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다이빙벨> 인디토크

영화: <다이빙벨> _감독 이상호 안해룡

일시: 2014년 10월 25일

참석: 이상호 감독, 지성 부모님

진행: 안보영 시네마달 PD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던 <다이빙벨>이 지난 목요일 개봉했다. 상영관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영 첫날부터 매진 행렬이었다.

1023일 목요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다이빙벨>의 인디토크가 있었다. 개봉 후 첫 관객과의 대화였다. 전석 매진이었고, 영화를 만든 이상호 감독과 유가족 분들이 참석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과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통곡과 감동이 시간이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는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남긴 채 다음 인디토크를 기약했다.

 


이상호 감독: 저는 뉴스하다 짤린 기자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됐는데, 팽목항에서 보니 이미 거짓말이 너무 팽배해진 상황이라 이런 인터넷 매체로는 도저히 싸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핸드폰이 MBC가 됐습니다. 하루 종일 트위터 하고 고발뉴스를 만들며 싸워봤지만 이미 엄청난 거짓말들이 세상을 장악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6개월의 시간동안 진실을 가진 분들이 매도당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어요. 유족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분들은 그저 진실만을 원하십니다. 그런데 마치 자식들을 팔아서 한 몫 챙기려하는 패륜집단 이른바 세월당으로 매도당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평일에 극장이 다 차는 경우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팽목항에 있는 동안 제 핸드폰이 MBC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여기 앉아계시는 여러분이 MBC입니다.

 

 

진행: 영화 만들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셨을 것 같아요. 여러 생각들 가운데서도 어떤 하나의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이상호 감독: 보신 것처럼 이 영화는 어떤 이념적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저 생명을 이야기하는 휴머니즘 영화예요. 그리고 거짓말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죠. 팽목항에는 엄청난 거짓말들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이 그 거짓말에 앞장서고 있다는 거예요. 절망적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는 없었어요. 팽목에는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언론은 연신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방어막을 쳐줬죠. 그 이후로 6개월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월호를 아파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빨갱이 소리를 들어요. 이런 상징이 되어 버렸죠.

저는 20년을 거짓말과 싸워온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영화라는 매체까지 주제넘게 빌려 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을 보니 다시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제가 가장 안타까운 건 정말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왜 이런 장비를 첫 날부터 투입하지 않았을까. 처음 하루 이틀 골든타임에만 투입이 되었어도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JTBC에서 손석희 아나운서가 언딘 이사와 인터뷰 할 때 그들은 사람은 구조하지 않고 선박장비만 인양한다고 했어요.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그런데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면 물러서야 하잖아요. 해경 해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 국가는 왜 있는 건지, 정말 안타깝고요. 금이야 옥이야 기른 우리 아이들 구하지 못한 어른들 책임 때문에 광화문에 나오면서도 부끄러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호 감독: 다이빙 벨은 만능이 아니죠. 사실 그렇게 좋은 장비도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겠다는 염원으로 중세 이후부터 발견해낸 기구에 불과해요. 아주 기본적인 장비잖아요. 정부가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의당 갖춰놔야 하는 상식적인 존재인 거예요. 그러나 그런 행동이 없었기 때문에 이건 국가 조직에 의한 타살이라고 저 영화는 지적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했을까요? 이 영화가 어느 한 쪽에 치우쳐 보일까봐 나레이션 없이 있는 그대로의 화면을 보여주고, 최소한의 자막을 넣었어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이었지만 조류가 거세고 시야가 좁아 구조를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구할 생각이 없었고 계획조차 없었던 겁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타살을 고발하는 영화기 때문에 그들은 두려운 겁니다.

 

비록 언론에서는 다이빙 벨이 실패했다고 보도가 되지만, 사실 쫓겨난 거 보셨잖습니까? 일부 유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새벽 1시에 강릉의 한국 폴리텍 대학에서 다이빙 벨을 빌린 후 아침 9시에 팽목항을 통해 밀반입을 하려다 걸렸죠. 그 모습이 국민 TV 카메라에 찍혔고 그 사실을 저희가 확인한 뒤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다이빙 벨이 아니었습니다. 다이빙 벨은 엉덩이까지 공기가 있어야 돼요. 그래야 체온 유지가 되고 감압효과가 생기는데, 그 다이빙 벨은 목까지 물이 차 간신히 숨만 쉴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그런 가짜 장비를 뭔지도 모르고 그냥 주문한 거예요.

 

아무리 세상이 암울하고 거짓이 판을 쳐도 정의가 있고 하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짜 다이빙 벨을 실은 배가 팽목항을 몰래 떠나려 할 때 스크루(배에 장치된 추진용 회전 날개)에 밧줄이 감겨 배가 나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밀반입 하려던 현장을 잡히게 됩니다. 그 밧줄이 억울하게 아직 눈도 채 못 감고 있는 아이들의 원혼이라고 생각해요.

 

 

관객: 그런 허위사실을 뉴스로 전한 기자와 아나운서, 그리고 원고가 있을 텐데, 그 사람들에게 왜 그런 명백한 거짓 방송을 하게 되었는지 얼굴 맞대고 물어보진 않았나요?

 

이상호 감독: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대한민국 언론의 구조적 문제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정부가 통행을 막기 때문에 기자들은 바지선 근처에 갈 수가 없어요. 그저 수 십 킬로 밖에서 대기하다가 보도자료를 주면, 보고 베끼는 거예요. 그러나 저희는 그 보도자료를 받아본 적도, 내려가서 브리핑을 받아본 적도 없어요.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게 눈엣가시였겠죠.

 

기본적으로 이번 세월호 참사가 왜 중요한지 아십니까?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남긴 마지막 영상 보셨나요? 뉴스를 진행해요. “, 지금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하늘에선 헬기소리가 납니다. 헬기 두 대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못 구하겠죠.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곧 죽겠죠? 어떡하죠? 우리는 죽기 싫은데?”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유가족 분들은 지금 가슴이 터질 지경입니다. 정상이라면 정부에서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구조할테니 협조해라이런 식이어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그래서 하나 둘 그 때부터 전화하고 인터넷 검색하면서 어떻게 구조해야하는지 요구를 하게 되죠. 그리고 정부는 그 때마다 선심 쓰듯 그 요구에 응해 와요. 그게 구조의 실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같은 문제를 언론이 막아야 함에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권력을 보위하는데 앞장섰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행: 오늘 소개시켜 드릴 분이 있어요. 아마 처음 극장 들어오셨을 때 보셨을 거예요. ‘416TV’라고 유가족 분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송이 있는데, 그곳에 팀장님으로 계시는 분입니다. 지성이 아버님과 어머님 모셔서 이야기 나눠볼게요.

