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을 쫓아가는 모든 청춘들에게
〈불빛 아래서〉 조이예환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홍대’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떠한 것이 떠오르는가? 이 공간을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들이 있겠지만 ‘청춘의 열기’가 먼저 떠오른다.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 그리고 각종 클럽에 가득 차있는 청년 뮤지션들의 음악은 꿈과 열정 그 자체이지 않을까?
〈불빛 아래서〉는 ‘풀타임 뮤지션’을 꿈꾸는 ‘더 루스터스’, ‘웨이스티드 쟈니스’, ‘로큰롤 라디오’, 뮤지션 세 팀의 삶을 담고 있다. 음악으로 꿈과 열정을 증명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청춘 모두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 밴드의 ‘청춘 자소서’를 기록한 〈불빛 아래서〉는 또 다른 청춘인 조이예환 감독의 열정 그 자체이다. 에너지 넘치는 조이예환 감독과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6년이라는 시간이 카메라 속에 담겼는데요. 인디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애환이 영화 안에 잘 녹아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원래 홍대에서 밴드 공연을 보는 걸 되게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공연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가 2007년에 미국에 가서 거의 1년 가까이 공연을 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정말 음악적으로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선진적인 음악을 한국에서 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작품이 출발한 것 같아요. 2009년쯤부터 어떻게 해야 이 문화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그때부터 공연장에 가서 음악을 듣고 좋은 밴드들을 한 팀씩 찍어나갔어요. 그러면서 영화까지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홍대의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밴드인 더 루스터스, 웨이스티드 쟈니스, 로큰롤 라디오, 이렇게 세 팀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으셨어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며 여러 밴드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왜 이 세 팀을 캐스팅하셨고, 왜 이들을 함께 영화에 담기로 결정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좋은 팀이 있으면 공연 끝나고 내려올 때 ‘다큐멘터리 찍고 싶은데 찍어도 되냐’ 이렇게 물어가면서 섭외를 진행했어요. 원래 찍었던 팀이 더 많았어요. 한 5~6팀 정도 찍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각기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위주로 영화를 찍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만들다 보니 다른 밴드 영화들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가 홍대 인디밴드들의 인기가 떨어져가는 시점이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친숙한 음악으로 먼저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보다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더 루스터스, 웨이스티드 쟈니스, 로큰롤 라디오를 묶어 작품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세 팀 모두 사람 자체가 되게 착했어요. 이야기도 잘 통하고, 거들먹거리지 않고요. 락밴드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강한 이미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저는 이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느꼈어요. 가장 귀여운 세 팀으로 골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웃음) 멋도 있고 귀여움도 있고.
밴드 팀원들이 생활하는 사적 공간에 카메라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카메라와 거리를 두려고 하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밴드 팀원들과 감독님이 매우 가까워 보였는데,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쌓아나갔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지금은 너무 친해져서 어떤 식으로 친해졌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많이 붙어있다 보니까 친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맨 처음에는 밴드들이 아무래도 카메라가 있으면 이미지를 신경쓰고 어색해하고 그랬는데 워낙 오랜 시간 찍다 보니 나중에는 카메라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졌어요. 기본적으로 잘 맞아서 촬영을 하면서 더욱 가까워졌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스페이스를 스스럼없이 내준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많다고 느껴졌어요. 촬영과 편집을 진행하면서 감독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 있다고 느꼈던 인물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밴드로는 세 팀이지만 사람으로는 12명~13명 되니까요. 인물들을 덜어내고 메인 인물을 쌓아가라는 피드백을 들었는데 저는 도저히 그게 안 되더라고요. 능력 부족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저는 밴드 팀원 모두가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한 명을 고르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낸 밴드 팀원들과 촬영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주요한 에피소드는 영화 속에 다 집어넣었어요. 영화에 안 들어간 장면으로는, 웨이스티드 쟈니스가 미국 투어를 갔을 때 되게 상황이 어려웠어요. 하루는 공연을 하러 갔는데, 공연장에 악기 설치가 되어있다고 들었는데 드럼이 없었어요.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클럽에 악기가 구비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밴드들이 악기를 들고 다니거든요. 드럼을 구하려는데 그날 공연하는 다른 팀은 잘 안 빌려주고, 렌탈 업체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대여가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공연하기 전날 안지(웨이스티드 쟈니스 보컬)랑 저랑 클럽에서 밤새 놀다가 다른 밴드들이랑 친해졌어요. 그 밴드 멤버가 웨이스티드 쟈니스 공연을 보러 왔다가 긴급한 상황이니까 드럼 대여를 알아봐 줬어요. 공연 시작하기 1분 전에 악기 셋팅을 했고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사실 다큐멘터리 촬영을 했다기보다는 같이 밴드 활동을 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영화의 제목이 ‘불빛 아래서’인데요,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나요?
