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을 담다 '인디포럼 월례비행' <벌새> 대담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9. 3. 15.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을 담다  인디포럼 월례비행 <벌새>  대담 기록


일시 2018년 2월 27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보라 감독 

진행 송효정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성혜미 님의 글입니다.



 

전부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지거나 사라지는 이질감 혹은 모호함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고정된 프레임에서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인물들은 삶의 본질, 즉 스스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깊이 탐구한다. 인디포럼 월례비행 <벌새> 대담을 송효정 평론가, 그리고 김보라 감독과 함께했다.

 





김보라 감독 (이하 김보라): 안녕하세요. <벌새> 연출 김보라입니다. 영화 잘 보셨기를 바라고,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송효정 평론가 (이하 송효정):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서 상영되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셔서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진 작품이에요. 첫 번째 장편이라고 들었어요. <벌새>를 만들기 전까지의 영화도 궁금하지만, 김보라 감독님도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이 자리에 오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영화감독을 시작했고, <벌새>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시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아요.

 

김보라: 동국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졸업영화로 <리코더 시험>(2011)이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가 '연출 김보라'를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리코더 시험>에는 9살의 은희가 나와요. 어떤 관객 분께서 그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영화의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그 아이를 봐주시는 게 좋았어요. 또 <리코더 시험>이라는 영화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내밀하게 다룬 첫 단편이어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관객 분들이 저를 되게 친밀하게 대해주시는 걸 느꼈어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되게 감사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2013년부터 <벌새>라는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송효정: 첫 장편으로 감독님의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있는 작품을 하겠다고 이전부터 생각해오신건지, 영화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김보라장편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유학생활을 하러 처음으로 미국을 갔어요. 영어 공부도 유학을 가기 전에 급하게 한 거라 1학년 1학기가 되게 힘들었어요. 마치 뿌리 없이 떠다니는 그런 불안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인지 그 때 중학생으로 돌아가는 꿈을 계속 꿨어요. 마치 수능을 다시 보는 것처럼 무서운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이 시기에 대한 저의 심리가 궁금했어요. 스무 살 때부터 명상을 시작하면서 자기 탐구나 꿈 이야기나 제 자신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적었거든요. 그 꿈 또한 적었어요. 중학교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어떤 말들이 나에게 상처가 됐고, 어떤 순간이 충격이었는지 이런 것들이요. 나 자신에 대한 탐구로 시작한 걸 영화로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리코더 시험>을 만들고 그 다음에 마저 남아있던 중학교 시절 이야기로 <벌새>를 하게 됐어요.

 




송효정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두려움 같은 것들을 기나긴 과정을 거쳐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습니다. <벌새>라는 제목을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입니다. 그렇게 작은 새가 작은 날개 짓을 1초에 80번 정도 하면서 먼 거리를 날아 꿀을 찾아다닌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게 굉장히 신화적이라고 느꼈어요. 또 벌새라는 동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찾아보면 희망, 아름다움, 즐거움, 사랑 등 좋은 것들이 많더라고요. 포기하지 않는 것들. 그래서 벌새라는 단어가 맘에 들었고, 은희 역시 영화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지 않고 기대하고 좌절하더라도 또 다시 일어나는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런 캐릭터에 맞고 영화에 맞겠다 싶었어요.

 

송효정: 1994, 대치동에 사는 5명의 가족이 주된 인물이잖아요. 그 다섯 명의 가족이 보여주고 있는 인물 군상이 각각 그 시대의 사회적인 관념을 보여주고 있는 듯해요. 대치동의 소시민이고, 학원가가 즐비한 공간이지만 그 동네의 완전한 주민이 되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어떤 시나리오 과정을 거쳐 대치동이라는 공간에서 방앗간을 하는 다섯 명의 가족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실제 촬영한 떡집이 저희 부모님이 하셨던 떡집이고, 그래서 방앗간 집 딸은 제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였어요.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이 있었어요. 부모님의 직업이 알려진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죠. 저는 거기 살면서 내가 2등 주민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도 있었거든요. 예전에 타워팰리스 쪽에 비닐하우스 촌들이 있었어요. 저는 항상 그곳을 지나서 등교를 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걔는 거기서 등교한대.하는 이야기가 오간 거예요. 어린 시절이 지나서야 이러한 것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 내가 굉장히 기이한 동네에 살았었구나.’ 하고 말이죠. 그래서 그 곳에 살았던 것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정말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 받는 게 무엇인지,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익명의 동네가 아닌 대치동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송효정: 대치동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1994년도의 한국사회가 압축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고 하니까 굉장히 흥미롭고요. 영화의 시작 장면도 궁금한데요. 긴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은희가 잘못 찾아간 집에서 엄마를 찾고 문을 두들기는데, 이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된 의도가 궁금합니다.

