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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소셜포비아> : SNS, 신세계의 전장(戰場)

by indiespace_은 2015. 11. 26.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소셜포비아>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liKONf







<소셜포비아> : SNS, 신세계의 전장(戰場)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2010)로 시작해 <디스커넥트>(2012),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SNS 문화가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최근작으로 올수록 SNS의 어두운 측면이 영화에서 다수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셜포비아>는 이러한 흐름을 같이 하는 독립영화다. 올해 상반기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이 영화의 흥행 요인으로 변요한 배우 역시 들 수 있겠으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최신의 트렌드가 반영된 이야기라는 점 역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셜포비아>에는 최근 경향을 반영하는 키워드가 몇 가지 등장한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 ‘악플’은 고의적 악의가 드러나는 비방성 댓글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다소 낯선 ‘키워’는 ‘키보드 워리어’의 줄임말이다. 막상 현실에서는 별 힘을 쓰지 못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만큼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가며 악성댓글을 생산하는 전사(戰士)가 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 전사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러나 SNS 안에서 만큼은 모두 신분을 벗고 대등한 위치에 선다. 실제로 <소셜포비아>에서 민하영(하윤경 분) 현피 사건에 연루되었던 멤버들은 경찰 준비생(변요한, 이주승 분), 인터넷 방송 BJ(류준열 분), 남고생, 군인 등 그 층위가 매우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소위 네임드 된 키워 장세민(전신환 분) 역시 현실에서는 고급 호텔 사장이며, 미해결 사건 카페 운영자(이강욱 분)는 컴퓨터 엔지니어다. 이처럼 SNS에서 신상의 층위가 모두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보다 자유로이 펼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키보드 워(War)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술이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다시 새로운 문화가 발생한다. 영화 <소셜포비아>는 다소 폭력적이기 까지 한 이 세계의 문화를 문제적 사건으로 삼는다. 



‘현피’는 ‘현실’의 앞 글자인 ‘현’과 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로,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일이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영화 <소셜 포비아>는 레나(민하영) 현피 이후로 모든 사건이 촉발되었던 만큼, 현피는 영화의 핵심 소재다. 현피가 대체 어떤 의미이기에 그들은 그토록 집착했던 걸까? BJ 양게를 필두로 한 현피 멤버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개별적 정체성을 숨긴 채 무리로 존재해야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현피 때문에 민하영 자살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속 타겟을 변경해가며, ‘또 다른 현피’로 그 죽음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정작 그 원인이 자신들임은 망각한 채 말이다.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그들은 정의를 부르짖는다. 그들은 이를 전쟁이라 일컬으며, 스스로가 ‘전쟁 영웅’이 되었다는 착각 그리고 도취에 빠져든다. ‘무조건 사과 받아낸다고! 왜? 정의를 위해서!’



왜 그들은 미워하고, 또 미움을 받게 되었을까?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이 사건의 본질은 잊혀진지 오래다. ‘미워하는 이들’은 망각의 상태에서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미움 받는 이들’은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하지만, 어쩌다 그 방어의 방법조차 또 다른 마녀사냥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앞서 SNS라는 새로운 소재가 영화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 있다. 새로운 이야기처럼 보일지언정, 그 본질은 지금껏 인간이 구축해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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