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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비념> : 아름다울수록 아픈 제주에 대한 다큐멘터리

by indiespace_은 2015. 7. 24.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비념>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bytE1N






<비념> : 아름다울수록 아픈 제주에 대한 다큐멘터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도경 님의 글입니다.


‘다큐멘터리’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밤 시간대에 편성 된 TV의 다큐, 멀티플렉스의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영화 등 진지하고 딱딱한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자극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도 다큐멘터리와의 접점을 찾아볼 수 있으나 시의성을 가진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이들만이 주로 찾아볼 뿐이다. 또한 사실의 기록이 중심이기 때문에 예술의 범주인 영화로 포섭이 가능한 지에도 의문이 생긴다. 이와 같이 어렵고 생소한 다큐멘터리를 그저 기록 차원의 영상이 아닌 미학적 측면을 살린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 있다. 제주 4·3 사건과 현재의 해군기지 발파 문제까지 제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 <비념>이다.



<비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영상미다. 실존 인물과 장소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지만 카메라의 흔들림이나 서사의 빈틈이 없어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더불어 제주의 아름다운 색감을 또렷이 잡아낸다. 계산된 미장센이라고 보이는 영화의 장면들은 우리가 아는 제주와 숨겨진 제주의 아픔을 섞어 보여주며 제주의 상처에 대해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편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인물의 인터뷰가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집되었다는 점이다. 제주의 풍경과 인물의 인터뷰 음성이 교차되는 장면들과 인물의 얼굴 한 부분을 지나칠 정도로 클로즈업하여 보여주는 등 새로운 방식의 진행들이 그것이다. 이는 실존 인물의 얼굴과 신체, 그들의 표정과 분노, 눈물을 포르노틱하게 잡아내는 기존의 편집법과는 대별되어 담담하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경험자에게 전해 듣는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비념>은 제주가 간직한 슬픔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강하게 분노하지 않는다. 인물의 주관이 음조, 어투 등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 내레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자막을 통해 담담히 정보를 전달해 사건의 사실성에 집중하게 한다. 정서적 공감은 제주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인터뷰의 음성으로 충분히 채워지기 때문이다. ‘빨갱이’로 몰려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었던 무고한 사람들의 상처가 아물지도 못했는데 또 그 땅 위에서 다시 해군기지를 발파하는 국가의 폭력은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맞물려 그 잔인함과 흉폭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계 7대 자연 경관’으로 선정 되어 축하하는 언론의 보도는 쉴 틈 없지만 제주에 사는 사람들의 짓밟힌 목소리는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다. 역사를 겪어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만이 제사 때에 슬프게 울며 기억할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지역에서 연물 없이 요령을 흔들면서 신에게 기원하는 간단한 형식의 굿’(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뜻하는 ‘비념’과 해군기지의 발파가 모두 구럼비에서 이루어진다는 아이러니가 그 사실을 대변한다.



자극적 소재를 다루거나 논란을 중심에 두지 않고도 제주의 과거와 현재의 슬픔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방식의 <비념>은 여러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서도 빛난다. 다음 달 13일에 개봉할 <위로공단>에서도 노동자의 삶을 그려낸 임흥순 감독의 연출이 어떻게 빛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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