많은 제목들을 생각했지만 정하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밴드들의 노래 제목이나 가사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불빛 아래서’예요. 로큰롤 라디오의 노래 제목인데, 이별 노래예요. 노래의 가사 자체는 이 영화와는 큰 연관성이 없지만 ‘불빛 아래서’라는 제목 자체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담고 있다고 느꼈어요. 이들은 항상 불빛 아래서 공연을 하고 있고, 더 좋은 꿈이라는 불빛을 쫓아가고 있고, 불빛 아래에 있지만 불빛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불빛 아래서’라는 제목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업의 경우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 기획과는 작품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요. 〈불빛 아래서〉를 작업하며 처음의 기획에서 최종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점이 다른지 혹은 같은지 궁금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음악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은 세 팀을 골랐고, 말하자면 이 세 밴드 중 적어도 한 팀은 크게 성공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좀 뻔한 스토리를 생각했어요. 고군분투해서 잘 되는 밴드의 이야기. 그렇다면 사실 2015년도쯤 완성 시킬 수도 있었어요. 밴드들이 미국에서 공연을 하고, 대형 락 페스티벌에 서게 됐으니까 성공한 엔딩으로 그릴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마무리를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제가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이게 실질적인 성공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포장해서 영화를 끝내도 될까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촬영을 계속 진행했어요.
인디밴드, 홍대에서 활동하는 밴드 중에 인지도를 쌓아 성공하는 팀은 1년에 한 팀 나올까 말까 하거든요. 꽤 오래 전 ‘국카스텐’이 있었고 그 이후에 별로 없다가 최근에 ‘혁오’와 ‘새소년’ 정도죠. 시기를 계산해보면 1년 혹은 2년에 한두 팀인데요. 저는 이들이 음악적 대중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했지만 성공하는 그 하나의 팀이 될 거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어쩌면 이들이 성공하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저는 이게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거든요. 제가 2년 여간 더 촬영하는 동안 크게 잘 된 밴드들이 없어요. 오랫동안 활동하며 인지도를 얻고 사랑 받는 밴드가 2년에 한두 팀조차 안 나오는 상황에서 밴드들은 계속해서 음악을 했던 거예요. 실력은 갖춰져 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2016년도에는 성공하지 못하는 지금 이 모습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론을 잡고 완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세 밴드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디션, 공연, 해외 공연이라는 계단을 차례대로 밟아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이 웨이스티드 쟈니스 멤버 닐스의 말을 통해서 잘 느껴졌던 것 같아요.
닐스가 그렇게 말해줘서 되게 반가웠던 게, 사실 밴드들이 잘 안 하는 이야기예요. 밴드들은 ‘환경 탓하지 말자, 우리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열심히 안 하면서 환경을 탓한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이 두렵거나 싫었던 것 같기도 해요. 밴드들은 항상 열심히 하려고만 하지 ‘우리는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거든요.
‘줄이 끊어졌는데도 음악은 그대로 흘렀다. 관객들은 당황했고 뮤지션은 부끄러웠다.’,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베이시스트 닐스가 팀을 나갔다’와 같은 부분은 까만 화면에 흰 글씨로만 표현돼요. 그리고 밴드의 노래 가사 또한 이렇게 나오는데요. 저는 이러한 장면을 통해 내용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굉장히 시적이라고도 느껴졌어요. 서로 다른 씬을 이어주는 이러한 연출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3부의 구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해요. 1부는 이들이 성장해나가는 시기, 2부는 나름의 정점을 찍었지만 한계를 느끼는 시기, 3부는 한계를 느꼈지만 계속하는 시기. 원래 이전 편집 버전에서는 각 부분의 사이사이 가사 화면만 한 번씩 등장했었어요. 그때는 ‘1부 끝났습니다’라는 의도가 강했어요. 계단을 밟아가는 느낌으로 1부에 어울리는 가사를 넣고, 또 2부 마지막에 어울리는 가사를 찾아서 넣었는데요. 영화를 보다보니 말씀해주신 대로 시적인 느낌이 좋더라고요. ‘이 시퀀스 뒤에는 내가 느낀 감상을 관객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가사를 추가로 넣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관객들은 당황했고 뮤지션은 부끄러웠다’ 이런 부분들은 제가 하고 싶은 말, 제 감상이에요. 이 상황에 대해 관객들과 밴드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관객들은 되게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밴드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런 효과를 통해 제가 느낀 감정을 관객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 유일한 흑백 장면이 있어요. 팍팍한 현실에 대한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인터뷰가 나오면서 흑백의 장면으로 그들을 보여주는데요. 많은 인터뷰 장면이 있었는데 왜 해당 장면을 유일하게 흑백으로 표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나왔던 장면이 다시 나오는 건 그 장면이 유일해요. 밴드들의 외국 투어 장면은 영상의 색을 많이 만졌어요. 되게 화려하게 보이게끔 표현했죠. 그런데 사실 화려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보기에는 밴드들의 외국 투어가 되게 화려한, 즉 성공처럼 보이겠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흑백이나 다름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 속 밴드들은 〈불빛 아래서〉를 보셨나요? 보셨다면 어떻게 보셨나요?.
