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비밀, 겹겹이 포개어진 언덕을 오르는 시간
인디돌잔치〈비밀의 언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7월 30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지은 감독, 문승아, 임선우, 장선, 강길우, 장재희, 최현진, 문서현, 이동찬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기록입니다.
〈비밀의 언덕〉을 보고 나오며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질문을 건네지 못했다는 것.
나는 어릴 적 ‘가족’에 대한 글쓰기 대회에 나갔고, ‘명은’이처럼 들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혜진’이처럼 적나라하게 썼다. 그리고 대상을 받았다.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물어보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꺼내지 못할 속사정은 내 속을 까맣게 태웠다. 그리고 20대 중반이 된 지금, 과거의 시절은 아픈 상처이자 따뜻한 추억, 괜스레 한 쪽 마음을 시큰하게 만드는 아련한 기억이 되었다. 결국 아무에게도, 그리고 나조차도 돌아보지 못할 글이 되었지만, 영화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이자 첫걸음이 되었고, 언젠가 이 마음을 담은 작품을 써 내려가고 싶다는 결심을 안게 했다. ‘명은’이와 ‘혜진’이, ‘하얀’이와 ‘민규’, 한 아이쯤은 당신을 닮고, 또 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을 닮은 아이는 누가 되었을까.
아이를 닮은 당신은 누가 되고 있는가.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명현):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진행했지만, 가장 많은 관객분들과 오늘 무대를 함께할 것 같아요. 〈비밀의 언덕〉팀 입장 부탁드립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영화가 만들어진 지 벌써 몇 년이 지나서 청소년 배우분들은 영화 속 모습과 또 많이 달라졌는데요. 이지은 감독님 먼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지은 감독(이하 이지은): 안녕하세요. 〈비밀의 언덕〉 연출한 이지은이라고 합니다. 오늘 즐겁게 대화 나눠가면 좋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승아 배우(이하 문승아): 안녕하세요. 저는 ‘명은’역을 맡았던 문승아입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 이렇게커서도 여러분을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한 것 같습니다.
장재희 배우(이하 장재희): 안녕하세요. ‘혜진’역의 장재희입니다.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문서현 배우(이하 문서현): 안녕하세요. ‘하얀’ 역의 문서현입니다. 첫 GV인데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요. 재밌게 잘 얘기하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최현진 배우(이하 최현진): 안녕하세요. 저는 ‘민규’ 역할을 맡았던 최현진입니다. 영화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오늘 즐거운 시간 되시면 좋겠습니다.
강길우: 안녕하세요. ‘성호’ 역할을 맡은 강길우입니다. 정말 많이 와주셨네요. 올림픽 봐야 되는데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얘기 나누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장선 배우(이하 장선): 안녕하세요. 명은이 엄마 ‘경희’ 역의 장선입니다. 대기실에서 오랜만에 우리 아이들 보면서 마치 명절 같았는데 관객분들이 또 이 극장을 가득 채워주셔서 너무 행복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선우 배우(이하 임선우): 안녕하세요. ‘김애란 선생님’역의 임선우입니다. 오늘 즐거운 시간이 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진명현: 〈비밀의 언덕〉이 개봉한 지 1년이 지났다는 게 여러분들도 믿기지 않으실 것 같아요. 한국 독립 영화가 1만 명 관객을 넘는 게 어려운 일인데, 〈비밀의 언덕〉은 1만 6천 명 이상을 동원하면서 많은 관객분들께 사랑을 받았어요. 이후에도 이 작품을 마음속에 오래 새기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1년 만에 함께하게 되는 이 자리가 진짜 반가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이지은 감독님의 데뷔작이었어요. 1년 만에 관객분들과 식구분들을 다 같이 만난 소감 어떠신지부터 감독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이지은: 영화 속에 그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가족의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마찬가지로 한 독립 영화 작품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잊히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축하할 수 있다는 건 의미 있는 일 같습니다. 오늘 이렇게 같이 와주신 배우분들,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진명현: 네 그러면 이제 배우님들께 공통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비밀의 언덕〉은 배우분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나요?
