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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힌드의 목소리〉: 픽션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며

by indiespace_가람 2026. 5. 7.

픽션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며 

〈힌드의 목소리〉 그리고 〈숨겨진(Hidden)〉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여섯 살 힌드는 이스라엘군의 포위 속 홀로 남겨졌다.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적신월사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을 아이 곁의 가족들이 잠든 거라며 위안하지만 이미 세상의 참혹함을 깨우친 아이는 “죽었어요”라는 분명한 문장을 입에 담아낸다. 힌드는 내 가족의 죽음에 대해 빠르게 인정한다. 소스라치는 공포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힌드의 목소리〉는 2024년 1월 29일에 남겨진 힌드와의 실제 통화 기록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실재했고, 기록된 목소리를 스크린 위로 끌어 올린다. 자막으로 ‘실제 통화 기록’임을 계속해서 인지시키는 과정에서 질문이 발생한다. 실재했던 것을 픽션의 문법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어떤 행위인가. 실제 사료를 통해 영화를 만든다는 건 단지 증거를 활용하는 ‘재연’에서 그치는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엇을 남기는가.

영화 〈힌드의 목소리〉 스틸컷


실제 비극 재연에 대한 논의는 윤리적 비판으로 꾸준히 언급되고 무겁게 여겨왔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고통이 극적 내터리브의 효과를 통해 그저 ‘소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여기서 〈힌드의 목소리〉는 이를 정면으로 부딪친다. 도덕적인 역사를 쓰기보다, 지금 현존하는 일들은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강한 믿음이 느껴진다.

들리고는 있으나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이기에, 동시에 스크린이라는 하나의 매체가 그사이를 가로막고 있기에, 여기는 극장이라는 한계 덕분에 죽은 자의 목소리를 영화 속에 놓는다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요청에 결국 응답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과거가 공명해 현재까지 도달한 데에서 그 존재가 아직 요구하는 것이 있음을 전제한다. 즉 사료는 영화의 재료로 머물지 않으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추적인 힘이 된다. 〈힌드의 목소리〉에서 이 부분이 표면화되는 지점은 바로 실제 폭력의 장면을 목격하고 묘사하기보다 그것에 반응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선택한 카메라다. 영화는 꾸준히 리액션에 집중한다. 프레임에 담긴 인물들의 리액션은 경계 밖에 있는 관객들을 그 안에 위치시키며, 인물들은 관객의 대리자가 되어 상황에 반응한다. 이처럼 영화는 실제 장면을 담기보다 다른 것을 선택하는 태도를 통해, 보이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고발한다. 영화 속에서 이스라엘군에 이미지는 등장하지 않으며, 총살이나 포위의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소리를 통해서만 전개되며, 소리에 반응하는 얼굴과 표정들이 그 공간을 채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공포는 관객들로 하여금 부재한 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재현된 폭력보다 더 깊이 내면에서 그려진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 스틸컷


소리로만 전개되는 힘과 영화라는 매체적 특징, 결국 힌드에게 닿지 못한 구조대. 영화를 보고 우리에게 남는 것은 결코 그곳에 닿을 수 없다는 감각이다. 우리는 힌드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간극이 분명하게 남기는 것은 남겨진 사료를 마주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연결 불가능함의 한계가 명백하더라도 보고, 듣고, 기억하는 것, 즉 극장이 애도의 순간을 불러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은 이 견딤 위에서 성립한다. 〈힌드의 목소리〉는 결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도망치지 않는 기억을 남기고 관객에게 분명한 자리를 안내한다. 

 

영화 〈숨겨진(Hidden)〉 스틸컷


자파르 파나히 - 〈숨겨진(Hidden)〉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꾸준히 보였던 것처럼 운전대를 잡으며 영화를 끌어간다. 딸과 딸의 친구까지 셋은 알 수 없는 목적으로 움직이다 이내 산골까지 입성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떠한 전통에 의해 외부인 접촉을 금지당한 한 여성과 마주한다. 굳건히 쳐진 천막을 사이에 두고 여성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숨겨져 있다. 몇 마디 질문과 촬영만을 허락받은 무리는 반대편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데, 이내 그녀는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화답한다. 단출한 스마트폰으로 담은 천막의 평평한 이미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경이로운 목소리는 단숨에 영화의 공기를 변화시킨다. 불현듯 리얼리티에서 픽션으로 이어지는 신선한 감각과, 신비로운 목소리로 터득하게 되는 감성적 인장, 보이지 않음에도 느껴지게 하는 무언의 힘이 쏟아진다.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어떠한 잣대도 무력화되어 관객의 귀는 한데 모이게 되고, 벗겨질 리 없을 단절된 천막을 깊게 응시하게 만드는 마술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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