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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동그란 영화제] 섹션 1 '시간의 중첩' 인디토크 기록: 또 만나기를 바랍니다.

by indiespace_가람 2023. 12. 28.

 

또 만나기를 바랍니다.

[동그란 영화제] 섹션 1 '시간의 중첩'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년 12월 15일(금) 오후 1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방성준, 양승욱, 이란희 감독

진행 백소희(동그란 영화제 기획단)

섹션 시간의 중첩

상영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김소형 감독), 〈천막〉(이란희 감독),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방성준 감독),  〈가족의 모양〉(양승욱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기록입니다.

 

 

아름다운 영화제에 다녀왔다. 12월 15일 금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 개최된 [동그란 영화제]는 영화를 사랑하는 10명의 동료들이 10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의기투합한 끝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총 3개의 섹션, 13편의 국내 독립영화로 구성된 이번 영화제에서 나는 첫 번째 섹션인 ‘시간의 중첩'의 영화들을 관람하고 이후의 GV를 기록하였다.

 

개인적 소회를 최소화하고 영화 평론가 남다은 선생님의 말을 끌어오고 싶다. 남다은 평론가는 〈2021 서울독립영화제 : 창작자의 작업실〉에서 당신에게 있어 한국 ‘독립’영화란 사실상 한국 영화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동그란 영화제]를 관람한 후 이 말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영화에 국적을 논하는 행위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4편의 영화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한국적이다. 철저하게 자본과 결탁한 문화상품으로서의 영화가 담아내지 않는 한국이 이 영화들에는 있다. 어느 관객 분과 이란희 감독님의 말처럼 [동그란 영화제]가 올해 뿐 아니라 내년, 그 이후에도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사진 제공: 동그란 영화제

 

 

백소희: 오늘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자리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동그란 영화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동그란 영화제는 10명의 기획단이 3개월 간 영화제 프로그래밍 교육을 거쳐서 단 하루 개최하는 영화제 입니다. 여러분들께 동그랗다는 것, 동그란 형태는 어떠한 감각으로 다가올지도 궁금합니다. 시작과 끝점이 이어지는 굴곡진 선은 동그라미로 남는데요. 저희는 영화와 관객을, 그리고 그 사이의 프로그램을 통해 동그란 형태를 구성해보고자 하였습니다. 비도 오는 궂은 날, 독립 영화 보러 찾아와 주신 관객 분들과 감독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시간의 중첩' 섹션 gv를 맡은 백소희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시간의 중첩 섹션은 영화 속 인물들이 지나온 자리 자체를 하나의 중첩되는 시간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누군가의 발자취를 담아내고요. 사라져가는 흔적을 떠올릴 수 있고요. 남겨진 자국을 응시하기도 하면서 계속하여 시간이 층위가 쌓이며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인물들이 겪어내는 모습을 시간의 풍경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영화는 타인의 자리를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도록 흘러갑니다. 앞서 말씀 드린 서로는 영화 안의 인물들이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 여러분들께서 앉아 계시는 자리로도 파고들게 됩니다. 오늘 본 영화가 여러분들께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앞쪽에서는 오늘 여러분께서 감상하는 세 영화의 감독님들께서 나와 계십니다. 제 바로 왼쪽부터 〈가족의 모양〉의 양승욱 감독님,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의 방성준 감독님, 그리고 〈천막〉의 이란희 감독님 나와 계십니다. 관객분들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분 한분 인사 말씀 건네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양승욱 감독 (이하 양승욱): 〈가족의 모양〉 연출한 양승욱 입니다. 반갑습니다.

 

방성준 감독 (이하 방성준): 안녕하세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연출한 방성준입니다.

 

이란희 감독 (이하 이란희): 〈천막〉 연출한 이란희 입니다. 반갑습니다.