 

이상호 감독: 저희가 가장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이에요. 이제 언론이 없으니 유족 분들이 진실을 밝히는 일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저는 영화 <다이빙벨>을 오백 번도 더 봤는데, 아직 힘들어요. 우리 유족 분들은 오죽하실까요. 그런데도 가장 먼저 용기 있게 영화를 봐주시고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는데 큰 힘을 주신 분입니다.

 

지성이 아버님: <다이빙벨>은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상호 기자님께는 죄송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요. 여러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놀라셨겠지만 여기 비춰진 모습은 티끌밖에 안 되기 때문에 참 개탄스러워요.

제가 지금 여기 서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희한한 일입니다. 똑같은 자식을 키우고, 세금을 내고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야근 좀 더 하는 그런 부모였거든요. 세월호 특별법을 얘기하면 많은 분들이 이제 지겹다고 그만하라고 하시죠. 제가 말씀 드릴게요. 저도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을 만큼 지겹습니다. 그래도 혹시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 말만 해주세요. <다이빙벨>보고 세월호 얘기하지 말라 하라고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성이 어머님: 다이빙 벨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 유가족들도 당시엔 속사정을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본인 사업을 알리려고 며칠 동안이나 사건 현장에서 일을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나쁜 사람이 다 있을까생각했었죠. 언론에 계속해서 속는 거예요. 제가 본 이종인씨는 신실한 사람이었어요. 정말 초라한 모습으로 오셔서 그저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얘기하셨죠.

저도 언론이 하는 말들을 다 믿어왔지만, 이렇게 큰 일을 당하고 보니 이젠 거짓말이 보여요. 우린 진실을 알고 있잖아요. 어디 하나 제대로 된 방송이 없었어요. 사실 이 문제가 비단 우리 문제만은 아니에요. 크게 보셔야 해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죽었지만 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특별법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했어요.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잡죠. 영화 <다이빙벨>로 관심들이 사그라지는 이 때에 불을 지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성이 아버님: 저는 지성이 아빠로 남은 생을 삽니다. 제가 적어도 제 새끼 졸업은 시켜서 단원고 졸업장 들고 감사 인사는 다녀야 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 특별법은요, 여러 가지 복잡한 게 아닙니다. 유가족들이 눈으로 보았던 것 말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특별법이에요. 이 빙산의 일각이 특별법의 한 조항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제 아이의 죽음에 대한 것만 말씀드려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데, 수백 명 아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냥 물에 빠져 죽은 아이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의 자녀가 살아야 할 이 나라를 위해 함께 해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진행: 아버님 말씀을 들으니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상호 감독님 이야기 듣고 대화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이상호 감독: 기자가 하는 일은 딱 하나라고 생각해요. 억울한 사람 그 억울함 풀어주는 것이요. 그러다보니 20년 동안 전 항상 억울했어요. 저는 가장 두려운 것이 유가족 분들이 고립되는 것과 폭도로 매도되는 거예요. 그래서 건방지지만 마지막 기회를 갖고자 이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 유족 분들의 주장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접하시죠? 이제 저도 끝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유가족 분들이 고립되는 것 함께 막아주세요. 영화 함께 보자고 하시고, 대화 하셔서,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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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D



[인디즈_Choice] 서른 살이 되어서야 느끼는 인생의 무게 <사랑해! 진영아>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철도 없다. 미래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 없고 누군갈 제대로 사랑해본 적도 없다. 평균, 아니 평균 이하의 삶을 사는 무늬만 시나리오 작가 김진영. 그녀는 좀비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고 생계형 학습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먹고사는 평균 이하 서른 살의 대표주자다. <사랑해! 진영아>는 우리가 꿈꾸는 서른 살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피하고 싶은 서른 살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진영은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느리지만 자신의 꿈에 다가가려 애쓰고 그것을 구체화 시키려 노력한다. 잘 나가는 동생, 치매에 걸린 엄마 사이에서도 굴하지 않고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려 한다.

 

항상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그녀가 느낀 불안함과 정체성은 진영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통해 보여진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좀비 시나리오는 그녀가 오랫동안 이상만 좇으면서 그전의 삶을 허비해 온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비로소 서른 살이 되어서야 자신의 꿈을, 그리고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영화는 말한다. 서른 살이어도 아직 꿈꿀 수 있고 충분히 자신을 돌아봐도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영화 속 진영처럼 서른 살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어도 늦지 않았다고 말이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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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났을 땐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길, 인디돌잔치 <어떤 시선> 인디토크


영화: <어떤 시선> _박정범 신아가 이상철 민용근 감독

일시: 2014년 10월 21일

참석: 이상철, 민용근 감독

진행: 박현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D







10월 인디돌잔치의 상영작으로 <어떤 시선>이 선정되었다. <어떤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자는 취지로 제작하고 있는 시선시리즈 중 하나이다.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와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 세 단편이 묶인 <어떤 시선>. 개봉 당시에도 신선한 바람을 주었던 만큼, 이날 인디돌잔치에서도 관객들의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인디돌잔치에는 이상철 감독과 민용근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진행 : 어떻게 영화를 제작하기로 제안을 받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2011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차례 시선 시리즈의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걸 알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인권에 대해 막막한 부분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배워가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민용근 감독 : 나는 다른 감독들보다 6개월 늦은 2012년 여름 즈음에 제안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감독들에게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제를 지정해줬는데, 나는 자유주제였다. 어떤 주제를 다뤄야 할까 고민하다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를 다루게 됐다.

 

 

진행 : <얼음강> 소재에 대해 좀 더 듣고 싶다. 개인의 의지나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의 사유도 있는데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 거부를 선택한 이유는? 종교적인 사안이라 민감하지는 않았을까.

 

민용근 감독 :양심적 병역 거부사안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군대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건 아닌가 한다. 사실 생각하는 바가 사람마다 다를 텐데, 군대를 가지 않겠다고 해서 꼭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조사하다 보니 한국전쟁 때부터 병역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대할 때에 병역 거부와 종교적인 편견이 함께 존재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할까봐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을 바꾸기도 했다. 민감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누군가 한 번은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행 : <봉구는 배달중>에서 노인과 아이를 대치해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노인 문제에 대해 조사하다보니 암울한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어떤 방향으로 써나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첨예한 이야기로 진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본영화 <키쿠지로의 여름>이 아이와 노인의 로드무비를 다룬 작품인데, 이 영화를 출발점으로 삼아 우화 같은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관객 : 극 중 할아버지의 이름이 봉구이고, 영화 속 음악이 뽕짝이었다. 나이 드신 분들의 취향을 젊은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서 맞춘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딸의 영상은 하나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굳이 전화를 하지 않고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는 뜻에서 또 다른 단절을 보여주고 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철 감독 : 노인들의 인터뷰를 주변 지인들을 통해 진행했는데, 실제로 미국에 자식을 보낸 독거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음악은 원래 할머니 가게에 있는 라디오에서만 나오게 하려했으나 영화 전반의 톤을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확장해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딸의 영상 메시지 장면은 많이 지적받았던 부분이다. 사실 원래 플롯은 딸이 아버지와 의절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부모의 기분을 느낀다는 설정이었다.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하기에는 아직 사이가 서먹해 영상메시지 장면을 촬영할 때도 너무 밝은 톤으로 대사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근데 촬영 당시 아이가 너무 산만하게 굴어서 아이를 통제하느라 연기 주문을 놓쳐버렸다.(웃음) 나중에 편집하면서야 알게 되었다.

