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영화>
<오늘영화>한줄 관람평
차아름 | 이런 재기발랄한 로맨스, 영화, 성공적!
김수빈 | 너와 함께한 오늘이란 영화
심지원 | 내일이 기대되는 오늘의 영화
추병진 | 영화 속의 연애, 연애 속의 영화
김가영 | 영화를 보는 사람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그린 영화, 그러니까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오늘영화>리뷰
<오늘영화> : 내일이 기대되는 오늘의 영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당신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다소 진부한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 수 있을까? 우문일지라도 그 답은 비교적 다채로울 것이다. 누구에게는 일, 다른 누구에게는 취미, 그것도 아닌 누구는 그저 데이트 코스 중 하나라 답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앞의 질문에서 ‘영화’를 ‘연애’로 바꾸어 되물었을 때에는 또 어떤 대답들이 나올 수 있을까? 설레는 감정 교류, 이제는 첫 의미가 닳아버린 진부한 반복, 있으면 피곤하지만 없으면 허전한 일상 그 자체 등. 이 또한 단 하나의 대답만 나올 질문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 <오늘영화>는 독립영화와 연애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들이 두루 잘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귀여운 남녀의 모습을 그렸다. 반복되는 공장 노동에 지루함을 느끼는 ‘남자’(박종환 분)로 하여금 생기를 띄게 하는 유일한 대상은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정연주 분)다. 남자는 주말마다 그녀가 어느 중국집에서 일한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무작정 여자를 찾아가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었다’는 말로 당황시킨다. 돈이든 시간이든 가진 게 많지 않음에도, 이 사랑만큼은 확인 받고 싶은 연인의 모습을 담은 <백역사>에서 영화는 매체 그 자체로서의 기능을 잠시 멈춘다. 영화는 남자가 어떻게든 여자를 만나기 위해 필요했던 구실이었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할까. 바다 영화가 아닌 바다가 보고 싶었다는 여자의 말에 쩔쩔매는 눈과 손이며,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에 다시 또 헐레벌떡 숨차도록 달려가는 뒷모습까지. 이들의 사랑은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 만큼 너무나도 풋풋하다.
강경태 감독의 <뇌물>은 영화 속 영화(혹은 영화 밖 영화)라는 실험적 형식을 통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바꿔 놓기에 이른다. 영화를 만들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리어 연거푸 현실을 맞닥뜨리고 갈등하는 감독 ‘대일’(백수장 분)의 행로를 관음하게 되는 순간, 왠지 모를 쌉싸름함이 감돈다. <뇌물>을 통해 관객은 대일의 여배우에 대한 욕망, 선배에게서 느끼는 열등감, 감독이라는 호칭에 대한 갈망 등 복합적인 감정선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를 만드는 일도, 누군가에 대한 욕망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일 뿐이지만, 그 위에 허영이라는 껍질이 덧대어 씌워진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은 계산적인 일로 탈바꿈한다. 서로 눈치를 보고, 감정을 겨루면서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포장하는 허례허식에 대해 <뇌물>은 냉소를 던진다. ‘너는 영화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감독이 되고 싶은 것 같아.’
<오늘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구교환 · 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지향한다. 가장 다채로우면서도 가장 로맨스 영화에 근접한 이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연인 사이인 ‘하나’(임성미 분)와 ‘교환’(구교환 분)은 그들의 연애담을 영화로 만들기로 한다. 사실 영화 제작기라는 소재를 차치하고 보더라도 과도하게 서로에 익숙해져 버린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사실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한 공감을 일으킨다. 그러나 두 사람이 영화를 제작하던 도중 이별하게 되면서 그저 재기발랄한 어느 청춘의 도전기라 생각했던 <연애다큐>는 다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들의 연애가 흘러가는 동안 영화의 시간 역시 멈추지 않고 흐른다. 두 인물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사이에도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큰 이야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연애다큐>를 진정 다큐멘터리 한 편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백역사>, <뇌물> 그리고 <연애다큐>까지 세 편 모두 다소 심각해질 수 있는 문제들을 당면하는 순간마다 이를 재치 있게 비틀어 웃음을 자아낸다. 가볍지만 단순하지 않으며, 잔잔하되 지루하지 않다. 누구나 공감 가능한 감정선과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재치가 영화 <오늘영화>의 특장점이다. 소비 혹은 행위 주체의 층위에 따라 영화와 연애 모두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오로지 나 자신만의 층위를 염두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다가는 관성에 젖어 들기 십상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환기(換氣)’일 것이다. 대한민국 독립영화의 내일을 환기시킬 처방전과도 같은 영화 한 편이 이제 막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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