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들,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생츄어리〉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6월 16일(일)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왕민철 감독, 출연자 김정호 수의사, 김봉균 재활관리사
진행 황윤 감독(〈수라〉 등 연출)
*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기록입니다.
야생동물, 나와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막연히 책이나 미디어로만 가볍게 접했던 미지의 생명체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명과 가장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야생동물의 안전하고 행복한 생애를 위해 지금까지 뛰어오고 있었다. 이제는 그들과 그들이 지키려는 생명들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눈을 집중시켜야 할 때이다. 야생동물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해야 할 때이다.
야생동물 생츄어리: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 시설
그 과정에 있어 오늘은 “생츄어리”에 집중 해보고자 한다.
황윤 감독(이하 황윤): 반갑습니다. 영화 너무 좋으셨죠? 오늘 이 영화 만드신 왕민철 감독님,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두 분의 주인공 우리 김정호 수의사님 그리고 김봉균 야생동물 구조센터 재활사님 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 수라를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황윤이라고 합니다. 일요일 날 귀한 시간 내주시고 영화와 함께 봐주셔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다들 인사 한번씩 부탁드립니다.
왕민철 감독(이하 왕민철):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왕민철 감독입니다.
김정호 수의사(이하 김정호): 청주동물원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김정호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봉균 재활사(이하 김봉균):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야생동물의 곁을 지키는, 그들의 친구로 일하고 있는 김봉균입니다.
황윤: 감독님의 이전 작품 보신 분 계신가요? 〈동물, 원〉이라는 작품인데 꽤 많은 분들이 보셨네요. 청주동물원에 대한 영화였죠. 그 이후에 〈생츄어리〉를 만드신 건데요, 비슷하기도 하지만 조금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감독님은 어떤 식으로 (〈생츄어리〉의) 기획을 하시게 되셨을 까요?
왕민철: 〈동물, 원〉은 사실 청주동물원 안에서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 청주동물원이 그 당시에 굉장히 좁고 열악한 환경에 있었는데, 그것들을 조금씩 개선하려는 과정을 영화에 담았고요. 그 이후에 청주동물원이 전시 위주의 동물원이 아니라, 뭔가 사회적인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동물원으로 좀 변해가려는 모습이 이번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요. “생츄어리”라는 목표점을 잡고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과정을 최대한 잘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황윤: 〈동물, 원〉을 만들면서 〈생츄어리〉라는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 거네요. 그러면 우리 관객 분들께 질문 할 기회를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소감도 좋습니다.
관객: 수의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정호: 수의사를 시작했던 계기는 학생 때의 실습 경험 때문이에요. 그리고 전 학교 다닐 때부터 이제 야생동물 수의사 하겠다고 좀 많이 떠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그때 잠깐 호주에 있었을 때, ‘(청주 동물원에) 들어가 보지 않을래?’ 이렇게 전화가 오셔서 바로 들어오게 됐어요. 그렇게 청주 동물원의 첫 상주 수의사가 됐죠.
황윤: 24년 정도 일 하셨네요. 앞으로도 계속하실 거죠? (웃음)
김정호: 공무원이기도 하고.. 정년까지는 별일 없으면 쭉 할 생각이긴 해요.
황윤: 혹시 일에서의 목표가 있나요?
김정호: 야생동물 보호소 또는 치료소를 청주 시립 동물원에 제대로 설립하고자 해요. 수의학적으로 말하자면 딱 그 두개가 목표입니다. 동물원에 계속 변화가 있었으면 해요.
황윤: 제가 2003년도에 미국의 동물원들을 좀 둘러볼 기회가 있었거든요. 확실히 우리 나라랑은 정말 많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거기는 이름부터가 주가 아니라, “Wide Life Conservation Center”예요. 야생동물 보존센터로서의 역할을 천명을 하고 운영되는 것이죠. (김정호 수의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역할도 하고, 사라져가는 종을 보존하는 역할, 그 다음에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같은 것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동물원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래도 우리 청주 동물원이 제일 앞장서서 가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 분들이 앞으로 〈생츄어리〉의 홍보대사가 되어주셔서, 청주 동물원의 행보를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관객: 예전에 청주동물원을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반달가슴곰을 봤거든요. 당시에는 시멘트 바닥 있는 곳에서 안 좋게 살아가고 있어 되게 안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풀도 생기고.. 환경이 많이 발전된 것 같아서 좋아 보여요. 일반인들이 불법으로 야생동물 키우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 손을 탄 야생동물들이 재활 훈련 받으러 오지는 않나요?
