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다운> 한줄 관람평
김은혜 |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고 일어서야 할 때
박정하 | 기억할게, 꼭
김민형 | 그 날을 같이 목격한 사람들
위정연 | 2년 동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김수영 | 우리가 기억해야만 하는 것의 기록
<업사이드 다운> 리뷰: 기억할게, 꼭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 16일이 찾아왔다. 벌써 2년이 지났다. 분명 2년이나 지났는데도 배는 아직도 인양되지 못했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9명이며,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호를 다룬 3번째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이 개봉했다.
영화는 세월호에 타고 있었던 단원고 학생 4명의 아버지들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져있다. 아버지들의 인터뷰 장면에서는 그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눈물이 나고, 전문가들의 인터뷰 장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마주하게 되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영화가 시작한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영화가 끝나도 계속 되었다.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좀처럼 눈물이 나지 않던 나도 이날만큼은 쉼 없이 울었고, 나중에는 아버지들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다. 해양공학교수, 변호사, 언론인, 심리학박사 등 각 분야에서 신뢰받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이것이 명백한 ‘인재’였다는 점이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 이후 바다 속에 완전히 침몰해 버리기까지 무려 101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정말 ‘기본적인’ 대응만 했더라도 피해가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배를 침몰시켰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이들을 최선을 다해 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로 해경을 해체시키고, 유병언 일가 잡기에 매진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슬프게도 얼추 성공했다. 언젠가부터 어머니 아버지들의 ‘카더라 통신’에 ‘세월호 특별법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메시지가 오고 가더니, 유가족들은 자식을 팔아 호의호식하려는 짐승만도 못한 이들이 되어있었다. 이에 대해, “집까지 팔아서 있는 돈 다 줄 테니, 내 자식 데려와 달라”는 세호 아버지의 대답에 나는 정말이지, 펑펑 울었다. ‘가만히 있으라’.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무지막지한 폭력도, 무시무시한 대량살상 무기도 아니었다. 말 한 마디였다. 위급상황에는 반드시 관계부처 및 정부의 말을 따르라고, 절대 개인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고, 배운 대로, 시킨 대로 했더니 죽음을 맞이했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원구조 되었다는 언론의 말을 믿고 안심했더니, 아직 구조하지 못한 인원이 약 300명에 달한다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아니,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 지 벌써 2년. 하루는 친구가 그 리본을 보고서 “그거 단다고 뭐가 달라져?”라고 물었었다. 내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의 질문에 정말 악의는 없었다. 온 국민이 그렇게 울며불며 애도해도 실질적으로 바뀐 것이 없으니,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아주 이상한 것도 아닐 테다. 우리가 노란 리본을 단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배가 인양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문제들이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만이 목적이 아니기에 우리는 리본을 단다. 누군가 그 작디작은 노란 리본을 보고 ‘아’ 정도만 해도, 리본을 달고 다닐 이유는 충분하다. 같은 맥락으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가 3번째 개봉한 데에 있어서 누군가 그 효용성을 묻는다면, 그것은 우리에게서 세월호가 잊혀지지 않게 하는 데에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영화를 본 후, 분향소 한 번 가지 않고 무얼 했나, 달랑 리본 하나 가방에 달아놓고 입으로만, 머리로만 슬퍼했던 것일까 집에 오는 내내 자책했다. 다음 날 날이 밝고, 나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길었던 줄을 기다려 국화꽃 한 송이와 짧은 기도를 남기고 왔다. 기도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지 몰라, 한참을 더듬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 부디 그곳에선 편히 쉬라 했다가, 슬퍼하지 말라 했다가 또 고개를 젓고서야 나는 기도를 마칠 수 있었다.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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