다고 다이어트에 돌입하셨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주 홀쭉한 훈남이 되어 있습니다. 유삼이나 다른 친구들은 멀리 떨어진 지방에 살거나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잘 만날 수가 없습니다.


장: 저는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들이 왜 조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는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정체성 확립의 측면도 있지만 학교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이던데요.


이: 네, 우선 성적으로 뭐라고 안 하거든요. 그리고 친구들은 학교가 울타리인 거에요. 그래서 서로 아껴주다 보니 이지메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거기에 보내고 싶어하는 거에요. 근데 대부분 강요는 하지 않아요. 선택하게 합니다. 그래도 조선학교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우선 자기 학교 친구들끼리 서로를 너무 우애해줘요. 그런 모습들이 요즘 학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림인 것 같아요.


장: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영화를 봤나요?


이: 본 친구들도 있고 아직 못 본 친구들도 있어요. 굉장히 쑥스러워 합니다. 선생님이 영화만으로는 우리학교를 알 수 없다, 직접 방문해서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관객 분들께서 방문할 기회가 되신다면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장: 운동회 장면도 신기한 게, 그 사회가 학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듯한 기분이 들면서 모든 세대가 학교에 연결되어 있어 신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어요.


이: 재일동포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북한에서도 다 이방인소리를 듣고 있어요. 그렇게 따지면 고향이 없는 거죠. 그렇다면 학교가 고향이 되는 거에요. 사람에게는 울타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들에게는 고향이라는 게 없고, 그것을 학교가 대신해준다고 저도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학창시절에 경쟁 없이 자랐으니까 졸업을 하고 동창회를 해도 누군 잘나가고 못나가고 그런 게 아니라 동창을 만나서 좋은 거에요. 


 

장: 저도 그런 학교를 다녀보고 싶네요. 영화를 만드시는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지금 와서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떠세요?


이: 우선 일본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어요. 제 눈앞에서 그런 차별의 광경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거든요. 지금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살고 있는 거에요. 그럼에도 학교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 참 자랑스럽기도 하고, 마음 한편에는 또한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관객: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는데, 예고편에는 장래희망이 나오잖아요. 이 영화를 재일동포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 운동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목표가 선수거든요. 근데 영화 속 아이들은 선수가 꿈이 아니라 다양한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선생님이 마지막에 3년 동안 여기서 싸운 정신력으로 사회를 헤쳐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데에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관객: 다른 조선학교들도 있는데 왜 도쿄조교를 선택하셨는지, 그리고 유삼 군이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는 일본어를 쓰는데, 인터뷰를 할 때 한국말을 씁니다. 본인이 일부러 노력을 한 것인지, 아니면 따로 요청을 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제가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리권태 군 때문이었어요. 권태는 고교에서 63연승을 기록, 무패신화를 만들던 친구였고, 그래서 그 친구를 찍고자 오사카와 도쿄조교를 동시에 찍고 있었어요. 근데 제 개인적인 성향으로 승자보다는 패자 쪽에 눈길이 가요. 그래서 좀 더 도쿄조교 쪽으로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그리고 제작비 여건에 있어서도 제가 마음대로 오사카를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었고요. 리권태군은 현재 대학교 복싱 특기자로 가서 리오올림픽이나 도쿄올림픽에 선수로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유삼이 인터뷰에 대해서는, 학교 안에서는 우리말을 꼭 써야 해요. 사실 아이들은 일본어가 편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모든 게 우리말로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따로 디렉팅을 한 것은 없어요


관객: 학생들이 남한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남한에 대해 많이 물어봤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 이 영화가 북한에서 틀어질 수도 있을까요?(웃음)


이: 그전에 국적문제를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도쿄조고 아이들의 60%가 한국국적이고 30%가 조선인이에요. 근데 조선국적친구들은 한국에 올 수가 없어요. 정권이 바뀌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같은 경우는 국적은 한국이지만 조선학교의 교원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올 수 없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요. 하지만 이 친구들은 북한에는 갈 수 있어요. 한국에 대해서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주로 물어보죠. 제가 예전에 방송 쪽에서 일할 때 소녀시대랑 일했던 적이 있어서 그걸 많이 이용했었죠.(웃음) 주로 케이팝이나 맛있는 음식이 뭔지 물어봤어요. 그리고 아마 이 영화가 북한에서는 상영이 어렵지 않을까요?(웃음) 


관객: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울보 관객입니다.(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프레임보다는 역경 속에서 복싱을 매개로 당당하게 나가는 모습에서 순수함이 느껴져 눈물이 났어요. 감독님께서 원래부터 복싱에 관심 있으셨는지 궁금하고 또 제가 오사카 여행을 갈 예정인데, 오사카조고를 가게 되면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지, 뭘 사가야 할지 궁금합니다.


이: 권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포츠는 아니고, 영화 찍을 때나 편집할 때 권투와 관련된 영화를 참고는 했어요. 도쿄조고에서는 수요일마다 졸업생이 와서 같이 연습을 하는데 그때 저도 조금씩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사카조고는 오사카 중심부에서 많이 멀어요. 그래서 조금 힘드실 수도 있어요. 한국적인 것들을 사가면 좋을 거에요. <60만번의 트라이>는 오사카조고의 럭비부를 그린 이야기라서 한번 보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깝고도 먼 그들, 재일동포들은 어딜 가나 이방인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치마 저고리를 입고, 우리말을 배우고, 우리 문화를 배운다. 인디토크 속 장성란 기자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영화 속 아이들이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너무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따뜻해질 수 있었던 영화 <울보 권투부> 의 감동 펀치로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버틸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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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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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우연히 놓친 옴니버스 영화들 
-<다섯개의 시선>, <사사건건>, <촌철살인>, <가족시네마>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흔히 옴니버스 영화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개의 중·단편 영화들이 묶인 한 편의 장편영화를 말한다. 최근에는 전주국제영화제(디지털 삼인삼색), 서울독립영화제(인디트라이앵글) 등 영화제의 제작지원 하에 매년 다양한 옴니버스 영화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옴니버스 영화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서로 다른 성향의 감독들과 그들이 만든 영화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엔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하면서 매번 새로운 기분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바로 옴니버스 영화가 주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여러분이 우연히 놓쳤을지도 모르는 주옥같은 옴니버스 영화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 당신의 마음속에 간직하게 될 보석 같은 영화를 만나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와 함께합니다.



