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와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로 수식되며 <워낭소리>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될 때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자본의 규모로 볼 때 둘의 비교는 정당하지 않다. 필요한 질문. 오늘날 독립영화는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독립영화는 개별적인 시간을 축적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시간차를 두고 동일한 장르나 창작자의 작품을 함께 살펴본다면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이 되지 않을까? 독립영화의 어제와 오늘, 이 기획은 그렇게 시작됐다.

 

 

 

각자의 발걸음이 모여 하나의 길을 만들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2002) & <생각보다 맑은>(2015)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는 그동안 내면의 성찰과 철학적 고민을 담아낸 본인의 단편들의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확대하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그간 하청 업체처럼 찍어내기만 하던 제작 시스템 속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제26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장편부문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생각보다 맑은> 역시 신예 한지원 감독 특유의 감성과 그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모든 이들의 꿈과 현실, 사랑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단편 <코피루왁>(2010)과 <학교 가는 길>(2013)과 더불어 본인의 또다른 단편들을 엮어 옴니버스로 구성한 작품이다. 

<마리이야기>의 경우 이병헌, 안성기 등 톱스타들의 더빙 및 유명 가수들의 OST 참여로 외부의 지원을 많이 받았었다. 반면 <생각보다 맑은>은 전문 성우와 감독 본인이 직접 더빙에 참여하였다. 연예인들의 더빙 참여가 있어야 그나마 홍보가 되던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이, 이제는 작품성 하나로 다른 영화들과 나란히 경쟁하게 되었다.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 같다.

 

 

 

이창재 감독이 다큐로 현실을 포착하는 방식

<사이에서>(2006) & <목숨>(2014)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매번 특별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포착했다. <사이에서>는 무당 이해경의 삶, 그 자체를 조명했다. 무당은 삶의 한 방식일 뿐이었고, 카메라는 그 방식을 살아가는 이해경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목숨>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다만 전작들과 다른 점은 그 대상이 무당이나 비구니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목숨>을 2014년 한국영화 베스트로 꼽으며 “평범한 사람도 위엄있게 끝맺을 수 있다는 위안”이라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담을 가치가 있는 대상을 찍었던 감독의 카메라는 이제 다큐멘터리로 담을 수 있는 것을 찍기 시작했다. <목숨>은 이창재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영화이다.

 

 

 

편견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당당하게

<이반검열>(2005) & <종로의 기적>(2010)

 



사회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때문에 동성애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영상집단 움’의 이영 감독이 연출한 <이반검열>을 들 수 있다. 레즈비언인 것이 노출된 10대 학생이 ‘이반’으로 찍혀 학교 안팎에서 겪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LGBT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이반검열>은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반면 이혁상 감독의 <종로의 기적>은 게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게이들이 모이는 종로 낙원동을 배경으로 영화감독, 인권활동가, 요리사, 사무직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과 성격을 가진 네 명의 삶을 깊이 있게 따라 갔다. 동성애에 유독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종로의 기적>은 동성애에 대한 시선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든 하나의 기적과도 같았다.

퀴어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상영하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어딘가에선 <이반검열>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이 둘의 간격을 좁혀나가야 하는 과제는 아직 현재진행중이다.

 


 

영화는 현실과 어떻게 싸우는가

<파업전야>(1990) & <카트>(2014)



<파업전야>는 당시, 상영을 하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정부측의 발표에 이어 영화의 상영 장소인 대학교에 당국이 상영을 막기 위해 사복경찰 12개 중대와 경찰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전설로 남은 작품이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결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노동자의 삶과 내면을 보여준 이 작품은 탄압을 뚫고 수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독립영화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확실히 알렸다.

<카트>는 <파업전야>의 2014년 응답처럼 보인다.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몽주의도 그대로이고, ‘선희’와 ‘혜미’의 내적 갈등도 <파업전야>의 ‘한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적인 맥락의 차이는 있다. 스타 캐스팅으로 대중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대자본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역설, <카트>는 영화가 현실과 어떻게 싸우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여덟 편의 영화를 네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우리는 독립영화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가는 모습과 그럼에도 지키고자 하는 고유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짧은 글이 질문의 답이 될 수는 없다. 질문은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관객 각자에게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의 오늘을 함께 만드는 것은 결국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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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D


인디플러그 <소녀>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z3Gt5v




소문의 세계로부터의 도피, <소녀>



자신의 말실수로 친구가 죽음을 선택하면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윤수(김시후)는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된다. 낯선 마을에서 윤수는 스케이트 타는 소녀 해원(김윤혜)을 보게 되고,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빠져든다. 하지만 소녀는 이상한 소문들 때문에 이미 따돌림의 대상이고,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의심까지 더해지게 된다. 윤수는 해원을 믿고 싶지만 점차 의심하게 되고, 경찰 조사를 받은 해원이 풀려나는 날 밤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소녀>는 분절적인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질서의 대비는 이 세계가 균열을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빛과 어둠, 하얀 눈과 붉은 색의 피, 침묵과 소문이라는 극단의 요소는 매번 부딪치며 균열을 가시화한다. 영화의 미장센은 이 균열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이미지의 파동이다. 소년과 소녀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관계는 균열을 내포하고 있기에 파국의 운명을 안고 있다.


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눈에 보이는 폭력은 쉬운 폭력이고 노골적으로 나쁜 짓이다. 하지만 말은 사소하게 여긴다. 어떤 물리적 폭력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주제를 밝힌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말이 또 다른 말을 낳으며 번져가는 소문의 폭력성에 주목한다. 소문의 세계는 거짓이 진실이 되는 세계이다. 소년과 소녀는 이 소문의 세계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하며 강한 연대감을 갖는다. 이들이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얼음 호수는 도피의 공간이다. 다만 이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 얼음에 균열이 나는 영화의 엔딩은 얼음 호수가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소녀>는 독립영화에서 자기 자신만의 정치색과 스타일을 구사했던 최진성 감독의 첫 번째 장편 극영화이다. 2001년부터 다큐멘터리와 단편 극영화 작업을 이어 가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그는 2004<히치하이킹>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영화상, 2011<이상, 한가역반응>으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대상, 시네마디지털서울 버터플라이부분 버터플라이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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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해 동안 수많은 독립영화가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특히나 2014년에 장르와 소재의 특성이 비슷한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하여 수많은 독립영화 중 비슷한 장르와 소재를 묶어 좀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름하여 2014년 독립영화 라이벌대전! 애니메이션, 퀴어, 병맛, 음악다큐로 묶어 본 라이벌 대전은 2014년 개봉했던 독립영화들을 조금이나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자 생각지 못한 작품들을 함께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전에 한가지 염두 해 두어야 할 것은, 아래의 비교분석은 인디즈(이교빈, 정원주)의 개인적이고 자의적인 분석과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감이 안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한다. 이쯤 해서 서론은 그만하고, 애니메이션으로 2014년 독립영화 라이벌대전의 문을 열어보자!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VS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올해 2월 20일 개봉한 장편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이하 <우리별>)는 ‘지금이 아니면 안돼’ 스튜디오의 장형윤 감독 작품이다. 또, 세 가지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하 <메밀꽃>)은 8월 21일 개봉한 ‘연필로 명상하기’스튜디오의 안재훈, 한혜진 감독 작품이다. 이 두 영화는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천만 관객을 훌쩍 넘은 <겨울왕국> 등 외국의 애니메이션에 밀려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가 두 편 개봉했다. 과연 이러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 속에 도전장을 내민 두 작품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비교해보자.




