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 빛나는 존재 <초인>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6년 5월 5일(목)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서은영 감독, 김정현 배우
진행: 김태용 감독 (<거인>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겉으로는 밝아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들 각자의 이유로 힘들고 괴롭고 외롭다. 이렇게 힘이 들 때 아프니까 청춘이라느니,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느니 하는 말들이 어쭙잖게 들릴 테지만, 여기 같은 말을 하는데 다르게 들리는 영화가 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싱그러움을 꼭 닮은 <초인>이 개봉 첫 날 인디스페이스에서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초인이 되고픈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태용 감독(이하 진행): 처음 만든 데뷔작이 개봉하는 날, 첫 관객 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감독님이랑 배우님이랑 기분이 어떠신지 상투적인 질문 먼저 드릴게요.
서은영 감독(이하 서): 이 영화 크랭크인을 2015년 5월 3일에 했어요. 1년 만에 개봉도 하고 GV도 하게 되었네요. 영화 촬영할 때 개봉까지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오늘 이렇게 개봉도 하게 돼서, ‘괜찮게 하고 있구나’ 위안을 받았던 것 같아요. 너무 기쁩니다.
김정현 배우(이하 김): 처음 크랭크인 했을 때 진짜 이런 자리가 마련될 줄 몰랐어요. 처음에 “부산영화제 가자” 파이팅 하면서 열정 가득하게 시작했었는데, 벌써 개봉도 하게 되고, 인디스페이스에 와서 GV를 하게 됐네요. 관객 분들이 이렇게 보러 와주실 줄도 몰랐고, <초인>이 세상에 나오게 될 줄도 몰랐었어요. 감회가 새롭고,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네요.
진행: 개인적으로 저는 두 편의 장편 영화를 만든 지금에 와서야 처음으로 제가 하는 일에 대한 고민들과 늦은 사춘기 때문에 심란했는데, ‘도현’이라는 친구의 삶에 대한 태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초인>이라는 영화와 시나리오를 준비하시면서, 감독님이 두 인물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서: 도현이라는 캐릭터는 솔직히 제가 많이 투영돼있는 것 같아요. 힘든 상황이지만 겉으로는 그런 척 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밝게 표출하잖아요. 제가 약간 그렇게 살아왔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이 생활 방식이 괜찮은지 스스로 묻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것을 해쳐나가는 과정에서 나를 사랑하는 하는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도현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진행: ‘세영’은요?
서: 처음에는 세영이와 수현이의 만남에 관한 시나리오를 썼었어요. 두 아이의 만남부터 한 아이의 죽음, 그러고 나서 홀로 서는 수현이의 모습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폐쇄적이고 돌파구가 없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도현이를 데리고 왔고, 도현이가 극을 끌어가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영화가 나왔습니다.
진행: 영화 보면서 김정현이라는 배우에게 제일 놀랐어요. 연기보다도 극중 인물에 대한 배우의 태도가 정성스럽고, 맑고, 깨끗하고, 건강하달까요. 이런 배우를 발굴해 낸 감독님의 안목에 질투도 났어요. 정현 씨가 이 작품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김: 감독님이 제 작품을 보시고 SNS 친구로 지내다가,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데 궁금하니 한 번 직접 만나보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주셔서 단편을 같이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친분을 쌓아가면서 장편도 찍게 됐고요. 장편이 처음이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연기는 다 똑같은 연기라고 하더라도, 장편영화는 날짜에 따라 신이 뒤죽박죽 되고 감정도 뒤죽박죽 되고 그러잖아요. 처음엔 겁도 많이 나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장편영화는 많은 분들이 정성을 쏟아 만들고 돈도 많이 들어가니까 주연배우가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심적으로 부담을 가지고 있던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살을 좀 더 빼고 싶었는데, 운동하면서 먹는 걸 계속 조절해야 하는 게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술을 못 마셔서...