1. <다섯개의 시선 If You Were Me 2>(2005)  감독: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인권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영문 제목 ‘If You Were Me’, 한글 제목 ‘시선’ 시리즈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소위 ‘약자(弱者)’라는 단어로 묶일 수 있는 사회적 구성원 각각에 대한 이야기 다섯 편을 엮은 <다섯 개의 시선>. <언니가 이해하셔야 되요>(감독 박경희)에서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 장애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별적 시각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남자니까 아시잖아요>(감독 류승완)는 자신이 ‘남성’이라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갉아먹는 폐쇄적 인물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배낭을 멘 소년>(감독 정지우)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 탈북 소녀를 통해 이 시대 경계 대상이 되어버린 이방인의 고충을, <고마운 사람>(감독 장진)은 유신 시절 적대 관계에 놓인 두 인물이 점차 연대를 쌓아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마지막 단편 <종로, 겨울>(감독 김동원)은 중국 동포들에 대한 천시를 통해 오만한 우월감을 느끼는 현 시대인들의 자화상이다. 이처럼 <다섯 개의 시선>은 사회적 약자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묶였으나 찬찬히 뜯어볼수록 어느 것 하나 각자의 빛을 발하고 있지 않은 작품이 없는, 그런 값진 영화다.





2. <사사건건>(2009)  감독: 김영근, 김예영, 홍성훈, 이정욱, 조성희



이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신인 감독들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영근, 김예영 감독의 <산책가>는 영화 속 애니메이션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에게 시·청각적인 체험을 선사하고, 홍성훈 감독의 <아들의 여자>는 사실주의적인 촬영과 서사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생생히 전달한다.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은 초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긴장감과 공포를 극대화하면서도 장르에 편입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이정욱 감독의 <잠복근무>는 익숙한 설정 속에서도 재치 있는 유머와 액션을 펼쳐나간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이 작품들은 특유의 신선한 감각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남매의 집>으로 미장센 단편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조성희 감독은 이후 장편영화 <짐승의 끝>과 <늑대소년>을 연출하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넓혀가고 있다. 





3. <촌철살인 Nice Shorts!>(2011)  감독: 박형익, 윤홍란, 이용승, 강진아, 엄태화



첫 번째 단편 <라인>(감독 박형익, 윤홍란)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이웃의 이야기다. 창작가 공간의 부재와 더불어 작가의 ‘타자기’와 이웃의 ‘TV’가 대치되는 모습에서 상업성 대 예술성의 갈등을 발견할 수 있다. <런던유학생 리차드>(감독 이용승)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인물들의 모습이 여간 낯설지 않은 작품이다. 세무사무실 아르바이트에서 ‘런던비즈니스스쿨’ 졸업생 리차드(박주환 분)를 만나 그의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불합리의 정도를 리차드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동석(박근록 분). 과연 그는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백년해로외전>(감독 강진아)의 혁근(이종필 분)은 애인 차경(한예리 분)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모든 게 자기 탓이라 믿는 혁근에게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괜찮은 거죠?’라 물어온다. 혁근은 끝내 차경의 부재를 인정하고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유숙자>(감독 엄태화)는 집주인인 여자가 집을 비우는 동안 그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자의 관음증적 시선을 담았다. 집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여자에 대한 노숙자의 시선은 자못 스릴러 장르를 연상케 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촌철살인>은 제목만큼이나 허를 찌르는 개성을 보유한 단편들로 구성되었지만, 이질감 없이 한 편의 영화로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4. <가족시네마 Modern Family>(2012)  감독: 신수원, 홍지영, 이수연, 김성호 



지금 독립영화가 나아가고 있는 최전선이 어디인지 알고 싶다면 <가족시네마>를 보기를 권한다. 2012년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CINDI)에서 무비꼴라쥬 상을 받은 이 영화는, 단순히 가족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다룬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4명의 감독들이 끄집어낸 이 문제들을 어떤 공간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통해 펼쳐나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같은 경로를 순환하는 지하철을 통해 실직한 가장의 이야기를, 홍지영 감독의 <별 모양의 얼룩>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자식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수연 감독의 <E.D. 571>은 2030년 한국, 느닷없이 찾아온 딸과 마주하게 된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를,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는 출산·육아 문제로 갈등과 자기모순에 빠진 어느 출판사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 장편영화로 데뷔한 네 명의 감독들은 섬세하고 독창적인 미장센을 선보이며 밀도 있는 이야기를 능숙하게 전개시킨다. 진부하고 뻔한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들은 <가족시네마>를 통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개의 시선>, <사사건건>, <촌철살인> 그리고 <가족시네마>. 이상 살펴 본 네 개 옴니버스 영화들은 적게는 세 편, 많게는 다섯 편의 단편들을 한 자리에 엮어낸 작품들이다. 모든 단편들은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며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단순 ‘단편’으로 머무르기보다 ‘옴니버스’라는 이름 아래, 같은 시선을 담보하고 있었기에 더욱 오색찬란한 빛을 발한 것일 테다. 보다 조화롭게, 그리고 다채롭게, 우리에게 영화적 즐거움을 선사할 대한민국 옴니버스 영화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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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기억하고 추려낸 시간들

 SIDOF 발견과 주목 <아들의 시간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0월 28일(수) 오후 7시 30분

참석: 원태웅 감독

진행: 변성찬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전작 <장 보러 가는 날>(2011)에 이어 원태웅 감독은 다시금 부모님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더불어 ‘명랑 피아노’, ‘전사’, ‘선산’이라는 이름 아래 세 개의 장을 구분하는 동시에 연결고리로 공백을 메우고자 한 감독의 시도가 눈에 띈다. 인디스페이스와 인디다큐페스티발이 함께하는 정기상영회 ‘SIDOF 발견과 주목’에서는 지난 수요일 원태웅 감독의 <아들의 시간>을 감상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변성찬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이하 변): 일단 영화 자체가 두 가지 계기로부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하나가 ‘선산’, 다른 하나가 ‘마을’ 이렇게 두 가지가 영화의 동기인 것 같아요. 제가 궁금한 부분은 ‘둘 중 어느 것이 먼저였을까?’라는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가 결합됐는데, ‘마을’ 같은 경우는 감독님의 전작 <장 보러 가는 날> 후반부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둘 중 어느 것이 먼저였고, 이 둘을 하나로 묶어서 작업해야겠다고 구상을 구체화시키게 된 게 어느 시점인지 궁금합니다. 