-포스터를 살펴보자

먼저 두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영화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우리별>의 포스터를 먼저 보면, 통통하고 귀여운 송아지와 손과 발이 달린 재치 있는 휴지 캐릭터가 눈에 띈다. 역동적으로 연출된 구도는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한 영화의 내용을 알려준다. 그에 비해 정적이고 한 폭의 그림 같은 <메밀꽃>은 교과서에서나 보던 한국의 문학을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유쾌하고 발랄하기보다는 제법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이 눈앞에 놓인 듯한 착각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어?

애니메이션이라는 공통 장르로 묶인 이 두 영화를 두고 관객의 입장으로는 과연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이 될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장르가 애니메이션일 뿐 전혀 다른 느낌의 두 영화다. 확실히 오락적인 요소가 많은 것은 <우리별>이다. 배우 정유미와 유아인이 주연 더빙을 했고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많이 배치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액션씬 등 애니메이션만의 효과를 백 번 사용했다. 물론, 적은 제작비의 한계는 보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별>은 이런 요소들을 배치하여 외국의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에 대응하며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메밀꽃>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대중적인 재미’보다는 ‘의미’에 더 치중했다. 물론 재미있다. 특히 두 번째 섹션 <봄봄>에서는 남상일의 판소리 나래이션으로 진행을 하며 흥을 돋운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에서 더 나아가 과거의 문학을 다룬다는 것 자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대가 훈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임은 틀림없다.





[퀴어영화] 야간비행 VS 원나잇온리


해외에서 퀴어영화를 만들어 화제가 된 감독은 많다. <로렌스 애니웨이>의 자비에돌란, <브로큰백 마운틴>의 이안,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 등 모두 많은 영화인에게 사랑 받는 감독들이다. 그럼, 한국의 퀴어영화에는 무엇이 있으며 또 퀴여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누가 있을까? 2014년 그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조광수 감독과 이송희일 감독이 각각 <원 나잇 온리>와 <야간비행> 작품을 선보였다. 



-제목부터 따져볼까?

먼저 제목부터 와 닿는 느낌이 다르다. 원 나잇 온리? 하루뿐이라니! 다소 도발적이다. 하지만 김조광수의 필모그래피들을 챙긴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들이 가진 어두운 면들, 우울한 모습들 보다는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 보다 더 대중적이고 즐거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의 성향이 이번 영화에도 보여진다.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다른 느낌이 든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 연상된다. 물론 감독도 이 소설을 모티브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날고 싶은 그들의 고된 인생이 머릿속에 잠깐 그려짐과 동시에 원작 소설의 감동이 밀려온다. 제목부터 다른 두 영화. 분명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두 퀴어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퀴어영화 장르만의 특징이 있다. 동성 간의 사랑이 영화에 녹아있다는 점이다. 두 영화도 물론 그러하다. 하지만 그 방향이 약간은 다르게 나타난다. <원 나잇 온리>에서는 세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은 본인들이 지방이라고 생각하는 작은 도시 전주에서 갓 20살이 된 게이들이다. 서울의 화려함을 동경하며 상경을 하게 되고 각기 다른 사연을 겪게 되는 좌충우돌 상경기다. <야간 비행>는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가진 두 고등학생 간의 애절한 사랑과 그들을 둘러싼 학교, 사회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아픔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성장소설과 같은 영화이다. 두 감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소수자들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생각한 영화의 그림은 분명 다르다. 




[병맛] 숫호구 vs 족구왕 


2014년 독립영화계에 큰 관심이 쏠렸던 영화 두 편이 8월에 개봉했었다. 바로 일명 ‘병맛 영화’라고 불리는 <숫호구>와 <족구왕>이다. 이번 병맛 대결은 두 작품이 모두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더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관객의 흥미를 끌었고 왜 이 두 작품을 ‘병맛 영화’라 칭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첫 시작부터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해 보려 한다. 





-영화의 첫 시작은 어떠한가? 

<숫호구>의 첫 시작은 암흑이다. 어두운 화면 속에서 남자들의 말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윽고 한 남자가 MT를 간다고 말하면 화면은 MT장면으로 넘어간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술자리 광경들. 그리고 주인공으로 보이는 한 남자의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정겨운 음악 속에서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 이 남자. <숫호구>의 시작은 이러하다. 그렇다면 <족구왕>의 시작은 어떨까? 남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장면. 군복을 입은 사내 여럿이 땀에 젖어 족구를 하고 있다. 족구 경기 중 한 일병이 다가와 병장에게 다가온다. “병장님, 전역신고 하시랍니다!”

<숫호구>와 <족구왕>은 우리에게 근접한 ‘MT’와 ‘군대’라는 곳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하나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숫호구>와 <족구왕> 첫 장면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다. 첫 장면을 통해서 우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사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우리와 익숙한 공간에서 보여지는 평범한 남자주인공. 두 작품은 족구라는 스포츠와 아바타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과 사람들로 이를 풀어낸다. 그리하여 몰입하기 힘든 장면과 소재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주인공과 흔히 볼 수 있는 상황들로 인해 영화에 대한 몰입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더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이 영화의 주인공들과 스토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주인공은 누구?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남들이 봤을 때 조금 그런, 그러니깐 한마디로 찌질한 남자들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면 <숫호구>의 주인공 원준은 서른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여자 한 번 만나보지 못한 영화 제목 그대로 호구이다. 제대로 된 취업도 못 해 부모님의 걱정을 사는 건 말할 필요 없고, 주변인들이 불쌍하다고 자기 여자친구까지 빌려주는 상황이다. 반면 <족구왕>의 만섭은 조금 더 나으냐? 그것도 아니다. 전역하자마자 밀린 학자금 이자에 제대로 학기 등록을 하지도 못하고 남들 다 있는 토익 점수, 학점도 없으면서 없어진 족구장 되찾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남자를 보고 있노라면 주변 사람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 둘의 공통점은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족구왕>의 만섭은 사랑쟁취와 교내 족구장을 되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숫호구>의 원준은 호구를 벗어나기 위해 위험도 마다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펼친다. 

