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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울보 권투부>의 제작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울보 권투부>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11. 3.

<울보 권투부>의 제작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울보 권투부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0월 29일(목) 오후 8

참석: 이일하 감독

진행: 장성란 매거진M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가을의 끝을 알리는 듯한 비 소식과 함께, 재일동포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보 권투부>가 개봉했다. <우리 학교>(2006), <60만번의 트라이>(2013), <그라운드의 이방인>(2014)에 이어 이번에는 어떤 재일동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에 찬 모습의 관객들이 객석을 메웠고, 영화 상영 후 이어진 이일하 감독과의 인디토크는 장성란 기자의 진행 하에 보다 도란도란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장성란 매거진M 기자 (이하 장):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게, 제목의 영향이 컸거든요. 권투라고 하면 ‘강한 남자’의 상징인데, 감독님은 왜 영화 제목을 ‘울보 권투부’라고 정했나요?


이일하 감독 (이하 이): 처음 기획단계에는 ‘붉은 주먹’이라는 제목으로 시작을 했어요. 왜냐하면 복싱이 헝그리 정신, 마이너한 스포츠잖아요. 그래서 복싱선수들을 통해 재일동포들의 깊은 한을 풀어보고자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 친구들을 찍어나가면서 그 타이틀은 바로 삭제되었습니다.(웃음) 영화를 계속 찍다 보니까, 이 아이들의 공통점이 시도 때도 없이 운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는 순간 이 타이틀이 영화에 스며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장: 영화 맨 첫 부분에 시위대 장면을 넣으셨는데, 감독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사실 아이들의 꿈을 퍼스트컷으로 넣을까, 아니면 복싱하는 경기장면을 넣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영화 촬영 당시에 일본사회의 혐한 데모가 굉장히 심했거든요. 그래서 그 사회현상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것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지는 않고 해서 퍼스트컷을 통해 일본사회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나머지를 아이들의 따뜻한 이야기로 채우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배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장: 저는 첫 장면에 혐한 데모 현장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뒤로 가서 고교무상화 문제에 대해 나오기도 하지만, 감독님께서 그런 것들 보다는 아이들의 청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전체적인 구성은 어떻게 짜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첫 장면의 강렬함과 그 뒤에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으로 가자는 것은 전략이었고요, 전체적인 이야기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정치적인 것을 이 작품만큼은 배제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게 되면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울보 권투부> 편집할 때 울었어요. 울보 감독이에요.(웃음) 편집하면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고 장하더라고요. 저는 일본에 거주한 지 이제 15년 됐거든요. 재일동포로 태어나서 민족성을 떳떳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아이들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아마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 대견스럽더라고요. 근데 한가지 말씀 드리자면 애들이 제 말은 무지하게 안 들었어요. 그런데 선생님 말은 기가 막히게 잘 들어요. 왜냐하면 선생님은 1년 내내 아이들에게 펀치를 받아주거든요. 근데 그 펀치를 받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러니까 그 무거움을 그 친구들도 아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한테 이것 좀 하자 하면 말을 안 듣는데 선생님이 한마디 딱 하시면 바로 말을 잘 들어서 선생님한테 많이 일렀습니다.(웃음) 


장: 저는 최근에 <우리 학교>나 <60만번의 트라이>와 같은 다큐멘터리들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살아가는 재일동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는데, 그런 영화들에서 가장 큰 매력과 힘은 그 아이들이 조선말을 하면서 카메라를 보고 얘기하는 것 만으로도 무가공의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울컥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요.


이: 그런 뭉클함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들 마음속에 빚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그런 빚이 어느 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 영화가 천연의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이 힘든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에 ‘헬조선’이라고 해서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 정말 싫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정체성을 저 아이들은 저 먼 땅에서 너무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지켜가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도 지켜가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보다 더 어른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졸업 후에 애들은 뭐하고 있나요?


이: 아이들은 다들 대학교 들어가서 열심히 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유삼이는 큐슈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삼이가 권투부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어요. 그리고 곤충박사가 되고 싶다던 원호는 저랑 영화 찍을 때 항상 저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곤충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근데 원호는 집이 부유한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선은 전문학교를 졸업해서 돈을 벌고 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곤충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지압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바이크를 하나 샀더라고요. 지금도 아이롱 파마를 고수하고 있고요.(웃음) 경우는 조선대학교에 진학했고 복싱부에서 지금도 복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웅이는 학년이 하나 낮은 친구인데 지금은 사회에 나가서 취직했고요.


장: 감독님이 보시기에 영화 속 모습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달라진 사람이 누구인가요?


이: 선생님이요. 선생님은 이번에 꼭 장가를 가시겠다고 다이어트에 돌입하셨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주 홀쭉한 훈남이 되어 있습니다. 유삼이나 다른 친구들은 멀리 떨어진 지방에 살거나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잘 만날 수가 없습니다.


장: 저는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들이 왜 조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는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정체성 확립의 측면도 있지만 학교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이던데요.