 

백소희: 오늘 저희가 마련한 시간에는 ‘시간의 중첩'의 단단한 뼈대인 시간을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첫번째 작품이었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를 통해서는 안과 정연의 서로의 시간이 평행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의 모양〉에서는 공간이 개인으로 파고듭니다. 서울 신도림에 살고 있는 한 가족으로 파고들죠.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에서는 생과 사로 흩어진 시간이 시의 언어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천막〉을 통해서는 천막이라는 공간 아래에서 연대를 이루고 노래하는 인물들을 통해 시간이 결속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중첩' 섹션의 네 편의 영화들은 개별의 영화들임에도 모두 시간을 개념으로 연작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상영작 이후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질문을 이어가고자 하는데요. 우선 양승욱 감독님께서는 〈가족의 모양〉을 연출하신 이후에 〈열쇠의 모든 것〉이라는 극영화를 연출하셨습니다. 〈열쇠의 모든 것〉은 한 현수막 사무실과 열쇠 집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요. 감독님께서는 관전 포인트를 공간으로 짚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가족의 모양〉처럼 공간을 내밀하게 파고드는, 파고들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들을 하나의 필름의 형식으로 풀어내시는 것 같아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이후에는 〈뒤로 걷기〉라는 작품으로 관객분들과 만나 오셨는데요, 어느 인터뷰에서 감독님께서는 ‘기억과 기억이 만나는 영화' 라고도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뒤로 걷는다는 건 다시 한번 기억을 찾아간다는 의미로도 이어질텐데요. 양감독님은 사람의 행위에 있어서 걷는 행위가 보내온 시간과 콜라주 하듯이 이야기를 풀어가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란희 감독님은 〈천막〉 이후에 〈휴가〉라는 작품으로 관객분들과 만나 오셨는데요. 해고노동자에 관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미지들, 가령 머리띠를 두르고 농성을 벌이는 모습이 아니라 평범하게 밥을 먹고 자고 노래하는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기에 그저 삶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함께'의 감각을 보다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천막〉은 2016년,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은 2018년, 〈가족의 모양〉은 2020년에 제작된 영화인데요. 이후에도 작업을 이어오고 계시는데, 감독님들께서 느끼시기에 창작 당시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은 또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변화된 생각 혹은 동일한 생각이 있다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양승욱: 다큐멘터리를 찍었을 당시에는 제가 영화과 학생으로서 공부하는 자세로 작품을 찍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이유 역시, 영화를 찍고 싶은데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면 이 자체가 하나의 큰 수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촬영부터 편집까지 7~8개월 걸렸던 과정을 통해 실제로 많이 배웠습니다. 영화의 기본, 영화의 촬영과 편집, 감정을 어떻게 불어 넣는지에 대해서 등 이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고 말씀 주셨던 〈열쇠의 모든 것〉이라는 작품에까지 그 영향이 이어져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계속 시나리오 작가로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요. 과거에는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 땅굴을 파서 제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다큐멘터리로 제 이야기를 충분히 보여드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나 다양한 장르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영화 〈가족의 모양〉 스틸컷

 

 