 




주변인물에서도 두 주인공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찌질한 주인공과 맞먹는 찌질한 친구들을 절친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족구왕>에는 족구시합마다 얼굴보호를 위한 보호대를 착용하고 당최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친구 ‘창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숫호구>에는 찌질한 원준마저 인정한 더 찌질한 ‘영진’이 있다. 남자 주인공만 있느냐? 물론 아니다. 여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의 사랑 이야기에서 마저 전해보도록 하겠다.  


-<숫호구>와 <족구왕>은 사랑 이야기?

이 두 작품이 사랑 이야기 가득한 로맨스이냐? 물론 아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숫호구>의 장르는 감성코믹SF연애판타지이고 <족구왕>은 코미디로맨스스포츠드라마이다. 두 작품 모두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작품인 만큼 사랑과 연애의 이야기는 이 작품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작품을 이끌어 가는 주요 스토리가 사랑임은 분명하므로 우리는 두 찌질한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만나게 되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놀라운 점은 여자에 관해서는 두 남자가 찌질 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방법은 서툴고 어디서 보고 들은 방식을 그대로 써먹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열정과 순수함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용기가 있다. <숫호구>의 원준이 빠진 사랑의 상대는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미모의 책방 여주인 지나이고 <족구왕>에서 만섭이 사랑에 빠진 상대는 학교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잘난 미모의 안나이다. 이상하게 두 여인의 이름조차 비슷하다. 사실 찌질한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외모가 출중하다는 것도 두 작품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두 주인공의 큐피드 화살은 쏘아졌고 그 화살이 올바른 사랑을 이루어낼지는 영화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영화를 살리는 특별한 요소는? 

 두 작품에는 눈여겨 볼만한 요소가 하나씩 들어간다. <숫호구>에서는 시종일관 나오는 음악이 그러하고, <족구왕>에서는 앞과 뒤를 장식하는 CG가 그러하다. 먼저, <숫호구>에 나오는 음악들은 다양한 인디밴드들이 만든 노래들이다. 노래들이 하나같이 장면 장면과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더 큰 웃음을 불어넣어 주는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노래가 엔딩에 나오는 연남동 덤앤더머의 ‘너랑 하고 싶다’이다. <숫호구>에 적재적소 노래가 있다면 <족구왕>에는 화려한 CG가 있다. <족구왕>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CG가 보이는데 모두 족구를 하는 장면에 나온다. 첫 장면에 나오는 CG는 타이틀을 위한 가벼운 CG에 불과하다면 정성을 다한 화려한 CG는 마지막 족구시합이 마무리를 달리고 있을 때 보인다. 영화 <소림축구>나 많은 만화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강력 슛은 ‘살인무기’를 능가하는 파괴력을 보여주듯 만섭이 몸을 날려 보여주었던 마지막 슛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더 신경 써서 만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물론 영화 속에 활용된 요소가 음악과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것은 분명 다르지만 잘 어울리는 노래들로 무장한 <숫호구>나 스포츠 장르를 CG로 빛나게 해준 <족구왕>이나 둘 다 영화를 더 재밌고 유쾌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같다고 본다. 




[음악 다큐] 악사들 VS 파티 51


12월, 추운 겨울을 음악으로 대신 녹이라듯 음악다큐멘터리가 줄줄이 개봉했다. 4일에는 <악사들>이 개봉했고 이어 11일에 <파티 51>이 개봉했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이 2014년 라이벌 대전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들이다. 비슷하면서 너무 다른 두 작품 <악사들>과 <파티51>. 이 두 작품의 비교 분석을 제목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두 작품의 제목은 어떠한가?  

 두 작품의 제목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오는가? <악사들>에는 조금 ‘올드’한 느낌을 그리고 <파티51>에는 조금 더 ‘젊은’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두 작품의 절반을 파악한 것이다. 조금 더 심층적인 파악을 위해 포털 사이트 백과사전을 이용해 보았다. 


악사 :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 

파티 : 친목을 도모하거나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잔치나 모임 


단어의 정의로 짐작건대, 악사는 파티의 포함관계에 있다. 수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악사⊂파티’ 로 나타낼 수 있다. 즉, 영화 <파티51>에는 <악사들> 보다 더 많은 주요 인물이 등장할 것을 예고한다. 실제로 <악사들>의 주요 주인공은 7080 음악인 5명. 이들이 모여 만든 그룹 ‘우담바라’가 이 음악다큐의 주인공이다. 반면 <파티 51>의 주인공은 설 곳을 잃은 수많은 홍대 뮤지션들이 함께 만든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아직까지 느낌이 안 온다면 포스터를 주의 깊게 볼 것을 추천한다. 포스터는 영화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가장 빠른 방법이니 말이다. <악사들> 포스터에는 '다시 시작하는 7080 음악여행' '우리의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 'HIGHWAY STARS' 등의 카피가 나열되어 우리가 대충 짐작한 그것이 어느 정도 일치함을 보여준다. 또한 <파티 51>의 카피인 '지하에서, 길 위에서, 폐허에서 21세기 우드스탁을 꿈꾸다!' '홍대 언저리 뮤지션들의 자립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영화의 내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눈치가 빠르다면 알겠지만 두 작품의 차이점은 제목에서도 확인 가능한 7080음악과 21세기 음악뿐만이 아니다. <악사들>의 ‘HIGHWAY STARRS’와 <파티51>의 ‘지하에서, 길 위에서, 폐허 ..’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렇담 여기서 이 두 작품의 배경에 대해 안 알아 볼 수 없다.  


-두 작품의 배경은 어디인가? 

 일단 두 작품의 주요배경은 부산과 홍대이다. <악사들>은 7080 시대 부산의 유명 디스코장 카바레 장 등을 돌아보게 해준다. 반면 <파티 51>은 홍대의 ‘두리반’이라 불리는 특정 건물 안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물론 ‘자립음악생산자조합’ 멤버들이 홍대를 벗어나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공연하고 있지만, 그들이 홍대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포스터에서 나와 있다시피 두 작품의 주인공들이 공연하는 장소도 참 다양하다. 다만 이 장소들에는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공연하기 힘들고 어려운 장소라는 것이다. <악사들>의 첫 공연은 다름 아닌 영도다리 한복판이었다. 게다가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첫 공연의 준비과정 또한 어려웠다. <파티51>의 음악인들도 전기 나간 건물에서부터 사람 한 명 없는 길거리 심지어 동물 우리 안에서까지 공연을 자처한다. 비록 두 작품의 배경은 다르지만 두 음악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음악을 말하다. 

