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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어떻게 찬란함을 꿈꾸는가?

by indiespace_가람 2024. 7. 8.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리뷰: 어떻게 찬란함을 꿈꾸는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린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나의 세계 안에서 발동된 결과물이다. 모호한 질문에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만은 답을 내려야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음에 세월이 걸려도, 어떤 고난의 과정을 겪어도, 나의 안에서 답을 찾기란 계속된다. 그렇게 나의 세계는 내가 던진 질문을 만나며 팽창하고, 고민의 순간들이 쌓일수록 ‘나’와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이 모호한 질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 역시, 각자의 세계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는 우리의 세계에서 답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다.

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스틸컷


 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에는 세 명의 인물에게서 나온 세 개의 이야기가 층층이 쌓여있다. 하나님보다는 진화론을 믿는다며 삶의 의미를 찾아 학교 밖으로 나선 ‘여고생의 기묘한 자율학습’, 대통령만을 꿈꾸다, 마주한 청년의 현실에 아예 고민하기를 포기해 버린 ‘거지의 왕’, 진실을 아는 자의 괴로움을 마주하면서도 진실 말하기를 멈출 수 없는 ‘진실을 아는 자’. 이들의 삶은 전혀 다른 듯 같다. 저마다 몸이 위치한 공간은 다를지언정, 자신의 세계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했다가 이내 득도한 것처럼 평온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이들은 결코 다르지 않다. 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세계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 앞에 놓인 삶에 대한 고민으로 어째선지 이들의 세계를 한데 묶어낼 수 있어지는 이유이다. 

 영화가 강렬히 묻고 있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에 대한 질문에 세 인물은 자신의 세계 안에서 어떻게 답을 찾고, 어떤 답을 스스로에게 내릴까. 우월함과 열등함 사이에서 자신을 열등한 존재로 의심하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기묘한 일탈 같은 자율학습을 감행하는 여고생(박서윤)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마무리하듯, 이만 숙제하러 언덕을 올라간다. 어릴 적부터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게 꿈이냐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청년은 대통령을 꿈꾸지만, 그저 꿈을 꾸기만 할 뿐이라, 기어코 마주한 좌절에 청년이 선택하는 건, ‘고민하기’를 그만두는 것이다. 그렇게 거지(심규호)가 된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앞에 두고 하는 이야기는 다시,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게 꿈이냐?”뿐이다. 진실을 알리는 남자, 진실(오동민)은 진실을 들은 자의 괴로움을 보면서도 “그래도 난 진실을 알린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는 진실을 알리는 자신의 역할에 임무나 의무, 자유의지 같은 복합적인 정당성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역시, 거지에게 진실을 말해달라 요구하더니, 결국 그가 내린 답으로 그가 얻는 개운함은 거지와 자신의 비교로부터 비롯된다.

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스틸컷


 이들의 답은 결국, 다시 ‘보통’을 향해있다. 어떤 일탈, 사건, 깨달음의 하루라 하여도, 그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에 겉으로 보이는 획기적인 변화도, 변혁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고생은 다시 숙제를 하러 떠나고, 거지는 여전히 공원에 있으며, 진실을 알리는 남자는 곧 또 누군가에게 진실을 알리곤 “그래도 난 진실을 알린다.”같은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의 순간은 찰나일지라도 이들의 세계를 건드리고 괴롭혔을 것이다. 유독 빛나는 별 하나를 바라보며 그 별 하나가 곧, 자신일 거라 믿는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세계에서 내놓은 세 인물의 답은 찬란함을 꿈꾸는 듯, 꿈꾸지 않는 듯하기도 하다. 세 인물의 답을 모아놓고, 영화의 물음을 다시 떠올린다.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영화가 묻는 것은 어떻게 찬란함을 꿈꾸는가가 아니다. 찬란함을 꿈꾸기는 하냐는 물음이다. 찬란함을 꿈꾸기도 어려워진 세상 속에, 당신이 꿈꾸는 찬란함의 모양과 색깔은 어떻냐는 질문이 우리 모두의 안을 호기롭게 괴롭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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