백소희: 작업물, 작업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결속하게 되고 디벨롭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어서 방성준 감독님께 같은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방성준: 저도 졸업 작품으로 찍었던 작품이라서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단편들도 찍고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제 안의 이야기를 다 하고 나 보니까 뭘 쓰고 뭘 찍어야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지금은 재밌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안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상품으로서 영화를 생각하고 지낸지 꽤 되어서요. 저도 시간 지나면서 영화를 업으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이란희:〈천막〉은 2016년도부터 여기 저기에서 상영되기 시작하긴 했는데, 실제 그 시작은 2012년도였어요. 〈천막〉에 나오는 세 분 외에 한분이 더 계셨는데 투쟁하시다가 그만두시는 바람에 세 분이 되신건데요. 어쨌든 그 분들의 공연을 보면서 이 얘기로 장편 영화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이후에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취재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2015년 1월 즈음에 이러다간 도저히 뭐가 안 될 것 같아서 천막, 농성장을 저희가 자주 찾아가서 이야기도 조금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말씀이 조금 짧으셔서 제가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보려 해도 말씀을 잘 안해주시더라고요. 일상적으로 풀어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같이 영화를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해 2월 달에 한 편, 3월 달에 한 편. 이렇게 찍었어요. 그렇게 하고 난 이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어디 영화제 내기에도 민망한 결과물이긴 했는데, 나름 재미있게 진행했던 작업이었고 이후에 어찌 저찌 제작 지원을 받게 되어서 이분들과 스탭분들을 조금 더 모아서 함께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천막〉이 나오게 된 것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이 때에도 계속 이 이야기로 장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천막은 장편을 못만들어서 단편으로 나오게 된 셈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쭉 끌고 가서 조금 더 시나리오 작업을 해서 2020년에 〈휴가〉라는 장편을 만들게 되었고 그리고 나서 〈휴가〉에서 작게 언급했던 인물이 있어요. 현장실습 온 고등학생. 그래서 지금은 그 고등학생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요컨대 제게 있어 시간의 변화란 무언가를 좀 하러 갔다가 그게 여의치 않아서 다른 걸 하다가 다시 다른 걸 하다가 그것 때문에 또 다른 게 생기고.. 이렇게 없던 일이 계속 생겨나는 시간을 지나 왔던 것 같습니다.

 

 

영화 〈천막〉 스틸컷

 

 

백소희: 감사합니다. 감독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우리는 순간순간 재미를 찾는 일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경험을 우리 관객은 영화관 앞에서, 스크린 앞에서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더불어서 저희가 영화를 볼 때 있어서 제작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 영화를 보다 풍부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고민하셨던 부분들과 그러한 고민의 흔적들을 영화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에 관련해 이야기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양승욱: 처음에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했을 때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찍다 보니까 저도 예상하지 못하게 제가 살고 있는 집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에 대해 깊게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지. 왜 보여줘야 하는지. 아무도 내게 찍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걸 찍고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작업하면서도 하기 싫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저희 작은 누나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었거든요. 이들이 내게 진심을 꺼내놓는만큼 나도 내 영화로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 모종의 책임감이 그 과정 속에서 생겼어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사람들한테 보여줬을 때 제 알몸을 다 드러낸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것들을 이겨내는 과정들을 영화를 찍으며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솔직함 등을 영화 속에 많이 녹여내려고 노력했었고 이걸 관객분들이 많이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소희: 말씀 해 주신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영화를 되돌아보니까 집안 곳곳을 살피는 듯한 감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들이 감독님께서 말씀 주신 모종의 책임감으로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양승욱 감독님께 같은 질문을 드려 볼게요.

 

방성준: 졸업을 앞두고 시나리오를 되게 많이 썼는데, 그때마다 영화과에 와서 뭘 배웠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막상 졸업을 하려니까 배운 게 없는 것 같고 막막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마지막 작업을 할 무렵에는 교수님 이야기를 다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임했어요.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작정이었어요. 영화가 다 끝나고 날 즘에서야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지점들이 많이 보였는데,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사실은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시를 매개로 하다 보니까 느낀 어려움도 있는데요. 활자로서의 시는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지만 영화에서 청각적으로 제시되는 시는 흘러가면 다시 붙잡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적당히 어렵게 또 너무 쉽지는 않게 독해 되도록 만드는 게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란희: 〈천막〉 같은 경우에는 실제 인물들이 자기 캐릭터를 연기하고 자기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연기를 하고 자기들이 쓰던 물건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방식이었고 본인들의 사연을 저와 얘기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야기와 대사를 만들면서 신경 썼던 부분들은, 내가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물어볼지에 관한 것이었어요. 처음엔 이런 고민들로 시작을 했다가, 제가 농성 천막에 처음 들어갔던 시기가 농성 8년차 때 였어요. 서로의 사이가 마냥 좋지만도 않고 피곤한 상태에 있을 때 제가 찾아갔던 것이었기 때문에 물어보지 말아야할 게 뭘까, 묻지 않고 내가 대략 짐작해야 할 영역들은 어떤걸까. 이런 것들과 관련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할 때에는 세 분이 투쟁 과정 중에 연극도 해보긴 하셨어요. 그리고 저랑 이전에 단편 세 개를 찍기도 하셨지만 그래도 전업 연기자가 아니시기 때문에 얼굴로 연기가 안되는 부분들은 뒷모습만 찍는다거나 그래서 고개를 휙 돌리는 정도로 마음의 변화를 연기하게 하는 식의 방법들을 최대한 많이 찾으려 했어요. 그래서 물건, 손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게 됐어요. 저한테는 되게 좋은 훈련이었던 것 같아요.