김봉균: 되게 많습니다. 일반인분들이 우연치 않게 야생동물을 습득한다면, 구조 센터와 같은 기관으로 빨리 보내서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구조 센터를 모르셔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동물 관련한 프로그램 같은 거 있잖아요. 일반인이 야생동물 새끼 때 주워 기르는 모습을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 신기한 모습,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런 걸 보신 분들이 새끼 동물을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도 새끼 동물 길러볼까?’ 이런 생각들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기르다가, 결과적으로 얘가 야생동물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더 이상 내 곁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분들이 가장 먼저 깨달으세요.
그때서야 저희한테 데리고 오셔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게 재활해주세요.’라거나 ‘훈련해주세요.’ 하시는데 안 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이 지나서 사람에게 적응이 되면 우리는 그걸 각인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경우까지 도달한 친구들이라면 자연 복귀가 안 돼요. 이런 경우가 여전히 많고, 발생하면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사안인 것 같습니다.
관객: 반달가슴곰 안락사 할 때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정호: 갈등도 좀 있었죠. 근데 저는 이제 아프면 마취해서 배도 갈라야 되는 사람이라, 이제는 동물들한테 다른 감정은 섞지 않고 환자로서 대하려고는 합니다.
관객: 중간에 중성화를 시켜서 야생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는 장면이 인상이 깊었어요. 이 때 복지와 생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또 만약에 지금 당장 책을 써야 한다면, 어떤 주제로 책을 쓰고 싶으신 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봉균: 전자에 대해서 답변을 드리면, 영화에서는 ‘생태적인 가치가 없다.’ 라고 최태규 수의사가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왜냐면 번식이라는 기능만 제한이 되는 거지, 그 외에 나머지는 그대로 작동을 하는 거거든요. 다만 번식을 통한 해당 종의 개체군을 늘리는 행위는 제한이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아예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번식을 못한다는 것 자체가, 이 친구한테는 사실 복지의 문제도 있고, 권리의 문제도 발생을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사실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활자 매체가 사람들한테 도달하는 데 있어서, 또 뭔가 전달하는 데 있어서 최근에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측면이 있어서 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 되는 때가 온다면 하겠지만, 이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답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네요.
김정호: 책을 쓴다고 하면은 2012년에 출간되었던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에는 사진도 많고 초등학생이 봐도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국내판 책을 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야생동물과 환경을 잘 몰랐던 분들도 더 접근과 이해를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쓴 책 중에는 『코끼리 없는 동물원』 이라고, 청주 동물원에서 제가 동물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우선 영화 〈동물, 원〉 때부터 청주 동물원의 변화 과정을 디테일 하게 찍어주신 왕민철 감독님과 출연해 주신 김정호 수의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두 가지로 요약을 해서 한 분 한 분께 질문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영화 초반에서 1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은 결국은 방사되지 못하고 안락사 처리가 된다고 하셨어요. 대부분 안락사 처리가 돼서 냉동실로 들어가게 될 텐데, 이를 막는 차원에서 ‘생츄어리’라는 걸 만들고 싶으신 것 같아요. 아마 연간 1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생츄어리에 가게 될 텐데, 그랬을 때의 생츄어리의 지속성이나 한계가 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하여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 다음, 김정호 수의사님께는 아까 영화 중간에 안락사를 이제 고려할 때 보통은 수의학적 요인을 많이 고려를 하는데 아까 나왔던 다른 수의사 분은 ‘행동학적인 부분도 고려를 해야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게 실제로 동물원에서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건지 아니면 영화에 나왔던 윤리위원회 측에서 자체적으로 평가를 하게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김봉균: 말씀하신 것 같이 문제가 정말 큽니다. 대략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전국의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연간 거의 2만 마리 가까운 동물을 구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 35%에서 40% 정도가 회복을 하고, 나머지 60% 정도가 죽게 되어요. 근데 죽는 친구들 중 안락사가 60%를 차지하지는 않고요. 그 중에서 안락사가 약 30%, 나머지는 치료를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다가 결과적으로 죽게 되는 상황이 차지하게 됩니다. 생츄어리가 생기면 그런 친구들을 수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메시지가 실제로 영화에 담겨 있죠.
