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 한줄 관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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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 심원적 리얼리즘에서 윤리적 괴리감을 마주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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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의 카메라> 리뷰: 심원적 리얼리즘에서 윤리적 괴리감을 마주한 순간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불편함
본인이 생각하는 리얼리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시대의 현실 및 사회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두 번째는 작가가 추구하는 삶과 가치를 거짓 없이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 즉 심원적 리얼리즘이다. 두 번째의 이유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참 좋아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간혹 그 작가의 삶이 그려질 때가 있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러한 부류의 영화였다.
한동안 그의 영화를 보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을 부담스럽게 했다. <클레어의 카메라>가 극장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편함의 원인을 찾고 싶다는 욕망과 여전한 불편함 속에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찾았다.
심원적 리얼리즘에서 윤리적 괴리감을 마주한 순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볼 때 마다 그의 삶이 그려진다. 영화를 통해 추론한 것을 바탕으로 현실에 실존하는 그의 모습을 그렸다. 그에 대한 일면식도 없지만, 가식 없이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다는 뉘앙스를 느꼈기에 그의 영화는 항상 흥미로웠다.
이전까지 영화를 통해 그려왔던 모습은 현실로 구체화되었다. 그 순간 이전까지 알면서도 회피하거나 혹은 묵인했던 것들이 현실에 직면했다. 이제는 윤리적 잣대를 꺼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사생활이고 어떤 것이 비윤리적인 것인가? 이 영화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투영시켜서 만들어낸 심원적 리얼리즘 그 자체로 만들어진 것인가?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머릿속을 흔든다. 그의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클레어의 카메라>를 스크린을 통해 봤을 때 그가 만든 리얼리즘의 세계에서 어떠한 윤리적 괴리감을 마주했다. 동시에 여전히 그의 삶과 감정에 진솔한 영화에 대한 호감 또한 느꼈다. 이 두 감정의 충돌 앞에 어떠한 답도 내릴 수 없었다.
클레어의 카메라 혹은 홍상수의 카메라
<클레어의 카메라>를 봤을 때, 그의 영화가 참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자연광 그 자체를 받아들인 듯이 보였던 그의 영화는 어느새 파란 빛 혹은 회색빛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또한 보다 빈번하게 나오는 음악은 차가운 잿빛 속 작은 희망의 표현처럼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클레어의 카메라>는 최근 그의 삶, 감정, 의지에 대한 변화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로 보인다. 이 변화는 극중에서 ‘클레어’의 카메라를 통해 뚜렷하게 보인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감독 ‘소완수’와 ‘만희’의 곁을 교차하면서 맴돈다. 그리고 클레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통해 그 둘 사이의 사건과 감정을 즉각적으로 그려낸다. 실직한 만희가 바다를 구경하는 모습, 완수와 ‘양혜'의 사진을 본 만희가 어떠한 감정으로 인해 창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모습, 완수가 만희의 소식을 듣고 고주망태가 되어가는 모습, 영화제에서 만난 완수와 만희가 언쟁 후 만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그들의 감정이 기쁘건 슬프건 클레어의 카메라를 통해 즉발적으로 기록된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즉발성에도 주목할 만하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즉발성은 어떠한 왜곡이 투영될 틈을 주지 않는다. 즉 클레어의 카메라는 그가 추구하는 심원적 리얼리즘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즉발성을 가진 카메라로 인해 그의 영화는 마치 거울처럼 보인다.
이 카메라를 거울로서 생각했을 때, 극중 소완수와 만희의 대사가 조금 더 와 닿는다. 극중에 인물들의 대사들은 마치 거울 앞에서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의지이자 각오처럼 보인다. 극중에서 사진을 왜 찍는지 묻는 만희의 물음에 클레어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라고 답한다. 이는 마치 그가 생각하는 영화에 대한 대답으로 들리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이전의 기록을 되돌아 천천히 쳐다보는 것. 그 또한 감독이기 전에 하나의 관객으로서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천천히 과거를 성찰하고 돌아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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