 




 

진행 : 왜 할아버지가 로또를 하고 계셨는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봉구의 일상을 고민하면서 자료를 찾고 있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노년 세대가 복권을 많이 산다고 한다. 그래서 봉구의 일상에도 로또를 구매하는 장면을 넣게 되었다.

 

 

관객 :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사안에 대해 어떤 해답의 방향성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민용근 감독 : 사실 이 문제는 아직 모르는 사람도 있고,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한 반응들을 보인다.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실정법의 죄이지, 사회적으로 피해를 일으키는 범죄는 아님에도 감옥에 간다는 것에 대해 관객들이 의문점을 가지길 바랐다. 이미 외국에서도 100여 년 전부터 진행된 이야기였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방향들에 대해 관객들이 인지하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 :얼음강캐스팅을 어떻게 진행하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 속 얼음강의 장소는 어딘지 궁금하다.

 

민용근 감독 : 캐스팅을 하면서 몇 차례의 거절은 있었다. 엄마 역의 길해연 배우는 <혜화,>에서도 같이 작업했던 분이었다. 마침 아들을 군대에 보낸 시기여서 엄마 역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명이란 배우는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연기 경험이 없었는데도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성산대교 밑에서 얼어 있는 강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촬영 당일 성산대교 아래 얼음이 얼어있지 않아 급하게 촬영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우연히 국회의사당 뒤편의 강이 얼어있는 것을 보고 얼음이 녹기 전에 빠르게 촬영을 진행했었다.

 

진행 : 촬영 당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영화 속 아역 역시 연기 경험이 없던 친구였다. 실제로 극중 나이와 같은 6살이었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상당히 촬영에 잘 임해주어 고마웠다. 영화에 등장하는 37번 마을버스는 우리가 임의로 로또번호와 맞게 37로 선정을 했는데, 촬영장에 가니 실제로 그 버스가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했다.

 

민용근 감독 : 머리 깎는 장면에서 머리카락이 후두둑 떨어지길 원했는데 촬영 초반에 머리카락이 어정쩡하게 떨어져서 난감했었다. 더 작은 바리깡을 사용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늦은 시간에 미용사를 깨워 빌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입영하는 장면은 실제 입영 날에 맞춰 촬영을 진행했다. 입영 시간 전에 일찍 도착해서 다른 장면을 함께 촬영하는 등 카메라 2대로 긴박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관객 : 영화 제목이 왜 얼음강이었는지 궁금하다.

 

민용근 감독 : 처음엔 배웅이란 제목을 지었는데 너무 올드하게 느껴졌다. 내가 영감을 얻게 된 성산대교 밑 얼음강을 보며 병역 거부를 반대하는 사회의 딱딱한 벽이 얼음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본 어떤 관객이 겉은 얼음으로 딱딱하나 그 밑에 흐르는 물처럼 지금은 사회의 벽이 단단하지만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얼음 밑 강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리란 뜻인 것 같다고 말씀하더라.

 




 


진행 : 마지막으로 근황과 더불어 찾아온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상철 감독 : 현재 따뜻한 가족이야기를 구상 중에 있다. 이렇게 1년 만에 상영하는데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민용근 감독 : 1년 만에 상영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현재는 학교 다니며 작품도 만들고 시나리오도 작성하고 있다. 곧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12명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 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장애인에 대한, 노인에 대한,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시선을 다루었던 영화 <어떤 시선>. 영화 한 편이 사람들의 시선을 180도 바꿔 놓을 순 없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전환점이 되어줄 수는 있다. 영화 <어떤 시선>이 그 전환점이 되어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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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기획] 영화 외에 ‘+ α‘를 접할 수 있는 독립예술영화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전국의 430여 개의 많은 극장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선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 다양성영화를 만나고 싶어 하는 관객들은 독립예술영화관을 찾기도 한다. 특히 독립예술영화관에서는 대부분 음식물은 반입이 불가능하며, 광고 없이 정시 상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체로 상영 후 10분이 지나면 입장을 받지 않으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상영관 문을 열지 않는다. 이렇게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독립예술영화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독립예술영화관 중에서 조금은 특별한 알파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서울 이외의 영화관은 공식 홈페이지 등의 정보를 토대로 작성

 






1. 한국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인디플러스

 

 

     




서울의 여러 독립예술영화관 중 오로지 한국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여 독립영화인들과 관객이 소통하는 극장이 있다. 광화문에 위치한 인디스페이스와 신사역에 위치한 인디플러스가 바로 그 곳이다. 인디스페이스는 한국 최초로 생긴 독립영화전용관이며, 인디플러스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영화관이다.


두 영화관에서는 한국독립영화 개봉작 상영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획상영을 진행하고 있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격주 월요일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통해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대표작 상영 및 대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인디플러스에서는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인디애니씨앗터], [SIDOF 발견과 주목], [독립영화의 재발견], [인디포럼 월례비행] 등 번갈아 가며 정기상영을 진행하고 있다.




● 인디스페이스

주소 : [110-062]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11, 2F

연락처 : 02-738-0366

홈페이지 : http://indiespace.kr

관람요금 : 평일 8,000(1회차 상영 6,000) / 청소년, 경로자, 장애인 7,000


● 인디플러스

주소 : (135-811)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88(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

연락처 : 02-3447-0650

홈페이지 : http://www.indieplus.or.kr

관람요금 : 일반 7,000(조조 4,000) / 청소년 5,000/ 경로자 및 장애인 4,000

 







2. 영화도 보고, 특별한 설명도 듣고. 인천 영화공간주안

 

 

   

(사진 출처: 영화공간주안 홈페이지)




2007년 설립된 영화공간주안은 인천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관이다. 국내외 예술영화, 한국독립영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3개관과 컬쳐팩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컬쳐팩토리에서는 다양한 강연회나 전시회를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사전 대관 신청을 한다면 누구든 사용이 가능하다.