진행: 아, 너무 슬프네요.(웃음)
김: 도현이로서, 밥을 먹을 때도 ‘아, 이거 먹어도 되나’ 술을 마실 때도 ‘아, 이거 더 마셔도 되나’ 이런 거부터, 도현이가 이 땐 이랬지, 저 땐 저랬지 계속 생각했어요. 도현이랑 계속 붙어있는 시간이 힘들다면 힘들고 새롭다면 새로웠던 것 같아요.
진행: 사실 장편 데뷔작의 주인공을 정하는 일은 굉장한 확신이 필요한 일인데, 김정현 배우의 어떤 면에 반했고 어떤 확신이 있어서 고백했는지 한 번 듣고 싶어요.
서: 평소에 배우를 찾기 위해 연극을 보고, 마음에 들면 SNS 친구를 맺어요. 알아둬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가지고.(웃음) 그러다 우연히 이 친구 연극을 보고, ‘좀 잘하는데?’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만나 단편 작업을 같이 하게 됐죠. 장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현 씨 포함, 제가 알고 있는 SNS 배우 친구들을 전부 데려와서 오디션을 보게 했어요. 사실 정현 씨가 도현이를 입었을 때 무엇이 나올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왜냐면 정현 씨는 대부분 심연에 가라앉아있는 강한 연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도현이는 발산하고 긍정적이고 까불고 그런 인물이니까, 정현 씨의 얼굴에서 그게 나올까 걱정이 돼서 도현이를 가장 늦게 캐스팅했어요. 그럼에도 그려지는 그림이 있어서 정현 씨랑 같이 하게 됐고, 지금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진행: 이 영화를 청춘멜로로 볼 수도 있지만 도현이란 친구의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 때를 보여주는 성장영화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꼬인 팔자를 어쩜 저렇게 맑고 건강하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인물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배우라면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현씨는 도현이라는 친구랑 닮은 부분이 있었나요?
김: 도현이는 어머니가 아프시고 아버지가 안 계시는데, 저는 아버지가 아프셨고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었어요. 근데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도현이와 다를 지라도 각자 가지고 있는 가장 힘든 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그래서 도현이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밝게 표현할 수 있어서. 도현이가 밝게 이겨내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힐링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관객 분들께서도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맞닿는 지점이라 생각한다면, 아픔이 있다는 정도? 그런 것들을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 정도인 것 같아요.
진행: 작업하시면서 감독님이랑 정현 씨랑 두 분이서 촬영 전에 어떤 얘기를 많이 나누셨나요?
김: 저는 리딩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다른 배우들이랑 어떻게 관계하는지 감독님도 보셨으면 좋겠고, 감독님이 좋은 점이나 별로인 점을 말해주면서 도현이를 만들어 가는 사전작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거의 매주, 자유롭게 얘기하면서 리딩을 했어요. 그런 시간이 있으니까 현장에서 좀 막히는 부분이 있어도 서로 신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서: 일단 제가 영화를 만들 때 배우는 내 현장에서 마음껏 놀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네가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판을 짜주겠다, 너는 와서 놀기만 해’ 이런 생각이 있어요. 어떤 배우든 그 캐릭터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할수록 더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도현이를 정현 씨한테 심어줄 때, 단순하게 얘기했었어요. "체조선수들을 만나봤었는데, 몸이 엄청 힘들 텐데도 도현이처럼 밝고 백지 같은 순수함이 있더라" 이런 것들을 얘기해주면서, 어떤 때는 “너 뇌가 없어. 그냥 긍정적이고, 책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야” 이렇게 극대화해서 말하기도 했어요.
관객: 영화 속에 인용된 문학작품이 꽤 많은데,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현재 읽고 있거나 추천해주시고 싶은 책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서: 문학을 좋아합니다. 윤성희 작가님을 좋아해요.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참 좋은 작가인데, 그분이 이번에 낸 ‘베개를 베다’라는 소설집을 읽고 있어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심적으로 불안한 저의 마음을 많이 달래줬습니다.