원태웅 감독(이하 원): 2010년부터 저희 동네를 찍어왔어요. 2008년 정도부터 저희 집 앞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거든요. 집은 허물어지고, 세입자들이 나가는 광경을 그 때 당시에는 눈 여겨 보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관심이 가거나 포착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 이것들을 제가 결코 안 보고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매일매일 소음이 들리고, 자고 일어나면 옆집이 없어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됐죠. 제가 1,2년 살던 것도 아니고 30년 넘게 살던 곳인데 말이에요. 앞집이 없어지니 집 채광이 바뀌기도 하는 등 영향들을 받으면서 2010년부터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2011년쯤에 <장 보러 가는 날>의 편집을 마치고, 아버지께 선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으로 무언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2011년 겨울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지점이라고 한다면 이성적인 것보다 감성적인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무언가를 생각하고 기억한다는 것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미 사라진 것들을 재현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이 공통적으로 공유되어서 이렇게 에피소드로 엮을 수 있었던 거고요.


변: 전작인 <장 보러 가는 날>과 이 작품을 스타일 측면에서 볼 때,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강화되고 확대됐다고 할까요. 특히 제 나름대로 이 영화를 5부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나누어 이야기 해 본다면, 프롤로그의 후반부와 3부의 ‘선산’ 에피소드가 결합이 되면 일종의 단편이 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 작품은 퍼포먼스 비디오로 이야기할 만한 성격의 작품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선산을 갈 때부터 어떠한 퍼포먼스를 하고 오겠다는 결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미술학도이기도 하셨으니까, 이 작업 전에 퍼포먼스 작업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감독님 영화의 전반적인 정조와는 조금 동떨어져 보이기도 했던 부분인데, 퍼포먼스의 바탕에 분노의 감정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원: 사실 옛날에는 다루는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퍼포먼스들을 해왔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글쓰기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영상도 찍고, 그림도 그리는 등 여러 가지를 번갈아가면서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상 하나만 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사람마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으니까요. 퍼포먼스 같은 경우는 무용 쪽에서 잠깐 퍼포머로 공연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야기하신 분노에 대한 부분은, 이 이야기를 제가 들은 적이 또 있어요. 최근에 제가 화가 한 분을 촬영하고 있는데, 이 분께서 제 영상을 세 번 정도 보셨습니다. 아무래도 본인 역시 작업하시는 분이고, 저도 작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서로의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이 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분노가 있는데 그것을 깊이 묻어 놓고 조금씩 수면 위로 올리면서 스스로 절제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확실히 무언가 ‘화’같은 것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건 복합적이었던 것 같고요. 개인적인 것도 있고, 주변적인 것도 있는 거겠죠.


변: <장 보러 가는 날> 같은 경우는 혼자 채석장 앞을 바라보다가 돌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아들의 시간> 같은 경우는 오프닝에 대선 현장 관련 푸티지가 잠깐 나오고요. 굉장히 센 액팅의 퍼포먼스들이 등장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원: 군중을 담고 싶었어요. 저희 아버지의 역사 자체는 전체주의의 역사였고, 그 역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사람들 전체가 다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선 장면을 넣었던 것 역시 집단이 열광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변: 퍼포먼스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짧게 질문 하나 드릴게요. 3부 ‘선산’에 가서야 유골함에 뭐가 들었는지 플래시백 비슷한 방식으로 소개가 되는데요. 무언가 써놓으신 것 같은데 글자는 안 보이더라고요. 


원: 아마 28살 때였던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어떠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고, 당시 저로 하여금 분노를 유발하는 사건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위하려고, 보셨던 것과 같은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런 것에 대한 내용들이 쓰여 있었고요. 뭔가 꽂혀서 만들고 몇 번 사용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나서는 뭔가 꺼림칙해서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실에 뒀던 거거든요. 그러던 중 이런 작업을 하면서 다시 쓰게 되었어요. 그 때 느낀 것은, 기억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소멸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의 시간>에서도 아들이 선산에 유골함을 묻어놓고 쿨하게 가면 좋을 텐데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어떤 것이 누군가에게 생채기를 주는 일이 생기면, 그 후에 그 상처가 완벽히 지워지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 역시 이 인형을 활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관객: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도시의 풍경들을 인서트로 쓰신 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촬영본들을 제작하고 편집하실 때 어떻게 분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 장면에 맞는 이미지를 선택했다기보다는 2011년 겨울부터 2013년 가을까지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찍었던 이미지나 소스가 축적되어서 거기서 적절히 추려 넣었던 것 같습니다. 


변: 아까도 얼핏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만, 영화의 2부 ‘전사’의 영어 타이틀을 보기 전에 저는 그것이 ‘Pre-history’의 뜻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보니까 ‘Old Soldier’더라고요. 퇴역군인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으셨는데, 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이 어머니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조금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 보러 가는 날>과 연속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장 보러 가는 날>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일 귀여운 장면이 마지막에 감독님이 어머니를 ‘엄마!’하고 부르는 장면인 것 같은데,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감정이 담겨 있는 감독님의 대사거든요. 그것과 2부 ‘전사’에서 아들의 카메라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 사이에는 분명 다른 느낌이 있는데 어떠신가요?


원: 제가 아버지와는 대화를 안 한다거나, 어머니랑만 친하다거나 이런 건 아니고요. 아버지랑도 잘 지냅니다.(웃음) ‘전사’에서는 다른 대상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멀찌감치 담으려고 했습니다. <장 보러 가는 날>에서 그랬으니, 아버지 역시 그냥 으레 또 찍나보다 하고 두셨던 것 같고요. 끝에 어머니를 부르는 부분을 넣은 것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비유를 들게요. 요새 인터넷 기사들을 보다보면 관련도 없는 배너들이 막 뜨잖아요. 제 영화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하나의 장면이 그런 것들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 부분을 넣었던 것 같습니다.


변: 영화에는 대개 고정되어 있거나, 움직이더라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쇼트들이 사용됐는데요. 시작 부분에는 어머님을 쫓아가는 장면에서 굉장히 예외적으로 감독님답지 않게 거칠더라고요. 어떤 의도셨나요?