영화공간주안에서는 다른 기획전과는 다르게 조금 특별한 컨셉으로 정기상영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사이코시네마 인천]을 꼽을 수 있다. [사이코시네마 인천]은 한 달에 한 작품을 선정, 정신과 전문의와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신분석과 영화미학을 바탕으로 영화를 더 깊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평소 볼 수 없었던 단편영화나 실험영화 등을 상영하는 [인천 시네마테크],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된 장단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인천독립영화 정기상영회]도 진행되고 있다.




● 영화공간 주안


주소 : [402-835] 인천광역시 남구 미추홀대로 716 주안메인프라자 7

연락처 : 032-427-6777

홈페이지 : http://www.cinespacejuan.com

운영시간 : 화요일~일요일 13:00 22: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 일반 6,000/ 경로, 청소년, 장애우, 국가유공자 4,000

 








3.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사진 출처: 지프떼끄 홈페이지)





관광으로 많이 찾는 지역인 전주는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로도 많이 특화된 지역이기도 하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전주영화제작소 1층과 4층에 위치해 있다. 4층 자료열람실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아카이빙 작품들과 독립예술영화를 DVD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화제에서 보지 못한 작품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1층에는 영화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영상체험관과 기획전시실이 있다. 영상체험관은 크게 미디어아트를 통해 영화 제작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존, 터치스크린 방식을 통해 영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테이블, 그리고 2천여곡의 영화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주크박스로 구성되어 있다. 맞은편에 있는 기획전시실에서는 영화제 및 영상문화와 연계될 수 있는 예술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전시회를 일정 기간별로 진행하고 있다.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객사322

연락처 : 063-231-3377

홈페이지 : http://theque.jiff.or.kr

운영시간 : 영화관은 상영시간표 참고 / 자료열람실 10:30 19:3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 영화관 일반 5,000(후원회원 4,000) / 

                자료열람실 이용료 1,000(지프 서포터즈 회원 및 지프떼끄 후원회원은 무료로 이용)

 









4. 관객이 소통을 만들어가는 곳. 대구동성아트홀


 

 

(사진 출처: 대구동성아트홀 홈페이지)





대구동성아트홀은 204석의 단관 영화관이다. 이 영화관의 큰 특징으로 관객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대구동성아트홀에 애정을 가진 관객들이 모였다고 해서 영화관 홈페이지 이름이 동성홀릭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모여있다. 동성아트홀에서는 영화소모임을 홈페이지에 따로 게시판을 만들어 커뮤니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20대의 청춘들이 모여 매달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모임도 있고, 시나리오 작성해보고 영화도 만들어보는 모임 등 다양한 영화소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동성아트홀에서는 찾아오는 관객들을 위해 매달 정기모임을 공지하여 현재 상영작을 보고 관객들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만들어주고 있다.



● 대구동성아트홀


주소 : [700-091]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69

연락처 : 053-425-2845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dartholic.cafe

관람요금 : 일반 7,000/ 단체(10인 이상), 정회원 6,000/ 단체(30인 이상), 특별회원 5,000

 








※ 이외에도 다른 지역에도 독립예술영화관이 존재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정한 독립예술전용 영화관들은 아래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독립예술영화관이 전국적으로는 많지 않긴 하지만, 단순히 영화만 보고 나오는 멀티플렉스와는 달리 아늑한 공간에서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더 느끼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기획전이나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장소인 만큼, 다양성영화를 즐겨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자주 독립예술영화관을 찾아 많은 정보도 얻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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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D



[인디즈_Choice]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아무리 속삭여도 닿을 수 없는 우리들, <회오리바람>



장건재 감독이 올해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9년 장편 데뷔작인 <회오리바람>2012<잠 못 드는 밤>으로 여러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일찍이 주목받아온 감독이다. 2년만의 차기작이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2015년 개봉할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기다리며 그의 전작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던 <회오리바람>을 보았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서준영은 <회오리바람>의 주인공으로 2009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했다.

 

<회오리바람>은 고등학생 커플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른 청춘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잠깐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태훈미정은 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할 수가 없다. 100일 기념으로 떠났던 여행 겸 며칠간의 외박은 고스란히 폭언과 폭력으로 돌아왔다. ‘태훈미정은 끝없는 사랑의 방해공작들 속에서 끊임없이 도피처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도피처마저도 모두 빼앗겨 버리고 만다.

 

쉽게 굴복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누구보다 아름답고 순수하게 사랑했지만 그들로선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서로가 전부였던 따뜻한 나날들은 어른들의 시선,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억압적인 한계들로 전부 차게 식어버렸다. 그렇게라도 깨끗하게 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헤매고 도망쳐도 자꾸만 함께 갔던 바다가 눈에 아른 거리는걸 어쩌면 좋을까.

 

결국 지키지 못해 떠도는 말은 멀어져가고 그렇게 추억도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간다. 자신들의 힘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들 씁쓸하게 자신의 십대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모든 걸 빼앗겨버리고도 서로의 기억에서 맴도는 그들을 너무나도 감각적으로 그려낸 영화, <회오리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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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사는 것, <순천>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가치


영화: <순천>_ 감독 이홍기

일시: 2014년 10월 9일

참석: 이홍기 감독

진행: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지난 9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 <순천>의 인디토크가 있었다. <순천>은 변화무쌍하고 아름다운 순천만과 더불어 흘러가는 삶을 다룬 영화이다.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관객과 감독이 마음으로 소통했음이 느껴졌다. 관객은 영화를, 감독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러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 한분 한분을 마음에 소중히 담아간 시간이었다.

 

 

진행: 진행하는 저는 고영재라고 하고요.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일을 두루두루 하고 있습니다. 먼저 감독님 요즘 개봉하고 어떠신지요?

 

이홍기 감독: 엄청난 기대와 함께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입니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여기까지였나하는 생각에 힘이 조금 빠지기도 하네요.(웃음)

 

관객: 감독님 집이 순천이신가요?

감독: 아니요. 서울입니다(웃음).

관객: 영화를 보면서, 정말 순천이 이렇게 예뻤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진행: 혹시 지금 질문하신 분은 고향이 어디세요?

관객: 부산입니다(웃음).

 

감독: 처음에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힘을 잠시 잃었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고요. 이렇게 몇 분 안 되는 분들을 위해 만드는 겁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다큐멘터리 사랑해주세요.

