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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_영화와 음악

by indiespace_가람 2024. 8. 22.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_영화와 음악 

- 〈여행자의 필요〉, 〈드라이브〉, 〈늦더위〉

*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떠난 이후, 건물을 나올 때까지는 그 영화의 훌륭한 장면과 인물들의 대사가 눈에 선명하다. 나는 다시 한번 떠오르는 것들을 붙잡으며 영화를 읽어본다. 이 장면에서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당시의 감독은 어떤 감각으로 이 대사를 써 내렸는지 궁금해한다. 이 영화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즐기기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물론 이러한 탐구도 늘 즐겁기는 하다!) 그러다 머리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을 마주할 때는 눈앞이 깜깜해지고는 한다. 나조차도 스스로 설명을 하지 못하겠는데, 남들에게 어떻게 이 영화를 말해줄까? 

압박감에 짓눌려 온몸에 가시가 돋기 전, 나는 얼른 물음표들을 내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작품을 잊고 음악으로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때부터는 장면과 대사와 같은 세부적인 것에서 느낌이나 분위기 같은 총체적인 것으로 시선을 옮기고 그에 맞는 음악을 찾으려 노력한다. 영화의 주제곡이나 간간히 흘러나왔던 음악도 좋지만, 혼자 여러 음악을 디깅 해보며 나만의 영화 음악을 선정해 보다 보면 자연히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되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가 되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 또한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그간 인디스페이스의 인디즈로 활동하며 만난 영화 중 〈여행자의 필요〉, 〈드라이브〉, 〈늦더위〉 총 3편을 디깅한 음악과 연결 지어 소개해 보려 한다. 먼저 영화를 시청한 후, 소개하는 음악과 함께 글을 읽는 것이 훨씬 영화와 음악, 그리고 글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음을 밝힌다. 

 

 

 

1. 〈여행자의 필요〉 (감독 홍상수, 출연 이자벨 위페르, 권해효, 이혜영)


〈여행자의 필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언어”, 중요한 동사는 진실된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라고 생각한다. 이리스와 만나는 여러 사람들은 불어로 그와 대화한다. 크게 3부작으로 나뉘는 영화는 3번 비슷한 대화를 반복하고¸ 어색하고 딱딱한 문장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장에 도달하려 노력한다. 사람들은 그 문장을 반복해서 암송하고, 녹음본을 들으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초기엔 직관적인 문장을 많이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영화 내의 학습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초반에는 교과서적인 문장을 뱉어 내지만, 이리스가 그들의 마음속을 이리저리 여행하다 보면 그제야 진심을 토로하게 된다. 한국어도, 우리에게 나름 익숙한 영어도 아닌 불어로 대화하며 그들은 사실에 근거한 문장을 뱉어낼 수 있게 된다. 어색하게 흘러나오는 문장들이지만 마음에 와닿는다는 것이 〈여행자의 필요〉에서 중심축을 이룬다. 우리의 삶에서 이리스라는 여행자가 필요한 이유를 말해준다. 이러한 흐름에서 나는 여행스케치의 ‘진실에 관하여’를 발견하였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한 소리를 내지도 않지만
은은하게 스며들어 누구에게나 전해지는 향기처럼 진실도 그런 것과 ……
때로는 진실 같은 거짓말들이 너의 삶을 속인다고 해도
흐려진 하늘을 보면 구름 뒤엔 가려진 햇살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

여행스케치, 진실에 관하여 中


 

이리스가 탐구한 사람들의 마음은 과연 정말 진실된 것이었을까? 어쩌면 이조차 스스로의 착각일지 모른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내내 혼란을 겪었지만, ‘진실에 관하여’를 들으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답은 아무도 모른다. 감독조차도 영화를 통해 질문을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진실 같은 거짓말이던, 거짓말 같은 진실이던 내 스스로가 가려진 햇살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신발을 벗고, 이리스와 함께 맨발로 흙을 밟을 수 있기를 바란다.

