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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소설가의 영화〉: 오래된 관성으로부터

by indiespace_한솔 2022. 5. 17.

 

 〈소설가의 영화〉  리뷰: 오래된 관성으로부터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어쩌다 홍상수 감독의 올해 작품을 다 봤다. 대게 비슷한 사람들이 나왔고 여전히 우연한 만남이 줄을 이었다. 흑백의 화면은, 딱 한 번 색을 입었다. 인트로덕션당신 얼굴 앞에서에 이어 나온 소설가의 영화는 색다르진 않았지만 이전 작품을 반복했다 하기도 어렵다. 특히, 준희(이혜영)과 길수(김민희)의 만남이 가장 특별했다. 소설가의 영화는 준희의 영화 속 말처럼 이야기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사건이 없이 인물들의 입장은 흩어져 있고 담담한 대화와 가끔의 주장으로 구성됐다.

 

 

준희는 잠적했던 후배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영화감독 부부를 마주치고, 역시나 우연히 길수를 만난다. 준희는 재능이 아깝다며 왜 연기를 하지 않냐는 효진(권해효)의 말에 호통을 친다. “아깝다라는 말의 의미에 관해 끈질기게 물으며 각자의 삶은 존중해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준희의 호통은 길수를 지지하는 것이었고, “팬이에요라는 말을 인사치레를 넘어 적당한 진실로 만들었다. 준희는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준희는 소설을 쓰지 못할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요즘은 그렇다고 말한다. 이에 길수는 덤덤히 쉬라고 말한다. 예전에 인정받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당연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아깝다고 평하기 쉽고 이는 애정 어린 말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가의 영화속 준희와 길수는 삶의 관성을 다시금 이해한다.

 

 

여느 때와 같이 연기를 하거나 소설을 쓰는 것’, 사실 가능하지만 애써 하지 않는다. 준희가 처음 만난 잠적했던 후배는 예전에는 읽어야 할 것 같은 책들이 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관성을 벗어나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당연한 사실 위에서 펼쳐지는 일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소설가의 영화속 여러 인물은 서로에게 팬을 자처한다.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당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쏟아낸다. 하지만 팬, 지지하는 마음 그리고 묘한 연결은 언제나 같은 모양으로 펼쳐지지 않는다. 삐뚤어지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하다. 그러나 준희와 길수는 타인에 삶과 자신의 삶을 무던히 이어낸다. 소설가도 영화를 찍는다.

 

 

준희와 길수의 관계가 매력적이고 담담히 서술되는 영화의 속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술자리는 반복되고 누구는 누구와 잤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거장처럼 등장하는 남성에게 여전히 어린 여자는 존경심을 표한다. 또한 영화를 찍는 소설가라는 설정이 예술계 내에서는 많은 것을 비틀어버릴, 기존의 관성과는 다른 행보겠지만 대중들에겐 그렇지만은 않다. 홍상수 영화에선 예술계 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이혜영과 김민희 배우, 그리고 소설가의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배우들은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쳐다보게 한다. ‘이야기가 없어도 집중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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