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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4. 1 오랜 희망과 새로운 꿈을 바라보며

by indiespace_가람 2024. 2. 14.

[인디즈 소소대담] 2024. 1 오랜 희망과 새로운 꿈을 바라보며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1월은 새로운 해를 여는 달이지만 연말의 연장선에 놓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새롭고도 무상한 1월의 마지막 날, 인디즈 구성원들이 마주 앉았다. 근래 개봉한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영화는 안부를 나누기에 좋은 통로라는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모두에게 영화적인 기쁨이 가득한 2024년이 되기를 바라본다. 

 

 

* 우리가 함께 본 독립영화들

〈물비늘〉

[리뷰]: 마지막 인사는 계속된다(김지윤)

[인디토크]: 위로 발견하기.(김태현)

[뉴스레터]:  Q. 🤐 말할 수 없어, 말하고 싶은데?! (2023.12.27)

 

 

금성 : 개인적으로는 예상이 되는 스토리, 절망의 시나리오를 악착스럽게 끌고 가는 느낌이라 버티기 어려웠어요. 다만 김자영 배우님께서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수성: 단편 영화 정도의 사건을 장편으로 늘여놨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엄청나게 큰 사건에 기반한 인물들의 리액션을 집중적으로 담아낸 느낌이었습니다. 저 역시 김자영 배우의 연기가 무척 좋았고, 홍예서, 정애화 배우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울산의 별〉

[리뷰]: 해부된 노동신화를 묻는다(이수영)

[단평]: 공간과 정체성(김지윤)

[인디토크]: 크레인 조명 아래에서(김태현)

[뉴스레터]: Q. 🤷‍♀️ 그래도.. 가족? (2024.2.7)


금성: 영화 속에서 고통받는 얼굴이 너무 여러 사람을 통해 드러나니까 보면서 괴로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물론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지역 문제의 차원으로 본다면 중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마치 ‘독립영화는 고난이다’라는 공식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영화 같기도 했어요. ‘윤화’가 남편이 사고를 당한 조선소에서 일을 하다 해고 당하는 위기에 처하는데요. 공간을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굳게 믿고 살아온 인물이라서 일터에서 잘리는 게 곧 자기 정체성을 빼앗는 행위라고 인식을 해요. 그러면서 여러 갈등에 직면하는데, 윤화네 가족도 마찬가지로 인물들이 모두 자신의 정체성 그 자체인 공간을 지키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세기말의 사랑〉

[리뷰]: 순간을 바라보기(조영은)
[뉴스레터]: Q. 🍫 사랑 고백, 디데이? (2024.2.14)

지구: 재밌었지만, 이야기 자체가 엄청 흥미롭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제목을 보고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을 잡는데, 〈세기말의 사랑〉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제목과 내용이 겹쳐지기 보다 엇갈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영화 자체가 리듬이 있어 좋았고, 이유영 배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배우의 눈만 잡힐 때가 있었는데, 이 때 눈동자에 햇빛이 비출 때 황갈색이랄까, 굉장히 투명하게 변하는데 그것만 봐도 좋았어요. 이 장면만으로도 이야기가 확장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어지는 땅〉

[리뷰]: 끊어지지 않는 것(김채운)

[인디토크]: 경계 위에 발 딛고서(박이빈)

[뉴스레터]: Q. 옷깃만 스쳐도 인연? 😏 (2024.1.24)


토성: 텍스트의 내부에 비해 겉이 다소 화려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런던이라는 배경 설정이 필수적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어요. 지명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카메라에 비춰지는데, 만약에 런던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성립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런던이라는 지역이 이 영화의 고유성을 보장하는 지에 관해 계속 의구심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금성: 저는 좋게 본 영화이기도 한데요, 다른 감상을 듣다보니 또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우선 영화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잖아요. 사물을 만나고, 사물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람을 만났다가 사물을 만나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재밌었어요.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쨌든 계속 변해가잖아요. 나도 변하고 내 주변도 변해가고 환경도 변해가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이어진다는 지점을 영화 안에서 잘 보여준 것 같았어요. 저도 처음 보고서는 너무 예쁘게 꾸며놓은 영화라는 점에 공감이 갔어요. 


