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감각이 남긴 잔상 <사돈의 팔촌>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6년 5월 14일(토)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장현상 감독 | 배우 장인섭, 배소은
진행: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일반적으로 금기시 되는 것을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금기’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 그리고 그 분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산을 넘는 영화를 볼 수 있곤 하는데 <사돈의 팔촌>도 그 중 하나이다. 나름의 방식으로 산을 넘고 관객의 마음을 이끌었던 <사돈의 팔촌>의 인디토크 현장을 만나보자.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하 진행): <사돈의 팔촌> 개봉 3일차고 지금까지 함께 GV를 다니셨잖아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장현상 감독: 저는 일단 개봉을 하게 돼서 기뻐요. 배우들, 스태프, 배급팀 한 분 한 분이 열심히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고요.
배소은 배우: 저도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 분들처럼 개봉을 했다는 것 자체가 기뻐요. 촬영 때처럼 자주 보는 것도 좋고요. 그리고 관객 분들을 만나 뵙는 점이 정말 좋더라고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칭찬이랑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니까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장인섭 배우: 저도 일단 개봉을 해서 정말 기분이 좋고, 더불어 관객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 기뻐요. <사돈의 팔촌>이 만들어진지 3년 만에 개봉하는 건데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관객 분들이 생각해주시고 질문해주셔서 영화를 새롭게 보고 있어요.
진행: 영화의 설정이 ‘태익’은 군 휴가를 나와서 군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고, ‘아리’는 곧 유학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에요. 돌아오는 자와 떠나는 자인 것이죠. 결국에 태익이가 제대를 해도 아리는 떠나 있는 상태니까요. 그 설정이 재미있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설정하신 배경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장현상 감독: 약간 인위적인 설정이라고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설정’인거죠. 우연히 떠나야 하는 날짜와 제대해야 하는 날짜가 겹치고 그리고 그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에 벌어지는 일들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설정하게 됐습니다.
진행: 태익이는 갓 군 제대를 했음에도 다양한 옷을 입고 나와요. 혹시 의상팀이 따로 있었는지 궁금해요.
배소은 배우: 일단 의상이나 미술에 대한 전체적인 톤을 잡아주는 스텝분이 계셨지만 옷은 배우들 개인 옷이에요. 가져온 옷으로 장면에 따라 어떤 옷을 입을지 회의하고 감독님께 컨펌받고 입었어요. 아리 같은 경우는 계속 빨간 옷을 입고 나오잖아요. ‘나는 이 옷을 입을래’ 라고 생각하면 계속 그 옷을 입는 캐릭터로 설정해서 그렇게 입었습니다.
장인섭 배우: 다 제 옷이고 저는 나름 단출하게 입는다고 입었던 옷들이었는데.(웃음) 웃긴 이야기긴 한데 ‘아임’이란 옷이 나오잖아요. 태익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아임이란 옷을 입었어요. 그 옷은 사실 긴팔이었는데 제가 팔을 잘랐던 옷이에요.(웃음)
관객: 태익과 아리와의 관계에서 ‘물’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의도로 사용하셨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저는 ‘사촌 간에 무슨 사고가 나지 않을까’ 가슴을 많이 졸였어요. 마음을 졸여가면서 보았기 때문에 가족영화이면서 스릴러영화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장현상 감독: 물 앞에서는 사람들이 솔직해지고, 물이 주위 사람과의 벽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옥상이 물바다가 됐을 때 둘의 관계가 트이기도 하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듯이 말이죠. 그런 점에서 ‘물’, ‘비’, ‘바다’의 이미지가 영화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자연스럽게 넣게 되었습니다. 스릴러로 긴장감 있게 봐주시다니 기분이 좋네요. 아슬아슬한 감정의 공기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촬영, 연기적 측면에서 사랑의 설레는 감정과 사촌 사이기에 오는 불안함, 긴장감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관객: 저는 사촌간의 사랑이라는 점이 색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쓰신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현상 감독: 군대에 있을 때, 휴가 갔다 온 친구가 친척 여동생이 예뻐졌다면서 촌수를 따지는 모습이 귀엽고 인상적이었어요. 