원: 사실 <아들의 시간>이라는 작품의 40분 버전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은 카메라가 흔들리는 것이 주가 되는 작품이었고요. 줄거리는 대강 회관에 영어를 공부하러 가는 어머니를 쫓아가던 중 마을 풍경을 바라보게 되는 할 일 없는 30대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만드는 중 어머니도 그렇고 아버지도 몸이 안 좋아지셔서 두 분 모두 병원에 모시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그 때는 그 결과물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의 장면 중 하나가 옛날 캠을 활용해 찍었던 것이라서 손 떨림이 있죠. 일부러 한 건 아닙니다. 아무리 잘 잡으려 해도 좇아가면서 찍으려니까 흔들리더라고요. 후반 작업에서 그걸 보정을 하려다가, 이대로의 다급한 느낌이 맞는 것 같아서 그냥 뒀습니다. 


변: 네. 급하게 엄마를 쫓아가는 꼬마의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또 눈에 튀는 쇼트가 옥상의 눈사람 잡은 쇼트인데, 어떻게 찍으셨나요?


원: 영화를 보시면 제 작업실이 등장하는데요. 거기서 기독교 방언 소리가 들려요. 저희 옆집 아저씨가 실제로 매일 오후에 하는 일이시거든요. 아저씨께서 사시는 집이 그 눈사람이 있는 집이에요. 때마침 제가 중고 시장에서 VHS 카메라를 샀고, 화면이 신기해서 찍었던 장면입니다. 


변: 나름대로 개인 푸티지를 이용하신 거군요. 또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철거 장면 중에 포클레인 아저씨께서 갑자기 우시는 장면인데요. 연출된 게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연히 잡힌 건가요?


원: 네. 원래 그 장면이 40분 버전의 엔딩이었습니다. 저는 윤리적, 도덕적인 것들까지도 학습되는 게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어떤 것에 대해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도 본능 이전에 학습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그러시는 걸 보고 저게 무슨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건 아저씨가 무지막지하게 다 부숴버리는데, 유독 거기서 그러시더라고요. 


변: 프롤로그와 3부 ‘선산’ 같은 경우 퍼포먼스가 두드러진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사실 굉장히 제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의식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 서빈의 졸업식 장면과 참전 기념식 장면인 것 같습니다. 국민의례 장면을 롱테이크로 거의 끊지 않고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 마치 의도되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요. 각각의 행사에서 가장 형식적인 부분임에도 카메라가 가장 오래 응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생각이셨나요? 


원: 일단 아이의 모습과 노인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전체주의의 시작점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고요. 이 영화가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결국 삼대가 걸쳐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기본적으로 한 가정이 역사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부터 성인, 노인까지 대한민국 땅 안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려고 한 것도 있었고요. 그리고 저도 초등학생 때 태권도 학원을 다니면서 국민의례는 꼭 했거든요. 그 때는 의미보다는 말로 먼저 배우다보니 국가관이 자연스럽게 확립이 된 건데, 어릴 때부터 충성을 맹세한다고 하니까 참 묘하더라고요. 전우회 어르신들의 모습까지 그것이 연결이 되니 냉소나 조소라기보다 슬픈 감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변: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원: 사실 2010년부터 5년 동안은 동네에 파묻혀 있으면서 가족들을 찍어왔는데 요즘은 그런 것에서 조금 벗어났어요. 다른 것들을 좀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충북 제천에 계신 화가 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 3~4개월 동안은 대화만 나누다가, 5월부터는 카메라를 들고 정기적으로 다녀오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 12월까지는 계속 촬영을 할 것 같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완벽하게 아물지 않을 상처들. <아들의 시간>은 감독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푸티지를 통해, 이러한 단상들이 결코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고집스레 상기시킨다. 때로는 특정 공간을 통해, 때로는 세대 간의 연결을 통해 드러나는 단상들은 다소 경건한 감상마저 들게 한다.  더불어 그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감독이 또 어떤 정서를 보여줄지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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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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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시시하지 않은 우리연애  인디돌잔치 <서울연애>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0월 27일(화) 오후 7시 30분

참석: <영시> 최시형 감독

진행: 이은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 탓에 시린 옆구리를 달래줄 로맨스 영화가 더 생각나는 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얼마 전 진행된 ‘인디돌잔치’ 투표에서도 <서울연애>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10월 27일 저녁, <서울연애>의 첫 번째 에피소드 <영시>를 연출한 최시형 감독과 함께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은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이하 진행): 안녕하세요. 인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개봉한지 1년된 독립영화들 중 한 편을 관객 분들 투표로 선정해서 상영하고 인디토크를 마련해서 함께 1년을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이번에는 거의 70%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서울연애>가 선정되었습니다. 일단 감독님 인사를 듣겠습니다. 


최시형 감독(이하 최): <서울연애>에서 <영시>를 연출한 최시형입니다. 제가 제일 한가한 가봐요.(웃음) 반갑습니다.


진행: 최시형 감독님의 얼굴이 익숙한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예전부터 독립영화 배우로 활동하셨고 지금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서울연애>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인디트라이앵글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에요.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오늘영화>(2014)라는 영화도 같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독립영화계에서 떠오르는 감독님들을 모셔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 오래 전 일이네요.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어요. 적은 제작비가 있었고, 영화제 측에서 ‘시간되냐?’ 하셔서 ‘시간된다.’ 했죠.(웃음)


진행: 그때도 시간이 되셨고 오늘도 시간이 되셨네요.(웃음) 그렇게 간단하게 진행되었나요?


최: 서울, 연애, 영화까지 세 키워드로 작품을 요청하셨는데, 영화는 너무 거창해서 빼고 서울하고 연애로 만들었습니다. 


진행: 안 그래도 여쭤보려고 했었어요. <영시>에 서울과 연애가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를요.


최: 서울은 <서울연애> 멤버 중에 제가 제일 신경을 안 쓴 것 같아요. 연애에 더 신경을 썼고요. 사실 연애로 생각을 하면 밑도 끝도 없잖아요. 책 수백 권도 나올 수 있는 이야긴데. 연애에서 설렘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았고, 두 인물의 멜랑꼴리한 시작을 찍고 싶었습니다.