이: 네, 우선 성적으로 뭐라고 안 하거든요. 그리고 친구들은 학교가 울타리인 거에요. 그래서 서로 아껴주다 보니 이지메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거기에 보내고 싶어하는 거에요. 근데 대부분 강요는 하지 않아요. 선택하게 합니다. 그래도 조선학교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우선 자기 학교 친구들끼리 서로를 너무 우애해줘요. 그런 모습들이 요즘 학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림인 것 같아요.


장: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영화를 봤나요?


이: 본 친구들도 있고 아직 못 본 친구들도 있어요. 굉장히 쑥스러워 합니다. 선생님이 영화만으로는 우리학교를 알 수 없다, 직접 방문해서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관객 분들께서 방문할 기회가 되신다면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장: 운동회 장면도 신기한 게, 그 사회가 학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듯한 기분이 들면서 모든 세대가 학교에 연결되어 있어 신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어요.


이: 재일동포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북한에서도 다 이방인소리를 듣고 있어요. 그렇게 따지면 고향이 없는 거죠. 그렇다면 학교가 고향이 되는 거에요. 사람에게는 울타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들에게는 고향이라는 게 없고, 그것을 학교가 대신해준다고 저도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학창시절에 경쟁 없이 자랐으니까 졸업을 하고 동창회를 해도 누군 잘나가고 못나가고 그런 게 아니라 동창을 만나서 좋은 거에요. 


 

장: 저도 그런 학교를 다녀보고 싶네요. 영화를 만드시는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지금 와서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떠세요?


이: 우선 일본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어요. 제 눈앞에서 그런 차별의 광경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거든요. 지금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살고 있는 거에요. 그럼에도 학교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 참 자랑스럽기도 하고, 마음 한편에는 또한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관객: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는데, 예고편에는 장래희망이 나오잖아요. 이 영화를 재일동포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 운동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목표가 선수거든요. 근데 영화 속 아이들은 선수가 꿈이 아니라 다양한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선생님이 마지막에 3년 동안 여기서 싸운 정신력으로 사회를 헤쳐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데에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관객: 다른 조선학교들도 있는데 왜 도쿄조교를 선택하셨는지, 그리고 유삼 군이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는 일본어를 쓰는데, 인터뷰를 할 때 한국말을 씁니다. 본인이 일부러 노력을 한 것인지, 아니면 따로 요청을 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제가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리권태 군 때문이었어요. 권태는 고교에서 63연승을 기록, 무패신화를 만들던 친구였고, 그래서 그 친구를 찍고자 오사카와 도쿄조교를 동시에 찍고 있었어요. 근데 제 개인적인 성향으로 승자보다는 패자 쪽에 눈길이 가요. 그래서 좀 더 도쿄조교 쪽으로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그리고 제작비 여건에 있어서도 제가 마음대로 오사카를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었고요. 리권태군은 현재 대학교 복싱 특기자로 가서 리오올림픽이나 도쿄올림픽에 선수로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유삼이 인터뷰에 대해서는, 학교 안에서는 우리말을 꼭 써야 해요. 사실 아이들은 일본어가 편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모든 게 우리말로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따로 디렉팅을 한 것은 없어요


관객: 학생들이 남한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남한에 대해 많이 물어봤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 이 영화가 북한에서 틀어질 수도 있을까요?(웃음)


이: 그전에 국적문제를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도쿄조고 아이들의 60%가 한국국적이고 30%가 조선인이에요. 근데 조선국적친구들은 한국에 올 수가 없어요. 정권이 바뀌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같은 경우는 국적은 한국이지만 조선학교의 교원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올 수 없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요. 하지만 이 친구들은 북한에는 갈 수 있어요. 한국에 대해서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주로 물어보죠. 제가 예전에 방송 쪽에서 일할 때 소녀시대랑 일했던 적이 있어서 그걸 많이 이용했었죠.(웃음) 주로 케이팝이나 맛있는 음식이 뭔지 물어봤어요. 그리고 아마 이 영화가 북한에서는 상영이 어렵지 않을까요?(웃음) 


관객: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울보 관객입니다.(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프레임보다는 역경 속에서 복싱을 매개로 당당하게 나가는 모습에서 순수함이 느껴져 눈물이 났어요. 감독님께서 원래부터 복싱에 관심 있으셨는지 궁금하고 또 제가 오사카 여행을 갈 예정인데, 오사카조고를 가게 되면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지, 뭘 사가야 할지 궁금합니다.


이: 권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포츠는 아니고, 영화 찍을 때나 편집할 때 권투와 관련된 영화를 참고는 했어요. 도쿄조고에서는 수요일마다 졸업생이 와서 같이 연습을 하는데 그때 저도 조금씩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사카조고는 오사카 중심부에서 많이 멀어요. 그래서 조금 힘드실 수도 있어요. 한국적인 것들을 사가면 좋을 거에요. <60만번의 트라이>는 오사카조고의 럭비부를 그린 이야기라서 한번 보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깝고도 먼 그들, 재일동포들은 어딜 가나 이방인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치마 저고리를 입고, 우리말을 배우고, 우리 문화를 배운다. 인디토크 속 장성란 기자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영화 속 아이들이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너무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따뜻해질 수 있었던 영화 <울보 권투부> 의 감동 펀치로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버틸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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