관객: 세영이라는 친구의 아픔을 설명하는 장면이 딱 한 장면만 보이는데, 혹시 더 많은 장면을 찍고 편집을 하신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표현을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서: 과거의 고통을 표현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촬영하고 싶지 않았어요. 전부 다 보여주지 않아도 관객들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는 그림들이 있는데, 그걸 굳이 다른 영화들처럼 다 보여줘야 하나 싶었고 저는 그런 폭력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그 한 장면을 정말 공들여 촬영을 하고 더 이상 찍지 않았어요. 그러고 싶었고요.
관객: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이에요. 처음엔 상처를 치유하고 초인이 되는 과정을 고등학생이라면 더 잘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지만 20대든 30대든 초인이 되는 방법은 모를 텐데, 제일 약한 존재에게 너무 큰 숙제를 내준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고등학생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그리고 보는 내내 힘든 게 많은데 밖으로는 괜찮은 척 하는 도현이가 너무 불쌍했는데, 연기하시면서 감정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는지 궁금해요.
서: 20대든 30대든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와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목표는 있었어요. 근데 10대가 주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저는 당연히 10대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다른 청춘 영화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고 아픔을 정면적으로 내세우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다들 아픔이 있어도 그걸 막 표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그냥 다 인정해버리잖아요. 저 역시 그런 삶을 살고 있고요. 사회가 이러니까 내가 이렇지, 이런 식으로 인정해버리는데, 이렇게 인정하는 모습과 더불어 거기에서 한발자국 나아가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소통이 되는데 10대만큼 좋은 지점이 없겠다 해서 10대를 선택한 것 같아요.
김: 물론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분위기를 잘 잡아줘서 감정 잡을 때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번외로 힘들었던 것은 도현이가 엄마 죽을 때 막 우는 장면이었어요. 준비를 해야 되니까 잠깐 나가서 감정을 막 올리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1시간 반 동안 안 찾으시는 거예요, 저는 계속 울고 있는데.(웃음) 감독님은 저를 배려한답시고 마지막에 편하게 찍게 해주려고 다른 신을 찍고 계셨더라고요. 그때 좀 힘들었던 거 같아요. 한 두 시간 동안 울어서.
진행: 정현 씨와 감독님이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뭘까요? 혹은 이 영화를 한 대사로 얘기한다면 어떤 대사가 있을까요?
서: 도현이 내레이션 중에 “세영아 언제 돌아올 거야? 네가 돌아오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라고 얘기하는데 그 말이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제가 썼는데도.(웃음) 영화를 만드는 저의 입장이나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그런 저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같이 들려요.
김: 다리 위에서 둘이 대화하는 장면 중 ‘현실에는 별 게 없다’고 말했던 때가 사실 도현이에게는 되게 슬픈 때였어요. 근데 옆에서 수현이, 세영이가 “현실에는 네가 있잖아!”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더 좋겠지만, 나는 왜 스스로한테 그런 말을 못해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까 그 1시간 반 동안 울고 들어가서 찍은 장면에서 엄마한테 “사랑해”라고 하는 대사가 있어요. 그게 원래 대본엔 없는데, 그 자리에서 엄마한테 그 말을 너무 해주고 싶은 거예요. 도현이가 그 말을 많이 못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럴 기회조차 없었던 친구니까요.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그 말을 꼭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뱉었는데, 그게 장면으로 쓰였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이 저한테 와 닿는 것 같아요.
관객: 도현이는 결국 그 책을 반납 했나요?
서: 도현이가 그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장면을 촬영은 했어요. 도현이가 반납을 하러 그 도서관에 가서 꽂기 전에 그래도 읽긴 하려고 그 책을 펼치는 신이었어요. 반납을 하러는 간 거죠. 다 찍었었는데 편집에서 사라졌네요.