 






관객: 저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학생이고요. 제가 듣는 수업의 교수님께서 이 영화가 정말 좋다고 하셔서 보러오게 됐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다른 영화와 달리 계획은 있지만 끝을 모르는 거잖아요.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싶다고 하셨는데 나오시는 분들의 이야기 면에서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답으로 가셨는지 궁금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결말들이 있었을 텐데 만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순천은 제가 지금까지 다니면서 본 공간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그런 공간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에 꼭 그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고요. 인물을 중심으로 찍는 것이 그동안의 방식이었고 그런 인물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엔 공간을 먼저 잡게 되어 그 안에서 인물을 잡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할머니 보셨죠? 뚝심도 대단하시고, 배 타고 나가시는걸 보면 의지하고 싶어지는 마음같은 것을 느꼈어요. 누가 그런 사람에게 관심을 갖겠어요. 그분에게서 어떤 힘을 느꼈고 오랜 시간 관찰하다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찍기까지는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어요. 러브스토리가 배경이고,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또 자연이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들 등등.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고 논리를 찾아내면서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진행: 연관 되는 건데, 촬영을 그만 해야겠다고 느꼈던 계기가 있나요. 1년 찍을 수도 있고 3년 찍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감독: 큰 사건이 별로 없었어요. 밋밋하더라도 1년을 들여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다 보니 1년이 되어갈 때 쯤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그 후에 또 6개월이고 1년이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도저히 할머니한테 카메라를 들이밀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접었습니다.

 






관객: 이 영화에서 좋았던 부분이 보통 다큐멘터리는 인물이나 자연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이 영화는 두 가지를 잘 버무려서 만들어진 점이었어요. 사실 이 두 가지가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영화에서 이 두 가지를 보여주면서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한마디로 삶입니다. 갈 행(). 그걸 삶이라고 봤어요. 어떤 삶인가하면, 자연에 따른 삶.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하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고, 그게 딱 주인공의 공간과 맞아떨어졌어요.

자연의 삶이란, 새에게 언제 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정확한 시기에 감으로 날아오고 그곳에서 새끼를 낳고 휴식을 취한 뒤 또 어딘가로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도시에서는 시계를 가지고 살아가죠. 저는 이걸 남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럼 우리가 버렸던 삶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어요.

할머니가 그러셔요. 몇 시에 나가시냐고 물으면 글쎄 열한시쯤 될까? 열두시 쯤 될까?”하세요. 처음엔 시골사람이라 시간 개념이 없으시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감각적으로 아시더라고요. 깜짝 놀란 건 50가구가 있는데 그 시간대가 되면 약속한 듯이 한 번에 다 나오시는 거예요. 정말 놀랐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의 삶은 어떤가. 제가 거기서 느꼈던 것들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관객: 저분들은 배우가 아니라 그냥 자연 그대로의 분들이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은 조금 힘드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감독: 자연에게 위장하고 연기하라고 할 수 없잖아요. 자연을 찍듯이 똑같이 사람을 대했고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생활에 들어가지 않으려 애를 썼어요. 그 점이 조금 힘들었어요. 아예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잊으며 찍었어요. 카메라도 단 한 대로 끝까지 전체를 찍었어요.

어떻게 그런 연기가 가능하겠습니까.

 

진행: 할머니를 전 한번 뵀는데, 굉장히 쑥스러워 하시더라고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걸 쑥스러워 하시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께서 카메라를 의식하시지 않도록 촬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동하셨구나생각했어요.

 

관객: 감독님이 처음에 들어오셔서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데요. 기대를 많이 가지고 오셨는데 관객 분들이 조금 적어서 마음이 그렇다는 말씀을 듣고서, 감독님께서 작업을 하시면서 기대하셨던 게 단순히 관객 수나 명성 같은 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감독님이 기대했던 건 무엇이셨는지 궁금하고, 작업마치고 감독님이 얻으신 게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삶에 대한 가치를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면 감독으로서는 더 바랄게 없죠. 사실 그런 기대도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어요. 기대치라는 게 수의개념을 두고서 판단하는 건 아니고, 아까 제 말은 애교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지만 적은 분들과의 소통 기회가 굉장히 소중해요. 여러분들과 같은 소수의 관객들이 저희가 지탱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정말 감독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분들도 또 하나의 인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관객: 할머니도 이걸 보셨고 순천에 사시는 분들도 이걸 보셨을 것 같은데, 어떤 얘기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할머니는 딱 한마디 하셨어요. “아따 내가 너무 추잡스럽게 나왔구마잉~”(웃음)

순천에서 시사회 할 때는 극장이 거의 꽉 찼었는데, 그때는 부끄러워하셨어요. 그런데 관객 분들이 전부 용기를 주셨어요. “너무 예쁘게 나오셨다.”, “삶의 위안을 받아서 나도 할머니처럼 더 힘 있게 아이들을 키워야겠다.” 이런 얘기를 들으시더니 나중에는 할머니 생각처럼 이상하게 보이지 않다는 것을 아시고 저한테 차려주시는 밥상이 달라지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주변 분들은 다들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전엔 작품 잘 봤다고 말씀하시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진행:순천이 함의하는 바가 사실 느리게 사는 것이거든요. 저희도 느릴지언정 끝까지 한 분 한 분 관객 분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끝까지 남아주신 여러분들 정말 소중합니다. 감사합니다.

 

감독: 꼭 나중에라도 어떤 곳이라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아는척 해주세요. 저도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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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진영 님의 글입니다 :D




영화프로그래머, 영화제를 좋아하고 꿈꾸는 이들에게는 가슴이 설레는 단어다. 그만큼 멋지기도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기도 하다. 대체 영화프로그래머란 무엇일까, 고민이 깊어가던 즈음, 인천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 주안」에서 ‘인천 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영화프로그래머란 무엇인지, 그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필자가 참석해 얻은 정보를 여러분과 나눌까 한다.




▲ 「영화공간 주안」에서 개최한 ‘인천 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 포스터와 일정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은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지 않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프로그래머라는 말은 생소할 것이다. 프로그래머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프로그래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 영화를 선별하는 것은 영화제 성격을 결정짓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프로그래머 [programmer] (영화사전, 2004.9.30, propaganda)


프로그래머와 자주 연관되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영화제이다. 우리나라의 굵직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을 검색하면 프로그래머라는 말이 많이 눈에 띈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영화제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뚜렷한 색깔’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멀리 영화제에 찾아간다. 영화제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짓는 사람,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하는 사람.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래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실제로 영화제를 준비하기 위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이 워크숍을 수료하고 나면 「영화공간 주안」의 객원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영화제를 기획하기 위한 지식들도 배웠다. 영화프로그래머란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다. 영화제를 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프로그래머가 갖추고 있어야 할 능력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영화를 몇 가지 골라 상영하는 것이 영화제라고 생각했는가. 그것은 가까운 지인끼리 모여서 하는 파티에 가깝다. 실제 영화제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영화제를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이제 각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 영화관(영사 시설)