 음악다큐멘터리인 만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악사들>은 ‘해후’, ‘나그네’, ‘부산갈매기’, ‘빗물’ 등을 중간마다 넣으며 추억 속에 젖게 해준다. 영화 속에는 여러 곡과 공연장면이 나오지만, 그 중 베스트를 뽑자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크리스마스 공연이다. 비록 한 곡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정도로 ‘우담바라’는 훌륭한 공연을 만들었다. 색소폰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재즈 풍의 캐럴은 <악사들>의 마지막을 빛나게 해주었다. 악사들이 추억을 되돌아보는 노래들로 가득하다면 <파티51>은 조금 독창적인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노래는 파티51의 주인공들이자 자립음악생산조합원들의 노래이다. 일단 <파티51>의 노래들은 사회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담아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밤섬해적단의 ‘알바천국’, 하헌진의 ‘카드빛 블루스’, 야마가타 트윅스터 ‘돈만 아는 저질’ 등이 있다. <악사들>보다 많은 밴드와 뮤지션들이 나오기 때문에 각 팀당 보여지는 공연 시간은 적지만 그들이 다 함께 공연하는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신이 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그 노래들을 입속에 흥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두 작품이 많이 달라 무엇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악사들>의 노래는 추억을 그리고 <파티51>의 노래는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기에 좋은 노래들임이 틀림없다. 


-영화 내부 살피기. 

 이제는 영화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가 아닌 제작과정을 담은 속 이야기를 통해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해 보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인 만큼 오랜 시간의 촬영과 어려움이 존재했던 두 작품은 어떻게 개봉까지 오게 되었을까? 먼저 <악사들>은 2011년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갔고 이 작품이 개봉되기 까지 거의 4년 정도가 걸렸다. 반면 <파티51>은 <악사들>에 비해 훨씬 오래전부터 촬영되었다. 사실 <파티51>은 정용택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뉴타운컬쳐파티>의 후속작으로 ‘두리반 사태’가 일어났던 2009년이 그들의 첫 촬영 연도가 될 것이다. 이제 두 작품의 제작비를 비교하자면 <파티51>은 조금 특별한 케이스가 될 것 같다. 파티 51은 '사회적 제작'을 통해 완성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제작'이란 재능이나 기금을 십시일반 보탠 시민이 제작자가 돼 영화를 함께 만드는 것으로 <파티51>의 탄생에는 수 많은 사람의 도움이 따랐다. <악사들>은 우리가 흔히 잘 아는 감독의 사비와 후원을 받아 진행된 작품으로 오천만원으로 시작한 영화이다. 물론 도중에 제작비가 없어 김지곤 감독이 돈 되는 일을 찾아 했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분명한 건 두 작품 모두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어려움을 견뎌내고 나온 영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 네 개의 분야에서 비슷한 장르와 소재를 가진 두 작품을 묶어 비교 분석해 보았다. 2014년 독립영화 라이벌 대전은 비슷한 작품의 비교분석을 위한 것이었지만, 작품 하나하나를 뜯어보니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우리들의 영화임을 알 수 있었다. 좋은 독립영화들로 가득했던 2014년에 안녕을 고해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2015년을 빛내줄 새로운 영화들을 기다리는 설렘을 멈출 수는 없을 것 같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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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시(詩)에 대한 화답. 영화 <목숨> 인디토크


영화: <목숨>_ 이창재 감독

일시: 2015년 1월 2일 

참석: 이창재 감독

진행: 영화사 백두대간 최낙용 부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손희문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눈시울 촉촉. 영화 <목숨>은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죽음이라는 차가운 주제를 온화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나쁜 죽음이 아닌 좋은 죽음에 대해서 말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난 이상, 죽음이라는 영구불변의 풀 수 없는 미스테리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이창재 감독은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삶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라고 말했다.

차분한 태도로 말을 이어가던 그와의 만남을 옮겨본다. 이날 인디토크에는 영화사 백두대간 최낙용 부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진행: <목숨> 아시는 대로 출연자분들이 다 고인이십니다. 그래서 주로 제가 사회를 보고 감독님께서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시는데요, 먼저 감독님의 말씀 듣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감독: 추운 날씨인데, 추운 영화를 보러 오신게 아닌가 싶네요. 어떻게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받은 리뷰들은 생각보다 따뜻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격려가 많이 되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일반적으로 여쭤보시는 것들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영화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말씀드리면, 원래 죽음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 모든 사회적인 것들이 정지되고 오로지 나 스스로만을 바라보는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2006<사이에서>라는 작품이 막 끝났을 때, 이번에 촬영한 포천 모현 호스피스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이틀정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생각보다 제가 생각하던 머릿속의 관념적인 죽음과 현실적 죽음의 괴리를 느끼고 잠정적으로 영화를 찍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과 2010년에도 거듭 방문을 했지만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을 즈음 저의 가까운 친구와 형수님이 연달아 두 달 사이에 임종을 맞게 되면서 그 때 이것이 내가 피할 수 없는 숙제구나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들이 저에게 영화를 해야겠단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아주 친절하게 무엇을 느껴라라고 말해주고 끌어주기보다 있는 그대로 다이렉트 시네마에 가깝게끔 표현을 했는데, 관객 분들께서 메시지가 무어냐라는 질문을 많이들 하셨어요. 메시지를 제 생각으로 좁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미래, 그리고 나의 미래가 있다면 곧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미래를 먼저 타임머신을 타고 체험해보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랬을 때 각자 느끼는 주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돌아와서 현실을 농도 짙게 살아야겠다든지, 또는 내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제가 말로 가두어 버리기보다 각자의 생각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행: 저희 영화는 36천명 정도의 관객 분들이 관람하셨습니다. 124일 개봉시기에 약 180개 관을 확보했고, 지금은 10개 관 정도 남아있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대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나 가족 분들이 많이들 보러오세요. 지금 이 자리에는 젊은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여러분이 생각한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아 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저는 평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서 이런 영화들을 많이 찾아보곤 했었는데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죽음보다 제 자신에 대한 죽음이 중심이에요. 영화에 나오신 분들은 죽음을 받아들이셨지만 죽음의 순간에서 자기 자신을 부정하거나 종교인으로서 신을 부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갔을 때에 내가 추악한 모습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인간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하게 되는데, 그러한 죽음의 모습들을 혹시 실제로 목도 하신 적이 있으신지, 그리고 영화에서는 죽음을 수용하는 모습이 많이 나왔는데, 그런 분들을 위주로 영화를 제작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감독: 죽음자체는 엔딩인데,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는 개인의 느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제가 힘들게 보았던 죽음이 있다면, 이곳에 와서도 끝까지 기적을 바랐던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투자하여 기도실에서 구원을 찾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타협의 단계가 굉장히 길었던 것이죠. 그렇게 기도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때까지 행하시다가 결국에는 그 이튿날 뒤에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거든요.

근데 제가 오히려 나쁜 죽음보다 좋은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는 나쁜 죽음이 더 많았기 때문이에요. 제 친구처럼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날까지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 때문에 정말 실험실의 동물처럼 끔찍한 죽음을 맞은 경우도 있는 반면에 호스피스에서는 가능하면 정신을 맑게 하고 고통을 줄여주면서 유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수용을 하게끔 해요. 그런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 이번에는 제가 관객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영화 <목숨>을 보러 오실 때 이유가 있으셔서 오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오셨는지 말씀해주실 분 있으신가요?