임선우: 사실 한 작품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재미있어도 되는 건가 싶어요. 저는 딱 6일 촬영했거든요. 근데 GV를 정말 많이 했어요. 영화 한 편만으로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으니까 더없이 큰 행복으로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장선: 저도 한 4회차 정도 참여하고 지금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있는데 제가 했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던 거 같아요. 개봉하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 어디서든 누구를 만날 때마다 이 작품 이야기가 언급돼요. 사랑과 감사함을 정말 많이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강길우: 저도 4회차 정도 찍었는데요. 촬영 날에 비해 GV랑, 홍보했던 일정들이 많아서 만나 뵌 분들과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비밀의 언덕〉이 사랑을 많이 받는 영화인 것 같아서 또 그런 영화에 함께 하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최현준: 저는 몇 회차 정도 찍었는지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제가 이 작품을 중학교 1학년 때 찍었고 현재는 고등학교 1학년이거든요. 중학교 올라와서 〈비밀의 언덕〉이라는 좋은 작품을 찍게 되었고, 작년에 개봉하고 영화제를 다니면서 많은 관객분들을 만났었었어요. 이렇게 보면 저의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영화이지 않을까 싶네요.
문서현: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생각보다 회차가 엄청 적었어요. 그래서 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도 했었고, 그리고 이렇게 GV를 나온 게 처음이라 관객분들을 만나 뵙게 된 게 무척이나 신기한 마음이 듭니다.
장재희: 저도 회차는 한 4~5회차 정도 찍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게 있어 〈비밀의 언덕〉은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많이 가져다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문승아: 정확하게 몇 회차를 찍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GV로 관객분들을 만나 뵈었던 날이 더 많았었어요. 사실 저는 같은 영화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없는데, 제가 나온 영화를 그렇게 봐주신다는 것 자체도 너무 신기해요.
진명현: 그럼 이제 이지은 감독님께서 〈비밀의 언덕〉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셨는지 알려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지은: 〈비밀의 언덕〉의 최초의 씨앗은 ‘가정환경조사서’에요. 씨앗을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가, 명은이를 주인공으로 설계하고 본격적으로 작업한 기간은 2년 정도였습니다. 그 기간동안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그 뒤에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진명현: 그러면 지금부터는 관객분들과 함께 함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지금 여러 가지 장면들을 다 마음에 담고 좋아하시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비밀의 언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장재희: 저는 제가 맡은 ‘혜진’과 자매 ‘하얀’이 같이 등장한 첫 장면을 많은 분들께서 잘 기억해 주셔서 좋아합니다. 좀 임팩트 있었다고나 할까. 단번에 제 성격을 제일 잘 드러내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명현: 강길우 배우님은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강길우: 저도 제가 나온 장면을 얘기하자면, 마지막 장면에 아빠가 뭔가 다 알고 있다는 그런 표정으로 고개 끄덕였던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진명현: 승아 배우님은 어떤 장면을 제일 좋아하십니까.
문승아: 저는 시를 읊는 장면에서 살짝 멈춰가지고 한 3~4초 정도 하늘 바라보는 장면이 있어요. 명은이가 극 중에서 첫 장면인 문방구 장면을 제외하고는 크게 고민을 하는 일이 없는데, 이 장면은 그래도 스스로가 정말 오랫동안 고심해서 쓴 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나타나는 거 같아, 이 캐릭터가 순간 정말 빛이 나는 거 같아서 좋아합니다.
진명현: 너무 멋있는 장면이죠. 이 영화 본 이후로 문방구를 보면 〈비밀의 언덕〉이 떠오르고 어릴 적을 생각하게 해주는 거 같아요. 그런 순간을 선물해 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감독님께서는 이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신 적이 있을까요?
