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여전히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밀양 아리랑> 인디토크(GV)

by indiespace_은 2015. 7. 21.

여전히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밀양 아리랑>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7월 18일(토) 오후 4

참석: 박배일 감독 (영자 어무이 전화 연결)

진행: 안보영 시네마달 PD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7월 18일 토요일, 밀양에서는 작년 6월 11일에 있었던 행정 대집행을 기억하는 문화제를 메르스의 영향으로 조금 늦게 진행하고 있었다. 동시에 인디스페이스에서는 765kV 송전탑으로 인해 밀양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밀양 아리랑>의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밀양까지 직접 가지 못한 이들이 극장에 모여서 함께 영화를 보고 박배일 감독, 그리고 밀양에서 계신 영자 어무이와 전화 연결로 대화를 하며 밀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배일 감독(이하 박): 저는 <밀양 아리랑> 영화 연출을 맡은 박배일이라고 합니다. 곧 있으면 ‘무한도전’이 방송되는데 그걸 포기하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안보영 PD(이하 안): 지금 이 시간 밀양에서는 작년 6.11 행정 대집행을 기억하고, 촛불 문화제 200회를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밀양 아리랑>이 밀양을 다룬 첫 작품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전에 감독님이 연출하신 <밀양전>(2013)이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밀양 아리랑>은 두 번째 작품이죠. <밀양전>은 작년에 개봉이 아닌 공동체 형식으로 배급을 했었고, 두 번째 장편을 개봉하게 되셨는데, 만든 계기나 이유가 있었나요?


박: 한 10년 전부터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어요. 세상의 변화에 일조하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다큐멘터리를 시작했어요. 고리 1호기가 지금은 폐쇄 결정이 났지만, 2011년 <바다와 나비>라는 작품을 마무리 지을 당시만 하더라도 재연장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고리 1호기가 재연장을 하면 후쿠시마처럼 수명연장에 연장을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 이야기를 듣고 탈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10년 동안 3부작을 만들 계획으로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영화에는 안 나왔지만 2012년 1월 16일에 이치호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어요. 돌아가신 걸 알고 나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고 저기에 달려가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찍고 있는 탈핵 영화를 위해 사람들과 만나기로 약속해둔 게 있어서 못 가는 상황이었어요. 그 때까지는 송전탑과 핵발전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잘 몰랐어요. 첫 번째 탈핵 희망 버스가 밀양으로 가고 나서야 송전탑과 핵발전소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첫 번째 탈핵 영화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2012년 6월 달에 밀양에 가게 되었어요. 2013년 10월 달에 <밀양전>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 때는 밀양이 굉장히 심하게 싸우고 있는 당시였기 때문에 영화적인 만듦새 보다는 영화라는 매체를 가지고 조금 더 알리는 게 목적이었어요. 170회 정도 상영을 하면서 사람들이 밀양에 올 수 있게끔 유도를 했어요. 많은 분들이 밀양에서의 싸움이 끝났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고요, 할머니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또 다른 장편 <밀양 아리랑>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박: 제가 질문자를 정해도 될까요?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이 제 친구에요. 그런데 저 친구가 경찰이거든요. 친구가 어떻게 영화를 봤는지 궁금해요. 저를 지지하는 친구인데 또 다른 입장이 있을 거 같아서요.


