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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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 아직 못다한 이야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여러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빗발치고 있다. 영화계가 당장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사태가 있다. 지금 영화판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걸까? 필자는 이번 부국제 사태를 계기로 현재의 영화판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고 싶었다. 오늘 인디즈 초이스로 소개할 영화는 2012년 개봉한 허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판>이다. 비록 4년 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당시 영화인들이 바라본 영화판과 지금의 영화판을 비교하며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옛 일들을 거울삼아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반성의 기회로 삼아보고자 선택했다.
윤진서 배우와 정지영 감독이 인터뷰어가 되어 이끌어 가는 <영화판>은 꽤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여성배우로서의 삶부터 정치·자본검열까지 총 5가지의 카테고리로 폭넓게 다룬다. 겉으로는 화려한 ‘별들의 잔치’로 보이는 영화계지만 그 내부에 존재하는 시스템의 오작동에 대해 강조한다. 2010년 고 곽지균 감독의 자살 소식에 비추어 본 영화 스텝들의 열악한 환경, 남성감독보다 상대적으로 입문의 기회가 적은 여성감독,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견배우와 노장감독 등과 관련하여 영화인들은 끝없는 토론을 펼친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정지영 감독은 결국 할리우드의 합리적인 시스템을 따라가는 게 최선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터뷰에 동참한 여러 영화인들의 공통된 화두가 있는데, 하나같이 60년대의 영화계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제약이 덜했던 60년대에는 자그마치 총 200편 내외의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그 시기를 거쳐 온 영화인들은 60년대를 ‘한국영화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그 후, 독재정권이 등장하면서 정치 검열이 시작되었고 90년대에 이르러 자본 검열이라는 새로운 제약이 생긴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어느 영화 관계자는 ‘정치 검열이 사라진 최근 영화판은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고 있으며 이제 자본이 주인이 되어버린 영화시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인터뷰를 보고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도, 최근 끊임없이 이슈가 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았다. 2012년엔 영화인들의 걱정에서 제외 대상이었던 정치검열이 어떻게 2016년에 우리 눈앞에서 이토록 뻔뻔하게 펼쳐지고 있는 건가? 수많은 영화인들이 그동안 힘써 일궈놨던 곳이 어째서 다시 독재정권기의 영화판으로 퇴행하고 있다는 말인가?
부산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2014)에 상영 철회를 요구한 지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부산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등 부국제에 끊임없는 압박을 주었다.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계에서 ‘표현의 자유’, ‘다양성’은 당연한 필수 조건이다. 표현의 자유가 한번 침해되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렇기에 지금 수많은 영화인들이 부국제를 지키기 위해 끈질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판에 ‘황금기’는 다시 도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가다간 한국영화의 황금기는 ‘60년대의 것’으로만 영영 회자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든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과연 그대로 볼 수 있을까. 영화인들이 그동안 쌓아온 20년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 덧붙여, 여전히 남아있는 여성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차별, 영화계 내의 빈부 격차 심화 등의 시스템 문제 또한 반드시 해결해나가야 한다. 현재 외롭게 싸워가는 영화인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며, 2016년은 작년보다 더 성숙하고 발전한 모습의 영화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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