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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당신이 우연히 놓친 옴니버스 영화들

by indiespace_은 2015. 11. 2.
 당신이 우연히 놓친 옴니버스 영화들 
-<다섯개의 시선>, <사사건건>, <촌철살인>, <가족시네마>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흔히 옴니버스 영화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개의 중·단편 영화들이 묶인 한 편의 장편영화를 말한다. 최근에는 전주국제영화제(디지털 삼인삼색), 서울독립영화제(인디트라이앵글) 등 영화제의 제작지원 하에 매년 다양한 옴니버스 영화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옴니버스 영화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서로 다른 성향의 감독들과 그들이 만든 영화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엔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하면서 매번 새로운 기분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바로 옴니버스 영화가 주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여러분이 우연히 놓쳤을지도 모르는 주옥같은 옴니버스 영화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 당신의 마음속에 간직하게 될 보석 같은 영화를 만나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와 함께합니다.



1. <다섯개의 시선 If You Were Me 2>(2005)  감독: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인권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영문 제목 ‘If You Were Me’, 한글 제목 ‘시선’ 시리즈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소위 ‘약자(弱者)’라는 단어로 묶일 수 있는 사회적 구성원 각각에 대한 이야기 다섯 편을 엮은 <다섯 개의 시선>. <언니가 이해하셔야 되요>(감독 박경희)에서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 장애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별적 시각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남자니까 아시잖아요>(감독 류승완)는 자신이 ‘남성’이라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갉아먹는 폐쇄적 인물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배낭을 멘 소년>(감독 정지우)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 탈북 소녀를 통해 이 시대 경계 대상이 되어버린 이방인의 고충을, <고마운 사람>(감독 장진)은 유신 시절 적대 관계에 놓인 두 인물이 점차 연대를 쌓아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마지막 단편 <종로, 겨울>(감독 김동원)은 중국 동포들에 대한 천시를 통해 오만한 우월감을 느끼는 현 시대인들의 자화상이다. 이처럼 <다섯 개의 시선>은 사회적 약자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묶였으나 찬찬히 뜯어볼수록 어느 것 하나 각자의 빛을 발하고 있지 않은 작품이 없는, 그런 값진 영화다.





2. <사사건건>(2009)  감독: 김영근, 김예영, 홍성훈, 이정욱, 조성희



이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신인 감독들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영근, 김예영 감독의 <산책가>는 영화 속 애니메이션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에게 시·청각적인 체험을 선사하고, 홍성훈 감독의 <아들의 여자>는 사실주의적인 촬영과 서사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생생히 전달한다.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은 초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긴장감과 공포를 극대화하면서도 장르에 편입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이정욱 감독의 <잠복근무>는 익숙한 설정 속에서도 재치 있는 유머와 액션을 펼쳐나간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이 작품들은 특유의 신선한 감각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남매의 집>으로 미장센 단편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조성희 감독은 이후 장편영화 <짐승의 끝>과 <늑대소년>을 연출하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넓혀가고 있다. 





3. <촌철살인 Nice Shorts!>(2011)  감독: 박형익, 윤홍란, 이용승, 강진아, 엄태화



첫 번째 단편 <라인>(감독 박형익, 윤홍란)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이웃의 이야기다. 창작가 공간의 부재와 더불어 작가의 ‘타자기’와 이웃의 ‘TV’가 대치되는 모습에서 상업성 대 예술성의 갈등을 발견할 수 있다. <런던유학생 리차드>(감독 이용승)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인물들의 모습이 여간 낯설지 않은 작품이다. 세무사무실 아르바이트에서 ‘런던비즈니스스쿨’ 졸업생 리차드(박주환 분)를 만나 그의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불합리의 정도를 리차드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동석(박근록 분). 과연 그는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백년해로외전>(감독 강진아)의 혁근(이종필 분)은 애인 차경(한예리 분)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모든 게 자기 탓이라 믿는 혁근에게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괜찮은 거죠?’라 물어온다. 혁근은 끝내 차경의 부재를 인정하고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유숙자>(감독 엄태화)는 집주인인 여자가 집을 비우는 동안 그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자의 관음증적 시선을 담았다. 집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여자에 대한 노숙자의 시선은 자못 스릴러 장르를 연상케 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촌철살인>은 제목만큼이나 허를 찌르는 개성을 보유한 단편들로 구성되었지만, 이질감 없이 한 편의 영화로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4. <가족시네마 Modern Family>(2012)  감독: 신수원, 홍지영, 이수연, 김성호 



지금 독립영화가 나아가고 있는 최전선이 어디인지 알고 싶다면 <가족시네마>를 보기를 권한다. 2012년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CINDI)에서 무비꼴라쥬 상을 받은 이 영화는, 단순히 가족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다룬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4명의 감독들이 끄집어낸 이 문제들을 어떤 공간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통해 펼쳐나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같은 경로를 순환하는 지하철을 통해 실직한 가장의 이야기를, 홍지영 감독의 <별 모양의 얼룩>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자식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수연 감독의 <E.D. 571>은 2030년 한국, 느닷없이 찾아온 딸과 마주하게 된 커리어 우먼의 이야기를, 김성호 감독의 <인 굿 컴퍼니>는 출산·육아 문제로 갈등과 자기모순에 빠진 어느 출판사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 장편영화로 데뷔한 네 명의 감독들은 섬세하고 독창적인 미장센을 선보이며 밀도 있는 이야기를 능숙하게 전개시킨다. 진부하고 뻔한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들은 <가족시네마>를 통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개의 시선>, <사사건건>, <촌철살인> 그리고 <가족시네마>. 이상 살펴 본 네 개 옴니버스 영화들은 적게는 세 편, 많게는 다섯 편의 단편들을 한 자리에 엮어낸 작품들이다. 모든 단편들은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며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단순 ‘단편’으로 머무르기보다 ‘옴니버스’라는 이름 아래, 같은 시선을 담보하고 있었기에 더욱 오색찬란한 빛을 발한 것일 테다. 보다 조화롭게, 그리고 다채롭게, 우리에게 영화적 즐거움을 선사할 대한민국 옴니버스 영화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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