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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SIDOF 발견과 주목 <소나무씨에게>,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12. 1.

완벽히 이해할 순 없지만, 완벽히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

 SIDOF 발견과 주목 <소나무씨에게>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1월 25일(수) 오후 8

참석: <소나무씨에게> 김희봉 감독,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장윤미 감독

진행: 최민아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탓에 몸이 움츠러들었던 지난 25일 수요일, ‘SIDOF 발견과 주목’의 11월 상영작으로 <소나무씨에게>와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가 소개되었다. 두 작품은 모두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다. 가장 잘 알고 있다 믿었지만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가족의 이야기지만 왠지 마음 한켠이 따듯해지는, 영화 속 차마 다하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민아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이하 최): 두 작품은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상영한 작품들이에요. 일단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희봉 감독(이하 김): <소나무씨에게>는 제가 독립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을 수료하면서 만든 수료작이었는데, 과정을 수료하고 6개월 정도 보충촬영을 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처음에 어떤 작품을 찍을까 고민했어요. 항상 둘째조카를 담고 싶었고 그 아이의 모습을 지켜봐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찍게 됐어요. 종민(첫째 조카)이나 언니 이야기도 많이 담고 싶었는데 단편으로 이야기를 만들다보니까 많이 쳐내면서 둘째 조카에 집중해서 만들게 됐어요.  


장윤미 감독(이하 장):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는 보시다시피 설과 추석에만 찍은 작품이에요. 어머니가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최근에 몇 년간 힘들면서 인상적인 게 뭘까 생각해보면 평소에 매일 전화로 어머니를 가르쳐 드린 과정이거든요. 그 일을 겪으면서 힘들기도 하고 엄마는 왜 지금 공부를 하려고 할까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또 쉽게 찍을 수 있을 거라는 느낌도 있었어요. 정작 찍을 때는 쉽지 않았지만.


최: 보통 어머니한테 자식들이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경우를 많이 봤었는데, 전화로 가르쳐 드렸단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장: 저희 어머니 캐릭터가 되게 독특한데, 공부를 못해서 자신감이 없다고 말씀 하시지만 엄청 당당하시거든요. 몰래 공부하시는 어머니들도 많은데 저희 어머니는 당당히 요구하시고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으면 화내시고. 그런 캐릭터가 좋았어요.


최: 두 분 다 가족을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가족이라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막상 찍으면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촬영하면서 어떤 것들을 발견하게 됐고 기억에 남는지 말씀해주세요. 


김: 그런 게 너무 많았어요. 언니는 제가 고등학교 때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기 때문에 저는 어렸을 때의 언니밖에 모르는 거예요. 언니가 아이한테 화내는 모습을 봤을 때, 왜 아이한테 저렇게 신경질을 낼까 했었는데, 따라다니면서 엄마로서의 언니를 관찰하다보니까 (언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어요.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타인에게 보여주는 작업을 하는 거니까요. 가장 쉽게 접근했지만 내가 잘 아는 사람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를 결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장: 저도 비슷해요. 그래서 저는 영화에 힘들어하는 장면들이 들어갔어요. 엄마한테 혼날 때는 정말 기분이 상하거든요. 그럴 때는 안 찍기도 하고 엄마의 지저분한 책상을 찍기도 하고 또 엄마가 뭐라 하시면 쭈뼛대며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카메라만 만지다가 할머니를 찍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편집과정에서 드러나게 하려고 했어요. 어쨌거나 설과 추석에 카메라를 들고 내려가서 찍었는데 완성된 후에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으니깐 마음이 홀가분하더라고요. 


관객: <소나무씨에게>는 가족의 이야기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부모입장에서 꺼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혹시 설득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저는 오히려 장애를 보여준다는 것에 있어서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가족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언니에겐 과제물로 찍는 거라고 인터뷰해야 한다면서 계속 집에 찾아갔어요. 그래서 설득하는 과정이 따로 있진 않았어요. 동생이 얘기를 들어주고 조카들과 놀아주니까 자연스럽게 동의를 해줬던 것 같아요. 상영을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좀 불편해한 게 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거부감을 드러내진 않았어요. 오히려 재민(둘째 조카)이가 자기를 찍는 걸 되게 싫어했어요. 눈치도 빨라서 제가 무슨 질문을 하면 제 의도를 너무 빨리 파악을 하는 거예요. 재민이한테 질문하는 부분을 보면 다 엄마가 셀프카메라로 하는 것들이에요. 재민이가 기분이 좋거나 마음이 풀어졌을 때 질문을 던지고 주로 엄마가 찍어줬어요. 



최: 말씀하셨지만 처음엔 자유롭게 찍어도 상영을 하게 되면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데 영화에 나온 분들이 영화를 다 보셨나요. 