조금 안타깝지만 밴드들은 기본적으로 부끄러워해요. 시대가 변하면서 스타일은 조금씩 바뀌잖아요. 심지어 ‘솔직히 말하면 영화 망했으면 좋겠다’라고 한 멤버도 있어요.(웃음) 사람들이 저 모습을 기억하고 알아볼까봐 너무 부끄럽다는 거예요. 실제로 영화제에서 〈불빛 아래서〉가 상영된 후에 한 멤버는 홍대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데 어떤 분이 영화에서 봤다고 알아보시더래요. 그때 진짜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고 말하더라고요. 밴드는 소위 말해 ‘멋있음’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다 보니까 다들 모든 장면에서 멋있게 나오고 싶어해요. 하지만 영화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기만 하면 매력이 없으니까 굴곡이 있는데, 그 굴곡이 좀 부끄러운 거죠. 그러나 이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여겨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모두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되게 기뻐하고, 잘되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굉장히 친밀한 관계로 연락을 이어가시는 것 같아요. 현재 각 밴드 팀들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다들 잘되면서 끝나지는 않잖아요. 로큰롤 라디오의 민규 형이 ‘할 게 없어서 음악한다’는 말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들이 음악을 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삶을 살 수 있어’, ‘우리는 이런 삶을 살 거야’라는 태도로 지금도 변하지 않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큰 감동을 받았어요.
로큰롤 라디오는 드디어 정규앨범이 나왔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요.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멤버가 바뀌었고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요.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안지는 서브 밴드로 ‘크라잉넛’과 ‘플라잉독’의 멤버들과 활동하며 음악적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고, ‘더 루스터스’ 같은 경우는 고래와 찬희 정도만 음악을 계속 하고 있어요. 찬희는 ‘차세대’라는 밴드로 활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영화를 완성한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인디음악, 인디밴드 생태계 구조에 변화가 찾아왔을까요?
변화가 있죠. 단적으로 말해서 더 안 좋아졌어요. 영화 안에서 밴드들이 ‘정말로 인디밴드 씬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은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야, 그땐 씬이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은 진짜 없어.’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위축이 된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슈퍼밴드’라는 TV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거의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예요. 신인 밴드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도 많이 문을 닫았어요. 이제는 큰 규모로 잘 기획되고 단련된 아티스트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시대가 왔잖아요. 이게 시대의 흐름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울적해요. 대형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음악을 나쁘게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음악으로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입어가면서 자생하는 사람들의 음악이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는 지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디음악도 인디밴드도 힘들어진 것 같아요.
감독님 말씀을 들으니까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세 밴드를 기록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씀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영화가 잘 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밴드들이 잘 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만 이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는 건 정말 좋은 거라고요. 어쨌든 다큐멘터리가 기록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 〈불빛 아래서〉라는 작품이 비단 청년 뮤지션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현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졌어요. 제자리걸음을 걸어가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소위 번듯한 직장을 다닌다고 해도 대부분은 이렇잖아요. 자본가나 경영인이 되는 소수가 아닌 이상 장르는 크게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영화를 통해서 ‘즐겁게 살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당연히 이런 콘텐츠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사는 것을 긍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요즘 살면서 시지프스 신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계속 돌을 굴려도 결국은 다시 아래로 떨어지고, 맨날 고통밖에 없는 느낌이요. ‘인생은 고통이 디폴트’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삶이 너무 우울한 거잖아요. 최대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즐거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문제는 돈이죠. 누구나 힘들게 사는데 여유는 없고. 그 부분은 영화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고, 복지가 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복지가 늘어나야 여가가 늘어나고, 여가가 늘어나야 여유가 늘어나고. 시간이 많아져야 이런 영화도 보고 재미있게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분들에게 이 작품이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시나요?
〈불빛 아래서〉는 ‘짠내’도 나지만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일단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밴드들이 먼 존재로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거든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멋진 음악이나 공연을 찾아보는 기회를 마련하신다면 좋겠고, 보다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디스페이스에서 〈불빛 아래서〉를 만나게 될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인디스페이스에 영화를 보러 많이 오는 편인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항상 사람이 많진 않잖아요.(웃음) 느긋하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딱딱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 있어서 조용히 보잖아요. 그런데 노래 나오면 흔들면서, 즐기면서 본다면 좋을 것 같아요. 옆에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자유롭게 흔들면서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연하는 밴드들과 다른 인디밴드들도 발 벗고 도와주고 계세요.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응원영상이 있으니 검색을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8월 18일엔 홍대 ‘컨벤트’라는 클럽에서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아서 보고 공연을 하는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밴드 음악을 다룬 영화니까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로도 만나 뵙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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