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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드라이브〉: 차를 타며 보내는 시간, 그리고 그 안에 쌓이는 것들

by indiespace_가람 2024. 5. 20.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차를 타며 보내는 시간, 그리고 그 안에 쌓이는 것들

〈드라이브〉 〈버텨내고 존재하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학교, 아르바이트, 집을 주로 오가는 나는 같은 번호가 적힌 버스를 번갈아 가며 오르내린다. 자리가 있을 때는 매번 탑승하는 쪽에 있는 맨 앞자리 위치에 앉으려 한다. 큰 창을 바라보며 도로를 내달리면 마치 로드 무비에 내가 끼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각 버스가 지나다니는 코스에 맞추어 골라놓은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밖을 구경한다. 종종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탈 때는 맨 뒷자리에 자리해 버스 안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깔깔 웃거나 때로는 먹먹해진 마음을 안고 버스에서 떠나간다. 매일 버스에서 여러 감정과 추억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나는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차량에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길 수 있을지 상상한다.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크게 틀고 마음껏 헤맬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며 도로를 내달릴 수 있다면?

 


이 모든 질문의 답을 감독은 〈드라이브〉를 통해 말해준다. 영화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상대가 담긴 차량을 통해 서로를 마주한다. 먼지가 가득한 차창을 통해 상대를 보고, 겉으로만 멀쩡한 차를 타고 먼 길을 함께 떠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하나하나 해체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차를 함께 바라보다 멀어진다. 차는 그들에게 무슨 존재였을까. 반드시 “그냥 차”는 아니었으리라.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 스틸컷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이동 수단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 차에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드라이브〉의 사람들을 보며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장소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많은 사람의 시간과 역사가 담겨 있는 호남지역 최초의 극장 ‘광주극장’, 그리고 그 세월 안에서 버텨내고 존재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88년의 역사를 보내온 광주극장의 구석구석에서 인디 뮤지션들은 각자의 음악을 노래한다. 〈드라이브〉의 차가 사람과 차에서의 시간을 연결한다면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극장은 노래와 장소로 사람과 극장, 그리고 사람과 문화를 매개한다. 광주극장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각자가 가진 극장에서의 시간을 떠올린다. 광주극장을 가보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겠지만, 〈드라이브〉의 차를 타보지 못했어도 자연스레 우리가 그동안 타온 차량에서의 날들을 생각하듯.


〈버텨내고 존재하기〉와 〈드라이브〉의 인물들은 특정 공간에서 켜켜이 쌓인 흔적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드라이브〉의 차량은 해체되었지만, 남은 사람들은 또 다른 차를 타고 자신들의 것을 쌓아나갈 것이고,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광주극장은 앞으로도 수많은 각자의 기억을 보관하고 생성 해나갈 것이다. 난 마주하는 두 영화의 공간들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내일을 기대한다. 우리 모두에게 두 공간이 “그냥 차”, “그냥 극장”이 아닌 “어떠한 역사와 의미를 지닌 공간”이길 소원한다.

 

 

* 작품 보러 가기: 〈버텨내고 존재하기〉(감독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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