이지은: 저는 몽타주 장면을 좋아해요. 후반부에 한 10여 분의 음악과 함께 ‘소녀로부터 온 편지’를 읊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에서 많이 항상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관객: 오늘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는 영화 속에서 그런 디테일이 좋았어요. 명은이가 초반에 혜진이를 봤을 때 샤프를 쓰는 모습에 약간 움찔하거든요. 사실 샤프는 고학년들의 상징이니까요. 그런데 후에 명은이가 블록형 연필을 써요. 어릴 때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블록형 연필이 좀 단단해요. 힘을 줘도 잘 부러지지가 않고, 근데 마지막 엔딩쯤에는 이제 명은이가 성장을 해서 샤프를 사용하는데, 그걸 보고 명은이가 속 근육만 자란 게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좀 자랐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런 김에 드리고 싶은 질문은 감독님을 비롯한 배우분들께서는 언제쯤 연필에서 샤프로 넘어갔는지, 혹시 그때를 기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은: 그 장면은 명은이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생머리로 6학년을 맞이하잖아요. 고학년이 된 지금 ‘얇은 샤프심을 부러뜨리지 않고 쓸 수 있는 어떤 자신감’이 생긴 걸 표현하는 장면인데, 그거를 발견해 주셔서 너무 신기해요.
진명현: 우리 배우님들 얘기도 한마디씩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현진 배우님?
최현진: 어렸을 때부터 되게 글씨 쓰는 걸 좋아했었어서 글씨도 엄청 막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고 그랬었거든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들께서 일기나 독서록 쓰는 숙제들을 많이 내주셨어요. 그러면 애들 막 글씨가 엉망진창인데, 그때 당시에 선생님께서 글씨가 미우니까 절대 샤프 못 쓰게 하셨거든요. 그러면서 딱 덧붙이셨던 말이 '현진이만큼 쓸 수 있으면 샤프 써도 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는 당당하게 샤프를 썼었죠.
강길우: 저는 중학생 때부터 쓴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서 연필을 더 익숙하게 썼었어요. 4b, 2b 이런 연필이요. 연필을 주로 쓰고 볼펜으로 바로 넘어갔던 거 같아요.
장선: 얘기를 들으면서 저도 몇십 년 전의 기억을 막 뒤집어봤는데, 언제 쓰기 시작했는지는 결국 찾지 못했네요.(웃음) 생각난 기억은 어릴 때 친척 언니가 샤프심을 가는 모습 그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였었어요.
관객: 안녕하세요. 일단 우선 이런 좋은 작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성장하는 영화를 보면 관객도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시대적 배경이 정확히 언제쯤인지, 왜 그때를 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은: 시대적 배경은 1996년이고요. 왜 그 시기를 택했는지 말씀드리자면, 제가 가정환경조사서라는 소재를 굉장히 잘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담임 선생님은 자율학습 시간을 주고, 한 명씩 불러서, 앞에서 부모님 직업이 뭔지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그런 거를 묻잖아요. 다른 애들이 들을까, 혹은 몰래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그 쫄깃한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명은이와 같이 들킬까 긴장하고 불안했던 경험을 했던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1990년대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관객: 처음 〈비밀의 언덕〉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명은이가 대상작을 포기하고 입선상만 받게 되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상황이 달라져 대상을 받고, 그 내용을 가족들이 보게 됐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궁금합니다.
문승아: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느꼈을지요? 제 생각엔 그건 가족들에게 꽤 오랜 시간 이어질 상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면서 가끔씩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상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어요.
장선: 저희가 이 질문을 꽤 여러 차례 GV에서 받았어요. 이 상황을 생각하다 보면 울컥하기도 하고요. 아마 경희는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전혀 티 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강길우: 저도 1년 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아무렇지 않다고 대답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엄마처럼 이 질문만 들어도 되게 슬프네요. 아빠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명은이에게 티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엄마랑 같이 많이 울었을 것 같아요. 물론 결국 다 들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전에 모습과는 달리 잘 차려입고 멀끔해진 모습으로 딸 앞에 나타나서 멋진 아빠의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엄청 울고 우는 걸 들키더라도 제일 좋은 옷을 입고 학교에 데리러 가지 않았을까요?
진명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이 뒷얘기들이 머릿속에서 이렇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서현 배우님이랑 현진 배우님, 그리고 여기 계신 배우님들께는 〈비밀의 언덕〉이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의, 과거의 시나리오였을 텐데, 어렵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처음 글로 읽었을 때 어떠셨어요?