지구: 저도 토성님 말씀과 비슷한 의견이에요. 영화는 무척 멋있었지만 이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할 필요가 있나, 굳이 이런 직업 설정을 가진 사람들끼리 여기서 이런 것들을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장면들이 더러 있었어요. 극중에서 원예 조경을 하는 이원이 가구 디자인 하는 남자를 만나잖아요. 이런 직업 설정을 가져와야 하나? 이런 만남이 필요하나? 싶은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어요. 간단하게 압축하면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 이에 비해 상황과 설정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지점에서 비대칭이 커지니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반면 화면에 한 인물만 잡힌 채로 독백을 진행하는 장면들은 좋았어요.
첫 장면이 호림(정회린)이 길을 가다 쓰레기 더미에서 캠코더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이원(공민정)의 기록을 발견하는데, 이 장면을 보고 ‘아 이 영화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뒷부분으로 가면서 기대가 꺾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한 〈신생대의 삶〉과 비슷한 결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것도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거잖아요.


목성: 저는 언젠가부터 캠코더가 오브제로 나오는 영화를 의심하게 된 것 같아요. 〈애프터 썬〉을 볼 때 느꼈던 기시감을 최근 영화들을 보며 느끼는데요.  캠코더를 통해 너무 쉽게 노스탤지어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들이 많은 영화들에서 발견되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이런 기류가 형성되었는지는 어느 정도 알 것 같고 저 역시도 그에 동요한 바도 있는데요. 이제는 그런 걸로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데에 조금 지친 것 같아요. ‘예쁜 영화’에는 많은 경우 캠코더가 나오더라고요. 이와 관련된 여러 고민을 요즘도 계속 하고 있긴 한데요. 영화에서 캠코더가 나오는 쇼트들이 대체적으로 경직된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너와 나〉를 볼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영화가 좋은 것과 제 개인이 해당 영화를 좋아하는 건 분리를 해서 바라보려 하는데요. 마음은 동했지만 보면서 계속 의심을 지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요즘 특히 캠코더를 활용한 영화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 같아요.기록물이 중점이 될 거라면 캠코더가 아니어도 될텐데 캠코더를 사용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캠코더가 상징하는 노스탤지어 감각을 손쉽게 불러 오려는 데에서 연출이 굳어버리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캠코더가 나오는 순간부터 거리를 두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교토에서 온 편지〉

[리뷰]: 떠난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수영)

[뉴스레터]: Q. 😮 새해 할 일.. 정리정돈? (2024.1.3)



지구: 감독님이 팟캐스트 나오셔서 이야기하시는걸 들어봤어요. 영화의 내용이 실화를 기반으로 한,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인가 싶었어요. 외할머니께서 일본 분이신데,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일본을 가고 예전에 가 봤던 곳을 다시 갔던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사원에 가서 무언가 외치는 장면을 꼽아 말씀해주셨는데, ‘이 장면만을 위해서라도 영화관에 가서 이 영화를 보는 게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성: 인물 개개인이 특징과 성격이 촘촘하게 쌓여 있어 좋았어요. 첫째 딸, 둘째 딸, 셋째 딸이 각자 겪는 고민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극장에 모녀 관객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또 영화를 보면서 제가 영도에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극중 둘째 혜영(한선화)은 서울에 지내다가 내려와서 정착하는 인물인데, 이처럼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도의 모습도 드러나 좋더라고요. 첫째에게는 자신이 생활하고 돈도 버는 생활의 공간으로, 퇴근하고는 데이트도 하는 낭만적인 공간으로 영도가 그려지는 것이 좋았고, 셋째에게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발돋움하는 터전으로서의 영도가 드러나서 좋았어요. 최종적으로 엄마의 아주 오래된 삶의 터전이잖아요. 친근하고 서로 돕고 사는 영도의 모습이 드러나서 보기에 마음이 편안했어요.