또 투쟁하시던 분들의 투쟁은 일단락 됐어요. 말하자면 이긴 셈이 되었는데, 그렇게 해서 보상도 받으셨고 투쟁 끝나고 나서 1,2년 지난 후에 천막에서 계속 투덜대시던 분 있죠? 작년 이맘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저 농성장도 누군가 불을 질러서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천막에는 사라진 것들이 많아요. 영화라는 게 기록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굉장히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 계기었습니다.

 

백소희: 감사합니다. 앞서 말씀 해 주셨던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같은 경우에 저는 포근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영화와 시라는 각각의 예술이 포개지며 부드러운 감상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는데, 아마 이 부분이 감독님께서 작업에 있어 고민하셨던 흔적의 일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또 이어서 말씀해 주신 〈천막〉의 경우에는 우리가 물음을 남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물음을 남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왜 지속해야 하는지에 관련한 주제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품고 있는 시간은 장소로 확장되어 파고듭니다.  오늘 GV 주제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이렇게 인물들의 삶과 태도는 공간에 대해서 진득한 작업을 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캠퍼스의 언덕과 천막, 신도림동 등 이 공간을 통해 감독님들께서 무엇을 남기고 싶어 하셨는지가 궁금해요. 그런 것들이 현재와 어떤 관계 속에서 상생하고 있는지, 겹쳐지고 있는지 장소의 개념과 관련해서 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란희: 제가 먼저 할까요?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다 같이 웃음)

 

방성준: 아 감사합니다. (웃음)

 

이란희: 아까 말씀 드렸듯이, 천막은 실제로 이 분들이 농성을 하시는 곳이고 주무시기도 하시고 건너편 주유소에서 물을 떠서 생활 용수로 쓰기도 하시고 연대하시는 분들이 오시면 같이 회의도 하시고 식사도 하시는, 그 분들에게는 완전히 집이죠. 이곳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발전기 인데요. 발전기가 있어야 전기를 켤 수 있는데, 이게 기름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전봇대 전기를 어떻게 끌어와 쓰시다가 누군가 이걸 구청에 신고한거에요. 구청에서 신고를 받고 전기를 끊은거죠. 아무튼 발전기로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전기를 쓰시는데, 저희가 겨울에 인터뷰를 갈 때, 오후 5시만 되더라도 주변이 새까매져서 아무것도 안보였어요. 그런데 추워서 천막을 열어둘 수도 없고 하다보니 ‘불을 켤까?’ 라고 저희에게 물어보세요. 처음엔 괜찮다고 답변드리다가 도저히 켜야될 것 같으면 그 때 말씀드려요. 그럼 켜 주시거든요. 이후에 인터뷰 마치고 저희가 차 타고 나갈 즈음에 딱 불이 꺼져요.

