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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새벽의 Tango〉: 부탁과 신뢰의 연속

by indiespace_가람 2026. 5. 8.

〈새벽의 Tango〉리뷰: 부탁과 신뢰의 연속

*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유명 2인조 그룹의 히트곡 중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라는 가사가 있다. 어렸을 때 그 가사를 처음 듣고 ‘나도 그랬는데!’하고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매번 당연하게만 보였던 것들이 갑자기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 사람이라도 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도로 위의 질서가 대표적이다. 시내의 수많은 자동차는 하얀 선과 신호등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자동차가 인간 삶의 일부가 된 지는 150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모든 사람이 질서를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감각은 사회에서 대개 유아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새벽의 Tango〉에 등장하는 ‘주희’가 바로 그런 시야를 지닌 인물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지원’은 지낼 곳과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공장에 들어간다. 조용히 일만 하고 싶었던 지원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룸메이트 주희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갑자기 ‘Tango’를 함께 추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도로가 신기하다고 말하는 주희를 귀찮아하던 지원은 함께 생활하며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종국에 이르면, 지원에게도 당연했던 것이 신기해 보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영화는 그 변화의 과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영화 〈새벽의 Tango〉 스틸컷

 

당신도 그러하리라는 믿음

 

도로 위의 자동차가 서로 부딪치지 않게 다니려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내가 질서를 지키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러하리라는 믿음이 전제되는 것이다. 비슷한 논리가 Tango에도 적용된다. 앞으로 한 발, 뒤로 한 발. 파트너 역시 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줄 것이라는 믿음이 핵심이다. 영화에서 주희는 계속 지원에게 무언가를 부탁한다. 만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먼저 댄스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말하는 일도, 귀한 휴일에 염주를 찾으러 함께 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분명 쉽지 않다. 그 대상이 지원뿐인 것은 아니다. 주희는 철없고 지원을 시기하는 작업반 조장 ‘한별’에게, 자신의 실수로 사고를 당한 ‘현우’에게, 심지어는 지원에게 따지러 온 사기 피해자에게도 부탁, 아니 애원한다.

 

그런데 그 부탁, 또는 애원에 응답하는 것은 오직 지원뿐이다. 지원은 친구에게 명의를 빌려주었다가 배신당하고 공장에 왔다. 왜 그 사람을 믿었냐는 한별의 물음에 지원은 “친구니까”라는 한마디로 답한다. 친구니까, 지원은 툴툴대면서도 주희의 부탁을 모두 들어준다. 내가 상대를 믿으면 상대도 그 믿음에 응답하리라는 믿음. 그러니 Tango도, 지원과 주희의 관계도 모두 부탁과 신뢰의 연속으로 얽히는 것이다.

 

영화 〈새벽의 Tango〉 스틸컷

 

흔적을 손에 꼭 쥐고

 

주희와 함께 완성하기로 한 곡은 잘 되어가냐는 Tango 선생님의 질문에, 지원은 아마 완성하지 못할 것 같다고 답한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답은 Tango에는 완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밖에서 보면 그저 편안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춤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부탁과 신뢰, 발의 상처, 넘어짐이 자리한다.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댄스에서 완벽하게 ‘완성된’ 안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수한 가능성의 변화무쌍함만이 있을 뿐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편해지는 친구와의 관계 역시 그렇다. 무수한 고민과 실수, 감정의 변화 사이에서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관계의 지속을 위해서는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한 명은 그 노력의 흔적을 손에 꼭 쥐고 떠났고, 이제 다른 한 명이 역시 손에 무언가를 쥐고 길을 나선다.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다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니, 충돌의 장소가 다르게 느껴진다. 다시 Tango의 시간이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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