진행: 이 영화가 개봉한 지 1년이 지났는데 감독님은 1년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최: 1년 동안 되게 많은 일을 했어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틀 텐데, <연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풀이하면 그리움이 춤을 춘다는 영화고 4~50분되는 중편영화에요. 또 임상수 감독님의 4개국 프로젝트가 있는데 거기에서 기획, 조연출이었습니다. 박소담 배우 애인 역으로 잠깐 출연도 하고요. 



진행: 굉장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계시네요. 서울독립영화제는 저희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개최합니다. 여기서 감독님의 새 영화를 볼 수도 있겠네요.


최: 쑥스러워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아까 살짝 말씀하셨지만, 제가 오랫동안 배우를 안 했거든요. 근데 우연한 기회로 최근에 여러 가지 작품에 많이 출연하고 있어요. 


진행: 출연작 중에 말씀해주실 수 있는 게 있나요?


최: 감독들이 말하지 말라고 해서.(웃음) 대체로 내년에 나오는데요, 단편도 있고 장편도 있고 뮤직비디오도 있어요. 상대 여배우들이 다 유명해요.(웃음)


진행: 여배우 이름도 말씀해주실 수 없는 거죠?(웃음)


최: …네.(웃음)


진행: 배우, 감독 최시형의 활약을 눈 여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어떻게 ‘서울연애’가 됐는지, 그리고 여섯 작품의 순서 배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최: 사실 영화도 그렇고 취향이란 게, 두 세 명만 모아놓고 얘기를 해도 엄청 싸우잖아요. 다 자기 말이 맞는 거고. 그래서 답이 안 나와서 제일 간단하게 정했어요.


진행: 키워드 두 개를 갖다 붙인 거군요. 


최: 네. 그게 아니면 너무 많아서요. 그리고 순서배열은 제비 뽑기, 추첨 이런 게 있었어요. 제가 좀 손해를 봤죠. 첫 번째라 늦게 오신 분들이 앞 부분을 못 보더라고요. 제 영화가 제일 나은데.(웃음) 그게 안타까웠어요. 맨 마지막 <뎀프시롤: 참회록>은 아마 제일 길어서 끝에 있는 거 같아요. 


진행: 만약 순서를 조정할 수 있다면 어디에 넣고 싶으세요?


최: 순서보다도 이 영화가 김태용 감독님의 <춘곤증>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거든요. 그걸 좀 바꿔야 되고.(웃음) 엔딩을 맡은 <뎀프시롤: 참회록> 러닝타임이 거의 30분인데 그것도 15분으로 줄여야 돼요. 약속에 어긋난 행위였거든요. 



진행: 그럼 원래 작품 길이가 15분으로 약속된 건가요?


최: 네, 약속 저만 지켰어요.(웃음)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는데...


진행: 이거 기록으로 다 남는데.(웃음) 아무튼 그래서 어디에 넣고 싶으세요?


최: 사실 너무 심플하게 찍어서. 제 영화가 첫 번째인 지금 이대로가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진행: 작은 규모로 찍은 영화로 알고 있는데, 제작비가 어느 정도였나요?


최: 장비 지원해주고 현금 300만원이었어요. 그 정도면 편 당 600만원 정도지 않을까요? 다들 빚 많이 졌죠.(웃음) 


진행: <영시>는 연애의 시작 분위기에요. 저도 보면서 약간 설레는 느낌이었거든요. 남자 주인공이 고현 배우, 여자 주인공은 박주희 배우님이시고 두 분 다 여러 작품에서 보았기 때문에 낯이 익어요. 그 두 분을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또 영화 찍으면서 어떻게 연기 디렉션을 하셨는지도요.


최: 제가 군대를 늦게 갔는데, 군대에 있을 때 윤성호 감독님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나왔어요. 거기서 박주희 배우가 ‘희 엔터’ 소속 연기자로 오디션 보는 역할로 나왔는데 그때부터 그분을 캐스팅하고 싶었어요. 


진행: <영시>와는 되게 다른 캐릭터였는데요.


최: 저는 제가 캐스팅하는 배우들의 영화를 잘 안 봐요. 제 눈으로 직접 보지, 어디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신경 안 써요. 고현 배우 같은 경우는 저랑 애착이 있는 사이죠. 요즘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영시> 캐스팅은 페이스북으로 했어요.(웃음) 페이스북을 보다가 우연하게 본 이미지가 신선해서 쪽지로 ‘하실래요?’ 했더니 배우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캐스팅을 했고 그 이후로 잘돼서 기분이 좋아요.

연기 디렉션에 대해 말씀 드리면, 저는 실제 배우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자연스럽게’라는 말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배우들 관찰을 많이 하죠. 진하게 관찰을 합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많이 바꾸는 편이에요. 정말 많이 바꿔서 스태프들이 항상 뭐라고 하죠. 디렉션은 다른 게 없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요, 얘기는 현장보다 프리프로덕션 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가 안 예쁘게 나오면 그 장면은 무조건 안 써요.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하되 예쁘거나 잘생겨 보이거나 귀여워 보이는 걸 담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진행: 배우의 성격이 담긴 영화를 만들려면 촬영 전에 배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최: 제가 꾸리는 느슨한 팀이 있는데 그 팀이 잘 안 바뀌어요. 음악감독도 계속 같이 하는 친구고 촬영도 그렇고 나머지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에요. 매번 영화를 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져야 되고. 그 (어색한) 시간을 별로 안 좋아해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하고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모임들이 있죠. 축구팀 모임도 있고. 제가 총무고요.(웃음) 영화계 사람들이 많아요. 연출, 배우, 모델도 있고. 



진행: <서울연애> 여섯 작품 중 감독님의 작품 빼고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어떤 건가요? 또 배우에 대해 애착이 굉장히 많으신 거 같은데, 이 영화 안에서 눈 여겨 본 배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최: 시나리오로 보면 김태용 감독 작품 <춘곤증>이 제일 좋고요, 영화 전체로 보면 이정홍 감독의 <군인과 표범>이요. 이정홍 감독이 진지하죠. 임지연 배우는 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고, 조현철 감독과는 친해요. 축구팀이죠.(웃음) 같이 작업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어긋날 때가 많았어요. 


진행: 또 <서울연애>에 대해 덧붙일 말씀은 없으신가요?