그러니까 그 이후로 그 분들은 암흑 속에서 그 공간에서 지내시는거에요. 8년 동안 투쟁했던 세 사람이요. 저희들 생각에 그 세 분은 거의 이혼 직전인 부부 같은 상황에 계시거든요. 왜냐하면 좋은 것도 한 두달이지, 너무 힘든 상황에서 너무 밀접하게 한 공간에 묶여 사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인 세 분이 불도 꺼지고 오후 6~7시부터 이튿날 해가 뜨는 6~7까지 그 어둠 속에 계시는거죠. 그걸 생각하면서 집에 가면 마음이 굉장히 안좋아요. 불우 이웃 돕기의 감정이 아니고요. 조금은 다른 감정이 듭니다. 공간과 관련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고 영화를 만들 때에는 미술 감독님이 오셔서 ‘할 게 없다.’ ‘몇 개만 빼겠다.’ 말씀하셔서 그 곳이 세팅되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천막에 관련해서 연출 의도를 쓸 때 굉장히 고민을 했어요. 제가 이 영화를 찍기 전에 길을 다니다 그러한 천막을 보면 죄책감 같은 감정이 우선 들었어요. 나의 무관심으로 그 분들이 그러한 고통을 겪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눈도 안 마주치고 되도록 후다닥 지나갔어요. 길거리 가판대에서 서명을 하면 부담 없이 가서 서명을 하지만 저 앞에 농성 천막에 가서 사인을 받는다고 하면 너무 부담스러운 거에요. 고통 받는 공간에서 바로 그분들을 마주친다는 것 자체가요.

저 말고 다른 분들은 농성 천막에 대해서 ‘저 사람들은 멍청한 사람들이야. 저건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야’ 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이 분들과 같이 생활하고 밥을 먹으면 감정적 연대 없이 논리로만 함부로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18분짜리라 대단한 것을 담을 순 없기 때문에 적어도 천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는 사람이 ‘저들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끔 의도를 기획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물을 어떻게 길어다 마시고 전기를 어떻게 켜며 셋이 있을 때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가족들과는 어떤 통화를 나누는지 등 일상에 관련된 내용을 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연출 의도가 된 셈이었어요.

 

백소희: 말씀을 듣고 나니까 오프닝 부분에 등장하는 천막 자체를 저 역시도 일상에서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천막 아래의 공간에 친밀감을 느끼며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아래의 사람들이 굉장히 끈끈하게 결속 되어있고 그러한 결속력이 세 분의 밴드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함께하고 있기에 지속할 수 있고 그러기에 또 내일을 맞이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방성준: 저는 두 군데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언덕과 캠퍼스인데요. 저는 어렸을 때 대학교 캠퍼스 바로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당시 저에게 있어 놀이터가 캠퍼스 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갓 성인이 된 어른들의 문화를 바로 옆에서부터 접했어요. 사춘기 때에도 술, 담배에 대한 호기심도 전혀 없을 정도로 징하게 시달렸었거든요. 어머님이 캠퍼스 바로 옆에서 식당을 하셨는데 저희 집이 식당 바로 옆이 또 저희 집이 있었어요. 술이랑 담배 등 젊은 대학생들의 문화 속에 살면서 저도 모르게 나름의 포근함을 느껴서인지 어디를 여형 가거나 하면 그 부근의 돌아보게 되는데요. 그 젊음의 이미지에 할머니가 던져지는 모습을 상상하는게 재밌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대학을 찾아가면 재미있는 그림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언덕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그 당시의 저는 어떤 힘듦을 넘어 서는 데 있어서 시간과 더불어 의지같은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어떤 육체적인 걸음으로 넘어가야만 하는 언덕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1차원적인 생각이지만 시간과 함께 자신이 딛고 나가는 힘이 있어야지만 그것을 넘어 섰을 때 진정으로 넘어 섰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러한 이미지의 공간을 끌고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영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스틸컷

 

 

백소희: 말씀해 주신 부분을 듣고 생각을 해보니, 엔딩에서 내레이션으로 ‘생의 오른편으로, 오른편으로' 라고 말하면서 오른편으로 언덕을 오르게 돼요. 이 대목에서는 계속해서 환경이 번지게 되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어서 〈가족의 모양〉의 양승욱 감독님께 말씀 듣고자 합니다.