 

관객: 안녕하세요. 영화 잘 봤습니다. 사실 제가 부산에서 친구와 함께 올라왔는데,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영화를 많이 보고 싶어 하셔서, 먼저 영화를 접하고 말씀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사실 죽음에 대해서 딱히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고 병에 걸리고 죽음을 대하게 되는 것들이 저와 주변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숙연하게 봤습니다.

 

진행: 부산도 <목숨> 상영관이 있으니, 저희가 어머니와 함께 관람하실 수 있도록 초대를 하겠습니다. 끝나고 연락처라도 가르쳐 주십시오.(웃음)

 

관객: 제가 사실 이 친구보고 같이 오자고한 사람이에요.(웃음) 저는 사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그래서 제자의 마음으로 질문을 하고 싶은데, 왜 영화에서 카타르시스를 최소화시키고 드라마틱한 연출을 축소하신 방식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하고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신 경위가 궁금합니다.

 

감독: 그 부분들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결정된 부분들이 없잖아 있는 것 같고, 다시 원론적으로 돌아가서 이 분들이 가장 힘든 순간들을 할애하여 저희에게 준 것인데 자칫하면 그 시간들을 소모시킬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감각적으로 소비되거나 잘 짜여진 드라마를 봤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 보다는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에게 편한 부분은 나중에 제가 카메라로 담았던 그 분들과 다시 만날텐데 그때 덜 미안하고 부끄럽겠다, 조금은 고마워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 아까 스테파노라는 분이 여행을 떠나고, 지금은 사회로 복귀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저도 한번쯤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궁금합니다.

 

감독: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와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여 밝힌 이야기를 후일담으로 말씀드리자면 여행은 제가 밀어서 가게 했는데, 그 때 “2주 이상 조용히 꼭 여행을 갔다 왔으면 좋겠다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가 묵언으로 여행을 했거든요. 2주 동안의 여행을 하고 돌아와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 2008년에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저도 좀 심각했습니다. 정확하게 8일정도 지나니 저를 짓눌러왔던 삶의 질문들에 대해 답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하찮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걷다보니 질문이 다 빠져버리고, 색도 바래버리고 그래도 남는 것이 별로 없더란 것이죠. ‘생각보다 걸으면서 자기치유가 참 크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때 또 결정적으로 영화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던 것은 여행을 갑작스레 계획하게 되면서 짐을 28kg가 되도록 챙겼는데 막상 산티아고에 도착하니 필요 없는 짐들이 굉장히 많이 있더라고요. ‘내가 만약 삶의 끝에서도 엉뚱한 짐이 아니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지금 안다면. 스펙이나 갖춰야하는 짐들을 조금 덜어내고 중요한 것을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제가 그때 받은 선물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진행: 저희 영화 <목숨>124일날 개봉하여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 중입니다. 인디스페이스, 인디플러스, 아트하우스모모 등 지속적 상영이 될 예정이고요. 오늘 이 자리에서 영화를 보신 분들 또 한번 좋은 주변 분들께 권해주시고, 같이 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추운 날 영화 봐 주시고, 이야기와 격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한 시간동안 누군가는 질문을 던졌고, 누군가는 고민을 품었다. 어떤 이는 아팠지만, 또 어떤 이는 그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질문을 이어가던 또 다른 한 사람은 깊숙이 감춰오던 눈물을 보이고는 이내 훔쳤다. 마치 스크린 속의 그들처럼 당신들의 영혼과 접하기라도 한 듯이. 그 시간은 비로소 그들이 투명성 있게 삶을 대하게되는 순결한 순간이었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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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기획] 너도 보고 싶을 거야, 2014년 놓쳐선 안 되는 독립영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인디플러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1기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2014년 한 해도 저물어 간다. 올해에도 여러 극장을 통해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개봉하였다. 특히 <한공주>의 천우희 배우가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여타 상업영화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관객들의 입 소문에 힘입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독립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던 만큼, 올 한 해 개봉한 독립영화들 중 놓쳐서는 안 되는 영화를 결산해보고자 한다.

 


1. 우리네 다양한 연애 스토리 : <춘하추동 로맨스>, <서울연애>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연애도 각양각색이다. 그런 다양한 우리네 사랑을 옴니버스로 다룬 영화가 <서울연애>와 <춘하추동 로맨스>다. <서울연애>는 서울독립영화제2013의 개막작이기도 하며, 6개의 단편을 엮어 서울을 배경으로 한 6가지 연애를 담았다. <춘하추동 로맨스>는 3가지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사소한 오해와 말다툼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2.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 <소리굽쇠>, <안녕, 투이>

올해는 유독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이야기에 대한 독립영화가 많이 나왔다. 제작팀과 배우의 재능기부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최초의 극영화 <소리굽쇠>가 개봉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안녕, 투이>는 베트남 이주여성과 스릴러 장르를 결합한 영화로, 베트남 여성이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며 해외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영화다.

 



  


3. 폭발적인 매니아층 형성 : <숫호구>, <족구왕>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이었으나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가 있다. <족구왕>은 ‘인디버스터’라는 명성에 힘입어 누적관객 4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독립영화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또한 <숫호구>의 경우, 상영관이 극히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여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정도였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호구였다’라는 컨셉으로 많은 매니아층을 모은 영화로 손꼽힌다.

 



   


4.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대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힘 : <목숨>, <순천>, <악사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흥행하는 만큼, 올해에는 다큐멘터리들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평균 생존일수가 21일인 암 말기 환자들을 다룬 <목숨>은 눈물을 훔치지 않는 관객이 없을 정도로 ‘살아있음에 감사한다’라는 교훈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는 영화다. <순천> 역시 비록 평범한 순천의 한 여성을 다루었지만, 가정을 꾸려가는 강인함과 남편에 대한 사랑을 순천만의 모습과 함께 보여준다. 나이는 장년층이지만 마음만은 청춘인 밴드 우담바라의 이야기 <악사들>은 이전까지 소모적인 역할로만 나오던 아버지 세대가 직접 주인공으로 나서 그들의 청춘과 좌절 등을 다루었다.


  

(왼쪽부터) <거인> 최우식, 신재하 <못> 강봉성, 이바울


5. 독립영화를 이끌어갈 차세대 배우들 : <거인>(최우식,신재하) <못>(강봉성,이바울)

2014년에도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한공주>의 천우희, <셔틀콕>의 이주승, <족구왕>의 안재홍은 현재 독립영화를 비롯해 드라마와 상업영화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더불어 <거인>의 최우식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여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신인배우 신재하 역시 어린 나이임에도 영화에서 남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다. <못>에선 올해 <족구왕>에 출연한 강봉성 배우와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이바울 배우가 출연하며 차세대 독립영화를 이끌어 나갈 배우로 주목 받고 있다.