최: 요즘 딴 걸 되게 많이 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제 영화를) 튼다니까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중고등학교를 이 근처에서 다녀서 서울극장에 대한 추억이 많아요. 그때 서울극장은 어마어마했거든요. 평일 저녁이어도 바깥 인도까지 줄이 있고, 암표상도 있었고, 주말에 <타이타닉> 같은 작품을 상영하면 지하철 역까지 줄이 있고 그랬어요. 근데 오늘 와보니 사람이 없더라고요. <안녕, 용문객잔>(2003)같기도 해요. 그래서 지금 (관객 분들)보니까 너무 반가운 거에요.(웃음) 그때도 영화 보러 온 거고 지금도 영화로 온 거잖아요. 영화가 누구한테는 어렵고, 누구한테는 쉬운 매체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참 좋은 것 같아요. 덜 쓸쓸하네요.(웃음) 사실 옴니버스 영화 중에서 기대 이상이었던 작품이 잘 없거든요. 아마 보셨던 영화들 생각해보면 그러실 거에요. 모인 감독들의 명성에 비해 약간 약한 경우들이 많은데, 직접 작업을 해보며 확실히 많이 배운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를 할 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조율할 때. 


진행: 혹시 이번에 개봉한 <오늘영화>도 보셨나요? 인디토크할 때 윤성호 감독님이 <서울연애>가 너무 부러워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최: 립서비스?(웃음) 윤성호 감독님은 요즘 영화 외에 다른 콘텐츠를 많이 하시잖아요. 영화에 대한 그리움이 좀 있으신 것 같아요.


관객: <서울연애> 안에서 왜 그런 스토리를 전개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하고, <영시>에서 여주인공이 겉으로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본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 저는 공간에 대한 감흥이 없으면 못 찍어요. 어떤 공간에 남녀 친구 둘이 살다가 떠나면 그립지 않을까. 음, 좀 더 진실되게 말하겠습니다.(웃음) 사실 원래 찍으려던 영화가 저게 아니었어요. 근데 그때 저와 늘 작업하는 촬영감독이 다른 스케줄과 겹쳐서 선택을 해야 됐어요. 원래 촬영이 7회차였는데 그걸 3회차로 바꿔야 했어요. 원래 시나리오를 없애고 새로운 걸 일주일 만에 썼어요. 연출하다 보면 의미부여도 많이 하고 폼도 잡으려고 하는데, 저 당시에는 정말 연애만 생각한 것 같아요. 처음 말씀 드렸다시피 둘이 있다가 없으면 쓸쓸하지 않을까, 그럼 쓸쓸한 걸 찍어보자. 그리고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다 설레 보인다, 그래서 쓸쓸함과 설렘, 그 두 개를 찍었습니다. 여주인공이 티를 잘 안내는 건, (관객 분이) 제 영화를 좀 보신 것 같은데, 제 영화의 모든 인물이 티를 잘 안내요. 고백해도 남자에게 차일 것 같아서 티를 안내는 걸로 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좋아해야 잘 되니깐. 저는 서로 좋아하는 게 되게 기적적인 거라 생각해요. 좋아하고 싶어서 노력도 하고 그런데 실제 서로 좋아하는 거는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그런 척 연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연애’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해서. 뭐 ‘만난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어로 직역하려고 해도 잘 없잖아요. 사실 연애도 결혼 같아요. 그래서 제가 연애를 잘 못해요.(웃음)


진행: 현재 근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관객 분들께 말씀해주세요.


최: 최근에 우연히 출연을 많이 했고요. (진행: 그럼 혹시 앞으로 연기도 계속 같이 하실 건가요?) 요즘 그런 걸 신경 안 써요. 하게 되면 하는 거고. 사실 다음달에도 대부분의 스케줄이 출연이거든요. 어릴 때는 배우냐, 연출이냐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연출을 하다 보면 외로운 부분이 있는데 누가 절 찾아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음 영화 연출은 오랫동안 준비한 게 있는데 그걸 찍으려면 멀리 오랫동안 떠나야 돼서. 언젠가는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진행: 그럼 일단 출연하신 작품들을 보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연애,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최시형 감독의 유쾌한 답변으로 1년 만에 다시 꺼내 보는 <서울연애>가 더 각별해진 시간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서울, 화려할 것 없는 로맨스. 이런 보통의 연애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서울연애>는 시작의 설렘과 만남, 다툼과 이별을 통해 느끼는 진솔한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때때로 연애는 가벼운 이야기로 치부되지만 서로 좋아하는 것이 기적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결코 시시하지만은 않은 것이 또 연애일 것이다. 올 가을에는 모두 그런 연애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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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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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만나 기억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역사가 된다 

 '일본 다큐멘터리의 다섯 빛깔 톺아보기'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0월 25일(일) 오후 6시 30분