- 영화관 확보하기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할 부분이다. 영화관을 대여할 수도 있고, 학교 등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할 수도 있다. 또, 야외에서 상영할 수도 있다. 만약 영화관을 대여하기로 했다고 하자. 영화관마다 가격 책정 방식은 다 다르지만, 일부 사례를 들면, 한 편의 영화를 틀 때 “1인당 티켓값 × 좌석 수”  정도의 대여료를 지불한다. 그러니까 200석 정도의 영화관을 빌려 1편의 영화를 튼다면, 당신이 지불해야 할 금액은 대략 200만원이다.(주말 기준, 1인당 10,000원의 표 값으로 계산했을 때) 보통 영화를 1편만 틀지는 않으니, 영화제는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작은 영화제를 기획한다면 방법은 있다. 시나 영상위원회 등에서 하는 작은 영화제 지원사업을 알아보는 것이다. 시청 등 관련기관들의 지원사업을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원사업은 철저한 기획을 바탕으로 많은 준비를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학교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학교 내부에는 프로젝터와 스피커 등이 갖춰져 있어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곳들이 있고 학생이라면 대부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요즘은 대학교 축제에서 작은 영화제를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 소방법 체크하기


영화관을 빌렸다면 이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이미 법을 지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야외 상영을 기획하고 있다면, 이 문제를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야외 상영시 소방서 및 경찰서에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곤란해지지 않을 수 있다. 깜깜한 밤에 누가 올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야외 상영의 경우, 이런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어떤 행사를 몇 시에 진행할 것인지 관련기관에 고지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 리허설


‘정동진 독립영화제’처럼 낭만적인 야외 상영을 기획할 수도 있다. 야외 상영을 하려면 영사 시설이 필요하다. 요즘은 프로젝터의 성능이 워낙 좋아서 엄청난 규모의 상영이 아니라면, 화질에 대한 부분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사운드’이다. 최소한 앞에 2개, 뒤에 2개의 스피커를 설치해야 영화를 볼 정도가 된다. 스피커들을 조절할 오디오 믹서기도 필요하다. 프로젝터를 대여했다면, 픽셀이 나가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실전처럼 틀어봐야 한다. 중간 중간만 틀어보거나, 완벽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야외 상영뿐 아니라 실내 상영시에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에 프로젝터를 연결해 상영하는 경우,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MAC이 가장 좋긴 하지만 다른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불필요한 파일들을 지우고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는 화질이 매우 높고 파일의 크기도 크기 때문에 컴퓨터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다른 영사 시설을 사용할 수도 있다.)




▲ 야외 상영 영화제의 대표적인 사례인 ‘제16회 정동진 독립영화제’ 포스터 

(출처 - ‘정동진 독립영화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iff.indie)




2. 영화(저작권) - 배급사에 연락하기


상영할 수 있는 곳을 확보했다면, 이제 영화를 준비할 차례다. 그냥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파일을 상영한다면 불법이다. 저작권법에 맞게 영화를 확보해야 한다. 영화를 틀기 위해서는 배급사에 회당 상영료를 지불해야 한다. 영화마다 이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오래된 영화나 희귀한 영화, 가치가 높은 영화의 경우 몇백만 원까지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배급사에 연락해 가격을 지불하고 상영본을 받으면 된다. 이때 상영본에 문제가 없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적어도 영화제 2일 전에는 확인을 해야 다시 받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3. 홍보(타겟 설정)


앞의 두 가지가 형식적인 부분에 관한 것이라면, 홍보는 영화제의 색깔과 관한 것이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즉 영화제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영화프로그래머가 하는 일 중에 가장 멋진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프로그래머를 ‘영화제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타겟을 설정할 것인지, 그들에게 어떤 영화를 상영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영화제를 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가장 간단한 기획의 경우, 특정 감독의 영화를 묶어 감독전을 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목적에 맞게 묶어야 프로그램이 되고 영화제가 된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몇 개 고르는 것은 영화제가 되지 못한다. 

영화제의 목적과 타겟이 분명하게 정해졌다면, 이제 목적에 맞는 관객과의 대화 등 간담회나 토론회를 기획한다.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고 끝나는 영화제는 허무하다.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꼭 갖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영화제를 하고 난 후에는 결과물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두는 것이 좋다. 결과물을 배포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일적 네트워크로 연결되기도 한다.



▲ 타겟이 분명한 영화제들. 왼쪽부터 ‘서울노인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출처 - 각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http://sisff.seoulnoin.or.kr/, http://www.hrffseoul.org/, http://www.wffis.or.kr/)







이 부분은 영화제의 성격, 방향성과 관련된 부분이라 무척 중요하다. 성공적인 영화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화제의 목적을 분명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은 타겟이 누구인가, 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전 프로그래머 손희정 박사의 특강 내용에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전 프로그래머였던 손희정(중앙대 영화학 박사)의 특강



영화는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기획한 영화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담론을 형성하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화제는 공론장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한국퀴어영화제’ 등 많은 관객수를 확보하고 있는 영화제들은 그 목적이 분명하다. 이렇듯 스크린을 통해 담론화된 영화제의 메시지들은 사회에 인식 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고민의 결과로 관객과의 대화 등 많은 부대행사들이 기획된다. 좋은 영화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많은 영화제에 참여하고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 프로그램 기획하기


특정 기준으로 영화를 묶을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 감독으로 묶을 수도 있고,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시아영화의 창’처럼 지역으로 묶을 수도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처럼 주제로 묶을 수도 있다. 어떤 기획을 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영화제의 분명한 목적과 타겟이다. 더불어 영화에 대한 넓은 식견과 다양한 시각을 갖추고 있으면 좋다.


- 그 특별전은 왜 취소되었을까


얼마 전 있었던 제 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2014.08.25 ~ 2014.08.31)에서 조금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영화인들이 EIDF를 보이콧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제는 EIDF의 프로그램에서 비롯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후원을 받아 기획된 이스라엘 특별전과 관련 포럼이었다. 7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전세계적인 비난이 거세지던 때였다. 한 달여 만에 사망자가 1900명을 넘어섰고,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테러리스트를 낳지 못하게 팔레스타인 엄마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말을 이스라엘 국회의원이 했고, 그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것은 무차별한 학살이었다. 결국 EIDF는 관련 프로그램들을 모두 취소했다. 개막 한 달 전의 일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영화제와 사회적 맥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는 사회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으며 가치중립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영화제를 기획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일은 그 영화제가 개최되는 시간과 공간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문화적인 맥락들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에게 요구되는 무척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바로 그런 맥락들을 이해하려는 태도이며, 그런 맥락들을 읽어내는 눈이다. 






현재 한국에는 90여 개의 영화제가 있다. 그 영화제의 중심에는 프로그래머가 있다. 막연하게만 알던 그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엄청난 영화제가 아니어도 차근차근 작은 영화제들을 기획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재미있고 행복하다면, 영화제의 크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아니어도 시민 프로그래머가 기획하는 영화제도 있다. 「영화의문」(http://www.cinedq.com/), 「늘씨네」(https://www.facebook.com/neulcine)에서는 공동체 상영을 통해 영화제를 한다. 그들은 직접 시민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고 있고, 그들이 영화제를 기획한다. 영화제는 영화를 함께 보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인만큼 재미있고 새로운 영화제들을 기대해본다. 



