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는 소리〉리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나는 밝은 사람이 궁금하다. 밝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의 전사를 상상하게 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길래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당신의 눈은 어떻게 그렇게 반짝이는지 묻고 싶어진다. 밝음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태생적으로 마른 사람, 눈이 나쁜 사람이 있듯, 밝음도 고유한 성질이라 믿었다. 그때의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원래 그렇지 뭐…’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그렇게 하면 나의 마음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었다. 타인도 나와 같은 복잡한 존재임을 인지하는 순간, 들이닥칠 피로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나, 열 번 동전을 던지면 한두 번은 동전의 뒷면을 보듯, 불시에 나타난 타인의 뒤통수를 마주하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그저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무너지듯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처음부터’, ‘원래’라는 말로는 뭉개지지 않았고, 어떤 이의 삶도 하나의 표정으로 일축되지 않았다.
미숙을 보며 나는 과거의 그녀가 궁금해졌다. 그녀의 미소에는 악의가 없고 손짓에는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그녀는 세상의 아름다운 비밀을 쥐고 사는 사람 같다.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 앞에서도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응한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나였는데, 당당하고 밝은 그녀의 미소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미숙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고통을 견디기 위해 무뎌져야만 했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겪는 일상 속 불편함을 상세히 그려낸다. 계단 앞에 홀로 멈춰 선 미숙의 뒷모습,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장관리를 해야 한다는 미숙의 말에는 일상의 고충이 묻어난다. 장애인을 향한 서슴없는 차별의 언어와 은밀한 배제의 시선 앞에 미숙은 힘듦을 토로하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는 모양 같은 것이라는 미숙의 말처럼, 장애는 그녀의 일부일 뿐이다. 미숙은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미숙은 가족을 사랑하고 동료들을 아끼며 매일매일을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가장 ‘보통의 존재’이다.
미숙의 밝음이 빛나는 이유는 그녀의 밝음이 ‘무지’가 아닌, ‘앎’ 위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숙의 밝음은 고통과 희망이 충돌하는 삶을 붙들고, 일상을 살아내려는 용기와 의지의 움직임이다. 때때로 좌절하고 눈물짓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가진 미숙의 일상에 더 많은 행복이 깃들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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