 

 


올해 많은 독립영화들이 호평을 받았음에도 적은 상영관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는 비록 상영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놓치기엔 아쉬운 영화들을 선정, ‘놓치기 아까운 2014년 독립영화’ 기획상영을 개최한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목숨><못><소리굽쇠><안녕, 투이><춘하추동 로맨스>, 인디플러스에서는 <거인><목숨><소리굽쇠><숫호구><춘하추동 로맨스>가 상영된다. 미처 기회가 닿지 않았던 영화가 있다면,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영화관에서 만나보았으면 한다.

 

 

 사실, 나도 보고 싶었어: 놓치기 아까운 2014 독립영화 


인디플러스 2014. 12. 29(월) ~ 2015. 1. 14(수) | http://bit.ly/1rg5Wpc 

 인디스페이스 2015. 1. 7(수) ~ 1. 11(일) | http://bit.ly/1tguqur

 

 

+ [인디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와 인디스페이스의 얼굴로, 소중한 공간을 널리 알리고 독립영화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관객기자단입니다.

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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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D


인디플러그 <트루맛쇼>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B0WwAd



'맛'이라는 프레임으로 들여다본 미디어의 본성 <트루맛쇼>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길 원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덩달아 건강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언제나 ‘무엇을 먹을까’ 하는 선택의 문제는 쉽지 않다.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때에 정확히 먹고 싶은 생각에 누구나 한번쯤은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도 해보고, [찾아라! 맛있는 TV], [생방송 투데이]같은 맛집 소개 방송에 나온 음식들을 쉬이 먹으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쯤은 웹상에서도 다 비슷하고 똑같은 내용의 맛집 포스팅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던 적도 있지 않나. 또한 TV속의 과포장되고 과포화된 맛집 소개 방송들에 회의를 품었던 적이 있을 터. 영화는 이런 부분에서 물음표를 던짐과 동시에 확장시킨다. 이렇게 하여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영화를 보고 수용하는 측면에서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첫째, 물음의 전개.

영화는 굉장히 도발적이면서도 신랄하다. 우리가 아는 TV 교양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병폐를 꼬집고,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예를 들어 KBS 의 제작과 연출과정의 기행(奇行)을 담는가 하면, 몰래 카메라에 최적화된 맛집 세트장을 실제로 구성하고 브로커와 흑색자본들이 오가는 장면과 그를 통해 실제로 제작된 방송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히 충격적인 이 장면을 통해 이렇게도 우리가 믿고 있던 맛집 프로그램과 코너들은 짜인 노름판처럼 파렴치하고도 조악스런 ‘각본’과 검은 그림자처럼 그 뒤를 잇는 자의적 ‘연출’로 채워진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물음의 확장.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있다. 거대 미디어아래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이름을 딴 <트루맛쇼>는 많은 정보를 압축적으로 담아내려는 영화적 시도와 한 치의 밀림도 없는 날 선 주제의식으로 조금은 강단진 구성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앞과 같은 맥락에서 더 이상 쇼를 위한 장치로 전도된 미디어가 제 기능을 상실하는 현실을 우회적이고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문제를 생각해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제 기능을 톡톡히 한다.

 

두 가지 작은 도구로 본 미디어 속 맛의 부재와 실종. ‘맛’이라는 요소만 지워졌다면 오히려 다행일 텐데, 아쉽게도 좋은 음식을 찾아먹고 양심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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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씨 오는 날> : 변함없는 그리움, 기약 없는 기다림


감독: 강제규

출연: 문채원, 고수, 손숙

개봉: 2014년 12월 18일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D




:: <민우씨 오는 날> 한줄 관람평 ::

 

김은혜 | 시대의 아픔, 28분의 시간으로도 2시간 만큼의 여운을 남긴다.

손희문 | 당신의 마음속엔 어떤 사랑을 품고있나요

양지모 | 잊고 있었던 강제규 감독의 장점

이교빈 | 오는 날이 장날이라면서...

정원주 | 28분 안에 담은 61년의 세월과 아픔

최지원 | 시든 꽃다발의 끝없는 기다림



아마 뜻밖이었을 것이다. 한국 최초 블록버스터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흥행과 더불어 각종 상을 휩쓸었던 강제규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 28분짜리 단편 <민우씨 오는 날>이었을 줄은. 


<민우씨 오는 날>은 홍콩국제영화제의 제작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뷰티플(Beautiful) 2014’ 옴니버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시아의 유명 감독 4명을 선정하여 진행하였고, 제38회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단편 쇼케이스 부문과 제12회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연희(문채원)는 어느 날부턴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연인 민우(고수)를 한없이 기다린다. 연인과 함께 하던 북촌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를 민우를 위해 매일 아침상을 준비한다. 그렇게 그가 돌아오기만 간절히 기다리던 어느 날, 연희를 찾아온 사람들이 내일 평양으로 출발할 예정이라는 말을 전한다. 민우가 살아있고 지금 평양에 있다고. 연희는 떨리는 마음으로 평양 행 버스에 오른다.




왜 민우가 집으로 돌아오질 않았는지, 그리고 연희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설명하는 등의 부가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였다. 오로지 연희의 애절한 그리움을 담백하게 담아낸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 단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고수와 문채원의 조합, 특히 터트릴 것 같으면서도 절제하는 문채원의 감정 연기가 한 여인의 애절함을 더욱 드러내었다. 또한 연희의 집에는 영화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소품들만을 정성을 담아 비치한 듯 연인이 함께했던 공간을 아담하고 정감 있게 만들었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민우씨 오는 날>에는 시대의 아픔과 그 울림을 충분히 담아내었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국제시장>처럼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나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28분의 단편이었지만 마치 2시간의 장편을 본 듯한 여운을 갖게 되는 <민우씨 오는 날>처럼, 앞으로 한국의 좋은 단편영화들이 극장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 [인디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와 인디스페이스의 얼굴로, 소중한 공간을 널리 알리고 독립영화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관객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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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 그 때의 즐거움을 기억하는 <파티51> 인디토크


일시: 2014년 12월 20일(토) 
참석: 정용택 감독,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 밤섬해적단 권용만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교빈 님의 글입니다 :D




2014년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12월 20일 토요일 저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파티51>의 상영이 끝난 뒤 정용택 감독,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 영화에 출연하는 밴드 밤섬해적단의 멤버 권용만과 함께 영화에서 다 하지 못한 말,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이하 박) 감독님이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영화 속 인물들의 시선과 움직임을 따라가야 하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편집하며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었나요?

 

정용택 감독(이하 감독) 형식적인 원칙은 음악다큐멘터리이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수들이 듣는 음악장르를 다루다 보니 처음 제작팀에서 대중들에게 보여질 때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으니 대중적인 작업을 많이 하는 음악감독을 구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대중들이 잘 모르는 이들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두리반’이라고 하는 당시의 사회, 정치적인 성격을 가진 운동이 영화의 주된 사건 중 하나인데, 그런 관점보다는 그곳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의 일상과 활동을 더 중요하게 보여주고 싶었나요?