▲ 「영화공간 주안」의 ‘인천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 현장 사진



※ ‘인천영화프로그래머 양성워크숍’ 관련 사진은 「영화공간 주안」에서 제공받아 사용되었습니다. 사진의 저작권은 「영화공간 주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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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D



[인디즈_Choice] <파수꾼> : 미성숙한 소년들의 소통을 그린 성숙한 영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번쯤은 가고 싶어 하는 필수코스이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윤성현 감독의 첫 장편 <파수꾼>(2010)이 있다.

 

<파수꾼>은 고등학교 친구인 기태(이제훈)와 동윤(서준영), 희준(박정민)의 미성숙한 감정과 소통이 낳은 비극을 다루고 있다. 기태의 아버지(조성하)는 기태가 죽기 전 마지막 순간을 알기 위해 주변인을 추적하고 그런 과정 중에서의 증언들과 회상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에서 가장 도드라졌던 건 바로 소통이었다. 기태는 관심과 주목에 대한 과한 집착 때문에 자기 인생에 오로지 있던 친구들을 잃게 된다. 사실 희준이가 좋아하는 여자가 기태에게 고백을 하면서 희준이 질투심을 시작으로 기태와 틀어지게 되지만, 서로가 한 번이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면 희준이 기태를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동윤에게 한 행동도 같은 경우였다. 서로 소통하려는 용기만 있었다면, 희준과 동윤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널 친구로 생각해본 적 한 번도 없어라는 극단적인 말을 기태에게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도 소통에 미성숙했던 그들은 서로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였다.

 

청소년들이라면 겪는 성장의 아픔을 다룬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파수꾼>의 경우, 사실 돌이켜보면 그렇게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툴렀던 표현방식과 폭력의 악순환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관심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남에 대한 질투심, 그리고 서투른 소통 대신 사용한 침묵으로 끔찍한 성장통을 겪어야만 했던 소년들의 이야기가 돋보이던 영화가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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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도 새도 사람도 그렇게 살아가는 곳. <순천>(順天) 리뷰


영화: <순천>

감독: 이홍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진영 님의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 줄 관람평

윤정희: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배우다.

김은혜: 강하고도 여리던 여장부의 모습은 순천만과 닮았어라.

이윤상: 그곳에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찬 한사람 한사람들의 인생이 숨쉬고 있다.

윤진영: 새도 사람도 그렇게 사는 거라고. 인생이란 그렇게 사는 거라고. 




순천順天, 따를 순에 하늘 천. 하늘에 따른다는 뜻이다. 자연의 섭리가 가득한 곳, 그곳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순천>이다. 순천이라고 하면 순천만의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너른 갯벌과 바다가 떠오른다. 국내 여행으로 손꼽히는 여행지이면서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와 정원박람회로도 알려진 곳이다. 이홍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순천>에서는 이런 화려한 모습을 걷어낸 민낯의 순천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하늘에 따르는 삶,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우리는 항공 촬영을 통해 찍은 아름다운 순천의 풍경을 보게 된다. 그리고 순천에 서식하는 새와 갯벌의 각종 생물들도 보게 된다. 바로 이어 나오는 끼익끼익 노 젓는 소리와 한 명의 여성. 칠순의 윤우숙 할머니이다. 대장부도 하기 힘든 뱃일을 50년 가까이 해 온 그녀의 모습이 깜깜한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와 그 안에 작은 배 하나.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고되고 무서웠을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남편은 무뚝뚝하고 뱃일에는 관심도 없지만 그녀는 그가 그저 건강하게 오래 살기만을 바란다.

<순천>은 조금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서사적인 전개를 이루고 있는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와 순천의 자연 풍경이 교차되어 펼쳐진다. 아마도 감독은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 또한 넓은 범위에서 보면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편집했을 것이다. 할머니의 인생은 순천의 자연과 어우러져 단순히 인생 이야기만 보여줄 때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그렇게 윤우숙 할머니의 일은 우리 모두의 삶으로 보편화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태도인 것 같다.







술 좋아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이렇게 가버릴 줄 알았으면 잔소리하지 말고 좋아하던 술 마음껏 먹게 놔둘걸.” 이라던 할머니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영화 <순천>의 영어 제목은 ‘Splendid but Sad Days’이다. 직역하면 ‘정말 좋지만 슬픈 날들’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은 늘 정말 좋지만 정작 그것을 잃고 나서야 느끼는 것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새들도, 게들도, 물고기들도, 마을 사람들도 지금 가장 빛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빛나는 그리고 가장 슬픈 헤어짐의 순간은 순천의 노을과도 닮았다.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윤우숙 할머니도 노을과 닮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노을의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나중에서야 노을을 보여준다. 영화 전체의 구성도 이야기와 상응한다. 그렇게 순천은 자연을 따르고, 영화도 그를 따른다. 그래서 64분의 짧다면 짧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없이 마음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또, 이 영화를 이끄는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힘든 삶을 살면서도 과장하거나 유난스럽지 않고 묵묵히 그렇게 또 바다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그래서 존경스럽다. 새나 사람이나 그렇게 산다고, 인생이란 그렇게 사는 거라고 조용히 보여주고 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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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또 만날 것 같은 여운이 남는 영화 <러시안 소설> 인디돌잔치

영화: <러시안 소설>_감독 신연식

일시: 2014년 9월 30일

참석: 신연식 감독, 배우 경성환 이재혜 이경미

진행: 맹수진 영화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정희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영화를 만나게 된다면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고 배우들의 대사와 나레이션을 통해 많은 해석이 가능한 영화 <러시안 소설>의 인디돌잔치가 9월의 마지막 날에 진행되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일생과 27년 후 다시 깨어난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자신의 소설이 원작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27년 전 기억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의 몰입도 높은 한 편의 소설 같은 영화 <러시안 소설>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시간이었다.



맹수진 평론가(이하 맹) : <러시안 소설>은 배우들이 연기하기 참 어려운 캐릭터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고 연기를 할 때 어땠나.

 

경성환(이하 경) :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쓸 때 실제 이름을 시나리오에서 사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다. 처음엔 내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니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그때 당시 연기 경험이 없어서 해석한대로 연기하기도 바쁜 시간이었다.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재혜(이하 이) : 영화 스터디를 하면서 감독님을 소개받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실제 내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영화 속 캐릭터와 내 모습이 분간이 안 돼서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재혜라는 캐릭터가 참 좋은 여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경미(이하 경) : 처음엔 나와 성격이 너무 다른 것 같아서 대본을 보고 감독님이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을 하신 건가 싶었다(웃음). 하지만 감독님을 믿고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매력 있는 캐릭터라는 느낌도 들었고 영화에서 경미가 갖춘 능력이 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극 중 신효를 무시하면서도 이성이니까 끌리는 부분을 보면 조금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웃음).