문서현: 이질감 같은 게 많지는 않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문화들이 더러 있었어요. 지금은 운동장에서 시를 낭송하는 풍경이 없거든요. 그리고 저는 원고지를 써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원고지 쓰는 법을 몰라서 어려운 느낌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최현진: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어색함이 있다거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었어요. 그보다는 실제로 촬영할 때 어떻게 세트를 꾸미고 장면을 조성할까 되게 궁금했었었어요. 그래서 막상 촬영 현장에 갔을 때 뭔가 자주 가는 옛날 할머니 집 가는 느낌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진명현: 다른 분의 질문도 들어볼게요.
관객: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작년에 본 최고의 한국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은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질문인데요. 명은이가 글을 쓴 것처럼 여러분도 개인적으로 글을 쓰신다면 어떤 주제나 소재로 글을 쓰실 건지 궁금합니다.
임선우: 그런 글들을 예전에 가끔 쓴 적이 있어요. 제가 어떤 인물을 연기하기 전에, 그 인물에 관한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요. 대본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좀 엉터리일 수도 있지만, 가능한 그 인물과 근접한 어떤 이야기들을 상상하면서 글을 쓰곤 했었습니다.
장선: 저 같은 경우, 초등학교 때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명은이처럼 상도 받기도 하고, 최근에 저희 엄마께서 어릴 때 제가 쓴 소설을 찾아 보내 주셨는데 제목이 ‘박회장님의 죽음’인 거예요. 도대체 초등학교 3학년 때 왜 그런 글을 쓴 건지, 저도 다시 돌아가서 보고 싶습니다.
진명현: 공개 가능할까요?
장선: 고향 광주에 가서 직접 보고 결정하겠습니다.(웃음)
문서현: 저 같은 경우 ‘꼬막 일기’라는 다이어리 앱이 있어요. 그걸로 항상 기록을 하거든요. 근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 남는 에피소드는 한 1년 전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저희 반에서 커플이 세 커플이나 있었어요. 저는 혼자인데, 애들 연애하는 거 보니까 너무 부러운 거예요. 그래서 뭔가 멜로를 써보고 싶어요. 그냥 멜로 말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같은 거요.
장재희: 저는 글을 엄청 못 쓰는 편이고, 읽는 것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막 옆에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제 주변에 깨진 친구가 있단 말이에요. 그 이야기를 좀 더 부풀리고 메시지를 넣어서, 장대하게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그런 내용을 한번 써보고 싶네요.
진명현: 10대 때 정말 좋네요. 대체적으로 연애를 많이 하는 흐름이 있네요. 승아 배우님은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문승아: 지금 화끈한 얘기들 많이 나왔잖아요. 저는 약간 따뜻하게 정말 명은이가 되어서,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한테 편지를 한 통씩 쓰고 싶어요. 나쁜 사람은 없었고, 이 편지에 제 진심을 담아서 써보고 싶어요.
관객: 〈비밀의 언덕〉을 보면서 왜 제가 어린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생각해 봤어요. 아마 아이들도 세상을 알아가지만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그걸 통해서 전환점을 갖는 게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님들은 이런 사건을 통해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되었을지. 그리고 후에 명은이가 어른이 되어 알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지 한번 듣고 싶습니다.
임선우: 김애란 선생님에 대해서 관객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상이해요. 어떤 분들은 정말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을 해주시고, 다른 분들은 6학년 선생님과 비교했을 때 뇌물도 좀 받고, 무심하게 자기 직업으로서만 아이들을 대하는 면들도 있어서 좀 덜 섬세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김애란 선생님이 앞서 말한 두 가지 면모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으로서 교단에 서 있지만, 사람이 성장하는 계기는 나이가 아닌, 아주 구체적인 사건들을 맞닥뜨릴 때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아마 김애란 선생님에게는 명은이와의 맞닥뜨림이 굉장히 구체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명은이와 이런 고민들을 공유했던 시간들이 선생님으로서 김애란 선생님을 성장시켰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양면성이 있지만, 또 성장하는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데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승아: 저는 사실 큰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명은이라면 꼭 안아줄 거 같습니다. 마음을 담아 안아줄 거 같아요.
