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카바티: 극락축구단〉리뷰: 우리를 감싸 안는 보랏빛 응원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안양(安養): 불교에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 몸을 쉬게 하는 극락정토의 세계. 모든 일이 원만 구복하여 즐거움만 있고 괴로움은 없는 자유롭게 아늑한 이상향.
즐거움만 있고 괴로움은 없는 상태. 마음이 편한 그런 곳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집이나 고향일 수도, 또는 다른 어떤 공간일 수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최지은과 최캔디에게, A.S.U RED에게 안양 LG 치타스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스포츠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축구는 그냥 오락거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축구에 대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일상적인 삶 안에 펼쳐놓을 극락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서포터즈 문화는 90년대 pc 통신을 통해 결성된 동호회를 기점으로 활발히 조성되었다. 수원, 부산, 포항 등에서 다양한 색깔의 서포터즈가 결성되었고 이들은 구호를 외치거나 다른 팀을 비난하는 등의 행동으로 자신의 팀에 대한 응원을 표현했다. 이 응원에는 어느 정도의 폭력성, 배타성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문화라는 이름 아래 합리화되기 힘든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지은을 필두로 한 A.S.U RED가 보여주는 열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마음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필자조차도 깊이 몰입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A.S.U RED의 성장 과정이지 않을까. 뜨거운 청춘에서 시작해 상실을 겪고 다시 축구와 공존하는 삶을 되찾기까지. 팀과 서포터즈의 관계는 한편으로 연인 또는 친한 친구를 연상하게 한다. 붉게 불타올랐던 사랑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힘을 잃는다. 온 마음 다해 응원했던 일은 무력하기만 하다. 삭발, 농성, 시위를 거쳐 한창 시행 중인 경기를 훼방 놓으면서까지 반대의 뜻을 펼쳤지만, 그들은 결국 자신들 역시 팀에게 외부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그때 느낀 상처는 아직도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얼굴에 비쳐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항의는 단순한 복수로 그치지는 않았다. 더욱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어진 그들의 집념은 시민 구단 신설 조례를 가결시켰다. 그날의 환희가 흔들리는 핸드폰 카메라에 담겨 와닿는다.
새로 창단된 FC 안양의 상징색은 보라색이다. 이전의 붉음에 차가운 상실이 겹쳐 따듯하게 감싸 안는 색이 되었다. 상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존재의 소중함을 안다. 그들은 이제 완전한 지지자로서 선수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준다. 그럼에도 이따금 승리에 대한 열망이 홍염과 함께 틈새를 비집고 나타나지만, 이들은 되찾은 일상에 감사할 뿐이다.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본다는 것. 내 팀과의 동일시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들의 구호는 극락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내 열망을 외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이상향이다. 이기든 지든, 그들은 같은 자리에서 옆 사람을 끌어안으며 외친다. 수카바티,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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