참석: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 허은광 인디다큐페스티발 해외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일본 다큐멘터리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 다섯 편이 관객들을 만났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아시아의 초점’ 섹션에 속한 작품들 중 선별된 다섯 작품은 모두 개인의 삶에 초점을 두지만 궁극적으로 개인을 둘러싼 세계를 조망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상영작은 나리타공항 투쟁 45년 후 투쟁공간을 다시 찾아간 <산리즈카에 살다: 나리타 이야기>(2014), 일본 청년들의 현실과 자살 문제를 다룬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2013), 살인죄 누명을 벗는데 노년을 바치는 부부를 담은 <보이지 않는 수갑>(2014), 현의원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의 본성을 폭로하는 <선거2>(2013), 정부탄압에 맞서 신념을 지켜내고자 투쟁하는 교사들을 기록한 <나의 신념>(2010)이다. 마지막 상영 날, <산리즈카에 살다: 나리타 이야기>의 상영 후 열린 인디토크는 이번 특별전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일본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한 대화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미래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허은광 인디다큐페스티발 해외프로그래머(이하 허): ‘SIDOF 아시아의 초점 특별전 - 일본 다큐멘터리의 다섯 빛깔’의 기획 배경과 취지를 알려주세요.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이하 오): 특별전에서는 다섯 편의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했는데 이 다섯 편으로 일본 다큐멘터리의 전체 지형을 본다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일본 다큐멘터리를 더듬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일본 다큐멘터리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 다큐멘터리를 좀 더 찾아본 사람 입장에서 오늘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제 설명에서 부족한 부분은 이 자리에 와 계신 김덕철 감독님이 보완하실 것입니다.(웃음) 3일간 상영된 다섯 편을 보며 ‘재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다큐멘터리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며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나’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들이죠. <보이지 않는 수갑>(의 김성웅 감독이나 <나의 신념>의 도이 토시쿠니 감독의 경우 90년대 초반쯤에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하였고, 출발 배경은 다르지만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일본 다큐멘터리의 색깔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선거2>의 소다 카즈히로 감독은 뉴욕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TV 다큐멘터리나 극영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선거1>(2006)같은 경우는 해외 많은 방송사에서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감독인 오타 신고는 80년생입니다. 일본 다큐멘터리에도 새로운 세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타 신고 감독의 영화는 일본 다큐멘터리의 젊은 색깔을 볼 수 있는 기회였죠. 이번 기획전을 통해 일본 다큐멘터리의 변화지점을 살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디토크 이전에 보신 작품은 <산리즈카에 살다: 나리타 이야기(이하 ‘산리즈카에 살다’)>란 영화입니다. 1962년 일본 정부는 하네다공항의 이용객들이 포화 상태라는 이유로 나리타에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다시피 정부는 그 곳에 살고 있던 거주민들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나가라고 합니다. 68년에 이를 소재로 <일본해방전선: 산리즈카의 여름(이하 ‘일본해방전선’)>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해에 공산당원이나 학생 운동가들이 지역에 들어와 주민들과 함께 싸웁니다. 그 현장에 오가와 신스케 감독이 들어가죠. 오가와 신스케 감독은 ‘이와나미 프로덕션’을 창립했는데 <산리즈카에 살다>의 감독인 오츠 코시로 감독은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덕션에 들어가 촬영감독으로 일했습니다. 오츠 감독은 <일본해방전선>을 찍을 때 오가와 신스케 감독을 따라 산리즈카에 들어갔습니다.

‘영화가 어떻게 사회와 민중과 만나는가’하는 질문이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다큐멘터리에 담겨있습니다. 오가와 신스케 감독은 산리즈카에서 농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의 투쟁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한편에서는 정부 및 공무원과 소통하며 사과를 받고 합의를 받자고 선택하는 노선이, 다른 한편에서는 계속 싸워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졌던 것이 흥미롭습니다. 78년 3월에 공항 관제탑 점거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싸움이 계속되었지만 감독은 단순히 투쟁하고 싸운다기 보다는 싸움 자체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나 밀양 같은 경우를 봐도 정부사업에 대항하는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공동체 자체가 깨지잖아요. 오츠 감독은 그런 과정을 계속 보면서 3년 정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변화’라는 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신념>을 만든 도이 코시쿠니 감독은 원래 저널리스트였습니다. 90년대 초반에 영상작업을 시작해 비디오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면서 저널로서의 다큐멘터리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전쟁과 분쟁을 다루는 다큐를 많이 만들었죠. <보이지 않는 수갑>의 재일동포 김성웅 감독도 재일동포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연작을 계속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수갑>은 일본 내에서 재일동포의 시각을 담고 있죠. 이런 자양분들을 토대로 90년대 다큐멘터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극장 상영 뿐 아니라 공동체 상영을 위한 작품들도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사토 마코토, 모리 타츠야 감독 같은 분들이 있죠.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학교에서도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감독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소다 카즈히로입니다. 어쨌든 이전처럼 감독들이 공동체에 직접 들어가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다기보다 개인이 겪은 일들이나 현실을 관찰한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속한 ‘개인’을 다루지만 개인이 가진 사회적 의식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허: 엄선된 다섯 작품이 일본 다큐멘터리의 경향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되기도 하죠. 이 다큐들을 통해 또 하나의 일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 작품들은 한국 다큐멘터리의 현실과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섯 편을 보면서 이 작품들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권력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산리즈카에 살다>는 나리타공항 이야기를 사건 40년 후에 다루고 있는데 다른 작품들과 달리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로 소환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기록으로 남은 다큐는 또 하나의 역사 투쟁으로 진입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산리즈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없었다면 나리타공항 이야기를 여기 계신 관객들이 알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한국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보면, 한국 다큐멘터리는 과거에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다가 점차 개인적인 이슈와 일상적 소재를 다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소재는 사회적인데 동시에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사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한국독립다큐멘터리 영역에서 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재와 이슈는 사회적 선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적 이야기는 오히려 터부시 되었죠. 하지만 미디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사적인 이슈들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 한국 다큐의 경향을 볼 때 소재와 이슈에 있어서 지나치게 사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최근 한국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당대 이슈는 많이 다루는데 <산리즈카에 살다>처럼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에 소환하는 경우는 적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제주 4.3사건,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없는데 이것이 현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 다큐에 대한 접근방법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출발 자체를 왜 안으로부터 시작 하냐는 질문이죠. 또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거대 담론을 다루는 다큐는 왜 제작되지 않는가하는 질문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사회 자체가 본격적으로 민주화되고 있습니다. 열린사회가 되면서 개인적 욕망을 분출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적 사건을 다룬 다큐는 경순 감독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1, 2>(1997, 1999) 등이 과거에 있었지만 요즘은 이를 다루는 감독 자체가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린 민주주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이기도 하죠. 노동 이슈에 대한 사회적 압박 속에서 이런 문제를 감독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감독들이 사회적 의제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요. 최근에 만들어진 원전 비리,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삼척 핵발전소 설립 문제 등을 다루는 영화들이 있었죠. 이 영화들을 포함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을 보면 사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안에 현대사를 개인적 시점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초점을 ‘개인’에 맞추는가, ‘사회’에 맞추는가)가 떨어져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출발자체를 개인적 소재로 가는가의 문제는 화법이나 수사학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드는데 어떤 시점이 중요한가하는 질문에서 나오는 거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의 끝>같은 경우는 ‘일본 사회에 만연한 자살 문제에 대한 안전망은 없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출발은 뮤지션 선배의 죽음에 있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회’속으로 확장되는 거죠.