 

감독 네. 처음 한받(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로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음악인)씨의 공연을 촬영하러 갔는데 홍대에서 밀려난 음악가들의 처지와 두리반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음악 다큐를 만들게 된거예요.



 

 권용만 씨는 영화 속에서는 27살이었고 지금은 이제 서른이 넘으셨는데, 영화 속 27살의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밴드 밤섬해적단 멤버 권용만(이하 권) 돈 안되는 일을 참 열심히 했구나. 그 때는 젊고 피부도 좋았네 라고 생각했어요(웃음). 특히 영화를 보고 연행되었을 때 조사를 받았던 기억이 다시 나더군요. 부모님도 영화를 보셨는데 부모님은 제가 연행됐던 것을 몰랐었어요. 영화 보고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아마.

 

 감독님이 한받씨를 사랑하는 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요. 영화를 제작하며 오랜 시간동안 지켜봤을 때 한받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감독 원래 오래 알던 사이여서 애정이 있었어요. 얼마동안 연락을 못하다가 영화를 찍으면서 연락을 다시 시작했는데 한받씨가 가정을 꾸리고 두 명의 아이까지 가지게 됐죠. 영화에 등장하는 유채림 작가도 생계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었다고 했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는 사이이니까 한받씨에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겠죠. 한받씨는 정말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음악을 하고 있고, 그런 측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 한받씨여서 영화에 출연시키기로 결정했어요.


 

 홍대 앞 두리반에서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두 번째로 잠깐 명동 마리로 옮긴 공간을 보면 저 개인적으로 이건  조금 아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권용만씨가 생각하기에 두리반이 성공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젊음이 모이고 청춘이 모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두리반에는 용역이 침투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용산은 사람이 죽고 그러는데 여기 두리반은 밴드를 하는 입장으로서 정말 운 좋은 버스를 집어 탄 것과 같이 좋은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명동 마리에 갔을 때는 처음부터 불안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현실의 쓴맛을 보며 쫓겨났어요. 장비도 많이 부숴지고 힘들었죠.

 

 영화 속에서 여러 밴드들이 나오는데 한받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20대 중,후반이었던 친구들은 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때 막 sns를 시작하던 시기에 트위터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바로 바로 모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공간이 홍대 앞의 두리반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때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당시의 트위터 내용들을 아카이빙 해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과연 두리반 이후에 과연 이 친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됐어요. 감독님은 이 밴드들에게서 어떤 다른 가능성들을 보셨나요?

 

감독 가능성을 크게 보진 않았고, 두리반 이라는 장소는 우연히 열린 유토피아같은 공간이었잖아요. 두리반이 없었다면 공연할 장소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었을 거예요. 이제 그 밴드들이 다른장소로 가게 되면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실제로 두리반과 같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은 문을 많이 닫았고 걱정이 많죠.


   

 편집과 홍보비용 마련 등 많은 시간을 쓰셨잖아요. 영화를 개봉했을 때 반응에 대한 기대치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개봉 후 기분이 어떤가요?

 

감독 다시는 해선 안 될 작업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이런 작업들이 시장에서 성공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은 했었는데 제작후원이나 다시 돌려줘야 할 비용, 빚 등을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 관객수나 수치가 나와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요. 독립영화가 ‘대박났다’라고 하는 것은 최소 관객수가 만 명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것이 대박이 아니거든요. 손익분기점이 만 명일 거에요. 그만큼 독립영화로 만 명이라는 관객을 유치하기조차 힘들다는 거죠. 만 명도 안 되면 몇 년간 한 작업의 의미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그런 것들을 늦게 안 것 같아요. 

 

 그럼 계속 다큐멘터리 작업은 하실 거죠?

 

감독 <파티51>은 첫 촬영 날 중요한 공연이 시작되며 다큐멘터리 촬영도 같이 시작됐어요.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 같이 영화를 만들 준비기간이 없었는데 한 번 시작하면 빠져 나오기도 힘들더군요. <파티51>을 촬영하면서 최소한 제작과정에서는 아주 여유롭지는 않지만 기획단계나 준비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부터는 손해를 보는 지점은 피하면서 할 것 같아요. 차기작으로는 아파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생각하고 있어요. 돈이 많이 들겠지만(웃음).


 

관객 공연 장면이 난폭한 광경이 많이 보였는데, 공연 하면서 밤섬해적단 밴드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이 있나요? 

 

 난폭한 것이 아니라 관객들은 스포츠를 즐긴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음악이 원래 그런 장르라서 일상 인 것 같아요. 오히려 앉아서 한 곡 끝나면 박수치고 좋아하는 관객의 모습이 오히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조용한 공연들이 더 충격적이었던 경험이에요. 

  

관객 지금 생각해보면 두리반 때 있었던 기운들과 꽃당, 로라이즈 등과 같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활성화 됐을 때에 비해 지금은 그 힘이 다 빠진 것 같은데, 지금 시점 이후로는 어떤 식으로 살아 나아가야 할지 생각이 궁금해요.

 

 지금은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 같이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느끼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토록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밴드들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티51>은 보여준다. ‘두리반’이라는 공간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했는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비록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생각이 있고, 삶이 있는 수 많은 인디 밴드들이 있다. <파티51>을 통해 변질되어 가는 홍대 문화와 그곳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길 바라는 정용택 감독. 그런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큐멘터리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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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51> 파티는 아직 현재 진행 중


감독: 정용택

출연: 하헌진,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한받, 박다함 외

장르: 리얼 라이브 다큐

상영시간: 101분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www.facebook.com/party51docu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원주 님의 글입니다 :D




:: <파티51> 한줄 관람평 ::

 

김은혜 | 두리반 철거투쟁과 함께한 언저리 뮤지션들의 성장스토리.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들을 왜 이제 알았을까?

손희문 | 두리반[--盤] :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

양지모 | 이렇게도 흥미로운 투쟁

이교빈 | 이토록 시끄러운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나 조용하다

정원주 |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 ‘뭉쳐야 산다’

최지원 | 두리반에서 외치는 인디 뮤지션들의 생존법



이 영화,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건물이 철거되는 현장, 그리고 그 앞에 한 사람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아~ 두리반...두리반..." 사람들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두리반’은 무엇이고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를.



‘두리반’은 홍대 앞에 있던 칼국수 전문점이다. 2009년 홍대에 재개발 붐이 일면서 두리반이 있던 건물 역시 갑작스러운 철거요청을 받았고, 두리반을 운영하던 소설가 유채림 씨와 그의 아내 안종려 씨는 537일이라는 긴 농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터전을 잃은, 즉 생존할 곳을 잃은 인디 뮤지션들이 이 농성을 돕기 위해 파티를 시작했고, 노동자와 음악인의 연대는 결국 ‘기적의 두리반’을 만들어 낸다. 수백 번의 공연과 두 번의 ‘뉴타운컬쳐파티51+’ 등으로 두리반은 재협상에 성공했다.