장: 극장에서는 아니고 출품하기 전에 보여드렸어요. 


최: 뭐라고 하시던가요?


장: 내가 생각보다 말을 잘하네? 이러셨어요. 


최: <소나무씨에게>는 제가 인디다큐페스티발 상영 전에 여쭤봤을 때, 재민이는 영화를 못 봤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봤는지요.


김: 첫째 언니 가족 빼고는 다 봤어요. 언니한테도 보러 오라고 말을 했는데 당일에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꺼려하는 건가 싶었어요. 파일로 보여주려고 해도 어물쩍 넘어가서 못 보여줬어요. 재민이 경우에는 현재 마음치료를 받고 있어서 이걸 보여줘도 되는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근데 재민이도 알고는 있어요. 며칠 전에는 저랑 잘 놀다가 “이모 나 그 영화 볼래.”이러는 거예요. 왜 갑자기 보고 싶어졌냐고 했더니 “이젠 마음의 준비가 됐어.” 이러더라고요. 너무 웃겼어요. 그 때 파일이 없어서 못 보여줬는데 이제 보여 주려고 해요.


최: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는 문장자체가 중의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데, 영화 안에서 그 문장을 표현하면서 어떤 중의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셨는지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장: 제목은 영화 시작부터 생각했던 제목이에요. 처음에 찍으면서 생각했던 이미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엄마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면서 오십대 후반의 아줌마가 큰 배낭을 메고 버스를 타고 공부를 하러 다니는 모습, 또 하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방에 많이 계셔서 제가 집에 가도 등 돌리고 누워있는 모습. 제가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엄마가 마냥 행복한 삶을 살진 않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후에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엄마가 그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가 방에서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제목을 그렇게 정하게 됐습니다. 


최: <소나무씨에게> 연출의도에는 ‘우리 언니의 가족과 재민이는 어떤 아이인지 궁금했다’는 말을 적어주셨는데, 제가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아빠가 재민이한테 엄마 말 잘 들어 줘야한다고 말하고, 재민이가 나가서 서있는 뒷모습을 한참동안 찍은 장면이 재민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언니의 인터뷰가 주로 나오고 종민이와 형부의 이야기는 잘 나타나 있진 않은 것 같은데, 언니의 가족에서 ‘언니’에게 마음이 더 가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영화 속에서)언니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도가 있으셨던 건지, 또 작품 찍으면서 종민이나 재민이에 대한 어떤 생각의 변화나 정리된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사실 처음에는 언니 가족을 중심으로 찍었었어요. 언니 가족 전체를 찍었는데 아무래도 언니와 이야기를 하고 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언니의 삶이 계속 보이더라고요. 첫 편집본에는 언니의 이야기가 더 많거든요. 언니가 공부하는 모습들, 아이들을 양육하는 모습들을 많이 담고 싶었었어요. 영화에서 보면 언니가 엄격한 엄마로 나오잖아요. 근데 그 이면의 모습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다 넣자니 분량도 많고 설명할 것들도 많아져서 배제시키게 돼서 언니한테 미안한 것도 있어요. 인터뷰를 할 때 동생이 하니깐 아무래도 감정을 많이 없애고 말을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깐 이해가 되는 말들이 많았어요. 



관객: 영화를 보면 재민이가 서있는 뒷모습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바로 이어서 소나무 장면이 이어지는데, 촬영하시면서 소나무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셔서 그렇게 이으셨는지 아니면 나중에 결정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김: 그건 편집 때 결정을 내린 거예요. 재민이가 서있었던 그 모습을 본 이후에 언니가 소나무 얘기를 해줬던 거라서 그때는 어떤 모습을 연상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재민이가 그렇게 혼자 서있는 모습을 처음 봐서 저도 당황한 탓에 카메라가 많이 흔들려요. 일단은 찍고 보자는 마음에서 찍었어요. (재민이가) 치료실에 가는데 촬영 중이어서 제가 데리고 가는 거였거든요. 근데 혼자 성큼성큼 가버린 거예요. 그래서 따라 나갔는데 얘가 그렇게 서 있더라고요. 아마 저를 기다린 거겠죠. 근데 애기가 그렇게 서 있는 게 낯설기도 하면서 생각이 많아보였어요. 편집을 할 때는 사실 연결이 잘 안돼서 소나무를 따로 찍었어요.


최: 지금 질문에 의하면 매우 연결이 잘 됐던 것 같아요.(웃음)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를 보면 여러 풍경, 집안에서 바라본 풍경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서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던 게, 설과 추석에 찍으셨다고 했는데 그 사이에 자막이 없으면 이게 서로 다른 때라는 생각이 잘 안들 것 같아요. 기차에서 이주노동자를 찍은 거라든가,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모습이 명절 때 보이는 특징적인 이미지기도 하지만 인상적으로 남았던 느낌이 있었던 건지요?