그렇지만 구조 센터에 있는 저의 입장에서는 ‘생츄어리가 답은 아니다.’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츄어리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공간이에요. 그 환경을 동물의 생태적인 특성에 맞추고 넓은 면적을 제공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만들어 놓은 공간이고 그 사람이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제한이나 동물복지의 저하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구조센터에서 구조한 친구들 중에 자연으로 못 돌아가는 개체들을 생츄어리로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은 생각보다 굉장히 적을 거라고 보여져요. 그래서 생츄어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예를 들어 ‘안락사를 하는 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생츄어리를 대안으로 선택한다.’ 이거는 사실 적절한 접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안락사를 해야 되는 친구는 해야 되는 게 맞고요. 안락사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제한적이나마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동물 소수의 개체만 생츄어리로 가야 되는 게 맞는 거죠.
지금은 생츄어리가 하나도 없으니까 하나라도 만들자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회적인 공감을 바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하나가 생기면 또 이런 기관이 있으니까 이런 효과가 있구나, 그러면 2개 만들어 볼까, 3개 만들어 볼까.. 이렇게 얘기되면서 양적 향상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 하나 만드는 것에 큰 관심과 도움을 주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황윤: 실제로 진행 중인 것이 있나요?
김봉균: 일단 야생동물을 위한 생츄어리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은 사실 없고요. 국가 차원에서는 사육 곰 생츄어리를 전국에 지금 2개 만들고 있습니다. 거의 개소가 임박한 상태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는 한계가 있어요. 여전히 사육 곰은 많은 수가 뜬 장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요. 이 불충분한 면을 해소하기 위해서 영상에 나온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도 민간의 영역이지만, 사육 곰을 수용할 수 있는 생츄어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주동물원도 동물원이지만 생츄어리와의 중간 지점에서, 동물원이 조금 더 보호나 보전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 일환으로 킹, 콩이라는 친구들을 데려와서 보호를 하셨던 거죠.
그래서 이런 노력들이 켜켜이 쌓이면, 우리가 바라는 동물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 사회가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려면 영화를 좀 많이 보셔야 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말이에요.
관객: 안녕하세요. 저는 이 동물 관련된 다큐 영화를 지금 오늘 본 게 처음인데 생각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동물원이라는 곳은 물론 종 복원의 목적도 있지만 교육적 목적 그리고 시민들이 동물을 만나게 되는 장소 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야생동물들이 교육적 목적과 야생 복지의 목적이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여쭤보고 싶어요.
왕민철: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교육적 목적을 가지면서 동물 자체로서 어떤 복지를 생각하는 게 모순되지 않냐 이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 모순됩니다. 예를 들면 클라라 같은 경우, 이 친구가 거기서 사는 게 너구리의 삶으로써 맞나라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테고요. 그래도 또 이 친구가 야생으로 왔을 때 원래 너구리가 갖고 있는 야생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닐 테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 안락사를 선택하는 게 원칙이다고 영화에서도 말씀을 하시잖아요. 아마 여기 앉아 계신 분들 중에서도 클라라는 야생성을 잃었으니 안락사를 해야 된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은 없으실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생츄어리나 동물원 같은 장소가 필요한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건 사실 생츄어리도 그렇고 동물원도 그렇고 지금 있는 전시형 동물원이 아니라. 어떤 동물을 인위적으로 가둬두는 공간은 그게 어떤 공간이 되더라도 납득할만한 타당한 이유는 없을 거예요. 사실 영화에서는 생츄어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생츄어리가 아니라 서식지가 좋아져야 되는 거고 서식지가 넓어져야 되는 게 맞는 거거든요. 어떤 형태나 어떤 이유로든 동물을 야생동물을 가둬둔다라는 것은 사실 딜레마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관객: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은 감정들을 느꼈는데요. 이건 전체적으로 궁금한 건데, 멸종위기 동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멸종위기 동물이 있었을까요? 이유도 같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김봉균: 멸종위기 동물 많이 봅니다. 