관객: 세영이가 수현이로 살아간다고 봤는데, 과거에 보니까 세영이 머리스타일이 다르더라고요. 근데 현재 세영이를 보면 과거의 수현이와 머리스타일이 똑같은데, 이것도 표현의 일부로 의도를 하신 건가요?
서: 네, 그걸 처음 알아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수현이의 삶을 살기 위해서 머리스타일도 따라한 거고, 그렇게 의도한 게 맞습니다.
관객: 마지막에 학교대표 선발전에 도현이가 마루종목을 하는데, 그 종목은 남자 선수들이 하는 것이 아니에요. 왜 도현이가 그렇게 했는지가 궁금해요.
서: 마지막에 도현이가 하는 체조 장면은 정식 체조동작이 아니에요. 도현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표출하는 장면이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몸동작들이거나 삶에 대한 한풀이일수도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선발전이 도현이한테는 중요하지 않거나, 뭔가 하고 싶은 지금 현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무용 같은 동작을 했을 거예요.
관객: 기계체조라는 종목을 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서: 기계체조는 근력의 최고치를 끌어다 쓰는 종목이잖아요. 하지만 매우 엄격한 규칙에 의해서 발이 조금만 나가도 점수가 깎이는 게 좀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은 어둡고 힘들고 외롭지만 스스로 몸을 표출할 수 있는 도현이의 모습, 좀 당겨져 있는 느낌이 기계체조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 포스터 보면 ‘초인’ 밑에 ‘Übermensch’라고 독일어로 써 있는데, 왜 독일어로 쓰셨는지 궁금해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초인’은 무엇인지, 배우님께서 생각하시는 ‘초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 초인은 니체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Übermensch가 맞고, 영제를 붙이기가 힘들었어요. ‘Overman’이 있긴 한데, 어떤 외국 분이 Overman은 아니라고 하셔가지고.(웃음) 제가 Übermensch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포스터에 꼭 넣어달라고 부탁한 것도 있어요. 정확하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나를 사랑하는 시작지점에서 초인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나의 상황을 인지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그것을 하고 싶고, 했으면 좋겠고, 그걸 하기 위해서 뭔가를 하고, 그런 모든 것들이 초인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이건 저도 계속해서 고민하는 질문 같아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 관객 분들도 고민을 해보시고 자기만의 초인이 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 재창조하는 사람이 초인이라고 나오는데, 그걸 텍스트로 봤을 땐 잘 안 와 닿지만,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생각해보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내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좋아하는 건데, 저는 사실 너무 힘들고 슬픈 때는 내 인생이 아닌 것처럼 취급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혼내기도 하면서. 근데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힘을 빠지게 하고 초인에서 멀어지게 하는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랑 만나고 많은 관심을 받고 하면 또 이게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모습처럼 내 슬픈 인생도 사랑해야, 내 인생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슬픈 일이든 기쁜 일이든 다 사랑해야 초인이 아닐까요? 사실 상황마다 조금씩 달라지실 뿐이지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다 초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두 주인공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초인이 뭔지, 어떻게 해야 초인이 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그들은 이미 초인이다. 김정현 배우의 마지막 대답에서처럼 이 질문에 정답은 없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만의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답을 내리지 못한대도 괜찮다. 이 고민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 이미 초인일 지도 모른다. 도현과 수현(세영)이 그랬고, 인디토크를 함께했던 모든 관객들이 그랬듯이.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_기획] 따뜻한 계절, 사랑하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면 (0) | 2016.05.17 |
---|---|
[인디즈] 절제와 감각이 남긴 잔상 <사돈의 팔촌> 인디토크(GV) 기록 (0) | 2016.05.17 |
[인디즈] 남겨진 한 장의 가족사진 <철원기행> 인디토크(GV) 기록 (0) | 2016.05.09 |
[인디즈_Choice] <몰디브 환상특급> : 가족들이여, 이제 꽃길만 걷자 (0) | 2016.05.09 |
[인디즈] 이제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할까 <탐욕의 별> 인디토크(GV) 기록 (0) | 2016.05.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