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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약속〉: 자연을 낭독하며 부치는 시

by indiespace_가람 2023. 11. 14.

 

〈 약속〉리뷰: 자연을 낭독하며 부치는 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글입니다.

 

 

영화 〈약속〉 스틸컷

 

 

시를 감상하는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방식은 낭독이 아닐까. 아무런 구두점도 찍히지 않은 문장 말미에 멋대로 느낌표와 물음표를 붙이는 일. 하나인 줄 알았던 문장을 둘로 쪼개보는 일. 아무렇게나 다시 만든 시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 이렇게 본다면 시는 소리의 예술일테다.

 

그리고 〈약속〉의 시우는 시를 낭독하는 일의 진가를 아는 것 같다. 그는 시를 소리로 다루는 예술가다. 시우는 엄마와 이별 한 아홉살, 1년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기약하며 종이에 시를 적어 간다. 마치 악보에 음표와 노랫말을 눌러 담듯, 순간 순간의 마음이 날아가지 않게 펜과 종이를 어루만지며. 고이 담은 소리들을 시우는 엄마에게 건네준다. 산과 바다와 집에서. 그리고 아빠의 품과 엄마의 곁에서.

 

 

영화 〈약속〉 스틸컷

 

 

그런 시우의 시에 답하듯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숲의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바다의 물방울이 밀려오는 소리. 마찰을 일으키는 시의 활자들처럼 시우를 감싼 생명체들의 소리들이 화면을 뚫고 나온다. 〈약속〉에서 잡히는 자연의 소리를 시우의 시에 대한 화답시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잎사귀와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소리들을 담아내는 과정은 연출자가 자연을 낭독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약속〉은 시의 영화다. 엄마에 대한 마음을 시로 써 내려가는 시우를 애도의 마음과 함께 운문으로 담아낸 영화이다. 시우가 전해준 소리의 문장들, 소금같은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리라는 짐작을 품으며 상영관을 천천히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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