 

김보라오프닝의 줌아웃 샷은 촬영감독님의 생각이셨어요. 저는 처음에 공포영화 같은데? 영화와는 잘 안 맞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편집할 때 보니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인간 군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촬영감독님께 정말 감사했어요. 은희가 902호가 자기 집인 줄 알고 왔는데 아니었을 때, 엄마랑 친한 사이면 엄마한테 가서 엄마, 나 그런 일이 있었다. 벨을 잘못 눌렀어.”라고 말할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잖아요. 말하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줌아웃 되면서부터 다른 사람들 역시 가지고 있는 말하지 못하는 역사와 개인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흥미로운 순간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은희라는 캐릭터가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은희에게 영지가 남기고 간 것이 어른으로서 줄 수 있는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그리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각자의 다른 해석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영지가 산타처럼 보이지는 않길 바랐어요. 처음에 은희가 오빠한테 맞는다고 했을 때 표정은 변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잖아요. 이처럼 영지는 섣불리 타인의 삶에 관여하거나 침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결국 서로의 관계가 쌓이고 병원에 찾아가서 네가 싸워야 한다.”고 말해요. “내가 해결해줄게.가 아니라. 그 후에 영지가 성수대교 붕괴 사건으로 죽게 되는데 저는 이 사건이 은희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죽음이 좋다는 게 아니라 어떤 것 하나가 떠나가면서 은희 스스로 이 세계를 맞닥뜨려야 한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은희 또한 새롭게 태어나는 상징으로 그려 넣고 싶었어요.

 

 

관객: 가지고 있던 혹을 떼어낸 후 은희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 전환점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보라사람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 이야기 구조가 기승전결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혹을 영화 속의 척추가 될 수 있는 소재로 선택했어요. 이 아이가 혹을 떼는 과정에서 홀로 외롭게 병원을 가는데, 유일하게 이 병원이라는 공간에 있는 아주머니들한테 굉장한 사랑을 받아요. 저는 이 장면에 굉장히 힘을 주고 싶었어요. 은희가 집이나 학교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인데 이 아주머니들은 애가 혼자 고생하네.’ 하면서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지길 바랐어요.

 


관객: 은희가 엄마를 힘겹게 부르는 장면에서 엄마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잖아요. 이 장면을 어떠한 의도로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엄마에게 힘을 주고 싶었던 장면이 세 개 있었어요. 오프닝과 질문해주신 장면, 그리고 엄마가 감자전 먹는 은희를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이에요. 엄마라는 존재가 아이한테는 정말 대단한 존재잖아요. 그래서인지 엄마라는 대상은 엄마로만 불리지 이름으로 호명되지 않아요. 그러한 엄마가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있는 공공의 장소에 있을 때 드디어 엄마라는 가면을 벗고 자기만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따라서 오프닝은 엄마로서 자신만의 고독과 삶의 허무감이라든가 균열을 마주하고 있는 장면이고, 질문해주신 장면을 통해서는 장바구니를 들고 세상을 구경하듯 엄마가 엄마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는 순간의 발견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은희로서는 엄마가 설명해주지 않은 세계니까 답답할 수밖에 없죠. 외치고 불러도 엄마가 오지 않는 모습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송효정: 엄마가 감자전을 먹는 은희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김보라엄마들은 아무리 바빠도 딸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아시더라고요. 저희 엄마도 제가 아주 힘든 일이 있었을 때 바로 알더라고요. 이렇게 너무 신기했던 경험들이 있어요. 은희의 엄마도 계속 바쁘다가 오늘만큼은 딸한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걸 깨달았을 테죠. 그래서 처음으로 이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객: 문이나 창문이 많이 나오고, 역광으로 찍은 장면이나 실내외를 찍을 때 어떠한 원칙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김보라문을 흥미로운 피사체라고 생각했어요. 문을 보면 일단 열고 싶잖아요. 나가고 싶기도 하고요. 문을 두드렸는데 열리지 않으면 답답하고 슬프잖아요. 그래서 오프닝에서 외삼촌이 나간 후의 문을 길게 보여줬는데, 저는 그게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난 자리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 다른 문들에서도 비슷하게 인물과 공간의 정서를 보여주기 위해 문을 많이 활용했어요.

