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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기획] 〈드라이브〉 김시은, 조의진 배우 인터뷰: 어떤 자동차, 어떤 이야기, 어떤 기억, 어떤 만남

by indiespace_가람 2024. 5. 17.

어떤 자동차, 어떤 이야기, 어떤 기억, 어떤 만남

〈드라이브〉 김시은, 조의진 배우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글입니다.

 


우연과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빚어졌다는 영화 〈드라이브〉, 자동차를 매개로 켜켜이 쌓여온 시간은 예상치 못한 계기와 함께 다시 흐르고 반복되기 시작한다. 밀봉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사이, 과거의 우리는 현재의 순간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영화에 출연한 김시은 배우, 조의진 배우와 함께 극 중 인물을 추동하는 자신만의 드라이브가 무엇인지 엿보았다. 

 

영화 〈드라이브〉 (좌) 조의진 배우, (우) 김시은 배우



극장에서 관객분들을 만나시는 소감이 어떠신지 듣고 싶습니다.

김시은 배우 (이하 시은): 벌써 8년, 찍었는지 햇수로 10년째에요. 제가 서른여덟이니까 스물여덟에 찍기 시작한… 20대의 풋풋한 모습과 세월의 흐름이 한 영화에 담기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영화를 찍을 때는 개봉할 줄 몰랐어서 (웃음) 관객들과 만남이 이뤄져서 기쁩니다.

조의진 배우 (이하 의진): 장편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는데, 주연이라는 타이틀로 제 이름이 올라가는 게 황홀하죠. 처음에 감독님께서 개봉 준비한다고 하셨을 때 솔직히 긴가민가했어요. 정말 될까? 그런데 스크린에서 보고,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다니… 믿기지 않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어요. 큰 스크린에서 보니 확실히 더 재밌습니다.


〈드라이브〉에서 차는 결국 사적 관계가 벌어지는 가장 내밀한 공간이고 관계의 특수성을 의미하는 듯하지만 결국 차는 차에 불과하다는 일반적 얘기로 돌아오게 됩니다. 두 분께 차와 같은 존재가 있었나요?

의진: 영화 내내 차에 대한 여러 가지 감상이 나오는데, 저는 ‘항상 내 편이 되어준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차와 같은 ‘존재’는 없다. 대신 ‘관계’가 그런 면에서 더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상 내 편이 돼주는 것은 아니지만, 관계를 맺었을 때 유한성의 굴레 안에서 내 편이 되어주는 관계는 있으니까요.

정연 감독: 와이프라고 답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의진: 하하, 관계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은 다 유한하잖아요. 부모나 핏줄이어도 무조건적인 내 편이 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결국 폐차돼서 사라지게 되는 것처럼.

시은: 저는 ‘차’에 대한 기억을 많이 떠올린 것 같아요. 사회 초년생 때 중고차를 샀었거든요. 회사 없이 혼자 다녀야 해서 제가 운전해서 돌아다니고. 모든 경험은 원래 처음이 가장 강하게 남는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첫차와의 기억이 제일 강렬한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장에서 옷을 차에 싣고 다녔어요. 형사 역할이라 졸리고 힘들 때면 밤에 졸음 쉼터 가서 차 안에서 잠들기도 하고요. 연식이 오래돼서 소리도 났고 첫 운전이다 보니 범퍼도 많이 박았는데, 그래도 잘 몰고 다녔네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이사를 하게 됐는데 집에 주차장이 없었어요. 애정이 많이 든 차였는데 어쩔 수 없이 본가에 차를 맡기고 아버지가 제 차를 타셨었죠. 다시 주차장 있는 곳으로 이사 가면 가지고 와야지 했는데 아버지가 차를 팔아버리신 거예요.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니 차 생각이 더욱 많이 나더라고요. 잊힐 줄 알았는데 그것도 계속!
그래서 영화 대사와 다르게 제게 차는 그냥 차가 아니에요.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말씀해 주신 경험을 연기하면서는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의진: 저는 연애 때 느꼈던 감정을 많이 참고하게 된 것 같아요. 제 연애사를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죠. 저는 연애할 때 굉장히 몰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오래하고 다 쏟아내는. ‘차’도 그 순간에는 영원성을 가지는데 결국에는 헤어지면… 그런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끝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돼서 제 과거 속 그런 관계의 사람들이나 관계가 이미 끝난 사람들에 대해 많이 상기했던 것 같아요.

시은: ‘여름’을 찍을 때는 아직 차를 몰기 전이라 딱히 없었어요. 그때는 단순히 남자 친구는 떠나가고 비루하게 버려진 내 모습과 차를 연결하는 게 전부였던 것 같은데, 세 번째 촬영에서는 저도 모르게 첫 차와 가지고 있던 기억이 연기에 연결된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 속 지현과 상현의 표정이 인상깊었는데요. 지현과 상현은 왜 같이 가지 않고, 각자 다른 길로 돌아갔을까요?