관객: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어요. 저는 기동대 경찰이다 보니까 현장에 나가기도 해요. 저도 밀양은 아니지만 다른 집회 시위 현장을 자주 갔었어요. 현장에 가게 되면 시민들을 안 다치게 하는 게 우선인데 상황이 격렬해지면 사람이다 보니 감정이 격해지기도 합니다. 두 입장을 다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끝에는 박배일 감독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치안 공백이라고 하잖아요. 기동대 인력들이 다른 치안을 담당하지 않고 왜 밀양으로 동원이 되었을까. 그리고 할매들은 밀양이 삶의 전부이잖아요. 그래서 눈시울도 조금 붉어졌어요. 그렇지만 경찰도 시키면 하는 그런 입장이기 때문에요, 너무 욕만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안: 감독님이 조금 짓궂은 질문을 했는데, 솔직한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관객들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김정회 위원장이 어제 왔었어요. 영화를 처음으로 극장에서 보셨고 영화를 본 소감을 여쭤봤는데 송전탑을 반대하는 사람만 다루지 않고 찬성하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다뤄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런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박: 현장에서 경찰들이 불쌍해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눈을 감고 공무를 수행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자기 할머니 같은 사람들을 들어내는 거니까요. 또 자기 앞에서 이치호 어르신이 불타고 있을 때 경찰 중 한 분이 불을 끄려고 했어요. 그 분은 트라우마가 생겨서 한 달 동안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불쌍하기도 했지만, 조금 화가 나는 부분도 있었어요. 경찰도 큰 피해자는 아니지만, 작은 피해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명령에 의해서 무조건 행해야 하는 말단 경찰들은 작은 피해자라는 생각에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어요.


안: 밀양 투쟁의 핵심은 할매들인 거 같아요. 그 중에서도 박은숙씨는 가장 젊은 축이고, 총무님이신 영자 어무이, 덕촌 할매, 말해 할매가 주로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죠. <밀양전>부터 <밀양 아리랑>까지 밀양에 오래 계셨고 여러 할매들을 보셨을 텐데 그 중에서 이분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박: 일단 여성들을 담아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할매들이 자기 몸을 희생해서 싸우셨거든요. 그래서 밀양 싸움의 본질을 담으려면 그 할매들을 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영자 어무이는 제가 아니라도 그 누가 밀양에 가서 영화를 찍거나 글을 쓴다면 눈에 띌 만한 분이에요. 땅을 사랑하고 유머도 있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분이에요. 저분의 삶을 전해드리면 관객들이 정말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어요. 말해 할매와 덕촌 할매는 한 번도 밀양을 떠나지 않은 분들이에요.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 아래서 보수화되고, 국가에 복종해야 된다고 알고 사신 분들인데, 그 분들이 자기의 고향과 땅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셨기 때문에 이분들의 이야기를 담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의 근대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주인공으로 담게 되었습니다.


안: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지금 밀양에서는 기억문화제가 진행되고 있어요. 사실은 밀양 할매들을 모시고 싶었는데 오늘 밀양에서 행사가 있다 보니 만나고 싶은 마음을 대신해 전화 연결을 준비했어요. 


박: 저도 촬영하러 밀양에 가야 돼요. 할매들한테 들으니 행사장 4곳에 지금 경찰이 쫙 갈려 있대요. 14대의 경찰차가 연대자들을 못 올라가게 하고 있대요. 그런 걸 옆에서 찍고 있어야 되는데 할매들이 왜 안 오냐고, 왜 지금 이 시기에 굳이 이 인디토크를 잡았냐고, 욕을 얻어먹고 있어요. (웃음) 김영자 어무이가 얼마 전에 다리가 부러져서 어제까지 병원에 계셨는데 밥 해야 된다고 퇴원하셨습니다. 



박: 여보세요. 어머니 뭐하고 계세요 지금?


김영자 어무이(이하 김): 우리 행사장에 나왔어요. 지금 다들 저녁 식사한다고 많이 바빠요. 예상보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어요. 


박: 극장인데 여기도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입구에서도 사람들이 어머니 목소리 들으려고 서있어요. 밀양이 어떤 상황인지 전달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김: 6월 11일날 행정대집행을 마지막으로 철거 됐던 4개 농성장 자리를 돌아보고 지금 다시 모이고 있어요. 어르신들도 음식을 많이 준비 해오셔서 지금 정말 기분 좋게 나눠먹고 있는 중입니다.


박: 영화와 밀양을 계속 알리기 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최근 밀양의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김: 지금 밀양은 지난 3월 달부터 밀양 시청 앞에서 시장, 시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로 1인 시위를 하고 있어요. 115번 농성장은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어요. 또 밀양주민들을 찾는 곳이면 어디든지, 송전탑이 계획되고 있는 지역이라든지, 핵발전소가 계획된 지역을 다니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 지역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현재 밀양의 상황을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는 밀양과 같이 힘없는 국민들이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투쟁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많은 분들께서 저희들을 지켜봐 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힘을 많이 받고 투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박: 지금 상영관 안의 이분들이 밀양과 <밀양 아리랑>을 많이 홍보해 해주실 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세요.