 

 

 

 

2. 〈드라이브〉 (감독 정연, 출연 김시은, 조의진)


〈드라이브〉는 영화를 소개하는 문장 중 하나인 ‘거기로 보내면 이곳엔 없는 것’에서 많은 의미를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영화 내에서 차량은 그의 역할에 걸맞게 이리저리로 이동해간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유주도 불분명해지는 이 차량은 너무나도 많은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 차량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이동에 있어서 주요 매개로 작용하며 우리 삶에서 어떠한 만남과 이별이 지나치고 진행 되어 가는지에 관해 일깨워준다. 〈드라이브〉라는 영화 자체 또한 10년에 걸쳐 촬영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시간의 흐름이 현실적으로도 담겨 있다. (실제로, 파트1의 남녀와 파트3의 남녀는 10년 간의 공백이 있는 동일한 인물이다.) 영화와는 별개의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이 이야기를 알게 된 순간 영화는 약간의 특별함을 더하게 된다. 나는 산울림의 ‘회상’을 흥얼거렸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 나는 혼자 걷고 있던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 지네…… 
마음은 얼고 나는 그 곳에 서서 /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
마치 얼어버린 사람처럼 / 나는 놀라서 있던거지
달빛이 숨어 흐느끼고 있네……

산울림, 회상 中


 

〈드라이브〉의 차량이 인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이유는 그들이 보낸 과거들이 차에서 회상되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행복했던 기억, 싸웠던 기억, 즐거웠던 기억, 울었던 기억…… 모두 내가 지내온 시간이기에 차량을 오르내리며 그들은 복합적인 감정을 겪게 된다. ‘회상’에서의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특정한 길에서 사랑하는 자와 지내온 시간을 바라보며 바람이 차가와 지는 것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있을 압축된 시간의 공간. 나는 과연 어느 공간에 과거를 가장 많이 묻어두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3. 〈늦더위〉 (감독 서한솔, 출연 기진우)


〈늦더위〉는 어찌 보면 〈여행자의 필요〉와 〈드라이브〉, 두 영화와 맞닿아 있다. 진정으로 동주가 하고 싶은 것,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일까? 동주는 진실된 지점을 찾아 시간과 공간을 이리저리 헤맨다. 발걸음이 닿은 동주의 고향에서 그는 쌓아두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지나온 날들을 그리워한다. 진심과 지나쳐온 시간, 그리고 망설임 이 셋이 합쳐져 〈늦더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뒤로 걸어가는 동주와 큰 목소리로 호아의 ‘싱크홀’과 정우의 ‘JUVENILE’을 부르고 싶었다.



찍혀있는 수많은 발자국이 난 길 위에서 / 썩어가는 오래된 이정표에 난 멈춰
어디로 갈 진 모르지만 되돌아갈 순 없어 / 길 잃은 길 위에 나는 헤매
아무도 우릴 탓할 수 없어 / 아무렇지도 않지 않았어
아무도 쉽게 위로할 수 없어 / 아무런 말도 닿지 않았어
원하지 않았어

호아, 싱크홀 中

 

죽으려다 망설이고 / 살아남긴 고단하고 
겁이 나서 울다가도 / 어떻게든 될 것 같고 
이대로는 안 되겠어 / 달라지고 싶다가도 
아무래도 한평생을 이따위로 살 것 같고

정우, JUVENILE 中


 

 

어느 누구도 청춘의 헤맴을 탓할 수는 없다. 지도 하나 없이 혼자서 길을 나설 때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우선 집을 나서기로 결정한 시점부터 그들은 이미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이제 문을 열고 발걸음을 옮기는 자에게 함부로 조언하거나 동정하지 않기를. 청년은 늦은 더위를 자신의 온몸으로 맞으며, 그리고 힘껏 땀을 흘리며 걸어갈 것이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좋고 싫은지, 진심인지 가심인지 직접 밟아보며 알아갈 청년들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듯, 영화와 음악의 관계는 밀접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저 머릿속을 흘러갔다고 느껴질 때, 마음을 내려놓고 그 흐름에 맞추어 음악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펜을 들고 영화에 대해 기록하지 않아도 자연히 몸에 내재되는 재미있는 과정을 당신도 꼭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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