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한줄 관람평
차아름 | 그러면 넌? 너는 어디까지가 거짓말인데!
김수빈 | 거짓말같은 현실에 진실은 힘이 없었다
심지원 | 거짓말로 겹겹이 쌓아올린 탑, 그 위태로움
추병진 | 예민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우아한 거짓말'
김가영 | 진실이 될 수 없는 거짓, 거짓이 될 수 없는 진실
<거짓말>리뷰
<거짓말> : 거짓말로 겹겹이 쌓아올린 탑, 그 위태로움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거짓말’. 다른 죄에 비해 비교적 가벼워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서슴없이 하게 되며, 중독의 끝엔 상상치 못한 파멸이 기다린다. 영화의 제목은 굉장히 직설적이다. 감독 본인도 ‘스스로 생각한 제목 중 제일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이 세 글자보다 영화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영화 <거짓말>은 그녀의, 그리고 당신과 나의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 여자의 쇼핑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행보는 매물로 사겠다는 비싼 아파트부터 시작해 TV 등 각종 고가의 제품 판매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에는 어딘지 허점이 많다. 차를 어디에 주차했냐는 중개업자의 물음에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엘리베이터 동승을 거부하고, 결재 사인까지 다 해놓은 마당에 갑자기 지갑을 안 가져왔다며 계좌이체를 하겠다는 등 어딘가 수상하다. 아영(김꽃비 분)은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만든 허구의 세상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 증후군의 증상이다. ‘리플리’라는 이름은 1950년대 미국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소설은 주인공인 가난한 청년 톰 리플리가 명망 있는 가문의 자제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 그의 신분을 입고 대신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스터 리플리’처럼, 아영은 자신이 거짓말로 쌓아놓은 탑 안의 허구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얕은 거짓말들을 쌓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이 탑은 결코 견고할 수 없으므로, 언제든 쓰러질듯 위태롭다.
아영이 앓고 있는 이 증후군의 기저에는 스스로에 대한 열등의식과 낮은 자존감이 존재한다. 고급스러운 느낌 물씬 나는 피부과에서 피부관리사로 일하는 아영은 현장에서 ‘을 중의 을’이다. 누군가의 피부를 늘 관리해주기만 하는 그녀 본인은 알코올 중독에 걸린 친언니가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좁디좁은 집 화장실에서 샘플 로션을 꼼꼼히 짜서 바른다. 이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 크나큰 간격이 존재하는 아영이 갖는 열등감이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심인성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영화의 설정은 비교적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영화 초반부에서 관객에게 제시되었던 아영의 거짓말은 그저 각기 다른 거짓말들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국면이 변화를 맞이하는 동시에 아영이 본격적으로 비극에 달하게 되는 계기는 거짓말이 다른 거짓말을 가리기 위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거짓말은 가볍기 때문에 중독되며, 종국에는 그 주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영화 <거짓말>에서 아영은 파멸의 주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거짓말로 스스로를 파멸에 달하게 만든 장본인인 것이다. ‘행복해보이고 싶어서’ 시작한 거짓말이었으나, 그녀는 결코 행복해지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저지른 죄악을 그녀는 과연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사회적 현실에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겠으나, 사회는 그런 그녀의 몸부림에 일말에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고지순 아영만을 바라봤지만, 점점 지쳐가는 애인 태호(정신환 분)가 아영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까지가 진실인데?” 그런 태호에게 아영은 되묻는다. “당신은 어디까지가 거짓말인데?” 영화 <거짓말>이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정 스스로의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명확히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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