김: 지금 밀양에 오신 분들과 인디스페이스에 계시는 분들이 반핵운동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힘들 모아서 잘못된 일을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는 없어야죠. 꼭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객: 밀양에도 한 번 다녀왔었어요. 최근에는 계속 기사로만 접하고 있다가 밀양 주민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니 울림이 더 크게 왔습니다. 단지 그 상황을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싸움을 같이 하는 연대자로서 그 곳에 계셨을 거 같은데, 어떤 입장에서 영화를 찍으셨는지, 겪었던 상황이나 느낌이 궁금합니다. 영화가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왔는데 보면서 생각보다 소소하게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좋았어요. 마지막 행정대집행이 나올 때 엄청 긴장을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리만 나오게 한 의도가 궁금합니다.


박: 저도 밀양의 싸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갔지만 제 방식은 그분들과 같이 몸으로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만드는 최종 결과물은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이고 다큐멘터리 하는 사람이 현장에 가서 밀접하게 어울리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친하기는 하지만 그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유지가 안 되는 순간이 더 많았지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최소화해야 밀양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첫 번째 연대자죠. 카메라가 가장 먼저 들어갔어요. 영화뿐만 아니라 밀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언론에서 왜곡보도가 되면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도를 하기 위해서 클립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도 같이 술을 많이 먹거나 매일 밤을 지새우면서 어울리지는 않았어요. 마지막 장면은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이전 장면들 중 폭력적인 장면들이 있으니까 관객들이 소리를 통해서 상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는 처음에 주민들이 그 장면을 왜 안 넣었냐고 항의하기도 했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그 장면을 못 넣겠더라고요. 6.11 행정 대집행이 끝나고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계속 울었거든요. 철탑만 봐도 눈물이 흐르는 상황인데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장면까지 나오면 상처가 아물어야 할 시기에 소금이나 레몬을 뿌리는 효과가 있을 거 같았어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에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관객: 다큐멘터리는 일반적인 영화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정말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쪽 측면의 이야기를 다 보여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셨지만, 같이 활동을 하시다 보니 피해자의 관점에서 많이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간에 한전에 대한 입장이나 경찰과의 인터뷰가 있었다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또 국가에서 밀양에 집착하는 이유도 같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 삶의 터전을 빼앗겨서 슬프다는 건 알겠는데 송전탑이 생기면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피해 부분이 드러나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어요. 


박: 이런 지적들을 많이 받습니다. 논쟁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다큐멘터리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신 객관적인 척을 하죠. 더 많이 설득하기 위해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저는 어떤 지점에서 밀양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어요. 제가 본 밀양의 진실 혹은 이 싸움의 본질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편향적일 수 있죠. 그렇지만 지금 언론은 주민들의 측면과 역사 혹은 진실보다는 한전의 입장, 국가의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의 입장을 들을 필요가 있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라고 저는 생각 했던 거 같아요. 영화 초반에 밀양 주민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이야기했던 거처럼 이 영화는 국가 폭력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순간들을 주민들의 시선에서 기록하자는 게 목표였어요. 모든 사람들을 설득시키려는 마음은 없었어요. 지금도 이상한 영화인데 더 설명이 많으면 많을수록 설명들이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전 편집본보다 설명을 덜어냈습니다.


안: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으로 들어내고 싶었었던 메시지가 있었을 거 같아요.