 


<파티51>은 노동자와 인디 뮤지션들의 생존을 말하지만 그럼에도 유쾌한 다큐멘터리이다. 이처럼 생존을 얘기하는 다큐멘터리가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보이고 들리는 음악이 관객들을 매료시키기 때문이다. 이들이 진행한 파티는 협소한 공간에서, 제대로 갖춰진 것 하나 없이 진행되지만, 사람들은 환호하고 음악에 취한다. 회기동 단편선, 한받, 하헌진, 박다함, 밤섬해적단 등이 관객을 파티장으로 이끌고 영화를 기분 좋게 만든다. 갈 곳 잃은 인디 뮤지션, 노동자, 더불어 관객들도 함께 즐기는 영화이다.

 


<파티51>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투쟁과 저항만이 아니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립음악생산조합’과 그들의 행보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홍대 앞 두리반의 철거와 상관없이 계속 진행된다. 두리반 안에서 생겨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음악가들이 뭉쳐야 산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준다. 비록 이 조합이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은 생활비 걱정에도, 갈 곳이 없어도, 음악을 멈추지 않는다. 

 


이제 홍대 앞에 두리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나은 것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더 나은 음악환경 조장을 위해 힘쓰는 음악인들에게 이 ‘파티’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 [인디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와 인디스페이스의 얼굴로, 소중한 공간을 널리 알리고 독립영화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관객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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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감독의 대담회 

영화를 하는 것은 끊임없이 관객과의 경계를 찾아가는 것


일시: 2014년 12월 22일

참석: 문정현 감독, 안건형(<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 감독), 조이예환(<사람이 미래다?>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12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기획전의 주인공은 문정현 감독이었다. 128일에는 <할매꽃>, <용산>, 22일에는 문정현 감독의 2014년 신작 <붕괴>, <경계>가 상영되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 이후 서울에서는 처음 선보인 <경계>의 상영 이후에는 문정현 감독을 비롯해서 안건형 감독과 조이예환 감독이 참석해 각각 모더레이터와 패널을 맡아 대담회가 진행되었다.

 

안건형 감독(이하 안): 일단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모두 <경계>를 보셨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전에 상영했던 <붕괴>와 지난번에 상영했던 <할매꽃><용산>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경계>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감독님께서 <경계>를 어떤 경위로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정현 감독(이하 문): <경계>는 외국 감독들과 함께 옴니버스로 만든 영화입니다. ‘경계라는 단어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단어이지만, 저희는 경계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그런 장면들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요. 재밌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즐겁게 만들었고, 싱가포르에서 같이 합숙하면서 영화를 편집했습니다.



 

안: . <경계>에 대해서 여러 가지가 궁금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영화의 제목을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경계>의 영문 제목이 <Fluid Boundaries>인데요. 같이 작업했던 외국 감독님들은 영문 제목을 쓰시고, 감독님께서는 경계라는 제목을 결정하셨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문: 저도 원래는 한글 제목을 쓸 생각을 안 했고, ‘Fluid Boundaries’를 제목으로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한글 제목을 지어야 했었죠. 계속 생각해도 영문 제목이 가진 개념을 바꿀만한 한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고, 가장 깔끔하게 가자고 생각해서 경계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어요. 또한 저희 모두 경계라는 단어에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도착하지 못 하고, 떠돌아다니는 경계, 즉 공간적, 경제적, 민족적인 경계들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가져가려고 하는 사람이나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한 그러한 경계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과 우리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안: 확실히 경계라는 모티프와 키워드는 여태까지 감독님의 작품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또 조이예환 감독님께서는 감독님의 전작들에 대해서 어두움이라는 단어를 말씀하시기도 했는데요. 조이예환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던 어두움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이예환 감독: . 일단 감독님의 초기작인 <슬로브핫의 딸들>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는데, <할매꽃>이나 <용산>이라는 작품에서부터 어두움이 많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이 있었어도, 감독이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면서 나는 내가 싫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저는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감독님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감독님께서 스스로를 굉장히 증오하고 있다는 것이었거든요. 특히 <붕괴>를 보면서 감독님이 스스로를 굉장히 경멸한다고 느꼈어요. 사실 저 또한 영화를 보면서 제 자신이 굉장히 경멸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도 자기 자신을 경멸하는데, 생각 없이 이 영화를 보는 나는 더 경멸스러운 사람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 같이 절망하거나 자기혐오를 느끼게 되는 것을 바라시고 영화를 만드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으신지 궁금했어요.

 

문: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그렇게 느껴졌다면 제가 잘못 만든 부분이 있는 것이겠죠. 저는 먼 훗날에 제 영화를 보면서 예전의 제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내가 바랐던 것, 고민했던 것, 나 혹은 이 사회에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이었을까이런 것들을 제가 두고두고 일기를 보듯 바라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좀 오버한 것도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을 막 혐오하고 이런 것들이 조금 촌스럽잖아요. 하지만 제가 제 자신을 어떤 위치에 놓을 때, 스스로에게 좀 솔직해지려고 하는 것은 있는 것 같아요. 촌스럽고 부족하지만, 관객들이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 저는 <할매꽃>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고 나서 영화를 찍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전에는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를 찍고 싶었던 생각이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문: <할매꽃>을 찍게 되는 데 있어서,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장이 영화의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가족에 대한 다큐를 찍고 싶다고 생각을 못했었어요. <할매꽃>은 정말 우연히 찍게 된 가족의 이야기였어요. 찍으면서 나와 나의 주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또 많이 배웠어요. 지금 <할매꽃 2>를 기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경계>에서 삼촌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이후에 삼촌의 이야기를 이어서 다시 영화로 만들 것 같아요.





관객: 아까 조이예환 감독님께서 문정현 감독님의 영화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도 <용산><붕괴>를 보면서 약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붕괴>에 주로 등장했던 상황들은 감독님의 자녀에 관련된 이야기이잖아요. 감독님께서 하셨던 고민들과 갈등이 납득이 되는데요.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이 나아가 위선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와 관련해서 감독님이 갈등이나 상황들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가지게 되는 기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문: 저한테 영화를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그런 것들을 찾는 과정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질문들을 던질 때, 어디까지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어디까지 내가 다가갈 수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는 과정이 영화를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자세히 말하자면, 저는 어떤 영화를 만들 때 제 자신을 연기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어느 경계까지, 어느 수위까지 보여줄 수 있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저를 자학하거나 채찍질하면서요.





안: .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연기를 하신다고 표현해주셨는데요.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의 감독님을 뵐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되었네요. 끝까지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리에 참석한 관객들은 <경계>이외에도, 감독의 다른 전작들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과 함께 감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대담회는 감독의 작품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더불어 관객들은 감독의 전작들을 비교해보거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지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담회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감독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기획전은 20154월에 다시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더 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을 소개하고,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에 대한 더 큰 활로를 만들어 나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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