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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마음들, 그 사이를 비추는 빛
〈샤인〉과 〈벌새〉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우리의 삶은 언제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간혹 이별 후, 마주하는 외로움이 두려워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매번 새로운 존재와 만나고 그 안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샤인〉은 제주의 풍경을 배경 삼아 삶을 이야기한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자발적으로 홀로 지내던 예선(장해금)이 라파엘라 수녀(장선)를 만나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새별(송지온)을 돌봐주며 다시 밝아지게 되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예선이 외로움을 잠시 뒤로 하고 함께 어울려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영화 제목처럼 따뜻한 빛이 우리를 감싸 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샤인〉에는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자연스레 느껴지는 어떤 마음이 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생각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예선과 라파엘라 수녀, 그리고 예선과 새별 사이에는 그런 마음들이 오고 간다. 이들을 보니 〈벌새〉의 은희(박지후)와 영지 선생님(김새벽)의 관계가 떠오른다.
〈벌새〉는 1994년을 배경으로 가장 보편적인 은희라는 인물과 은희를 둘러싼 세계를 이야기한다. 그 시절, 집과 학교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크고 작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은희의 삶에 영지 선생님이 나타나며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라파엘라 수녀가 예선이 의지하며 마음을 터놓고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였던 것처럼, 새별이 예선의 외로움을 잠시 잊게 해줬던 것처럼 영지 선생님도 은희에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상처 난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어른이었을 것이다.
언제라도 예고 없이 내 곁의 누군가와 헤어질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본인보다 자신을 더 걱정해 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라파엘라 수녀가 있기에, 말이 안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이 세상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법을 가르쳐 준 영지 선생님이 있기에 예선과 은희는 더 이상 전처럼 혼자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헤어짐과 마주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새롭게 누군가를 만나고 그렇게 함께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이들이 내딛는 삶의 모든 발자국에 빛이 따라가기를, 그 빛을 용기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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