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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3. 11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혼자

by indiespace_가람 2023. 12. 6.

[인디즈 소소대담] 2023. 11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혼자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호두, 땅콩, 국화, 고구마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쉽게 뭉치고 흩어지지만 끝없는 물리적인 변화 속에서 그럼에도 오랫동안 남아있길 바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있다. 가령 좋은 영화를 보고 나누는 얘기들이라던가, 그 안에서 서로가 완전히 같아질 순 없더라도 어떤 마음과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에도 우리는 완전히 같아 질 수는 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혼자들이 추운 날들 속에서 외롭지 않길.  

 

 

*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에 대해서

 

영화 〈너와 나〉 스틸컷

〈너와 나〉

 

 

[리뷰]: 너라는 상(像)이 맺힌 나의 세상(조영은)

[단평]: 꿈의 조각을 되찾아(김지윤)

[인디토크]: 사랑의 메아리(임다연)

[인터뷰]: 조현철 감독 - 우리 영혼의 가장 밑바닥에는 사랑이(김소정)

 

 

호두: 〈너와 나〉를 본 친구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세월호가 주제였다는 걸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예전만 해도 수학여행, 교복, 노란색 같은 상징들에서 세월호를 누구나 떠올렸었는데, 지금은 기억에서 많이 희석됐다고 느꼈어요. 언제나 분명하고 선명할 것 같던 일들이 많이 잊혀졌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영화가 주는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세월호에 대해 그만 얘기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싸움의 발단이 되면서, 죽음 자체를 죽음으로 보지 못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근데 〈너와 나〉 는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한 명 한 명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말하고 보여주려 했던 점이 좋았어요.  

 

땅콩: 영화의 초중반부에서는 청소년 특유의 감정선이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어려웠어요. 실은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모르고 보다가, 하은이 혼자 버스 타고 가는 장면부터 계속 눈물이 났어요. 주제나 사건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고, 또 어찌보면 엄청나게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까지 큰 울림을 주고 멀리 뻗어갈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저한테 굉장히 특별했고, 관람 자체가 영화적 경험이었습니다.

 

국화: 개인적으로 조현철 감독님을 감독으로서 엄청 좋아하는데, 몇 년 전 부터 근황을 묻는 인터뷰 질문들에서 계속 〈너와 나〉를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계속 기대해왔고, 영화는 역시나 너무 좋았어요. 사실 영화에서 어떤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진 않지만 세미가 마지막에 '괜찮다'고 안아주잖아요. 그 장면 때문에 영화관에 계속 몇 번 갔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죽음이 엄청 무섭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몸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 사람의 마음이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너와 나〉에서 죽음이나 이해, 마음과 고통들에 대해 다루다 보니 제 인생의 고민들과 맞닿아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구마: 요즘 읽고 있는 신형철 평론가 님의 책 중에 아들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이 떠올라요. '내가 너를 좋아하고 너도 나를 좋아하는데, 그러면 너를 위해서 너가 좋아하는 나를 나는 책임지고 아낄 필요가 있다'고 하신 부분이요. '너를 위해서 내가 다치면 안되고 나는 나를 잘 보살펴야 된다' 는 부분은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너가 내가 되고, 내가 너가 되는 과정들은 그게 우리가 되는 과정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땅콩: 아까 죽음이 무섭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요즘 〈너와 나〉 를 떠올리면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근데  오히려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위안이 됐어요. 조현철 감독님이 하신 인터뷰 중에 미생물 학자를 언급하신 내용이 있는데요, 미생물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공간을 떠도는 것처럼 사랑이나 죽음도 가시적인 것들은 아니지만 주변에 항상 있을 거란 믿음으로 위안 삼게 되었어요.  

 

 

 

영화 〈어른 김장하〉 스틸컷

〈어른 김장하〉

 

[리뷰]: 어른의 조건(임다연)

[인디토크]: 어른을 그려본다(김지윤)

 

고구마: 최근에 조민수 배우님이 진행하신 인디토크에 참석했어요. GV라고 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순서나 형식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조민수 배우님이 감독님을 소개시켜 주시고 바로 관객 분들께 소감을 여쭤보시는거에요. 처음에는 관객 분들이 어색해하시는가 싶더니 결국에는 너도 나도 다들 손들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꼰대에게서 가르침을 얻는 것은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어른을 필요없다 생각하는 건 아니다'라는 말이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상 사는 법에 대한 도움을 얻고 싶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인거죠. 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들으면서 영화가 주는 좋은 영향력 안에서 이 많은 관객들이 하나 같이 동화된 경험이 무척 좋았어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더 발전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채워진 한 시간 속에서 지낸 경험이 신기했어요.

 

 

 

 

* 올해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땅콩: 저는 〈비밀의 언덕〉이 좋았어요.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은 그때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다른 위로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내가 나한테서 싫어하는 모습들을 최대한 감추고 싶고 잘난 부분들만 계속 보여주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의 못난 모습을 보면서 괴로워하고 또 감추고 싶어 하는 과정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어요. 좋으나 싫으나 이 모든 것들을 내 일부로 끌어 안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호두: 명은이가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고 나오다가 다시 문방구로 되돌아가잖아요. 어린 나이지만 자기 삶에서의 심각성을 알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걸 개선하려고 되돌아가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무엇이든 잘 하려 하고, 마음에 안 들어서 잘못된 부분들은 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요. 결국에는 돌아갈지언정 이뤄내는 게 사실 직진해서 이루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잖아요. 그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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