되게 많이 봐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환경부가 지정해 놓은 멸종위기종이 꽤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 멸종위기종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전설의 포켓몬인 마냥 어디 가야만 볼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수준에서 멸종위기를 지정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멸종위기에 처해서 지정하기도 하지만, 지금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정말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어떤 사전적인 측면에서 미리 지정해 놓고 보호를 해야 된다, 그래야 멸종 위기에 처하지 않는다라는 접근인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멸종위기종은 꽤 많고요. 구조센터에도 많이 들어옵니다. 멸종위기종 중에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다 그러면 저의 경우는 ‘넙적부리도요새’라는 새가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황윤: 〈수라〉라는 영화를 찍을 때 저도 도요새들을 많이 보게 되고 찍게 됐는데, 생츄어리가 너무나 필요한 건 맞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서식지거든요. 얘네들이 여기 오면 안 되잖아요. 사실 올 필요가 없는 게 제일 좋은 거잖아요. 죽일 필요도 없고 갇혀 있을 필요도 없는 그런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인데, 이 도요새 같은 경우는 지금 갯벌이 사라짐으로써 개체 수가 계속 줄고 있는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호: 멸종위기종 많죠. 가장 최근에 봤던 멸종위기 동물 중 부경에 있는 실내 동물원 독수리가 기억이 나요. 그 친구는 되게 조그만 새장에 갇혀 있었어요. 다가서면 이제 피할 데가 천장 밖에 없어서 거기에 항상 매달려 있고 그러더라고요. 구조해서 검사를 해 보니, 날개는 정상적인 어린 독수리더라고요. 보통 한국에 오는 독수리들이 되게 어린 독수리예요. 색깔도 까맣고, 어린 독수리고, 날개가 정상적이고요. 그렇다고 하면 이제 추정할 수 있는 게, 이제 경남에 많이 독수리 레스토랑도 있고 해서 많은 독수리들이 거기 와서 이제 허기를 달래요. 거기에서 농약 중독 같은 게 있어서 구조가 됐는데, 개인이 소유한 개체가 아닌가, 이렇게 추정을 하는 게 타당 하겠죠. 그래서 그 친구를 좀 다시 돌려보냈으면 좋겠다 싶어서 내년에 방사 훈련장을 만들어요. 한국으로 어렵게 몽골에서 날아왔다가 농약 중독이 돼서 실내 동물원에 억류되어 있었으니.. 그 친구를 좀 몽골로 다시 돌려보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왕민철: 저는 멸종위기종 중에 고라니에 대해 제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죠. 굉장히 많은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는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전설의 포켓몬 같은 느낌이에요. 해외에서는 멸종위기종이고 거의 볼 수 없는 동물이라는 거예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유해 동물로 지정되어 있죠. 예를 들어서 차량 충돌 같은 걸로 굉장히 많이 죽어요. 사실 유해종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를 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고 하진 않지만, 안 받아주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사회의 쓰임이나 사회의 어떤 목적에 따라서 인간이 야생동물들에게 꼬리표를 매기고, 차별을 하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아요.
관객: 저도 이번 영화 보면서 생츄어리라는 것을 제가 처음 알게 돼서 인상 깊게 봤거든요. 근데 요즘 푸바오 신드롬이 일어났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세 분께서는 어떤 생각이 드셨을 지 그게 궁금해요.
왕민철: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한 번도 어떤 동물들에 대해서 전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하는 상황 자체가 없었는데,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거는 단순히 그걸 소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또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동물들의 삶은 어떠한 가를 돌아볼 수 있는 사람들도 계실 테고요. 더 나아가서는 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떨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그 안에 계실 것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사실 지금 푸바오 관련돼서 동물원에서 소비되는 어떤 방식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보면 그건 결코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김정호: 어쨌든 푸바오가 존재하고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고 푸바오에 대한 사랑이 다른 동물한테 전파되기를 바라고요. 중국 곰이니 태어나서 3년 후, 4년 후면 중국으로 가야 하잖아요. 중국 곰이니까 중국 환경에 맞겠죠. 근데 그것보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겪는 가장 실질적인 고통이 자기가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서 적응을 해야 되는 부분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청주동물원도 지금 계속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그 리모델링만 해줘도 애들이 적응하는 데 1년씩 걸려요. 자기가 살던 곳을 좀 넓혔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어차피 와 있으면 적응한 곳에 그냥 있었으면 좋겠어요. 푸바오를 데려 오자는 얘기는 아니고요. 그런 생각이 아니라, 적응하는데 야생동물이 굉장히 힘들다는 얘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김봉균: 제가 좀 싫은 소리를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웃음) 아주 큰 틀에서 봤을 때는 좋은 현상이죠. 사람들이 동물원에 있는 동물한테 관심을 갖게 되고 애정을 쏟는다는 건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인 게 맞습니다.