 

: <페어 러브>라는 작품을 하고 나서 억대의 빚이 생겼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 영화를 관두려고 맘먹고 평소 가르치던 학생들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찍고 끝낼 생각이었다. <러시안 소설>은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에겐 수업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공부를 같이 도와주고 자주 본 친구들이라 이들의 성격이 시나리오에 어느 정도 녹아 있다.

 




 


관객 : 영화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 느낌이다. 1부는 긴장감 있는 느낌으로 몰입도가 강했고 27년 동안 잠들어있던 신효가 깨어나면서 2부가 새로 시작되는 것 같은데, 2부에서는 긴장감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 1부와 2부로 나뉘게끔 영화를 만든 건 사실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던 터라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물론 1부와 2부를 나눈다는 의미는 개인에게 어떤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또 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1부에서 신효는 실제로 죽기 때문에 2부에서부터는 소설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준 걸 수도 있다. 처음 봐선 모르는데 두 번째부터 보게 된다면 알 것이다. 영화 안에 작게나마 장치를 해두었다. 일부러 다르게 찍은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서 신효와 성환은 내 분신 같은 느낌이다. 나의 콤플렉스를 둘이서 각각 나눠가지고 있다.

 

 

관객 : 27년 만에 깨어났을 때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다면 내 글을 보고 싶었을 것 같은데, 왜 글을 확인하지 않나.

 

: 굉장히 많이 받는 질문이다. 실제로 나는 시나리오도 초고만 쓰고 절대 수정하지 않고 영화도 만들고 난 뒤 절대 보지 않는 편이다. 물론 보는 감독도 있겠지만 나는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질문을 받을 때면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웃음). 이건 여담인데 얼마 전 멕시코 영화제를 다녀왔다. 무대 인사를 하기 전 시간이 좀 남아서 예전에 잠시 살던 곳을 다녀왔다. 근데 놀라운 건 오랜 세월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다 그대로더라. 아마 신효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27년을 잠들어 있었더라도 깨어나면 그것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사도 하고 소설을 읽기도 하고 나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세 가지가 전부 섞인 느낌인데 관객은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내 삶을 돌아보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영화는 뭘까라는 생각으로 다시는 못할 시도를 다 해보려고 만든 영화였다. 원래는 대사 없이 전부 나레이션으로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너무 모험일 것 같아서 대사를 넣게 된 거다(웃음). 후반부로 갈수록 나레이션도 줄이고 조금씩 바꿔나갔다. 실제로 관객들이 복잡하고 모호하게 느끼도록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하나를 나눠서 분석하듯 생각하기보다는 대사든 나레이션이든 전체 다 하나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저들이 말하는 나레이션이나 소설 일부분이 한 소설의 내용일 수도 있고 여러 소설의 내용일 수도 있다.

 

 





: 성환의 캐릭터는 영화 속 주인공 중에 제일 어려운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 계획을 세울 만큼 여유가 있진 않았다. 그냥 닥치는 대로 해결하기도 급급했기 때문이다(웃음). 실제로 영화 속 성환과 나는 닮은 데가 많았다. 배우를 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배우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내 모습을 연기하려고 하니 막상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 영화에 등장하는 김기진이라는 작가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존재로 보인다. 우연제라는 독특한 공간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

 

: 신효는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다. 잘 배우지 못해 유명해지지 못했고 그들의 재능이 부럽기도 하다. 우연제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우연제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작가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고 실제로 몇몇 소설가들도 이런 공간을 만들거나 우연제같은 곳에서 글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종종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와서 봐달라고 한다. 김기진 작가가 신효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확답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 또 고쳐주지 않는다. 실제로 김기진 같은 분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관객 : 오늘 처음 영화를 봤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영화에서 물고기를 찾는 낚시꾼의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신효를 보면 중요한 것은 눈앞에서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의미인가.

 

: 처음 영화에 나오는 말은 괴테가 아들에게 한 말이다. 실제로 내가 만드는 영화는 얕게나마 혹은 깊게 크리스천의 마음이 묻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간 크리스천 내용을 다루는 영화를 찍고 싶기도 하다. 어제 잡다가 놓친 물고기 때문에 지금 잡아야 했던 많은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길 바랐다.

 

 

: 왜 하필이면 27년 후에 신효가 깨어나는가. 27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 특별한 의미는 없다. 원래 다루려 했던 내용은 신효가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자신이 유명해져 있는 얘기를 다루려고 했다. 그런데 배우가 정해지고 나서 영화를 찍다 보니 시나리오가 수정이 된 거다. 그래서 27년 후로 설정되었다.

 

 

: 신연식 감독님은 본인 영화에 무조건 나온다. 혹시 연기에 욕심이 있는 건가(웃음).

 

: 절대 아니다(웃음). 이젠 안 하려 한다(웃음). 항상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출연했다. 작은 역할이니 배우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것보단 내가 직접 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해서 하게 되었다. 항상 상황에 맞물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들이다. 곧 개봉하는 <조류인간>에서도 나오긴 하는데, 이젠 정말 안 하려 한다.

 

 

: 성환이 신효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어땠나.

 

: 영화의 제일 마지막 장면이었다. 이것만 찍으면 영화가 끝나는데, 뺨을 때리는 장면이라 긴장했었다. 영화가 끝나고 파티를 할 예정이라 촬영을 하는 카페에 지인들이 와있는 상태였다. 지인들이 다 지켜보는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는데, 신효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한 번에 가려고 차지게 때렸다(웃음).

 

 

: 영화의 톤이 인상적이다. 세피아 톤에서 점점 흑백으로 가기도 하고.

 

: 원래는 완전 흑백이었다. 근데 흑백으로 보여주기엔 배경이 예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세피아 톤으로 가고 완전히 흑백이 되었다가 다시 컬러가 되는 설정으로 진행했다.

 

 

: 감독님과 배우 분들의 마지막 소감을 부탁한다. 또 앞으로 일정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린다.

 

: <조류인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 분들에게 감사하다. 27년 뒤 다시 오늘 오신 분들과 <러시안 소설>을 보고 싶다. 조만간 현대 예술인 인물사를 주제로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특별한 프로젝트로 <조류인간> 이후에 또 관객 분들을 찾아뵐 것 같다.

 

경 : 연극 공연 연습 중이다. 117일부터 1116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쁠 것 같다.

 

: 단편영화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아직 졸업하지 못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오늘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웠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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