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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영화, 영화를 말하다 : 영화를 향한 열정과 사랑

by indiespace_은 2015. 11. 4.
 영화, 영화를 말하다 : 영화를 향한 열정과 사랑 
-<디렉터스 컷>, <뽕똘>, <우린 액션배우다>, <힘내세요, 병헌씨>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얼마 전 장률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필름시대사랑>이 개봉했다. 영화는 장률 감독이 영화에 보내는 헌시와 같은 작품으로, 작품 안에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감독들은 종종 영화 안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작게는 등장인물이 영화와 관련된 인물이기도 하고, 때로는 영화의 창작 과정을 담은 메타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영화의 소재로써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감독이 지향하는 영화에 대한 철학과 애정을 직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처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에 대한 영화’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영화 제작에 대한 영화

1. 악전고투 독립영화 제작기 <디렉터스 컷 Director's CUT>(2014)  

박준범 감독의 <디렉터스 컷>은 한국영화, 그 중에서도 독립영화의 제작과정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감독의 고민과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극중 해강(박정표 분)은 자신이 추구하는 영화에 대한 가치가 확고한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독단적이고 고집스런 모습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과 종종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첫 장편 영화를 제작하게 된 그는 영화 이외에 다른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오직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상성’에 목을 매고 주위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에는 도통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영화판에서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까지 오랜 여자친구와의 사이를 소원해지게 만든다. 영화에 대한 고집과 예민함이 점점 해강을 영화 이외에 것들로 고립시키고 만다. 그렇다고 영화 제작이 그의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제작비 부족으로 그는 현실과 타협하고 만 것이다. 투자 받기로 한 제작사에서는 시나리오를 바꾸고 연출에서까지 훈수를 둔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제작사에 편집권을 넘겨주면서 해강이 초반부터 그토록 강조했던 ‘일상성’이 편집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좋은 영화를 찍겠다는 신념이 결국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는 상활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해강은 편집실의 창을 깨고 넘어가 그 장면을 살려내고야 만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 그가 지향하는 좋은 영화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캐릭터의 해강은 분명 ‘좋은 감독’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하다 여겨진다. 하지만 비루한 현실에도 포기할 수 없는 ‘좋은 영화’에 대한 그의 처절한 애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2. 얼렁뚱땅 제주낚시 영화 제작기 <뽕똘>(2010)


 

<뽕똘> 역시 영화 제작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앞서 소개한 <디렉터스 컷>과 대조되는 영화이다. <뽕똘>은 제주 출신인 오멸 감독의 작품으로 제주의 향토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한국영화임에도 제주 방언으로 인해 한글자막이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기를 담았다. 동네 백수건달인 주인공 뽕똘(이경준 분)은 영화 <똥파리>를 보고 무작정 영화를 찍어보기로 한다. 단순히 그 이유다. 영화에 대한 대단한 철학이나 예술적 신념,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장비도 시나리오도 심지어 배우도 없는 상황에 갑작스럽게 펼쳐진 배우 오디션에서 세 명이 참가해 세 명이 합격한다. 게다가 재미삼아 우연히 여행 온 여행객 성필(김민혁 분)이 영화의 주연배우가 된다. 뽕똘이 제작하는 영화는 전설의 물고기 ‘돗돔’을 잡는다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낚시 영화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에서 주인공들은 제법 진지하게 영화에 임한다. 뽕똘은 즉흥적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무작정 촬영한다. 그 과정이 터무니없고 무모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그들의 우정과 열정이 적잖은 감동과 웃음을 만들어낸다. 영화에 대한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뽕똘에게 영화란 무엇이냐 묻자, 그는 ‘자파리 (여러 가지 물건들을 심하게 어지럽히면서 노는 모양)’라 대답한다. 이 대답이야말로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이 작품을 연출한 오멸 감독에게도 영화는 대수롭지 않지만 유쾌한 무엇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아마 체계적인 영화 제작에 대한 영화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느껴지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 영화인에 대한 영화

3. 액션배우를 꿈꾸는 스턴트 배우들 <우린 액션배우다 Action Boys>(2008)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서울액션스쿨 8기 수료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서울액션스쿨 8기 수료생인 정병길 감독은 동기들의 스턴트 배우 생활을 카메라에 담는다. 처음 훈련을 시작한 36명의 동기들 중에 오직 3명만이 현장에 남아 스턴트 액션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다수의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위험천만한 액션 장면들을 소화하고 주·조연 배우들의 대역을 맡지만, 작품 안에서 이들의 얼굴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빠르게 질주하는 차가 허공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찍으면서도,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에서 절묘하게 떨어지는 장면을 찍으면서도, 칼을 든 무리들 속에서 합을 맞추어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으면서도 이들은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프로의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크린 속의 화려한 액션들을 묵묵히 소화할 뿐이다. 현재 여러 작품들에서 무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권귀덕은 이 영화 속에서 “죽음이 무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는 이 일을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을 것” 이라고 말한다. 동료들의 숱한 부상과 죽음을 보아온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스턴트 액션을 선보인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스턴트 액션에 대해 다루면서도, 이 영화는 유머와 재미를 잃지 않는다. 제 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인기상을 받은 이 작품은 재치 있는 편집과 내레이션으로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진지함과 유머를 겸비한 이들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린다.




4. 유쾌한 영화감독 지망생 이야기 <힘내세요, 병헌씨 Cheer Up Mr. Lee>(2012)



이 영화는 <스물>(2014)을 통해 상업영화로 데뷔한 이병헌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온 이 작품은 주인공 병헌(홍완표 분)이 장편영화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게으른 영화감독 지망생 병헌은 시나리오 한 편을 가지고 영화사에 찾아간다. 영화사는 기꺼이 그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이고, 병헌은 본격적인 시나리오 수정에 돌입한다. 까칠한 라인 프로듀서와의 고된 작업 끝에 시나리오는 완성되고, 병헌은 작품의 제작 투자를 기다린다. 그 사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 찾아간 병헌과 친구들은 사소한 다툼에 휘말리고, 우연히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은 친구로부터 영화가 엎어졌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은 진지함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로 가득하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여기에 한몫을 더한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제목처럼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도 영화감독을 꿈꾸는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현장에 뛰어들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좌절을 하고 현장을 떠난다고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열정이 가득하고, 운이 따라준다고 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 바로 영화 현장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어떤 이들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틴다. 위에서 소개한 4편의 영화는 오로지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버티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열정과 사랑만으로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들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영화’라는 선물을 건네주는 만큼, 우리도 그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보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영화를 계속 찾아보는 것. 이것은 분명 그들이 열정과 사랑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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