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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관객의 감정을 여는 다큐멘터리” 오정훈 감독 대담회

by 도란도란도란 2014. 12. 8.



 “관객의 감정을 여는 다큐멘터리” 오정훈 감독 대담회 


일시: 2014년 11월 17일

참석: 오정훈 감독, 허은광 평론가(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전상진(<주님의 학교>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교빈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1995년 제작한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부터 <세 발 까마귀>, <호주제 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과 더불어 8년만에 학생인권에 관한 다큐멘터리 <새로운 학교-학생인권 이등변 삼각형의 빗변 길이는?>(이하 ‘새로운 학교’)로 복귀한 오정훈감독. 그의 대표작품들을 기획전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에서 만날 수 있었다. 11월 17일 <새로운 학교> 상영 후 오정훈 감독을 비롯 영화평론가 허은광, 전상진 감독과 함께 대담회를 가졌다.


오정훈 감독(이하 오):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작업 초반에는 흔히 영화 하는 사람들이 하는 “영화나 예술이 세상을 바꾸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와 같은 회의감을 가진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과정이 지난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겪었던 정책이념에 대한 회의 혹은 다른 생각들을 거치는 과정과 비슷하게 제 영화인으로서의 과정도 함께 지나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점점 더 다큐멘터리가 뭔가 변화를 시킨다 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 하는 사람이 혹은 영화가 그 자체로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즉, 영화로 세상을 변화시킨다기보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영화 자체를 어떻게 다르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저의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전히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감에 대한 신뢰를 받고 있기는 해요. 이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의 감정을 열어드리고 관객들이 스스로 그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영화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요. 관객 스스로 가지고 있는 영화의 관람 방식에 대해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는 그것을 제안할 뿐이고 관객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방법과 표현하는데 있어서 관객들이 가능하면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항상 해요.


전상진 감독(이하 전): 이전의 작품들을 통해서는 90년대의 시기를 정리하고 다음 삶의 방향이나 사회의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느껴졌는데 최근 영화 안에서는 어떤 뚜렷한 자신의 결론이나 입장의 의견을 나타내지 않고 끝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근에 와서 이런 입장을 가지게 된 생각의 변화가 궁금해요.


오: 저는 명확히 어떤 주장과 논평을 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답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라고 이야기하는 다른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저는 별로 그런걸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이것을 명확히 이것은 이렇게 가야 돼! 라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서로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100가지 중 2가지 3가지 밖에 보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심지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내가 어떤 방식으로 옮길 때 100가지를 다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중들은 내가 보여준 고작 2,3가지를 가지고 그게 그 사람의 전체라고 생각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논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허은광 영화평론가(이하 허): 한 사람의 감독을 놓고 필모그래피를 보면 감독 개인의 생각이나 철학, 제도가 있나 찾아보는 것이 영화를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론인데, 네 작품을 보면 인물에서 제도로 소재가 넘어가는 경향이 보여요. 소재적인 접근에 대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오: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는 인물이 중심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인물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에요. 영화 속에서 강경대군이 주가 아니라 그 거리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도 그 속에 있었어요. <세발 까마귀>는 박노해 시인이라는 인물에서 출발하지만, 80에서 90년대 넘어가는 나와 같이 살아가던 사람들과 그 시대, 그 거리, 그 때의 흐름과 같이 있던 사람들을 담으려고 했어요. <호주제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과 <새로운 학교>는 제가 민감하게 생각했던 민주주의와 제가 민주주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들이 주요한 관심사였고 그래서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어요. 지금도 물론 비슷한 생각이에요. 내가 민감하게 생각 되는 것, 그런 것을 다루는 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동기가 아닐까 해요.

 

허: 다큐멘터리의 경향과 감독님의 경향과의 상관관계를 알고 싶어요.


오: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같은 경우는 91년을 지나왔던 사람들이 저의 주된 목표였고, 그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 시대의 장면을 넣고 싶었어요. 지금 보면 어설프지만, 그 때 그 기억과 그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은 느낌으로 와 닿고 한 편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세발 까마귀>도 마찬가지에요. 소재의 접근에서 한 번은 내질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든 영화에요. 그렇다고 그렇게 막 헤집고 소리를 질러대는 건 아니었어요. <호주제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은 방송용이어서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설명을 많이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의 사연에 초점을 맞춰 제작을 했어요. <새로운 학교>는 제작을 할 때 많이 고려하지 않고 내가 가진 느낌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제작했어요. 이전 한국의 다큐멘터리 경향과 어떤 부분은 닮았고 어떤 부분은 빗겨나간 것 같아요. 2000년 넘어서부터 는 내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서의 독특함은 뭘까, 요즘은 누구나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는데 나는 어떤 독특한 언어를 가지고 관객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재를 선택하는 방식이나 표현하는 방식을 여러 가지로 선택하게 된 것 같네요.


