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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철의 꿈> : 산업의 끝에서 신을 외치다

by 도란도란도란 2014. 11. 28.


<철의 꿈> : 산업의 끝에서 신을 외치다

영화: 철의 꿈

감독: 박경근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 줄 관람평

김은혜: 가만히 바라보는 조선소의 모습에서 웅장함을 느끼고 산업화 시대의 신을 만나다

손희문: 고래의 꿈이든 철의 꿈이든,  결국 유인최귀(唯人最貴).  사람이 꿈이다.

양지모: 감각이 진실을 소환할 수 있다는 믿음

최지원: 철의 꿈은 도대체 누구의 꿈인가요.

정원주: 숨막히는 고요함 속에 지켜봐야 하는 신들의 모임

이교빈: 예술과 다큐멘터리, 이 두 가지가 하나의 영화에서 느껴진다.




“승희에게. 날 떠나며 말했지. 신을 찾고 싶다고. 난 내가 생각하는 신을 찾기로 했어“

헤어진 연인에 대한 독백으로 시작한다. 사찰에서 천도재(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고자 치르는 불교의식)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옛 연인이 찾고자 하는 건 종교적인 신이다.



(사진출처 : 철의꿈 공식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dreamofiron)


하지만 감독은 지금 이 시대에 있는 신을 찾고자 한다. 박경근 감독이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은 곳인, 그러나 지금은 물에 잠겨 있는 울산 암각화의 고래에서 배를 연상한다. 울산에 위치해있으며 한국 산업화의 발판이 된 조선업의 대표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의 현장으로 이동한다. 조선소의 모습, 그리고 제철 과정을 카메라는 가만히 ‘철’이란 현존하는 신의 형상을 응시한다.


신을 찾아가는 이 과정에서 여느 다큐멘터리와는 상이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주로 나레이션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진행한다면, 이 영화는 독백을 사용하고, 또 독백보다는 시각적 화면의 비중이 전적으로 크다. 천도제의 모습, 바다 속의 고래,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의 조선소까지. 크게 세 가지의 이미지만 교차되고 특히 조선소의 제철과정이 아무 말 없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기에 쉽게 의도하는 바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진출처 : 철의꿈 공식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dreamofiron)


그렇게 고래의 모습과 조선소의 모습이 교차되던 중, 범선의 모양을 보고 자연스레 고래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제례의식을 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이 믿던 신, 헤어진 연인이 믿는 종교적인 신, 그리고 산업화가 만들어낸 철이라는 물질적인 신이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다. 또한 이 신들의 이미지를 아우르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1번 라장조 거인(Titan) 3악장’은 장황한 나레이션 없이도 신의 면모를 웅장하게 드러내었다.


영화의 독백 중 “암각화는 수렵채집 시대에 그려진 것이 아니다. 농경시대에 그려졌다고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전에 고래를 무서워했으나 바다를 정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서 고래를 두려움의 대상에서 숭고함의 대상으로 시선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 시대가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찾지 못한 신의 본질을 느끼게 된다. 철을 숭고하게 바라보게 된 지금의 순간이 산업의 끝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인지 감독은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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