실내인 집을 촬영할 때에는 최대한 조명 없이 촬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는 따로 조명이 없잖아요. 촬영감독님과의 논의를 통해서 어두운 느낌을 선택했어요. 실외에서 찍은 장면 중 은희가 데이트 하는 장면은 초록색이, 아이들이 놀 때는 무지개색의 조명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야외 장면은 생동하는 느낌으로 그렸습니다.

 

송효정: 창에 대한 질문도 해주셨는데 학원의 복도라든지, 영지의 집이라든지, 창과 관련된 장면들이 많아요. 어떻게 그리고 싶으셨나요?

 

김보라햇볕과 초록이 드는 공간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창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도시의 앰비언스 같은 것들이 굉장히 아름답게 들릴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어요.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레퍼런스로 삼은 것도 있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의 애잔한 정서가 있잖아요. 성수대교 무너진 날의 창이 많은 교실의 텅 빈 공간이나 은희가 퇴원하고 왔을 때 커튼이 날리는 창문의 모습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애수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 이미지들을 의도해서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관객: 타임머신을 타고 1994년으로 갔다는 느낌일 정도로 그 시대를 잘 포착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그 중에서도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가져오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라저희 언니가 실제로 무학여고를 다녔고, 수희처럼 버스를 늦게 타서 살게 되었어요. 언니의 졸업앨범을 봤는데 죽은 학생들의 사진에는 영정 띠가 둘러져 있었어요. 언니는 살아남았는데 언니 친구들은 죽었던 그 사건이 제게는 상당히 아프고 큰 기억이었어요. 나의 중학교 시절 가장 몸서리 쳤던 순간을 어떻게 영화와 만나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 다리의 물리적 붕괴가 우리가 살면서 겪는 붕괴와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서 은희는 사람들과 단절되고, 관계에서 붕괴를 경험하고, 하루의 일상 안에서도 기분이 좋았다가 또 붕괴되기도 하잖아요. 또 우리가 대학이라든가 돈이라든가 어떤 조건으로 사람들을 분별하는 것에서 오는 붕괴, 단절, 분리 같은 것들이 그 시대와 지금을 이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삶에서 찢겨져 나가는 것들이 물리적으로 발현된 사건이 뭐가 있나 하고 생각했을 때 저에게는 그게 성수대교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 은희 역이랑 영지 역 둘 다 왼손잡이잖아요. 캐스팅을 하실 때 염두에 두셨던 부분인가요?

 

김보라좋은 우연이었어요. 한문학원 첫 장면에서 새벽 배우가 칠판에 글씨 쓰는 걸 봤는데 왼손잡이더라고요. 지후 배우도 왼손잡이였거든요. 그 조그만 한문학원 공간 안에 왼손잡이가 세 명씩이나 있다니 너무 좋다, 이런 우연이 있구나 했어요. 영화적인 마법이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관객: 영화 속의 한문학원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공간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김보라그 공간을 찾기 위해 스태프들이 굉장히 노력을 했어요. 서울에 있는 오래된 느낌의 한문학원을 다 뒤졌거든요. 개포동에 있는 한문학원인데, 주변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따뜻하고 위로받는 느낌이 있었어요. 은희가 집과 학교에서 힘들다가 그곳에 가면 관객도 나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그 공간 앞에 숲 같은 게 많아요.

 

 



송효정: 저희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요, 차차 자리를 정리해야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영화에 대해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 혹은 이후에 어떤 작업을 준비하거나 생각하고 있는지, 차기 작업의 방향까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보라영화 만드는 게 저한테는 너무 어려웠거든요. 만들면서 되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렵지?’ 그리고 왜 이렇게 이걸 좋아하지?’ 싶어서요. 좋아하니까 더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벌새>는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했거든요. <벌새>를 만드는 동안 좀 쉽게 만들고 싶은데, 나라는 사람에게는 영화 만드는 건 거대하고 힘든 일이라 안 맞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영화를 할지 안 할지, 또 하게 된다면 내가 어떤 걸 할지 정하는 게 어렵더라고요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다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만약에 한다면 스페인에 가서 경험했던 느낌을 담고 싶어요.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에서 정말 아름다운 문구를 보고 막 울었어요. ‘어떠한 것을 해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고, 그 다음은 기술이다.’ 문장이었거든요. '세상에 이런 성당이!'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건축가 가우디가 가장 필요로 했던 건 사랑이었구나 했어요. 그래서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너무 기뻤어요. 제가 정말 사랑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장인의 마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저의 바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