진명현: 안아주고 싶다는 말이 지금 명은이가 눈앞에 와서 얘기해 준 것 같아서 울컥하는 마음이 드네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 영화 속의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계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요. 아마 여러 번 봐주신 관객분들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통적인, 아주 고운 성장 일기를 사랑해 주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아름다운 영화 정말 감사합니다. 인물들이 성장한 것처럼 배우님들께도 〈비밀의 언덕〉이 특별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앞으로 연기를 하실 배우님들에게 이 작품이 어떤 시너지와 기폭제가 될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현진: 〈비밀이 언덕〉만큼 첫인상이 특별했던 영화는 없었어요. 일단 오디션 자체가 정말 신기했었었어요. 지정 대본 하나 없이 감독님이랑 자연스럽게 대화 나누면서 상황극처럼 오디션을 봤었거든요. 제가 중학교 올라와서 처음 마주하게 된 작품이었고, 앞으로 제가 어떠한 역할을 맡게 되든 조금이나마 구체적인 역할을 설계하는 데 연기적인 부분에서 많이 배운 작품인 거 같습니다.
장선: 저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경희 역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했던 역할들과 좀 결이 다른 인물이었고 그래서 어떤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 배역을 맡으면서 저의 세계도 계속 넓어지는 것 같은데, 제가 했던 어떤 역할보다 가장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인물이어서 그 무게를 저도 같이 배우고, 또 저희 엄마와 정말 비슷한 나이였기 때문에 부모님을 다시 돌이켜보기도 하고 저에게 사적으로도 좀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만날 때 경희를 만났던 경험이 좋은 자극이 되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비밀의 언덕〉을 사랑해 주신 관객분들이 정말 많아서 GV를 하는 과정에서 관객분들에게 정말 따뜻한 에너지를 받고 정말 많이 행복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문승아: 저는 우선 제가 나온 영화를 보기 위해 여러 차례 N차 발걸음해 주시는 분들을 보고 앞으로 진짜 잘 살아야겠구나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나중에 그분들에게 꼭 더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문서현: 저는 제 방 서랍에 ‘비밀의 언덕 서랍’을 따로 만들어 뒀어요. 대본도 넣어놓고 마지막 촬영 때 받았던 키링도 넣어놓고 서랍을 매번 열어보면서 〈비밀의 언덕〉 생각을 많이 해요. 나중에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서도, 남들에게 〈비밀의 언덕〉을 찍으면서 정말 좋았다는 말을 들려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장재희: 저는 처음 혜진이를 만났을 때, 성격도 상황도 지금의 저와 너무 다른 아이여서 어색했어요. 그리고 감독님과 대화하며, 혜진이를 어떻게 연기할지 쌓아 나갔고요. 〈비밀의 언덕〉을 촬영하면서 이렇게 좀 저랑 정반대되는 아이까지 연기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깨달았고, 다음에 어떤 연기를 해도 혜진이와 디렉팅해준 감독님을 떠올리며,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진명현: 〈비밀의 언덕〉은 배우님과 관객분들 모두에게 아주 중요하고 또 그 이상으로 소중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청소년 배우님들이 후에 시간이 흘러 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기대도 되고요. 지금 주신 질문이 마지막 질문으로 하기에 좋은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소감 전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지은: 어떤 고민이 있을 때 그것을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배우자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가끔씩 저희 영화 속 주인공들이 내밀한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우리의 아이들을 기억해 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Review]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우리를 감싸 안는 보랏빛 응원 (0) | 2024.08.12 |
---|---|
[인디즈 Review] 〈똥 싸는 소리〉: 사랑할 수 밖에 없는 (0) | 2024.08.08 |
[인디즈 단평] 〈진주의 진주〉: 공간을 붙잡는 혼의 아우성 (1) | 2024.08.07 |
[인디즈 Review] 〈진주의 진주〉: 공간을 둘러싸고 동하는 마음들 (0) | 2024.08.06 |
[인디즈 Review] 〈엄마의 왕국〉: 가족의 굴레 (0) | 2024.08.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