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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인트로덕션〉: 즉흥적인 포옹으로 변주된 기다림

by indiespace_한솔 2021. 6. 8.

 

 

 〈인트로덕션〉  리뷰 : 즉흥적인 포옹으로 변주된 기다림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기다림, 사람 간의 여백. 그 사이에서도 우린 움직인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가 멈춰있음을 말하지 않는다. 기다림과 떠나감은 긴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며 그 안에서 우린 무수한 마주침을 경험한다. 영화 인트로덕션은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며 마주쳤던 시간들을 담아낸다. 눈 마주침, 몸 마주침 그리고 서로를 바랐던 시간이 마주친다. 순간순간을 고대한 만남이 아니래도 좋다. 또 어떤 마주침은 서로에 의해 유보된다. 그래도 우리의 어떤 시간들은 타인과 포개진다.

 

 

영화는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장은 영호가 오랜만에 만날 아버지를 기다리는 이야기다. 1장엔 여러 기다림이 등장한다. 시작부터 애인 주원은 아버지를 만나러 간 영호를 기다린다. 영호는 아버지와의 어색한 만남을 준비한다. 한의원을 찾은 배우는 침을 놓고 사무실로 올라간 아버지를 기다린다. 또 매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리운, 간호사와의 만남도 등장한다. 주원을 기다리게 하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시간 안에는 수많은 서사가 존재한다. 예상한 만남도, 혈연의 가까움도 기다림의 깊이를 정하진 못했다. 오히려 기다림은 즉흥적인 것이고, 즉흥적인 만남에서 흘러온 시간이 보인다. 간호사와의 포옹이 이를 보여준다. 어제도 오늘도 사랑한 것은 아니고 성애적 사랑도 아니지만, 이들 사이에 사랑은 실재한다.

 

 

2장은 1장에서 영호를 기다렸던주원이 유학을 가게 되는 이야기다. 주원영호 사이엔 새로운 기다림이 생겼고, 영호는 그리운 마음에 주원을 보러 독일까지 가게 된다. 엄마, 그리고 화가인 엄마의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주원은 어딘가 위축돼 보인다. 응답과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엄마와 화가와의 만남 역시 편해 보이진 않는다. 흘러간 시간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고 과거의 관계를 추측하기도 어렵다. 한편, 영호의 등장으로 주원은 이전과 아예 다른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나타난 주원에게 어떻게 된 거냐 먼저 묻지만, 실은 반가운 마음이 먼저다. 그렇게 둘은 포옹한다.

 

주원을 향해 단번에 비행기 표를 끊었던 영호 3장에서 머뭇대며 엄마에게로 향한다. 친구를 데려가고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지체한다. 엄마가 자부했던 영호와 배우의 만남은 영화 속 가장 큰 소음을 만들고 끝이 난다. 이들의 대화는 사랑과 연기, 진심과 부도덕 사이를 논하는 추상적인 것이지만 1장과 2장에서 기다림의 역동을 경험했던 영호의 구체적인 표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영호는 바닷가로 간다. ‘주원과의 시간을 환상으로 불러내며 주원과 대화한다. 아프다는 주원에게 확신에 찬 안도를 건넨 영호는 어쩐지 바다로 들어간다. ‘주원과의 대화 속 바다는 죽음의 공간이었다. 그 안을 걸어 들어간 영호는 맨 몸으로 파도를 견뎌낸다. 그러다 웃는 얼굴로 걸어 나와 춥다고 말한다. ‘영호의 친구는 그런 영호를 포옹으로 받아준다.

 

3개의 장은 여백을 남기지만 계속해서 나아간다. 포옹 장면을 남기면서. 영화 인트로덕션은 꾸준한, 계획된 의미의 기다림을 즉흥적인 포옹으로 변주하며 관객에게 안정감을 준다. 우린 지난한 걸음과 복잡한 만남 속에 어떻게 안정을 얻어가고 있는가. 혈연도, 계획된 관계도 완벽한 답을 내놓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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