의진: 인물로서의 이유는 임무가 완수됐기 때문이겠죠?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둘 사이 관계를 매개하던 차가 폐차됐으므로 더 이상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관에서 폐차 장면을 볼 때, 저는 날 것이 부서지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영화관에서 듣는 것보다 현장에서는 들었던 소리는 더욱 적나라해서 그 광경 자체가 낯설고 무서웠어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절 10년 정도 괴롭혔던 응어리가 해소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그것이 주는 의미를 가져가려고 했어요. 이전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 종국에는 이런 모습으로 정리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시은: 폐차하는 걸 직접 본 게 처음이어서, 생각보다 적나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전까지 차와 사람을 연결하며 연기를 해서, 사람의 죽음과도 연결됐던 것 같고요. 순수하게 느꼈던 감정은 공포? 처참함을 넘어 무서운 느낌이었어요.
그때 당시 지현이 이 정도 감정을 느끼는 게 맞냐고 감독님께 여쭤봤던 기억이 있어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으나,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서있자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었고요. 다만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려서 피하지 않은 이유는 전 남자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입장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아요. 순간을 더 잘 느끼기 위해 폐차 장면을 참고 바라봤던 거 같아요…
상현과의 관계는, 전 남자 친구가 해줬으면 하는 행동을 상현이 해주니 성애적 감정도 끼어들었을 거로 생각해요. 처음엔 인간적 고마움이나 호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을 지나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손목 잡는 것으로 표현됐고. 그렇지만 여기서 둘이 이어지는 것은 판타지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에 대한 예의로 그만둔 느낌.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시은 배우님께 질문드려요. 절제된 표현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요?

시은: 아무래도 영화 안 영화가 있다 보니 어떻게 차이를 둘지 고민 했어요. 그래서 영화 안 영화에서는 좀 더 극적으로 연기하려고 하고, 전화 통화할 때는 일상적인 톤으로 하려고 했죠. 감독님과 얘기해서 나름의 차이를 마련한 거였어요.
세 번째 에피소드는 배우에 대한 얘기라서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이해되기도 하고 실제로 저도 유사한 상황을 겪은 적 있었어요. 어려웠던 것은 첫 번째 에피소드였죠. 이번에 큰 화면으로 보고 나서야 감독님 의도가 이해되더라고요. 미래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루고 싶었던 게 많은 나이대의 저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싶던 감독님이 이해가 안 됐었죠. 마지막에 사진 받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왜 웃어야 하는지 감독님께 물어보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나이에 제가 담기에는 그릇이 좀 좁지 않았나… 지금 만약 여름 부분을 다시 찍으면 감독님이 의도하는 것들이 더 잘 담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무대가 아닌 영상 속에서 교훈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을 풀어내시면서 의진 배우님이 가장 집중한 부분이 궁금해요.

의진: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신경 썼던 부분이에요. 상대방이 어려움을 겪으면, 내가 맡은 인물은 계속 ‘내 생각엔 이렇다.’, ‘내가 봤을 땐 이렇다’는 식으로 정리를 하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교훈적인 무언가를 주기 위한 구성으로 보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대사들은 최대한 인물의 말이어야 하고, 내 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가볍게 쳐야 한다. 제 원래 성격이 자분자분하고 좀 조용한 편이라서, 인물의 가벼움으로 연기하려 했어요. 편하게,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무대와 영상 연기의 본질은 똑같다고 생각해서 큰 차이는 없었어요.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연극에서 보이는 인물의 모습이 저랑 더 멀고 극대화되는 측면이 있긴 하죠. 무대에서 1에서 100까지의 제가 있으면 51을 꺼내서 100으로 늘린다면, 영상은 현장성이 더 중요해서 51번째가 필요하면 51번째를 그냥 꺼내니까요.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관객들이 ‘이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나요? 

시은: 정말 사소한 건데, 여름 부분을 찍으면서 제 캐릭터가 발목이 아파서 장화를 빌려 신어요. 근데 몇 장면 이후에 감독님이 이제 안 절뚝여도 된다고 했는데 저는 그때 막 고집을 부리면서 이게 연결 돼야 한다고 우겼었거든요. 지금 와서 보니 굳이 안 절뚝여도 됐더라고요. 

의진: 저는 오히려 제가 연기할 때 신경 쓴 부분들을 절대 알아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들의 선택이 극 안의 이야기로서만 녹아있고 배우가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걸 의도해서 찍었다는 게 드러나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근데 막상 찍고 나니까 꼭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두 번째 에피소드의 추위는 연기가 아니에요. 진짜 너무 추웠어요.

시은: 첫 번째 에피소드도 진짜 더운 날이었어요. 무지 힘들었습니다.


영화 〈드라이브〉 스틸컷

 


관객에게 하고픈 말이 있으시다면?

시은: 캐릭터와 실제 본인 모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얘기하며 말하자면, 마지막 세 번째 나왔던 지현이가 배우인데 저랑 정말 달라요. 갈 차가 없어서 맥주를 마시잖아요. 그때 감독님께 이해가 안 돼서 막 따졌어요. “감독님, 스태프가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그 상황에 맥주를 마셔요?” 그때 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은 외적인 관계가 중요한 사람도 있지만 사적인 부분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잔잔한 얘기처럼 느껴지시겠지만, 관객들과 만났을 때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정말 어렵게 개봉한 영화여서 많이 도와드리고 싶고 또 관객 한 분 한 분 만나는 게 소중하다는 걸 느끼는 시간이라서 그런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아, 노트북으로 봤을 때보다 스크린으로 봤을 때 훨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작은 화면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큰 무언가가 있더라고요. 확실히 감독님께서 스크린으로 보는 것을 생각하고 만드신 거구나 싶고요. 개봉 시기가 끝나면 스크린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내려가기 전에 빨리 영화관으로 와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의진: 공연은 관객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경우가 없어요. 그나마 공연을 올리기 전 프레스콜 정도? 그래서 이렇게 제가 출연한 영화를 누군가 보시고 영화에 대해서 감상을 나눠주시고, 감상에 대해서 제가 얘기를 하는 이러한 순간들이 너무 신선하고 귀하고 재미있어요. 그래서 얘기를 함께 나눌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많이들 극장 와주셨으면 좋겠고, 극장 상영 이후라도 다른 것들을 통해서라도 많이 봐주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아, 저도 김시은 배우님처럼 되고 싶어요. 잘 나가고 싶어요.

시은: 이미 대학로 프린스 아니에요?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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