 

양승욱: 제가 다큐멘터리를 찍기 전에 단편 극영화를 작업할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어떤 공간을 잘 찍어보려 했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 공간을 탐색하고 여유롭게 담아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굉장히 불만이었어요. 그래서 이후에 작업을 하게 되면 시간을 두고 로케이션을 가서 조금 더 자세히 보고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다큐멘터리를 그 생각의 연장으로서 촬영을 했습니다. 우선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엔 저희 집이니까 오랜 시간 볼 수 있겠다 싶었고 틈만 나면 곳곳에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 촬영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몰랐던 집의 모습이 보였는데요. 하다 못해 화장실의 칫솔통에도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찢어진 벽지들을 이어붙이면 그게 또 하나의 영화가 되기도 한다는 걸 그 때 많이 느꼈습니다. 집을 촬영하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집의 형태 자체가 우리 가족들의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영화의 제목을 〈가족의 모양〉이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공간에 대해 촬영하며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며 촬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백소희: 가족을 이야기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을 분리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자체가 어떻게 본다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생각은 아닐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독님께서 그러한 사각지대를 계속해서 바라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가 ‘시간의 중첩'을 주제로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이고요. 마이크를 관객분들께 넘겨서 감독님들께 드리고 싶었던 질문이라거나 감상, 기억에 남는 장면을 공유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희가 또 소정의 상품을 준비했는데요, 영화의 스틸 사진으로 예쁜 엽서가 마련되어있습니다.

 

관객: 네 편의 영화 집중해서 잘 보았습니다. 저는 〈천막〉 연출하신  이란희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를 배우는 중인데, 수업에서 ‘가장 높은 차원의 극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닮아가고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차원의 다큐멘터리는 극영화를 닮아간다.’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요. 〈천막〉 도입부가 극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긴가민가 한 점에 인상에 남았어요. 이 영화를 극영화로 만드신 이유가 궁금하고 또 극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대상인 ‘콜트콜텍’을 직접 지목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란희: 저도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들은 적 있는데요. 그 때 느꼈던 게 저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절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선 안되겠다는 거였어요. 왜냐하면 당시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인터뷰했던 사람 중 한명이 저와 굉장히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한테 진짜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 다큐멘터리가 너무 힘이 없는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렸고 제 자신이 저에 대해서 완전히 새롭게 발견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저는 제가 직진의 대화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는, 나누는 이야기가 저희 안에서만 공유되는 게 아니라 밖으로 공개된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인지 대화에서 직진을 이루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연습 내지는 수련의 방식이나 다른 사람의 다큐멘터리를 조력하는 방식으로는 참여하더라도 제 작품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다보니 ‘콜트콜텍' 이야기를 다룰 때에도 당연히 극영화로 제작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콜트콜텍’을 주제로 해서 이미 많은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나와 있었어요. 이미 3~4편 정도가 나와 있던 상태였는데, 관객 입장으로서 제가 아쉬웠던 것은 내밀한 사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공동정범〉 같은 경우엔 굉장히 내밀한 이야기가 그 안에 있었어요. 만일 제가 극영화로 작품을 만든다면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제가 다큐멘터리를 잘 못 만드는 사람이기에 〈천막〉을 극영화로 제작한 것도 있었지만요.   

다음 질문에 대해서는 김곡,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이야기를 먼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노땡큐'에 이명박 박근혜를 쓰셨더라고요. (다 같이 웃음) 이게 재밌었어요. 그리고 ‘콜트콜텍이라는 실명을 굳이 뺄 필요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 분들이 사실 이 작업에 참여하시잖아요. 전문 배우도 아니고 이름을 알릴 것도 아니고 취미 생활 하시는 것도 아닌데, 사실 본인들의 투쟁을 알리고 싶어서 참여하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분들이 당신들의 구호를 영화에 넣으라고 저에게 강요하지도 않으셨어요. 그런 입장에서 ‘콜트콜텍' 이름을 뺄 수 없었고 저 역시 그 분들과 연대하는 입장이기도 했고요. 제가 용감한 다큐멘터리 감독님들처럼 카메라로 전경을 때릴 수도 없었기 때문에 제가 제 영화에 그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우리끼리도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었어요. 만약 ‘콜트콜텍’이 그 문제를 가지고 법적으로 시비를 건다, 그러면 오히려 땡큐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만약 대중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를 하게 되었다면 아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서울의 봄〉 만드셨던 분들처럼 저도 그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동그란 영화제