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종의 사이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종의 대서사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다큐에서 다루는 내용을 두고 ‘이게 정말 역사다’고 말하는 거죠. 다큐멘터리 양식에 관한 고전서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역사성을 강조합니다. 기록이 역사로 넘어갈 때 다큐멘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최근의 다큐멘터리는 90년대의 엄숙주의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산리즈카에 살다>같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오: 사회 곳곳에서 분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김동원 감독도 ‘상계동 올림픽2’를 만들겠다는 기획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고, 조성봉 감독도 지리산 빨치산에 관한 얘기나 제주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갖고 가시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 같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분쟁 현장도 기록해야 해요. 히스토리 자체를 만들 수 있는 이벤트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기록을 잘 하지 않지 않나 싶어요. 밀양, 평택, 요즘의 광화문, 고공농성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가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몰리는 데에만 몰려요.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다큐 감독은 어떤 삶의 좌표 속에서 어떤 삶의 현장을 만날 건가 하는 고민을 가지죠.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다시금 정리하는 차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와니-1989 아세아스와니 원정투쟁의 기록>(2014)처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시점은 현재이지만 과거와 현대가 이어진 작품들이 있는데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허: 이런 고민이 다큐 감독과 기획자들 사이에서 많이 논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리즈카에 살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들었는데 촬영장에 사랑방이 있었다고 해요. 다방이나 선술집 같은 분위기의. 다큐멘터리 감독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계속 논의를 하는 거예요. 감독의 고민을 현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죠.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감독들이 의견을 나누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 오츠 감독이 촬영감독으로 작업 후 프로덕션을 그만두면서 그 때 두 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첫째는 너무 강성이라는 것. 투쟁을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었던 거죠. 둘째는 프로덕션 이름으로 ‘오가와 프로덕션’이 적절하지 않나 하는 거예요. 예술로서의 입장을 가졌던 것 같아요.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을 만드는데 그 안에 운영되는 방식은 제국주의적이었던 거죠. 오츠 감독이 프로덕션을 떠난 후에 오가와 감독과 다시 만났는데 두 감독이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계속 했다고 해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거죠. 다큐 작업하는 감독들이 동일한 목적과 스타일을 갖고 간다면 경직되고 편협한 영화들만 낳을 거예요. 각자 다양한 입장을 가질 텐데 서로 싸우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분위기, 서로의 영화에 대한 입장을 얘기해주는 분위기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허: 최근 신경숙 씨 표절문제를 두고 문학계에선 계간지 마다 원로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가 ‘비평에서 비판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우리도 그렇지 않나싶어요. 작품이 나오면 냉철한 비판보다는 온정주의가 주가 되어왔죠. 보다 나은 큰 성장을 위해 서로를 향한 냉철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 영화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포럼을 열 수도 있고요. 다큐 잡지가 나와서 비평 담론이 활성화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네요.


허: 저는 <보이지 않는 수갑>을 보면서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을 보고 놀랐어요. 구성원들이 결합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더라고요. 시민단체들이 주인공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동선에 따라 활동 루트를 짜기도 하구요. 이런 게 한국과 다르구나 싶었어요.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일본 시민단체 활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오: <보이지 않는 수갑> 크레딧을 보면 800명의 사람과 단체 이름이 나옵니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누구누구 외 몇 명’ 등으로 표기했죠. 한 영화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건 시민단체 모임의 힘이 컸던 것 같습니다. 다큐 제작 방식에서도 요즘에는 펀딩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이 재원을 만드는 식의 모델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사회적 제작’이라는 이름으로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있죠.

<보이지 않는 수갑>같은 경우 공동체 상영만 생각하고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보기 위해 극장 상영도 실시했죠. 홈페이지를 가보면 1000개 넘는 학교에서 단체를 조직해서 상영회를 열고자 하는 노력을 볼 수 있었죠. 우리는 요즘 극장에 나오는 다큐멘터리들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방식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문화재단이나 민간 재단에서도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에 대한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관객: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일본에는 어떤 다큐멘터리들이 있나요.


김덕철 감독: 다양한 작품이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은 극장에 자기가 만든 작품을 올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일반 영화관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을 처음부터 만들려고 하죠. 일본의 경우엔 사회적이라거나 의미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이나 작품에 대한 기사를 크게 씁니다. 그러면 전국적으로 다큐에서 다뤘던 사회문제가 크게 알려지지요. 이런 점이 좋은 측면입니다.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사가 신문의 사회란 보다는 문화란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비평적인 측면에서도 관객이 얼마 들었다 하는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적은 편이죠. 한국에서도 그런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하네요. 일본에는 다큐만 상영하는 극장들도 따로 있습니다. 이것도 특징적인 부분이죠. 이런 곳을 통해 극영화 뿐만 아니라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볼 수 있죠.


오: 작품이 보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나의 신념>과 <보이지 않는 수갑>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죠. 다양한 푸티지가 삽입되고 내레이션이 따르는. 반면 <선거2>는 롱테이크가 많은데 다큐멘터리로서 일반적인 제작 방식은 아닙니다. <선거>는 BBC, KBS 등에서 40~50분 분량으로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방송에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죠. 채널자체가 열려 있는 게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한국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될 수 있는 채널이 거의 닫혀져 있는 것 같아요.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작업에 관한 원칙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다 감독은 작업에 있어서 열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조사하지 않는다. 둘째, 등장인물과 만나지 않는다. 셋째. 대본이 없다. 넷째, 혼자 촬영한다. 다섯째, 가능한 한 오래 찍는다. 여섯 번째, 세밀한 부분까지 접근한다. 일곱 번째, 편집 전에는 주제나 목표 설정을 하지 않는다. 여덟 번째, 내레이션과 타이틀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홉 번째, 롱테이크로 찍는다. 열 번째, 프로덕션에 관한 비용은 모두 감독 자신이 치른다. 2015년에 <굴공장>이란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이 작품도 무척 기대됩니다.


허: 대학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있을 텐데 이렇게 말해주면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웃음)


오: 인디스페이스 자주 와 주세요.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만 있고 보는 사람이 없으면 대화를 할 수 없는 영화가 됩니다. 





사흘 동안 소개된 다섯 빛깔의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에게 일본 사회의 명암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보수화되는 교육 현장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교육자들의 노력부터 사회의 경계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청년들의 고군분투까지, 스크린에 담긴 이야기들은 실로 다양했다. 한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기에 다섯 편은 적은 수 일지 모르겠으나 한 편 한 편에 담긴 실험적 시도와 깊은 통찰은 ‘다큐멘터리가 사회를 담는 하나의 창(窓)’임을 충분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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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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