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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붙잡는 혼의 아우성
〈진주의 진주〉와 〈달이 지는 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물리적 조건이 소중한 사람과 마음을 안아줄 수 없듯이, 소중한 추억이 두텁게 응집된다 하더라도 물리적 조건은 태평한 태도를 일삼으며, 쉬이 변화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조건에 따른 결과 양상으로 볼 수도 있으며, 때로는 기상이변을 참고할 수도 있고, 어쩌면 결국 세상은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팔자에 대한 명령일 수도 있다. 투쟁은 결코 경계를 나누고 갈라선 채 사람을 양분하는 것이 아닌, 포기하거나 감수에서 나타나는 원형적 구성의 굴레다. 마치, 인생은 그렇다는 듯.
〈진주의 진주〉는 긴 줄을 사이에 둔 채 어느 누가 그 선을 넘을지, 혹은 그 외줄타기를 누가 먼저 시도할지 곁눈질하며 경계하는 영화가 아니다. ‘삼각지 다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만이 덩그러니 남은 채, 미련스러운 영혼들이 돌고 돌아 쌓이고 만들어진 ‘회귀와 상념’의 영화에 가깝다.
주인공 진주(이지현)는 자신의 영화를 크랭크인 하기 직전 가장 중요했던 촬영지를 잃게 된다. 원망스러운 마음도 잠시 어떻게든 영화는 찍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경상남도 ‘진주’까지 긴 여행을 떠난다. 이방인인 자신의 곁에서 외딴 길을 안내하는 주환(문선용)과 ‘진주’를 돌아다니던 중, 그녀는 촬영지의 적소인 옛날의 감성이 그대로 남은 ‘삼각지 다방’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진주’의 추억과 마음이 담긴 곳으로 예술을 향유하기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단 안식처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곳도 진주의 간절한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없어질 위기에 처한다.
극속에서 변화는 경고음이다. 시간의 흐름은 변화를 강요하지만, 그들은 변화가 두렵다. 변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추억과 기억은 변하지 않은 채 가지런히 눈앞에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앞선다. 공간은 단순히 직시해 있는 평면적인 현재의 그릇만을 담고 있지 않다. 그 곳에 머물렀던 모든 것들 함축하는 정서적 그릇이다.
그러나 원대한 마음에도 물리적 시공간은 자신들의 시간을 천천히 밟아 나간다. 때가 되면 말소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매번 상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태연한 태도에 여러 인간상은 충돌을 빚고, 각자의 영혼들은 여느 공간의 문을 열고 매번 들락거린다.
영화는 김록경 감독의 전작 〈잔칫날〉에서 누구의 편을 들지 않았던 것처럼, 관조하는 태도를 일삼는다. 간절한 마음에도, 이와 반대로 결국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시공간에도 미련스러운 감정이 이 사이를 오간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돌고 도는 마음들이 섞이고 응축되어 어떻게 배설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만이 알고 있다는 듯, 그들의 현재를 가만히 쳐다본다. 결국 물리적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잊힘’에 이른다는 걱정을 가득하게 안고 있지만 그들의 낭만을 어떻게 지키는 지는 그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 떠나가지 못하는 영혼들의 행동은 스스로가 결정한다. 마치 영화가 기록매체로 기능하는 것처럼.
영화 〈달이 지는 밤〉은 무주를 배경으로 한 여러 영혼들을 비추고 있다. 빈집을 통해 사념과 영혼들은 충돌하며, 그 공간의 미련과 이해를 통해 자신의 살아있었음과 살아있음을 각각 방증한다. 허물어진 공간의 적막함은 결국 지나갔던 인연들의 혼을 불러일으키는 소환의 행위로 진동한다.
이처럼 물리적 공간은 유영하는 우리의 혼을 통해 기억에서 살아나며 결국 유(有)의 상태로 진입한다.
*작품 보러 가기: 〈달이 지는 밤〉(김종관, 장건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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