장: 음식 장면은 사진처럼 찍어서 이미지로 넘긴 거예요. 이주노동자분들은 제가 산만한 것 같기도 한데, 제가 집에 내려가면서 명절 때마다 봤던 사람들이여서 관심이 가고 눈이 가더라고요. 제가 항상 기차 예매를 못하는데 버스를 타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결국 입석을 타고 가는데 그때마다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은 그때가 유일하게 쉬는 날이어서 부산 같은 곳으로 놀러 가시는 거 같았어요. 어쩌다 보면 말을 하게 되고 그래요. 딱히 의미가 있어서 넣은 장면은 아니에요. 그것도 집에 내려가는 길이었다는 점에서 연결되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최: 두 작품 다 나오시는 분들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소나무씨에게>는 처음에 재민이가 찍은 장면이 나오고 언니가 재민이를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렇게 일정부분 가족들한테 카메라가 주어졌던 시간이 있었어요. 가족 분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맡기시면서 감독님이 찍는 것과 다른 모습들을 생각하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 경우에는 산책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어머니에게 카메라가 가잖아요. 처음부터 그런 의도는 아니셨던 것 같은데 어머니가 찍은 장면을 편집과정에서 보면서 어떤 특별한 느낌이 있어 그것들을 사용 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어떤 느낌으로 촬영에 작용을 했는지 두 분이 비슷하지만 다른 경우라서 각각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 주말에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유일하게 형부가 집에 있는 주말을 담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언니랑 재민이한테 가족의 모습을 서로 찍어달라고 맡겼던 거였어요. 그리고 카메라가 대상을 찍는 힘? 그걸 믿었던 것 같아요. 제가 카메라를 드는 이유, 좋아하는 사람들을 찍는 이유가 카메라로 보면 또 다르게 보여서에요. 제가 몰랐던 걸 발견하기도 하고 대상에 대한 감정적인 변화를 느끼거나 이해하게 되는 그런 작용들을 재민이가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카메라로 엄마를 찍으면서 엄마를 이해해봐라.(웃음) 이런 마음이 컸고 언니는 언니가 재민이를 찍으면서 또 다시 이해하는 것들이 있겠지 했는데 사실은 거의 찍지 않았고 저것들은 3일정도 찍은 거예요. 제가 한 5~6개월 정도를 맡겼었는데. 


장: 말씀대로 저는 계획했던 건 아닌데 계속 물어보셔서 자연스럽게 넘겼던 거에요. 후에 제가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생각을 해보니까 엄마의 삶과 그녀의 힘든 것, 좋아하는 것들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고, 엄마도 저에 대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이십대 내내 어머니하고는 거의 투쟁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엄마한테 공부를 가르쳐 줄 때는 힘든데 카메라를 가르쳐 줄때는 신이 났어요. 엄마가 얘기하는 건 건성으로 듣고 있다가 가르쳐달라는 말에 놀라면서 기분 좋게 가르쳐줬던 것 같아요. 엄마도 저한테 서울 가서 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 왜 카메라를 드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지만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시고 궁금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그 전에 등불 올라가는 장면에서도 가르쳐달라고 하시는데 그때는 못 들었어요. 편집과정에서 들었는데 마음이 좀 짠했어요. 아무튼 카메라가 좋은 수단이 되었던 것 같고 또 말씀드리고 싶은 건 초반에는 아는 사람한테 되게 비싼 DSLR을 빌려서 찍었던 거고 후반에는 빌릴 사정이 안 돼서 미디액트가서 캠코더를 빌려서 찍은 거거든요. 그 카메라가 있어서 기동성 있게 다니면서 엄마한테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 연출자가 여러 가지 의도를 갖고 촬영하게 되지만 대상이 직접 카메라를 들게 되거나 말을 하거나 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서로간의 작용이 생겨나고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 두 분 모두 이후로 작업하고 계신 것들이 있는지, 혹시 계획한 게 있는지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조연출을 하는 게 있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와 어머님들에 관한 작품이구요. 계속 이런 주제들을 공부해가지고 다음 작품을 이어가볼까 계획하고 있어요. 


장: 하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아는 사람들이 아닌 완전한 타인에 대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우연찮게 영화에 나온 할머니 할머니가 시골에 계시는데 약간 치매 증상이 있으세요. 할머니 계시는데 가서 찍은 것들이 있어서 편집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가장 가깝지만 또 가장 먼 사람이 가족일 때가 있다. 두 감독의 처음 역시 가족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기획했지만 촬영과 편집 과정 속에서 잘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여전히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벽하게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라서 더 따뜻한 영화들이 아니었나 싶다. 후에도 이와 같이 가족의 이야기 혹은 가족으로부터 출발한 주제로 작품을 기획하고 있는 두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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