 

 

관객: 오늘 3편의 영화 이어서 감상하면서 특별한 사람과 경험이 떠올라서 많이 울고 훌쩍거렸어요. 그래서 제 양 옆 관객분들께서 방해가 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요. (다 같이 웃음) 이런 자리 오면 멋있고 근사한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뒤죽박죽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동그란 영화제’ 오늘 1회잖아요. 영화제 이름도 너무 잘 지으신 것 같아요. 영화들을 보며 사유할 수 있는 영역들을 확장시켜주고 사회의 모난 부분들을 둥글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취지에서 영화제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런 귀한 영화제를 보존하기 위해서 앞으로 예산 지원 등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실 것인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백소희: 감사합니다. 동그란 영화제는 3개월간의 프로그래밍 교육을 거쳐서 오늘 단 하루 열리는 영화제를 함께 기획을 한 것인데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제 지속을 위해서는 결국 영화를 잘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를 잘 본다는 건 내가 내 삶을 애정하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스스로의 삶을 애정하면서 스크린 안의 사람들의 시간을 계속해서 바라보려고 하는 일. 이것이 곧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과도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관객: 〈가족의 모양〉 초반부만 하더라도 재개발과 관련된 따분한 영화가 아닌가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가족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더라고요. 또 저 역시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인지 굉장히 이입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공간이 사라지는 이야기를 담고자 하셨을 때 어떠한 점에 주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저는 〈재춘언니〉 gv까지 봤는데, 당시에는 재춘언니께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그 이후는 아예 모르고 지내다가 뉴스보고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혹시 이란희 감독님께서는 〈재춘언니〉에서도 담당하는 업무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란희: 〈재춘언니〉에 제가 특별히 도움을 드린 건 없고요, 〈재춘언니〉를 연출하신 이수정 감독님과 제가 오래 전부터 굉장히 친한 사이었는데, 이수정 감독님께서 〈재춘언니〉 촬영 이외에도 콜트콜텍 관련된 촬영을 굉장히 길게 하셨어요. 저보다 훨씬 길게 해 오셨는데, 그 분이 찍고 작업하신 내용들을 제가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재춘언니께서 경비 일을 하시기 전에는 학교에서 창틀을 교체하는 일을 할 때 보조로서 일을 많이 하셨어요. 그러다 해고되시고 공사장에서도 일을 하시고 그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양승욱: 공간이 사라지며 기억이나 추억 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있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앞선 답변에서 말씀 드렸듯, 상처나 아픔 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발견하는 감정을 촬영 중에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영화를 찍고 나서는 사라져도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었달까요. 사라져도 새로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요. 네. 찍고 나서는 재개발이 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소희: 오늘 저희에게 허락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서 질문은 이렇게 세 분께만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들께 인사 말씀 한마디씩 부탁드리며 오늘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승욱: 오늘 비오는 날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족의 모양〉 공개할 당시엔 코로나 시기 였을 때라 상영회에도 사람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 이렇게 불러주셔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성준: 날도 궂은데 영화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영화 찍을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이란희: 혹시 〈천막〉을 보시고 이후 작업이 궁금하시면 〈휴가〉를 검색하셔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 같이 웃음) 1시간 20분 정도 되는 짧은 장편 영화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 작품으로 ‘3학년 2학기'라는 제목의 작업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제목도 확정이 되어서 말씀 드려도 될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빨리 열심히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꼭 보실 수 있도록 만들도록 노력 중에 있습니다. 오늘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동그란 영화제〉 매년 하는 걸로 정착이 되면 딱 좋겠네요. 프로그래머들도 계속해서 양성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면 정말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소희: 오늘도 자리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은데요. 다른 섹션들에도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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