박: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그 선택이 잘 표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이 영화를 보고 밀양의 투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밀양에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한국 사회에서 탈핵운동이 다시 한 번 재 점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어요. 에너지 민주주의에 대해서 처음으로 이야기가 나왔던 게 밀양 할매들의 투쟁 때문이거든요. 이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극장을 나서게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국가가 이들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대했는지 보여주는 게 제일 크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였던 거 같아요. 우리 상황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가끔씩은 눈을 감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제가 밀양에 오래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밀양의 싸움은 결코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관객: 밀양 땅의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만약 전체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체를 위해서 이주를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박: 도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땅이라는 개념과 농촌에서 태어나서 흙을 밟고, 흙 냄새를 맡고, 고추랑 대화하는 사람들의 땅의 의미는 완벽하게 달라요. 도시인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땅이 라는 게 어차피 돈으로 환원이 되니 보상금을 잘 받아서 다른 곳으로 이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분들은 1억을 줘도 밀양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에게는 땅과 내가 맺었던 관계도 있는 거예요. 도시인들은 그런 감수성을 교육받지 못하죠. 콘크리트 감수성으로 살아가게 되는 환경이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어떤 단어를 나의 가치로만 생각하는 점에서 우리의 감수성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저도 반성을 했고요. 


안: 첨언하자면 합리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을 겪었다면 여기에 나오는 할매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혀 납득 불가능한 이유 혹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전혀 민주적인 않은 한전이나 정부의 태도 때문에 이런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할매들을 만나보면 가장 먼저 말씀하시는 게 억울함이에요. 서울, 경기 사람들이 쓸 전기를 위해서 송전탑을 짓는 건데 왜 밀양 주민들이 자기의 터를 버려야 하나 생각했어요.


관객: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자막으로 투쟁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한다라고 나왔어요. 제가 밀양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시즌2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취재해서 영화화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박: 일단 시즌2는 영화 속 시간 이후 1년이 지났으니까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저도 재판이 끝났어요. 영화를 촬영하다 공무집행 방해도 아니고 카고 크레인의 업무 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50만원의 벌금이 나왔어요. 이 벌금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었고, 결과는 선고 유예 2년으로 나왔어요. 저는 간단한 재판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주민들 간의 고소 고발도 있고, 다른 연대자들은 2년 형도 받고 최근에 벌금이 2억 3천정도 나올 거라고 예상이 되는 건도 있어요. 그래서 ‘탈탈 원정대’라는 책의 수익 전액을 벌금을 위해서 쓸 것이고, <밀양 아리랑>도 이런 사실들을 알리고 법률기금을 모금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같이 책임져야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알리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하나 예를 들게요. 내 산에서 허락 없이 나무를 베고 있어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법으로 정해졌다고 대답하는 거죠. 굳이 너의 허락이 없이도 전기를 생산하거나 나르는 시설을 세울 수 있게 되어 있는 법이 있다, 이 법 때문에 네가 주인이더라도 허락 없이 나무를 벨 수 있다고 하는 거죠. 실제로는 전혀 설명의 과정이 없었어요. 비민주적인 건설이 계속되고 있어요. 계속 폭력이 가해지고 있는 거 에요. 법에서 한 줄만 바뀌어도 많은 게 바뀌거든요. 할매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현장들에 힘을 실어주고 법에 명시되어 있는 한 줄을 바꾸기 위해서 법적 투쟁을 같이 하고 있어요. 서명 혹은 후원금이나 여전히 밀양할매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면 저를 포함해서 밀양 주민들도 내 옆에 누군가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마음이 생겨서 힘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안: 페이스북 검색 창에 ‘밀양’이라고 치면 ‘765kV OUT’이라고 떠요. 그게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에요. 좋아요를 눌러주시면 소식도 빠르게 받아 볼 수 있어요. 그 페이지에 영화 봤다는 댓글 달아주시면 주민 분들이 많이 기뻐해주실 거에요. 


: <밀양 아리랑>을 널리 알려주시는 게 밀양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니까 많이 소문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는 없어요. 그렇지만 밀양을 담은 다큐멘터리이고 밀양은 한국사회가 지나온 역사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는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역사를 함께 보러 가자고 설득해서 두 손 잡고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관객을 억지로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밀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내가 쓰고 있는 전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으며, 밀양에서의 싸움이 단순히 주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원전 문제로 까지 확장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영화 <밀양 아리랑>을 통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밀양에 대해, 탈핵과 에너지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