그건 분명한데 욕심이 나는 거죠. 저 같은 입장에는 사람들이 푸바오가 아니라 그 동물원에 있는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나아가서 다른 동물원에 있는 동물원한테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야생에 살고 있는 그 종은 어떻게 살고 있고 현재 어떤 위기에 처해 있을까 이런 식의 관심으로 계속해서 확장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근데 저의 그런 욕심을 만족시킬 만한 변화가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동물원에서는 푸바오라는 친구를 소모적으로 이미지를 즐기게끔 만드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하고, 푸바오를 좋아하는 팬 분들은 사실 잘못이란 게 없어요. 그냥 보여지는 거 보시면서 내가 느낄 수 있는 한정된 상황에서 그 친구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는 거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러면 극단적으로 말했을 때 푸바오로 인해서 얻어 들인 특정 수익이 과연 그 동물원에 있는 다른 동물들의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얼마나 환원되는가 이런 기대를 해보게 되거든요. 근데 지금까지는 그에 대한 어떤 별다른 답변이나, 어떤 태도의 변화나, 계획들을 물어보거나 해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의 긍정적인 변화를 찾아보자면 국가 간에 수교를 하거나, 정상들끼리 만날 때 동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하지 말자는 인식이 생겨나는 것은 아주 긍정적이다고 보는 편입니다.
관객: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전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얘기는 많이 들었어서 오늘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동물원 그리고 동물에 대해서 관심을 계속 가지게 되신 계기나 이유가 있으실까요?
왕민철: 제가 특별히 더 관심이 많아 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동물 영화를 동물원이나 생츄어리와 같은 작품을 찍은 건 아니고요. 우연치 않게 청주에서 동물들을 찍게 되다 보니까 이제 동물과 관련되신 분들을 많이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점점 관심이 생겨서 촬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사실 동물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동물에게 마음을 쓰시는 분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분들을 통해서 이 사회에서 어떤 밝은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그러니까 희망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찍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윤: 다음 작품도 비슷한 주제로 이미 찍고 계세요. 약간의 예고편 같이 말씀해 주신다면요?
왕민철: 영화에 나온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찍고 있습니다.
황윤: 파이팅을 빌겠습니다. 마무리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 세상이 되게 안 변하는 것 같아도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작별〉 찍을 때 우리나라의 동물원에 대한 아무런 규정 제도나 이런 법적인 게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 생겨 있고, 물론 아직도 매우 미흡하지만 동물원 법이 생겼습니다. 또 우리나라에 개 식용만 해도 협회가 어마어마하잖아요. 그 반대가 철폐해야 된다는 목소리에 비해서, 이 협회의 목소리도 엄청 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철폐가 됐거든요. 우리나라가 이제는 개 식용이 법적으로는 안 됩니다. 이런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이 거의 안 들었었거든요.
한 10년 전만 해도 사육 곰도 마찬가지죠. 갈 곳이 없어서 지금 힘들긴 하지만 사육 곰 자체는 이미 불법화된 거잖아요. 점차적으로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듯한 세상이지만 사실은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에 있어서 법과 제도의 변화가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이 모든 변화를 만들어 내요. 그때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게 영화의 역할, 그리고 다큐멘터리 역할이고요. 관객 여러분께서 이런 영화들을 많이 극장으로 와서 봐주시는 게 정말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관객 여러분 오늘 보신 분들이 〈생츄어리〉 많이 홍보해 주시고, 주변에 많이 권해 주시고, 홍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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