화성: 저는 친가가 영도라서 판자촌부터 시작한 바닷가 고장, 영도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영화가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또 영도의 뜨거운 이슈 중에 하나가 큰 아파트가 들어서는 일과 관련된 게 있는데요, 영화에서도 유사한 사안이 나오는 걸로 알아요. 영도를 비교적 잘 아는 입장에서 영화를 봤는데도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거슬리지 않게 다가왔어요. 

목성: 원래 로컬 영화로 제작이 되었대요. 저는 부산 사람은 아니지만 가족이 부산 근처에 있어서 영도의 지역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데요. 영도가 부산 내에서 변화가 가장 적은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봐서인지, 머무르고자 하는 사람들과 유입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영화를 읽게 되더라고요. 지역성을 비롯해서 알레고리적인 해석을 영화에 덧대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배경 지식이 합쳐져서 영화를 좋게 봤던 것 같아요. 더해서 저 역시 이 영화가 보여준 여러가지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어요. 첫째가 외국인 노동자와 데이트 하는 장면이 몇 나오는데요. 실제 영도가 항구 지역이니까 러시아분들이 오고가며 정착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디테일들 하나하나가 부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요. 

 

〈홈그라운드〉

[리뷰]: 누군가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고(김윤정)
[인디토크]: 우리의 공간에도 역사가 있다(이수영)

[뉴스레터]: Q. 🎁 연말, 마음 둘 곳 없다면? (2023.12.20)



화성: ‘명우 형’이나 ‘루시아’ 등의 등장인물들이 저에겐 익숙한 분들이어서 즐겁게 봤는데 한편 아쉬움이 남았어요. 메시지가 조금 더 명확했으면, 이야기가 더 모아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급하게 마무리된 편집도 아쉬웠어요.

지구: 예고편만 봤을 때는 한 인물에 대한 전기적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홈그라운드’라는 제목처럼 공간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전개되는 것 같았어요. 개인적인 맥락에서 영화가 쭉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어딘가부터 확장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부분이 좋기도 하면서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한 인물을 중심으로 뻗어나오는, 그 사람의 역사를 기준으로 영화가 계속될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의미가 확장되는 것 또한 나름대로 좋았던 것 같아요.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은 흩어지기 쉽잖아요.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때가 많고요.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모이고 장소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영화 보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윤김명우 선생님이 사람으로서 역할을 모으기도 하지만 공간을 운영하면서 수행을 한다고 바라볼 수 있었어요. 

 

〈길위에 김대중〉

[리뷰]: 길 위의 사람, 길 위의 기억(김진하)
[뉴스레터]: Q. 🚶 걸어 다녔던 역사책? (2024.1.31)

수성: 의외였어요. 한 사람에 대한 전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각이 한정되어 있을까봐 우려를 했는데요. 역사 공부하는 셈 치고 봤는데 그 점에서 재밌었어요. 내가 몰랐던 이야기도 알게 되고 건별로 알고 있던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또 〈서울의 봄〉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두 영화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중장년층 분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사건들을 겪으신 분들이 많잖아요. 아직 우리 곁에 있는 분들이 그러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여러 복합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화성: 저는 약간 치우쳤을지라도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김대중과 광주의 연결고리를 처음 알게되고 울림을 느꼈는데 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보다 풍부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초반부 전기 설명할 때에나 중간중간 덧붙인 내레이션들 보며 아쉬움을 느꼈어요. 저는 감독이 이러한 사실들을 어떤 관점으로 서술하는지, 풀어내는지가 더해졌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전기 영화에 집중한 부분이 없지 않아서 사실을 단순히 나열한 인상이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보는 동시에 들었던 생각이 있어요. 이제는 모두가 좋아하는 한 명의 거인이 나오기 어렵겠다 싶더라고요. 왜냐면 당시에는 그 한 명의 말에 우리가 직접 집중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여러 매체가 산발적으로 한 인물의 정보를 퍼나르기 때문에 어느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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