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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누룩〉: 그 끝에서 만난

by indiespace_가람 2026. 5. 7.

그 끝에서 만난 

〈누룩〉 그리고 〈봄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자신을 믿고 나아간다. 겉보기엔 알코올에 중독된 한심한 사람일지 몰라도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정확하게 나아가고 있음을 안다. 〈누룩〉과 〈봄밤〉은 몸으로 빚어낸 궤적을 보여준다, 조금은 휘청거린다거나 혹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거나. 걱정의 눈을 감추지 못할 두 영화는 어쩌면 긴 성장을 기다리는 중일 지도 모른다.

 

영화 〈누룩〉 스틸컷

 

〈누룩〉은 고등학생 다슬이 사라진 누룩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그린다. 양조장 집 딸이자 우등생인 다슬에게 허용된 막걸리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축적된 감각이자 자기 확신에 가까운 것이었다. 최고라 자부하던 그 맛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다슬의 세계는 한 번에 무너져 내린다. 오직 직감 하나로 누룩을 찾아가려는 다슬은 의심과 믿음 사이를 끊임없이 가로지르고, 영화는 그런 다슬을 바라보는 시선을 시험하는 듯 관객을 계속해서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음주, 운전, 절도. 만연히 저지르는 다슬의 행동을 묵인하는 끝에 얻어지는 누룩은 과연 좋은 맛을 낼 수 있을까.

 

영화 〈누룩〉 스틸컷

 

반면 〈봄밤〉은 이미 술에 깊이 잠긴 영경을 따라간다. 홀짝이는 한 모금이 아닌, 병째 들이마시는 알코올의 향은 지독하게 영화에 저며든다. 영경은 병든 연인과 함께 자신을 병원에 붙잡아두려 하지만, 좀처럼 머무르지 못하고 헛된 약속만을 남긴 채 다시 거리로 나와 술을 마신다. 그러나 그 비틀거림 속에도 방향은 존재한다. 늦더라도 반드시 연인에게로 돌아가는 감정들이 몸짓으로 이어지고, 멈추지 않는 걸음이 만나 서로를 잇는 길이 된다. 모든 흔들림 위에서도 선명하게 전해지는 시 한 편의 낭만은 휘발되지 않고 바람을 타고 흘러, 지긋이 오래 남는다.

 

* 영화 〈봄밤〉(강미자 감독)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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