이것에 착안해 ‘사랑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진행: 사실 사촌 간의 사랑이 금기를 떠올리게 하고, 금기라고 하면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로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장벽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설정했는데 이 때문에 이들의 애달픔과 같은 감정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관객: 남자 주인공은 군인이라는 신분적 특수성이 있고 오랜만에 매력적인 여성을 만났기에 사랑에 빠져들 만한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반면 여자주인공에겐 그런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그 부분에 대한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태익이가 아리를 침대에 눕히면서 눈을 맞추고 끝나는 장면이 있는데 혹시 그 장면에 추가적인 장면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배소은 배우: 어릴 적 첫 번째 기억, 그 연애감정이 사람에게 가장 큰 것이잖아요. 아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런 상대를 다시 만나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빠져든 것이겠죠. 사실 입을 맞추는 장면이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촬영도 하셨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불안하고 피하고 싶은 장면에서는 포커스 아웃을 시켜요. 마치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 같이요. 예를 들어 아리와 태익이가 포옹을 할 때 극중 저희 엄마가 들어오시고 제가 2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포커스 아웃시켰거든요. 마찬가지로 질문 주신 장면에서도 계속 포커스 아웃을 시켰는데 그런 의미에서 편집을 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진행: 촬영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돈의 팔촌>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혈스태프상’을 받았어요. 감독님이 촬영을 직접 하셔서 감독상 대신 스태프상을 받으신 거죠.(웃음) 혹시 촬영을 직접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추가적으로 촬영을 직접 하면서 얻은 장점이 있으신지요?
장현상 감독: 촬영을 직접 하는 것이 영화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사소한 것에서 발생되는 마음을 담고 싶었거든요. 그렇기에 구체적인 연습을 하고 찍는다는 점이 어색했어요. 배우들의 마음을 따라가듯 저의 불안한 마음,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 면에서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카메라가 마치 마음의 근육처럼 움직인 것 같아요. 촬영에 대해서는 예전 작품에 비해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진행: 사실 감독님이 촬영을 직접 하고 디렉션을 주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있어 어떤 장단점이 있었나요?
장인섭 배우: 재밌었어요. 사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사람은 감독이겠죠. 촬영도 하고 디렉션도 해야 하니까 바쁘잖아요.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는 촬영감독이 있고 고정된 카메라가 있어서 상황을 연속적으로 찍잖아요. 그것과 달리 <사돈의 팔촌>에서는 리허설을 간단히 하고 그 공간 안에 발을 붙여 그 속에 존재할 수 있었던 점이 제일 좋았어요. 보통은 편집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돈의 팔촌>에서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거든요.
배소은 배우: 사실 배우가 카메라와 함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감독님과 상대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 한다는 것이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연습을 잘 시켜주신 것 같아요. 같이 연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셋이 함께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면에서 저는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관객: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장현상 감독: 조연들은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는 배우들을 모았어요. 그리고 <사돈의 팔촌>전에 <네버다이 버터플라이>(2013)에서 저와 함께 작업했던 강기둥 배우가 있어요. 배우가 배우를 잘 아는 법이라 생각해서 그 친구에게 배우추천을 받았어요. 그 배우가 장인섭, 배소은 배우였죠. 아역배우는 따로 오디션을 봤고요.
관객: 영화를 보면 절제된 대사가 많은데, 혹시 절제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따로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장현상 감독: 개인적으로 전작 <네버다이 버터플라이>와는 반대로 작업하고 싶었어요. 전 작품에서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맛깔 나는 대사들을 주고받거든요. 욕도 많이 나오고요. 반면 <사돈의 팔촌>은 절제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사도 많이 없고, 둘 사이의 움직임, 공기로 감정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이럴 것이다’라고 예상했던 것과 다른 무언가를 접하면 그 때의 잔상은 오래 남는다. 절제된 대사와 감각적인 감정표현으로 ‘사촌간의 사랑’을 무겁지 않게 그린 영화 <사돈의 팔촌>. 영화는 ‘금기’란 소재에서 오는 분위기를 전환시킴으로써 하나의 산을 넘고 있다. 그리고 독특한 방식으로 산을 넘은 영화이기에 누군가에겐 큰 잔상을 남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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