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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해에게서 소년에게> : 홀로 맞닥뜨린 믿음의 허상

by indiespace_은 2015. 11. 26.





<해에게서 소년에게>줄 관람평

차아름 | 홀로 맞닥뜨린 믿음의 허상

김수빈 | 동경과 증오는 한 끗 차이

심지원 | 파도에 맞서던 소년은 바다가 되었다

추병진 | 칼을 꺼내든 소년이 바라본 뒤틀린 세상

김가영 | 가장 큰 비극은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해에게서 소년에게>리뷰

<해에게서 소년에게> : 홀로 맞닥뜨린 믿음의 허상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현재 교사로 재직 중인 안슬기 감독은 교직생활을 하며 느꼈던, 10대 아이들의 고민과 그들의 불우한 환경을 영화 속에 담고자 했다. 그들이 느끼는 여러 감정의 대상을 부모와 어른 나아가 신과 운명으로 확장시키면서 이 영화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보편적으로 10대가 주인공일 때 이야기하는 학교 혹은 청소년 문제가 아닌 ‘기도원’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다소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진의 한 부분을 칼로 잘라내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시완(신연우 분)이 자른 사진 속 주인공은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전도사 승영(김호원 분)이었다. 사진을 잘랐던 칼을 품고 시완은 승영이 지내고 있는 진숙(김영선 분)의 PC방을 찾아간다. 하지만 시완이 찾아간 승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이비 종교의 전도사와는 상당히 다른 이미지의 사람이다. 훤칠하고 반듯한 외모를 가졌으며, 사기꾼 같이 교묘한 말솜씨로 사람을 꾀어내지도 않는다. 시완을 대할 때 역시 억지로 위로하려 하거나 감히 이해하는 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그를 대한다. 이에 분노로만 가득 찼던 시완의 마음은 점차 누그러지고 마음을 연다. 시완의 말투는 여전히 까칠하지만 승영에게 기타를 가르쳐달라 말하고, 자연스럽게 형이라고 부르기 까지 한다. 진숙 역시 늘 시완에게 친절하고, 어딘가 당돌한 그녀의 딸 민희(김가현 분)도 마음에 든다. 시완은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가며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얼마 되지 않아 무너지고 만다. 어떤 사건을 반환점으로 승영은 다시 교단의 부흥을 위해 전도를 시작하게 되고 마음을 표현했던 민희도 시완을 외면한다. 끝내 찾아간 아버지의 소식도 더 이상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완을 승영과 떨어뜨리려는 진숙과 형과 엄마의 죽음으로 그 교단을 끔찍하리만큼 증오하는 시완에게 간증을 부탁하는 승영까지. 시완으로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결국 시완은 극한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게 된다. 



영화는 퍼런 화면 톤에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줄곧 유지한다. 주인공 시완이 형과 엄마를 잃고 아버지마저 떠난 후 맞닥뜨린 현실의 공기가 그러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엄마가 자살 한 후 그의 시신을 확인하는 것도 시완의 몫이었다. 시완은 엄마의 시체를 확인한 후 이를 감당하지 못해 달려 나온다. 불안한 시선과 흔들리는 카메라는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고작 10대 소년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내던져진 것이다. 시완은 엄마처럼 형의 병을 낫게 하리라는 기적적인 믿음도, 어떤 대단한 신에 대한 믿음도 없었다. 다만 승영을 만나면서 정말 평범한 삶에 대한 믿음이 생겼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지나면 또래 친구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풋풋한 첫사랑을 키워가는 그런 평범한 삶을 이제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그런 시완을 어른들은 잔인하게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 동안의 믿음이 허상이었음을 확인하게 된 시완에게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슬픔과 분노만이 남은 그는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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