전: 강경대 열사, 박노해 시인 등이 존재했던 90년대는 지금으로부터 시대가 많이 변했고 그 시대도 지금은 없는 부재의 대상인데, 지나간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오: <호주제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에서의 호주제도 사람과의 관계에 있는 것이지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잖아요. 사람들과의 관계 속 에서 드러나는 것만을 볼 수 있을 뿐이죠. 그래서 부재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때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한창 아내와 남녀평등이 뭘까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할 때 즈음이어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있어요.







전: 8년만에 돌아오는 작품으로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택한 이유가 그 당시 민주주의의 의제라고 생각한 것뿐만이 아닌 다른 계기가 있나요?


오: 영화 일을 쉬던 8년간 어쨌든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며 학교 교육이라는 것 자체에 관심을 많이 가진 것 같아요. 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학교 밖에서는 어떤 교육이 바람직할까 라는 생각도 많이 가졌어요. 특히 2010년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즈음에 학교인권조례가 처음 한국에 나왔고, 이런 변화들이 학교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오겠다 해서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됐죠. 


허: <새로운 학교>를 보며, ‘감독은 어디에 있는 걸까?’ 특히, 인권에 대한 찬반, 세대간의 전반적 문제 등을 다루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감독이 이야기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이지 않은 것 같아요.


오: 학생들의 일상생활들이 인권조례를 이야기하든 안 하든 지금 학교 안에서 활동하는 실제 학생들의 인권의 상태를 보여주는 모습들과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모습, 이 두 거리에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새로운 학교>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객: 영화 안에서 감독님이 학교의 학생들에게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를 찍을 당시 현장에서 학생들이 감독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오: 제가 찍은 8반은 32명이였고, 저는 33번으로 학교에 들어가서 촬영을 했어요. 반 아이들도 저를 반겨줬죠. 저는 사람들 주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옆에 있는 것 자체를 잘 하는 것 같아요. 옆에 있으면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인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를 공감해주는 것이 제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관객: 영화제작을 쉰 기간이 있었지만 저는 감독님의 포지션은 정확히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작자로서 어느 지점에서 갈등과 이야기의 구조들을 단순한 스토리텔링이 아닌 구조적으로 조직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오: 단순해요. 저는 뭔가 많이 찾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것들이 또 계속 쌓여 있어야 해요. 만난 사람들이 100인데 2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말자. 가능하면 재단하거나 내 식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또 오래된 습관 중 하나로 질문을 하는 것이 있어요. 항상 생각을 정리하고 또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저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 있나 봐요. 저는 물음표를 항상 안고 사는 사람이에요.(웃음)


허: 제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미덕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식을 확장 하는 것, 사물, 사건, 인물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건드리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다큐멘터리는 곧 진실이다. 라고 말하곤 했었기 때문에 <세발 까마귀> 같은 다큐멘터리가 전부는 아니다 라는 생각에 <새로운 학교>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 다큐멘터리 감독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 자신의 목소리를 누군가를 통해 보여주든 직접 이야기하든 사회를 생각하는 인식, 태도와 갈등하며 부딪혀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저의 고민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객을 무시하는 전재로 출발할지, 관객이 현명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출발을 하는지에 따라 다른 입장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를 통한 감독의 목소리를 가지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며 보여주는 것은 한 편으로는 주제만 강하게 될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방임이나 벌려진 해석만 보여주어 관객에게 책임을 넘겨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자발적인 관객의 판단력을 신뢰하는 편이고 그런 면에 조금 더 초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의 제 고민은 여기까지고 이제 앞으로 더 작업을 하면서 드러나는 제작자의 목소리와 현실인식의 확장, 비전과 그것에 대한 태도의 문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기획전은 다음달 12월이 마지막이다. 12월엔 문정현 감독 기획전으로 <할매꽃>, <용산>, <붕괴>, <경계>가 상영된다. 격주 월요일에 2편씩 총 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두 번째 상영 후 대담회가 열린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6000원이다. 대담회 참석자와 주제는 매월 첫 번째 상영 전,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와 신나는 다큐 모임(http://cafe.naver.com/shindam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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