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죽이기〉 한줄 관람평
김윤정 | 혐오사회의 앨리스를 만날 수 있는 시간
최승현 | 한국 사회를 집어삼킨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유령
승문보 | 선진국을 열망하는 대한민국의 민낯
송은지 | 장르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현실
〈앨리스 죽이기〉 리뷰: 장르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현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은지 님의 글입니다.
미국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신은미 씨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앨리스 죽이기>는 지금껏 한국의 미디어에 비춰진 그의 모습이 미국에서의 그의 삶과 얼마간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남편과 함께 평소 잘 알지 못하던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 후 느낀 감동을 책으로 엮어 그 책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다니던 와중 미국으로의 강제출국 조치와 한국 입국금지를 당한다. 감동을 받은 여행지가 북한이었고 토크 콘서트를 한 곳이 한국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상한 나라로의 꿈같은 여행을 다녀온 ‘앨리스’를 한국 사회가 빨간 누명을 씌워 죽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북한의 아름다운 자연과 맥주의 맛 등 여행의 감상은 언론을 통해 ‘서울 한복판에서 북한을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는 ‘종북 콘서트’라 지칭되고, 2014년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 또한 이를 ‘종북 콘서트’라 규정하며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말하는 모습이 뉴스로 보도된다. 언론의 보도를 거칠수록 신은미를 향한 비난은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예정되어 있던 강연은 줄줄이 취소가 된다. 북한으로 돌아가라는 피켓을 든 시위대를 막고 익산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던 중 “북한이 지상낙원이라 하셨죠?”라 질문을 하던 고등학생은 사제폭탄을 터트리기도 한다. 영화는 비이성적이고 예상치 못한 장면들을 포착해내며 장르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보여준다.
군복을 입고 태극기를 들고 시위하는 장면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에 종종 등장하는 익숙한 인물들의 행동에 깊이 공감할 순 없지만, 그들에게는 한 세대가 가깝게 공유하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가 분명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당사자가 아닌 타자에 의한 인류애적 봉합으로 이야기의 결론을 짓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영화는 한 쪽에 치우쳐 신은미의 주장이 얼마나 옳으며 북한과 얼만큼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결백한 인물인지 검증하는 방식에 집중하기 보단 개인이 언론의 프레이밍을 거쳐 어떻게 대중에게 매도되고 곡해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차편집으로 언론의 보도와 사실의 간극을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특정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는 대신 관객으로 하여금 미디어에 의해 프레이밍된 정보를 정말로 의심하며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개인이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어 지금까지도 한국에 입국금지 상태라는 자막과 함께 끝을 맺는 영화는 그 ‘개인’이란 누구에 의해 해석된 개인이며, ‘공공’은 누구로 구성된 공공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영화의 시간으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은 통일도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들릴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레드 콤플렉스를 넘어 사실을 왜곡하며 판단을 오롯이 개인에게 떠넘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언론의 역할과 언론의 윤리에 대해 생각할 지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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